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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도둑 - 한 공부꾼의 자기 이야기
장회익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이제까지 살면서 몇 가지 후회하고 있는 것이 있다.
첫 번째로는 내가 가지고 있던 꿈을 이루기 위한 열정이 별로 없었다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공부에 대한 즐거움을 대학생이 되어서야 깨닫게 되었다는 점이다. 나는 경제적으로 그다지 어렵지 않은 평범한 집안에서 자랐다. 그래서 무언가에 대한 절실함을 느끼지 못해서인지 장래 희망이나 꿈을 꼭 이루고자 하는 열정이 없이 그저 그런 삶을 살았다. 공부 역시, 고등학교 때까지는 정말 좋은 성적에 대한 성취감이나 욕심이 별로 없는데다가 사춘기까지 겹쳐서 공부를 등한시하였다. 그러다가 대학에 입학하고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아닌 폭넓은 다방면의 공부를 접하게 되자 공부가 너무 즐거워졌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무언가를 알아 간다는 것이 이토록 즐거운지를 ….
‘어쩜 나도 장회익 선생님처럼 뭔가 절실한 것이 있었다면 어려서부터 공부를 열심히 했을까?’서울대 물리학과 명예교수인 장회익 선생님의 자서전 『공부도둑』을 읽으며 내내 생각해보았다. 가난한 집안 형편, 사는데 있어서 공부는 필요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할아버지,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라 반발심으로 집안일과 자식에게 소홀했던 그의 아버지, 그리고 6.25와 4.19 혁명. 이 모든 것이 그가 여러 가지로 공부를 할 수 없었던 상황을 만들었다. 이러한 많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그는 앎에 대한 절실함으로 서울대를 합격하고, 지금도 여전히 공부하는 삶을 살고 있다.
아마도 그는 앎에 대한 절실함을 주었던 주변 형편과 더불어 타고난 지적 호기심, 그리고 사람에 대한 진정한 사랑과 이해를 지닌 곧은 심성이 더해져 지금의 존경 받는 석학의 위치에 이르렀을 것이다. 이는 그가 자신이 합격하면 대신 누구 하나는 떨어져야 함을 안타까워하며 단지 누구 하나 실수해서 순서만 뒤바뀌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드릴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나 그의 인생 이야기 중 간간이 삽입되어져 있는 상할아버지와의 가상 대화 - 익살스러우면서도 뭔가 따뜻한 느낌을 주는 - 를 통해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자서전이라는 장르를 처음 읽게 되어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약간의 반발심(?)도 조금은 생기게 되었었다. ‘뭐야? 결국 자기 자랑이야?’라는 생각도 들고, 그냥 단순하게 공부 잘한 저자의 공부 방법에 대한 소개서에 불과한 책이라는 약간의 오해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집안 이야기와 어린 시절, 그 어느 상황에도 앎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던 삶의 모습을 보면서 점점 그의 삶에 빠져 들었으며, 감탄과 존경심으로 마음이 가득 차게 되었다. 아마 내가 그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그토록 앎에 대해 열정적이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존경스러울 정도의 강한 의지를 나는 지니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의 어머니는 대학을 못 다니신 것이 한이 되셨다. 집안의 장녀이셨던 어머니는 우등생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딸이라는 이유로 남동생들을 위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셨다. 약대를 나와 약사가 되는 것이 꿈이셨다는 어머니는 공부에 대한 못 다한 열정을 우리 자식들을 위해 베푸셨다. 그 덕분에 우리 네 자매는 모두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다. 자식을 모두 출가시킨 어머니는 못 다한 공부에 대한 꿈을 이루시기 위해 방송통신대학 중문과에 입학하셔서 다시 공부를 시작하셨다. 지금은 잠시 건강상의 이유로 휴학하셨지만, 대학에 등록하시고 인터넷과 방송을 통해 열심히 공부하시는 모습을 뵈면 정말 우리 어머니가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
이런 부모님 밑에서 자란 내가 중 고등학교 때 공부를 게을리 했다는 점이 무척 죄송하고 부끄럽다. 아마도 부모님이 베풀어주신 넉넉함의 고마움을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드렸던 내 어리석음으로 인한 과오일 것이다.
대학에 진학해서야 깨달았지만 공부라는 것은, 무언가 알게 된다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무언가 시도한다는 것에 대한 용기가 부족해 내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커다란 결심을 못 내리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책이 있다. 내가 공부도둑 장회익 선생님의 자서전을 읽고 무언가 마음의 동요를 느꼈듯이, 나머지 내 삶에는 앎에 대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행복한 나날이 계속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