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도서출판 아람에서 '2008, 설레임 창작동화' 시리즈로 출간되었던 60여권의 동화들이 '사회성 발달 멤버십 동화' 시리즈로 재출간 되었다.
'사회성 발달 멤버십' 이라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동화 시리즈는 우리 아이들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알며, 진정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자라남을 모토로 삼고 있다.

 총 55권으로 이루어진 사회성 발달 시리즈는 '스스로 자존감을 키우기' 12권, '다른 사람과 더불어 소통하기' 13권,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11권, '소중한 약속 지키기' 9권, '열린 마음으로 살아가기' 9권으로 구성되었다. 55권의 모든 동화들이 각각의 내용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예쁜 그림으로 이루어져, 아이들은 물론 우리 어른들의 마음까지도 맑게 해주고 있다.
 책의 표지를 넘기면, 각 편의 주인공들이 본 이야기에서 다룰 문제에 대한 질문을 제시하여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두 번째 장으로 넘어가면 부모들을 위한 '멤버십 솔루션'이 제공되어, 부모들이 우리 아이들과 이 동화를 어떻게 함께 읽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스스로 자존감을 키우기' 중의 한권인「토끼의 춤」은 꼬마 너구리 퐁이가 토끼들과 함께 춤을 추기 위한 '노력'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너구리 퐁이는 자신과 다른 무리인 토끼들의 춤에 동참하기 위해, 자신이 제일 싫어하는 당근을 먹는 엄청난 노력을 감행한다. 이러한 너구리 퐁이의 모습을 통해 우리 아이들은, 목표를 정하고 그 일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토끼들과 어울려 즐겁게 춤을 추던 퐁이는 어느새 너구리 자신으로 돌아왔음도 깨닫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모습은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위한 몰입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또한 너구리로 다시 돌아온 퐁이를 거부하거나 쫓아내지 않고 함께 춤을 추는 토끼들은 '우리'와 다른 '타인'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의 중요함을 우리 아이들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미안해」는 '다른 사람과 더불어 소통하기' 중의 한권으로,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사과'하는 방법을 다룬 동화이다. 친구 지호의 장난감을 망가뜨린 것으로 오해 받게 되는 운 없는 상황에 처한 '나'는 억울한 마음에 지호에게 사과를 할 기회를 놓쳐 버린다. 모든 것을 억울하게 여기던 '나'는 지호와의 즐거웠던 추억들을 떠올리며 친구 지호의 소중함을 깨닫고, 지호에게 사과하는 발길을 서두른다.
 어른들에게도 정말 하기 힘든 것이 바로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고 솔직하게 사과하는 것이다. 우리 어른들도 자신이 무언가 잘못을 하면 그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기보다는 자신의 입장을 변명하기에 바쁜 것이 사실이다. 이렇듯, 어른들에게도 어려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함을 이 동화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주고 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무엇이 문제인지를 올바르게 판단하고,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진정 용기 있는 행동임을 깨우쳐 주고 있다.

 너무나도 귀엽고 깜찍한 그림들이 나도 모르는 미소를 짓게 만들었던 아람 출판사의 '사회성 발달 멤버십 동화' 시리즈는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아이가 없어 동화 전집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던 내게 55권 모두 소장하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만든 아람 출판사의 '사회성 발달 멤버십 동화' 시리즈. 내 주변의 아이들을 가진 사람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좋은 동화라고 감히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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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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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분이 묘하게 나쁘다.
내가 이런 기분을 언제 느껴봤던가? 그렇다. 허진호 감독님의 『봄날은 간다』를 보고 나서 느낀 기분과 비슷하다. 사랑에 대한 정말 솔직한 시선을 담아냈던 그 영화를 보고 왠지 모를 기분 나쁨에 며칠을 우울했다. 그들의 사랑이 해피엔드가 아님을 보며 마치 내 치부가 드러난듯한 우울함을 앓았던 기억이 난다. 그 기분 나쁨이 김려령의 『우아한 거짓말』을 읽고 난 며칠 동안 계속 되고 있다.

