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링 미 백
B. A. 패리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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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최근에는 영어 제목을 번역 없이 그대로 출간하는 책이 많아진 것 같다. 여담이지만 요 네스뵈의 [레드브레스트]가 출간되었을 때만 해도 얼핏 들어서는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를 낯선 단어가 번역 없이 제목으로 출간된다는 것에 놀랐는데 B.A.패리스의 책은 [비하인드 도어] - [브레이크 다운]에 이어 [브링 미 백]까지 모두 번역 없이 영어 제목 그대로 출간되었다...는 사족이었고.

 

작가의 전작들을 읽지 않은 내가 [브링 미 백]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다소 충격적이었던 출판사 소개글 덕분이었다. 대략적으로 적어보자면,,

 

행복한 연인의 여행 중 남자-핀-가 화장실을 다녀오는 동안 사라진 여자-레일라-. 그리고 그대로 12년의 세월이 흐른 후 남자는 여자의 '언니-엘런-'와 약혼을 하고 결혼을 앞두게 된다. 그리고 결혼식이 다가오던 어느 날 핀은 경찰로부터 레일라가 목격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엘런이 어린 시절 잃어버린 -그리고 그 사실을 자신과 레일라밖에 모르는- 마트료시카 인형을 발견하며 사건은 본격적으로 그들의 일상에 스며든다.

 

12년 전에 실종된 여성이 갑작스레 목격되었다는 것, 과연 그 여성은 살아있던 것일까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소행일까? 하는 궁금증도 이 책을 손에 들게 한 주된 원인이겠지만 그보다 자신의 연인이 실종되었는데 아무리 시간이 흘렀다고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그 연인의 언니와 결혼을 앞둘 수 있는지, 거기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컸던 것 같다. 사라진 연인인 레일라와 닮은 구석이라고는 없는 언니 엘런. 과연 그녀에게 핀이 빠져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아우르는 느낌은 한 단어로 정의하면 '모호함'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명확한 것이 하나도 없이 사건이 진행되기 때문에 답답하고, 또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고, 화자 역시 핀과 레일라 -또는 레일라라고 주장하는 누군가- 를 오가며 '지금' 진실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다음에서 여지없이 뒤집힌다.

 

"내가 정말 바라지 않는 게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레일라가 아직 살아 있을지 모른다고 엘런이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엘런이 덧없는 희망을 품는 게 너무 싫다."

[브링 미 백 P.41]

핀은 죽었다고 생각한 '레일라'로부터 메일을 받으며 끊임없이 주변을 의심하게 된다. 무엇 하나 확실하지 않은 상황, 누구 하나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길을 택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 핀은 늘 최악의 수를 택하거나 혹은 아예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 채로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서 상황이 좋아지기를 기대한다. 그렇지만 레일라 -혹은 레일라라고 주장하는 누군가-가 굉장히 적극적으로 핀의 행동을 촉구하기 때문에 그는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망설일 시간도 없다. 이러한 긴박감을 증폭시키는 소재가 바로 마트료시카인데 처음 엘런이 마트료시카를 발견한 후 핀은 쉴틈없이 똑같은 크기의 마트료시카를 발견하고 그것이 그를 끝없는 고민과 절망의 늪 속으로 밀어넣는다.

 

사실 등장인물들의 행동에 맥락이 없고, 다소 개연성이 부족해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렇지만 아마도 그것은 과거의 사건이 남긴 트라우마가 그들에게 적잖이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애써 납득할 수 있다. 작가가 복선을 전혀 복선처럼 보이지 않게 흩뿌려두고 그것을 중요한 순간에 낚아채서 독자에게 보여줌으로써 불러일으킬 수 있는 놀라움은 충분히 임팩트 있게 다가온 것 같다. 한 페이지만 넘겨도 상황이 뒤집히는 것은 마치 신문이나 잡지에 짤막하게 연재하고 다음 편을 이어서 보도록 유인하는 얕은 미끼같은 느낌은 있지만 그럼에도 핀이 점차 극한 상황에 몰려가면서 느끼는 압박감, 긴장은 독자 역시 마치 자신의 일처럼 느끼게 되고, 책 한 권을 아우르는 커다란 궁금증을 무게감을 잃지 않은 채로 마지막까지 끌고가는 능력은 정말 탁월했다는 생각이다. 스릴러, 특히 영미권 스릴러는 지나치게 늘어지는 감이 있어서 아주 즐겨읽지는 않는데 [브링 미 백]은 속도감도 탁월하면서 동시에 책을 덮을 수 없게 만드는 유혹을 끝까지 발휘한다.