 

 한 소녀의 죽음. 그것을 둘러싼 거짓과 진실, 용서에 대한 이야기.
김려령의 장편 소설『우아한 거짓말』은 지금 우리 시대의 우울한 자화상과 같은 소설이다.
 중학생인 천지는 어느 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남편과 사별하였지만 꿋꿋하게 두 딸을 잘 키워 나가던 엄마와 무덤덤해보이지만 장녀로써의 책임감이 강했던 언니 만지. 그러한 엄마와 언니 밑에서 책읽기를 좋아하며 구김살 없이 생활하던 천지는 갑자기 자신의 생을 스스로 마감한다. 천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그녀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혼란을 겪는다. 엄마와 언니 만지도, 그리고 그녀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따돌렸던 화연이도 그녀가 자살한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오늘, 왜 갑자기 생을 포기한 것일까?

 

 그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춘기 소녀인 천지는 왜 자살을 한 것일까? 소설에서 겉으로 보이는 천지의 자살 이유는 친구 화연의 교묘한 괴롭힘과 따돌림 때문으로 보인다. 전학 온 그녀에게 가장 먼저 다가와 말을 건넸던 화연. 하지만 화연의 다가옴은 그녀를 자신의 장난감으로 만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때부터 시작했던 화연의 교묘한 괴롭힘은 중학생 시절까지 계속 되었고, 결국 그녀를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 것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천지의 죽음에 대한 모든 답이 될 수 있을까?
 천지는 그녀 자신을 비롯한 자신에게 상처를 남긴 주변을 사람들에게 다섯 개의 봉인실을 남긴다. 그 안에는 자신이 받은 상처에 대한, 용서 아닌 용서가 담겨 있다. 자신을 괴롭혔던 화연, 그 모든 것을 알면서도 사실을 묵과했던 미라, 차마 사실을 말하지 못했던 엄마와 언니 만지, 그리고 그녀 자신을 향한 용서의 말들은 오히려 용서가 아닌 더 큰 비수가 되어 그녀들을 괴롭힌다.
 천지의 죽음은 그녀 주변의 살아남은 자들에게 커다란 숙제를 남겼다. 화연의 괴롭힘을 알고 그녀 나름대로의 해결 방법을 취했지만 그것이 자신만을 위한 위안에 불과했던 엄마에게도, 천지의 곁에 있으면서도 천지의 아픔을 알지 못했던 언니 만지에게도, 겉으로 보기에는 교활하고 악해 보이지만 오히려 천지보다도 상처가 많고 약했던 화연에게도, 천지에 대한 화연의 교묘한 괴롭힘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모든 것을 간과해버렸던 미라와 그녀의 이야기를 읽은 바로 우리에게도 말이다. 천지의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하나의 과제를 남겨주고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 마음 속 모든 상처에 대한 극복과 진정한 용서이다. 우아한 거짓 용서가 아닌 진정 솔직하고 강인한 용서, 그것이 그녀가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과제이다.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도 자주 들리는 청소년들의 자살 소식은 현대 우리 사회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다. 너무나도 행복하고 꿈이 많을 것 같은 시기의 그들은 어떤 이유로 자신의 생을 스스로 포기하게 되는 것일까?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힘들게 만들었을까? 나 자신은 그들의 아픔과 상처를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했었던가? 그저 그들의 죽음이 그들 자신의 나약함 때문이라고 치부해버렸음을 반성해본다.
 천지가 남기고 간 과제. 내가 나 자신과 그들 마음 속 상처에 대한 솔직하고 강인한 용서를 할 수 있게 되기를…. 그리고 그들에게 진정한 위안으로 다가갈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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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와 나 - 한 초보 부부 그리고 강아지 한 마리의 가족 만들기
존 그로건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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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어린 시절 우리 집에는 '쭈쭈'라고 하는 개가 있었다. 우리 집에 있던 강아지들은 모두 '쭈쭈'라는 이름이었는데,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쭈쭈는 검회색 긴 털을 가지고 있던 녀석이었다. 우리 집 대문 옆에 항상 묶여 있던 쭈쭈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무척 잘생긴 개다. 옛날 할리우드 서부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였던 배우인 찰슨 브론슨과 얼굴이 비슷해서 쭈쭈의 별명은 찰슨 브론슨이기도 했다.
 쭈쭈는 무척 착하고 순한 개였다. 가끔 끈을 풀어 탈출을 감행했지만 결국 아빠에게 붙잡혀 집으로 돌아오거나, 겨우 도망친다고 간 곳이 우리 집 옥상이었다. 그런데 겁이 많은 이 녀석은 옥상에서 내려오지 못해 벌벌 떨고 있다가 결국은 아빠 손에 질질 끌려 내려와야만 했다.
 너무나 착하고 순했던 잘생긴 개 쭈쭈. 우리 집이 연립주택으로 이사를 가면서 키울 수 없게 되어 가까운 동네의 엄마 친구 분 댁에 맡겨지게 되었던 우리 쭈쭈. 옛 주인에 대한 충성심에 엄마가 가끔 그 댁에 놀러 가시면 엄마 발소리와 냄새를 골목 어귀부터 알아채고 반가움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는, 그리운 내 유년 기억 속의 강아지 쭈쭈.

 

 존 그로건의 『말리와 나』는 못 말리는 말썽꾸러기 리트리버견 말리와 그로건 가족들 간의 사랑이야기이다. 작가 존 그로건은 아내 제니와 어느 날 강아지를 키우기로 결정한다. 우연히 신문 광고 속에서 발견한 집에서 리트리버견 강아지를 데리고 와 키우게 된 그들. 그날부터 그로건 가족과 말썽쟁이 말리와의 시끌벅적한 생활이 시작 된다. 

 

 말리는 그로건 가족에게 단순한 애완견이 아니었다. 그들의 가족이었으며 삶의 동반자요, 기쁨과 행복, 그 자체였다. 아마도 이는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강아지를 처음 집으로 데려 오기로 결정하고, 그 날을 기다리는 동안의 설렘. 그리고 키우는 동안 겪게 되는 여러 우여곡절들. 가끔은 여기저기 집안을 물어뜯거나 이불, 카펫 따위에 오줌을 싸놓아 화가 나기도 하지만 나를 보고 꼬리를 흔들며 달려드는 모습에 그 모든 미움들이 사라져 버리고 마는…. 이 책의 제니가 유산했을 때 말리가 조용히 그녀를 위로해준 것처럼, 마치 나의 슬픔과 아픔을 모두 알고 있다는 듯이 내 곁을 조용히 지켜주는 너무나도 듬직한 모습의 눈망울들을 우리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존 그로건은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다른 모든 관계와 마찬가지로 개와의 관계에서도 대가가 따른다. 이러한 대가를 우리는 기꺼이 받아들였고, 사실 이것은 말리가 우리에게 주는 기쁨, 만족, 보호, 동반자 역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러한 그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애완견을 키운다는 것은, 애완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우리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단순한 것이 아닌 그 어떤 책임감과 생명을 사랑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갖춘 훌륭한 사회인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혹자들은 형제, 자매가 없이 홀로 키워지는 요즘 아이들의 정서를 위해 애완견을 키우라고 조언한다. 이는 이기적이고 외롭게 자라날 수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생명에 대한 책임감과 가족애 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에게 무척 감동의 스토리로 다가올 이 책은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강아지를 싫어하거나 애완견을 키우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사람에게는 전혀 공감가지 않은 내용이라는 점이다. 지금 애완견을 키우고 있는 나는 그로건 가족에게 완전하게 감정이입이 된 상태로 이 책을 읽었다. 말리가 말썽을 피우는 모습에서는 함께 킥킥거렸고, 말리의 재롱에 기뻐하며, 말리를 하늘로 떠나보낼 때는 함께 울었다. 이것은 아마도 내가 그들의 경험과 거의 같은 일을 겪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개를 싫어하거나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에 조금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이 이 책을 읽으면 무척 재미없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말리와 나』는 베스트셀러가 되며 헐리웃에서 영화로 제작되어 얼마 전 개봉하였다. 하지만 이 영화도 동물이 주인공인 그저 그런 헐리웃 가족 영화로 그들만의 잔치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사실을 반증해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지금 나는 시추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 이름은 '아치'인데 태어난 지 3개월 되던 때에 우리 집에 와서 벌써 8살의 장년견이다. 피부도 민감하고 귓병도 심한 이 녀석은 나를 웃게도 만들고 울게도 만드는 녀석이다. 배변훈련을 시켰는데도 배변 판에 한번 용변을 보면 새것으로 갈아줄 때까지 배변 판 주변에 용변을 보는 깔끔을 떨기도 하고, 한참 이빨이 날 때는 우리 집 가구란 가구는 모두 갈아대서 초토화를 시켜 놓기도 한 말썽쟁이이다. 하지만 이 녀석의 얼굴을 보고 있자면 행복한 웃음이 배시시 흘러나온다. 잠 잘 때는 꼭 내 옆에 꼭 붙어서 자려고 하거나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꼬리가 부러지도록 흔들어대며 엄청나게 날 반겨주는 우리 예쁜 아치. 가끔 내가 우울하거나 슬플 때는 가만히 내 옆에 앉아 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는 너무나도 든든한 나의 자식과도 같은 강아지.