 

책을 중간쯤 읽었을 무렵, 함께 있던 친구에게 이 책의 줄거리와 내가 지금까지 읽은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자 친구가 한 말이 '진짜 흥미진진한데, 이걸 끝까지 가져가서 팡! 하고 터뜨리면 정말 좋은 책일 텐데,,' 였다. 나 역시 중반까지 이 책을 읽었을 때 재미있고 뒷이야기가 궁금하다는 감상과 더불어 이 모든 상황을 깔끔하게 마무리 한다는 것이, 그러면서도 독자를 속이며 재미까지 유지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확실히 생각지도 못하게 속았고, 처음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재미있었고 결말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명쾌하지 않은 부분의 해결과 개연성이 없는, 흔히 말하는 '갑툭튀'같은 엔딩은 아니었기 때문에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역시 2016년에 데뷔했다는 것을 생각할 때 지금보다는 앞으로가 훨씬 더 기대되는 작가를 알게 되었다는 것에 가장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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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
이노우에 마기 지음, 이연승 옮김 / 스핑크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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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는 새로운 출판사의 첫 작품에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는데 그럼에도 쉽게 손에 잡은 것은 여러 블로그나 카페에 올라오는 이 책의 서평을 읽으면 굉장히 만족도가 높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제목은 뭔가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을 것 같은데 표지는 어딘가 라노벨스러운,,, 읽기 전에는 어쩐지 미심쩍은 느낌이었지만 가독성이 좋아 금세 다 읽었다.

주인공인 '우에오로'는 금융업자인 '푸린'에게 거액의 빚을 지고 있는 동시에 기적을 증명하는 것이 자신의 지상목표라고 생각하는 (수상하기 짝이 없는) 탐정이다. 사실 빚이 그렇게 많으면 의뢰가 고파야하는데 절박함도 없고, 그 와중에 직원을 써야겠다는 소리나 하는, 정말이지 빚을 내준 입장에서는 한 대 치지 않는 것이 다행일 정도의 성격,,,;; 그런 탐정에게 어려운 의뢰인이 찾아오는데, 그녀 '리제'는 10여년 전 발생한 종교 집단 자살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이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때 자신이 겪은 불가사의한 일들의 진실을 알고자 탐정을 찾아온 것이다. 함께 종교 집단에 있었던 소년 '도우니'가 자신을 구해줬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도우니의 머리를 든 채 도우니에게 안겨 이동했다는 황당한 기억,,, 탐정은 이 이야기를 듣고는 이것은 기적임에 틀림이 없다며 눈을 반짝이는데,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읽기 전에는 전혀 몰랐는데 이 책은 소위 '안락의자 탐정'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탐정이 관계자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것은 오로지 의뢰인인 리제의 이야기뿐이고, 실제로 사건 현장의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물론 증거를 탐색하는 일도 없다. 탐정은 리제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그 모든 가능성을 부정함으로써 리제가 겪은 일이 자신이 그토록 기다리던 '기적'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가진다. 여기에는 자신의 가설을 내세워 탐정을 논파하려는 여러 적(?)들이 등장하는데, 혼자의 힘으로 그 무한한 가능성을 모두 부정할 수 있을까?

이쯤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자못 의미심장해보이는 제목은 단순히 탐정의 말버릇이다. 누군가 내세우는 가설에 대해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고 말하며 자신의 논리로 그 가설을 부정하는 것이 책의 주된 전개 방식이다. 사실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그녀가 죽은 밤'을 비롯한 '닷쿠&다카치 시리즈'를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나는 이 안락의자 탐정 스타일이 도통 취향에 맞지 않는 듯하다. 또 이 책은 그 독특한 전개방식에서 시로다이라 쿄의 '허구추리'를 떠오르게 했는데 나는 이 책 역시 취향에 맞지 않았으니,, 최근에 본격 미스터리가 가뭄과도 같은 상황이었던 걸 생각하면 이 책은 분명 단비와도 같은데 절반 넘게 읽도록 이 책 역시 나와는 취향이 맞지 않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더군다나 한 명을 논리로 격파하면 그 상대는 나의 동료가 되고 다시 새로운 적이 등장하는 방식이 아동 취향의 배틀물(ㅠ_ㅠ)같은 느낌이라 정말이지 적응이 안 되었다.

다만 정말 적은 단서와 스치듯이 흘러가는 상황 하나, 하다못해 단어 하나까지도 세세하게 살려 같은 사건을 두고 여러 가지 답을 도출할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것은 감탄할 만 하다는 생각이다. 여러 가지 가설이 등장하는 동안 그 가설 자체도 이전의 가설과는 너무 다르고, 그 가설에서 채택하고 있는 단서도 다르고, 같은 단서라도 해석하기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는 것은 정말이지 놀라웠다. 그리고 탐정이 기적에 집착하는 이유도 제법 당위성이 있고, 무엇보다도 과연 이런 식으로 흘러가서 결말이 나오기는 할까,, 흐지부지 그냥 기적이었다!!는 식으로 나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는데, 이러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납득이 가능한 결말이 도출되는 것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된 것이 좋았다.

그렇지만 서른 명이 넘는 자살자(인지도 확실치 않은)가 발생한 사건의 결말치고는 다소 아쉬움이 남고, 무엇보다 중국인들이 등장하며 시도때도 없이 나오는 중국어 -심지어 이 중국어는 발음-한자-한국어 해석의 세 가지로 병기가 되어 있어 더욱 눈에 띄었,,,, 사실 거슬렸다.ㅠ_ㅠ- 가 자꾸 흐름을 끊는 느낌이었다. 평범한 추리로설과는 다른 색다른 느낌을 주는 책임에는 분명하지만 '와! 정말 재미있었다!'보다는 '이런 식으로도 책을 쓸 수 있구나' 하는 느낌이 강했던 것 같다. 그래도 속편이 출간되고, 일본에서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에도 꼽혔다고 하니 지금보다는 앞으로 출판될 책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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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스토리콜렉터 7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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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비명에 가까운 절규로 리뷰를 시작했던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의 후속작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사실 전작의 수위를 생각하면 이 책은 좀 더 천천히 읽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전작보다 수위가 높아질 수는 없을 거다!!라는 생각에 차라리 얼른 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 + 전작의 찜찜한 결말로부터 파생되는 후속작에 대한 궁금증으로 생각보다 일찍 손에 잡게 되었고, 유독 이동시간 및 대기시간이 길었던 어느 하루 동안 다 읽고야 말았다. 아마도 그 날 맞은편에서 나를 본 사람이 있다면 의아했을 지도 모르겠다. '저 여자는 왜 책을 읽으며 끊임없이 얼굴을 찌푸릴까,,,,'

노파심에서 미리 언급하자면, 이 책은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후속작으로 전작의 범인이 누구인지 책 초반부에 이미 알 수 있다. 또 이 책의 제목만 검색해도 전작에 대한 스포일러를 고스란히 눈에 담을 수 있으니 절대 전작을 읽기 전에는 이 책에 대한 탐색을 삼가길 당부한다.(라고 하지만 검색할 정도면 전작은 읽었겠거니 싶긴 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역시 책에 대한 리뷰 자체가 전작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쓰기가 조심스럽긴 하다. 그래도 나는 내가 스포일러를 싫어하기 때문에 전작에 대한 스포일러 없이 리뷰를 써보려고 한다.(과연 가능할까 싶지만,,)

전작의 마지막 문장, 즉 다음 피해자에 대한 언급. 이번 소설은 그 문장이 현실이 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렇게 새롭게 다시 출몰한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는 '아'행에 대한 살인을 완결지은 후 새롭게 '사'행으로부터 연쇄 살인을 시작한다. 전작 및 나카야마 시치리의 여러 작품들이 그랬던 것처럼 끔찍한 시체를 누군가가 발견하는 것으로 사건이 시작되는데 이번 시체는 한층 더 충격적이다. 표지의 그림으로부터 연상할 수 있지만 설마 싶었던 형태로 발견된 첫 번째 시체는 이 책 역시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을 절로 들게 했다.