 지금 나의 가장 큰 걱정은 과연 내가 아치가 하늘나라로 가야 할 때가 오면 그 슬픔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점이다. 이 책 『말리와 나』를 읽으면서도 엄청 눈물을 흘렸으며, 텔레비전에서 하는 동물 프로그램에 나오는 유기견의 사연만 봐도 펑펑 울어대는 내가 과연 나에게 닥친 슬픈 현실을 견뎌 낼 수 있을까? 어떨 때는 그 때가 너무 두려워서 아치를 키우는 것을 후회한 적도 있다. 차라리 처음부터 키우지 않았다면 하는 마음 말이다. 하지만 아치는 나에게 너무나도 많은 것을 주었다. 그 옛날 우리 집을 지켜주던 '쭈쭈'가 우리 가족에게 무한한 사랑을 남기고 떠났듯이 아치도 나와 우리 가족에게 너무나도 많은 추억과 사랑을 안겨주고 있다. 그러하기에 나는 매일 다짐한다. 결국 아치는 내 곁을 떠나게 되겠지만 내가 아치에게서 받은 사랑과 행복, 그에게서 배운 행복은 영원할 것이며, 후에 그와 꼭 닮은 그 누군가에게 무한한 사랑을 베풀 것임을….


"사랑해, 아치 그리고 기억해, 쭈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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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재능에 꿈의 날개를 달아라
박미희 지음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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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우리나라가 IMF 금융 위기를 맞이하였을 때 우리 국민들의 유일한 위안이 되어주었던 것은 메이저리거 박찬호 선수와 골프 선수 박세리 선수의 우승 소식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찬호 선수의 우승 행진과 LPGA에서 극적인 승리를 보여준 박세리 선수의 경기는 경제적으로 암울했던 우리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것이었다. 특히 박세리 선수의 경우, 본인의 엄청난 노력과 부모님의 뒷바라지가 그녀의 성공에 밑받침이 되었다는 점이 화제가 되어 소위 '세리 키즈'라고 하는 어린 골프 선수들이 이때부터 키워지기 시작했다.
'세리 키즈'란 1988년생의 아이들로 박세리 선수의 우승을 보며 골프 선수의 꿈을 가지고 어려서부터 골프 선수로 자란 아이들로, 현재 LPGA에서 큰 활약을 보이고 있는 신지애, 박인비, 최나연 선수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렇듯 세리 키즈 선수로 자라 20대가 된 지금 선수로서의 성공을 이루고 있는 선수들도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공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을 맛보는 선수들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들이 성공을 이루지 못한 것은 부모들의 지나친 과욕이 원인이다. 박세리의 성공을 본 부모들이 자녀들에 대한 허황된 환상을 가지고 아이들의 재능이나 적성은 생각하지 않은 채 무조건 골프 선수로 키우려고 했던 것이 아이들의 실패를 가져왔다.