전작에서 사건을 주도적으로 해결해나가려 노력하다 끔찍한 꼴을 당한 고테가와가 이번 작품에서도 전작에서 속 시원하게 마무리하지 못한 사건에 대한 마음의 앙금을 풀어내고자 이번에도 고군분투한다. -자꾸 전작과 비교해서 말하는 것이 좀 그렇지만- 전작에서 피해자가 한 지역에 국한되었던 것과는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피해자가 일본 전역으로 퍼져나가며 '심신상실자에 대한 처벌 여부'에 중점을 두었던 전작이 담고 있던 의미는 다소 희석된 느낌이 있다. 또 여러 지역의 경찰들이 협업 -이라고 쓰고 견제라고 읽을 수 있다- 을 하며 여타의 일본 경찰소설에서 볼 수 있었던 지역경찰간, 혹은 경찰청과 지역 경찰간의 '공'을 다투는 모습은 다소 지루한 감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동 성폭력에 대한 부분이 없었다는 것만이 위안일 뿐, 수위는 여전히 건재하다. 특히 이번 연쇄살인 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살해방법을 선택한 건에서 피해자를 '화자'로 서술하면서 그 끔찍함이 가히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수준이 되었다. 같은 상황이라도 가해자의 입장에서 혹은 제 3자의 시선에서 묘사하는 것과 그 당사자인 피해자의 입장에서 묘사하는 것은 그 끔찍함의 정도에서 어마어마한 차이가 난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전작에 이어진 데미지로 그저 이 책을 어서 다 읽었으면 하는 심정이었는데 그 와중에 몰입을 방해한 다른 요소가 바로 오탈자이다. 등장인물의 이름이 바뀌고, 배경이 되는 지역의 이름이 바뀌고,, 오탈자가 눈에 들어오면 습관처럼 문장보다는 단어 단위로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영 책에 몰입이 잘 되지 않아서 꽤 애를 먹었다. 그리고 이건 여담이지만, 책을 사면서 사은품으로 '개구리 칫솔캡 세트'를 1,200 마일리지 -혹은 1,200원- 를 지불하고 받을 수 있었는데 받고 보니 개구리 남자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시판되는 제품, 그것도 가격이 1,200원이라고 찍힌 제품이어서 꽤 황당했다.(사은품이라고 하지만 정가에 산 것이 아닌가,,;;) 난 최소한 책 제목이라도 인쇄되어 있을 줄 알았다....^_ㅠ

후속작이기에 전작을 넘어서는 반전이나, 혹은 책이 담고있는 메시지가 보다 구체화된다든지, 아니면 그 메시지에 대한 작가의 의견이 좀 더 뚜렷해진다든지, 아니면 기타 다른 방식으로라도 전작에 비해 발전한 모습을 보기를 기대했는데 솔직히 나에게는 전작보다 실망스러웠다. 반전 자체도 전작과 비슷한 느낌이고, 그 반전을 숨기기 위해서 여러 가지에 분산적으로 공을 들이다보니 정작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담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다. 전작은 확실히 일본의 '형법 39조'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이 책이 전반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가 명확하지 않아 아쉬웠다. 그 외에도 범인을 오인하게 만드는 트릭도 조금, 이게 현실적일까,, 싶은 생각도 들고 아무튼 이래저래 전작을 읽고 후속작에 대해 기대했던 것들이 충족되지 않아 '이럴려고 이 끔찍한 연쇄살인을 견디며 읽었나ㅠ_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 ~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으로 이어지는 여정이 너무 힘겨워 정신이 피폐해진 느낌이다. 만족도의 크기가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 > [개구리 남자] > [개구리 남자의 귀환] 이라는 것도 피곤함에 한 몫을 차지하고 있는 듯하다. 나의 건전한(?) 정신을 위해서 당분간 나카야마 시치리의 책은 좀 텀을 두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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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지니어스 퍼즐북 : 숫자 - 스도쿠 & 색다른 두뇌 트레이닝 수학 퍼즐 145 더 지니어스 퍼즐북
권기둥 지음 / 길벗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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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시간여유가 생기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지만, 예전에는 퍼즐책을 참 많이 사서 틈틈히 풀곤 했었다. 특히 친구와 여행 중에는 서점에서 흔히 파는 크고 얇고 질이 좋지 않지만 그만큼 저렴하면서도 퍼즐은 많은 퍼즐책을 사서 밤에 자기 전에 머리를 맞대고 풀다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도 많았다. 그러다 최근에 눈에 들어온 퍼즐책이 있었는데, 운 좋게 출판사에서 보내주셔서 해볼 수 있었다.