 IMF 시대에 골프 열풍을 불러 왔던 박세리 선수가 있다면, 지금의 한국 사회에 피겨 열풍을 일으킨 김연아 선수가 있다. 경기장이나 연습장 하나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우리나라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비인기 종목인 피겨 스케이팅의 세계적인 선수가 배출되었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우리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위안이 되고 있다. 김연아 선수의 인기는 박세리 선수 때와 마찬가지로 피겨 열풍을 일으켜 요즘 많은 아이들이 피겨 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피겨 열풍은 과거 세리 키즈의 부정적인 면들을 그대로 답습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 된다. 김연아 선수의 세계적인 성공을 보면서 그 화려함에만 혹하여 자녀들의 재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피겨 선수로 키우려고 하는 부모들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김연아 선수의 성공을 그대로 벤치마킹하여 나의 자녀를 성공시키고 싶다면 『아이의 재능에 꿈의 날개를 달아라』를 읽어보도록 권한다.
 김연아 선수의 어머니인 박미희씨가 쓴 이 책은 김연아 선수를 세계적인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 키우게 된 과정과 애환, 자녀 교육에 대한 어머니 박미희씨의 견해를 담고 있다. 어린 시절 다른 어떤 것에 별 흥미를 갖지 않던 연아가 피겨 스케이팅에 관심을 보이고 재능을 있음을 발견하고 모든 노력을 연아에게 쏟게 되는 어머니 박미희씨의 모습은 가히 높이 평가할만하다.

 박미희씨는 자신의 딸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여 아이가 자신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었다. 승부근성이 강하고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려는 연아의 성격을 파악하여 아이에게 적당한 칭찬과 채찍질로 연아가 자신의 재능을 충분히 키울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무조건 아이만의 노력이나 피나는 연습만을 요구한 것이 아닌, 자신이 직접 피겨 스케이팅에 대해 연구하고 전문가가 되어 딸의 어려움을 함께 하고자 하였다. 그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김연아의 성공이 가능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김연아의 어머니는 자녀에게 올인 하는 매우 극단적인 모습으로 비춰진다. 바로 요즘 우리 사회에 대두가 되고 있는 알파맘의 모습이다. 알파맘의 성공은 그 부모가 자녀의 재능이나 적성을 진지하게 고려하였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그 부모가 자녀의 재능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것을 키울 수 있도록 자녀에게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면 그 자녀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의 재능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부모의 관점이나 시대적 흐름, 유행 등에 아이의 성공을 맞추려고 한다면 그 알파맘은 결국 실패하게 될 것이다. 작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보았던 한 부모의 경우, 열심히 자녀 교육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왔는데 그 자녀가 고3이 되어 갑자기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선언을 해버려 자녀와 갈등을 겪고 있었다. 그 부모의 경우 자신의 자녀가 무엇을 진정 바라는지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바람대로만 아이를 교육해왔기에 나온 당연한 결과였다.
 김연아 선수의 어머니 박미희씨의 경우도 어떤 면에서 보면 무척 극성스러운 알파맘의 모습으로 비춰질지도 모르겠지만, 김연아 선수의 재능을 어린 시절 정확히 캐치해내어 아이를 이끌어주었다는 점이 무척 존경스럽게 여겨진다.
 

  편협한 관점으로 그동안 김연아 선수의 어머니에 대해 조금 부정적인 시선으로 평가하였다. 예전에 김연아 선수의 코치에 대해 어머니가 크게 관여한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서 너무 오버하는 부모가 아닌가 하는 평가를 내렸었다. 하지만 김연아 선수와 어머니 박미희씨의 지금까지의 노력과 애환을 알 수 있는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그녀에 대한 오해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신조어 '연아 키드'라는 말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연아 키즈'들에서도 세리 키즈들처럼 성공한 사람이 나오는 한편, 실패한 사람들로 나오게 될 것이다. 지금의 이 열풍이 말 그대로의 열풍으로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의 미래와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한 좋은 밑바탕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 부모들은 우리 아이들의 재능에 꿈의 날개를 달 수 있는 진정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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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하늘 2009-01-24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아 키드' 너무 공감해요.
 
도피행
시노다 세츠코 지음, 김성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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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중년 여성이 개를 데리고 가출을 감행한다.
이유는 단순히 자신의 개를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십대도 아닌 중년 여성이 가출을 한 것일까? 과연 그녀에게 개는 어떤 의미이기에 가족을 버리면서까지 살리려고 한 것일까?

 시노다 세츠코의 『도피행』은 한 집안의 평범한 주부인 타에코가 자신의 개인 포포를 데리고 가출을 하는 다소 황당한 내용으로 시작된다.
 한 남자의 아내이며 두 딸의 엄마인 타에코. 얼마 전 자궁과 난소의 일부를 들어내는 수술을 한 폐경기 중년 여성인 그녀에게 유일한 위안이 되어주는 것은 애완견 포포뿐이다. 그 포포가 옆집 장난꾸러기 아이를 물어 죽이는 사고를 치고, 그 일로 인해 포포를 도살해야 될지도 모르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녀는 결국 포포를 데리고 가출을 감행하게 되는데….

 단란한 가족 속에서 평범하게 살아가지만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 남편과 딸들 사이에서 더 큰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타에코의 모습은 바로 자신의 애완견인 포포의 모습과 닮아 있다. 본래는 투견이었지만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공격성을 억제 당하고 순한 견종으로 바뀌게 된 골든 리트리버종의 포포. 그리고 가족들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여성으로서의 삶을 포기해야만 했던, 이제는 남편과 딸들에게조차 무관심과 냉소를 감내해야 하는 타에코의 모습은 너무나도 닮아 있다.
 그런 포포의 투견으로서의 본능을 깨우는 옆집 아이의 사건은, 그녀에게도 자신의 여성으로서의 삶을 찾아 떠나게 되는 계기로 작용한다.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하며 위안이 돼주는, 가족 안에서 너무나도 외로운 자신의 모습과 무척 닮아 있는 포포를 살리기 위한 말도 안 되는 도피행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잊고 살았던 여성으로서의 삶과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찾아 간다. 주인이 주는 사료를 먹을 수 없게 된 환경 속에서 숨어 있던 투견으로서의 본능을 찾아 가는 조금은 무섭게도 느껴지는 애완견 포포. 그리고 집 밖으로 몇 미터 이상 넘어가 본적이 없는 평범한 주부 타에코가 긴 여행을 하고, 시골에 정착하여 적응하며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모습 또한 너무나도 닮아 있음에 말할 수 없는 슬픔이 느껴진다.

 그녀는 결국 자신이 그토록 살리고자 했던 포포를 남겨둔 채 생을 마감한다. 그녀의 마지막을 지켜준 것은 포포와 시골에서 만난 도예가 쓰쓰미뿐이었다. 여전히 그녀의 남편과 딸들은 그녀의 여성으로서의 삶을 알아주지 않는다. 처절하다. 아니, 너무나도 이기적인 그들의 모습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가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그녀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그녀의 모습과 꼭 닮은 포포를 끝까지 지켜 줄 쓰쓰미가 있어서 말이다.

 읽는 동안 말할 수 없는 분노와 연민, 슬픔의 감정을 느끼며 단숨에 읽어버린 시노다 세츠코의 『도피행』. 처음에는 단순히 자신의 애완견에 대한 정도를 지나친 애정을 가진 한 아줌마의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이야기가 아닐까하는 우려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나도 슬픈 타에코와 포포의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마음이 너무 복잡하고 무거워짐을 느꼈다. 그리고 내 머리 속에는 너무나도 많은 여성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의 여성으로서의 삶을 포기한 채 오로지 남편을 위해서, 자식들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한국 사회의 어머니들, 그리고 그와 너무나 닮아 있는 일본 사회의 어머니들이 말이다. 
  

 그리고 나의 어머니. 내가 이제까지 나의 어머니의 여성으로서의 삶을 이해하려고 했던 적이 있었던가? 그저 엄마는 엄마일 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가? 동생들을 위해 대학 진학의 꿈을 포기했던, 결혼 후 독자인 아버지 가문의 대를 이어가기 위해서 아들을 꼭 낳으려고 노력하셨던, 그리고 네 딸들의 교육을 위해 당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열성적으로 뒷바라지하셨던 나의 어머니.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이 이제는 한 여성의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아내, 엄마 그리고 여성이라는 이름이 그녀를 외롭게 하지 않기를…. 그런 외롭지 않은 나의 어머니의 삶을 이제는 같은 여성으로 이해하는 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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