 


[더 지니어스 퍼즐북]이라는 책과 함께 큐브도 보내주셨는데, 큐브는 일단 뜯으면 다시는 지금의 형태를 갖출 수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고이 모셔두었다. 참고로 책은 총 세 종류로 '숫자', '큐브', '사고력'이 있는데, 처음에는 추리력, 숫자파악 능력 등이 필요하다는 '사고력'이 끌렸지만 '기사여행'과 '가쿠로'라는 처음 보는 퍼즐이 해보고 싶은 마음에 '숫자'를 고르게 되었다.

 

 


사진에서 보듯이 크기가 작아서 늘 가지고 다니다가 공연을 보기 전에 시간이 남아 커피숍에서 처음 책을 펼치게 되었다. 책에 담긴 퍼즐의 종류는 총 다섯 가지인데, 우리가 흔히 아는 '스도쿠', '마방진' 이외에도 다소 생소한 '크로스', '기사여행', '가쿠로'라는 퍼즐로 구성이 되어 있다. 

 


과연 시작은 무엇일까 기대했으나 첫 퍼즐은 '스도쿠'여서 실망,,ㅠ_ㅠ 스도쿠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너무 흔하고 많이 해봤던 터라 일단 뒤로 미루고 다른 퍼즐을 먼저 해본 후에야 스도쿠를 하게 되었다. 일부러 풀이과정을 지우지 않고 내가 고민한 흔적까지 남겨두었는데 내가 옆에 푼 흔적을 보듯이 전혀 어려움 없이 풀 수 있었다.(사실 오른쪽 상단에 보이듯이 난이도 별 1개이긴 했다.^^;;)

 


다음은 쬐끔 퍼즐을 넘겨서 '기사여행'과 '가쿠로'를 해봤다. 기사여행은 조금 특이한데, 1부터 마지막 숫자까지 (1,2) 혹은 (2,1) 대각선으로 이동해가는 방식이다. 설명하자니 좀 어려운데, 가로로 한 칸을 가면 세로로는 두 칸을 가고, 가로로 두 칸을 가면 세로로는 한 칸을 가는 방식으로만 이동을 해서 빈 칸을 모두 숫자로 채우는 것이다. 실제로 해보면 전혀 어렵지 않다.

진짜 어려운 것은 바로 그 옆의 '가쿠로'이다. 이것은 가로든 세로든 한줄에 1~9까지 숫자 중 중복 없이 채워넣어서 합계가 상단과 좌측의 숫자가 되도록 하는 퍼즐이다. 퍼즐 설명에도 있지만 이 퍼즐은 철저히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풀어야 하기 때문에 꽤나 머리를 써야 한다. 내가 푼 흔적을 봐도 지저분하기 짝이 없고(ㅜ_ㅜ) 저게 가쿠로 첫 게임인데도 난이도가 별2로 시작한다. 그렇지만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만큼 풀고난 후의 성취감도 다른 게임의 두 배는 된다.

 


너무 흔한 마방진은 소개를 생략하고, 마지막 소개는 '크로스'이다. 따로 설명이 필요없이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지만, 빈 칸에 숫자를 넣어서 합계를 맞추는 것이다. 쉬워 보이지만 이 역시 경우의 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난이도 별1개라서 쉽게 풀었다.

 


작가님은 책 소개에서 순서대로 풀어도 되고, 마음에 드는 퍼즐 위주로 풀어도 된다고 해서 나는 즐겁게 풀었던 '기사여행'과 '가쿠로' 위주로 풀어나갔다. 위에 보이는 건 103번 기사여행인데, 기사여행은 중후반부에 다다랐음에도(총 퍼즐의 갯수는 145개) 난이도 차이가 크지 않았다.(사실 구성 자체가 좀 독특하달까, 뒤로 간다고 무조건 난이도가 오르는 것은 아니도 전반적으로는 올라가지만 중간 중간 오히려 난이도가 내려가는 경우도 있긴 하다) 별3개가 되면 많이 어려우려나,, 싶지만 아직 거기까지는 못 갔다.^^;;;

 


가쿠로는 이 정도에 오니 별 3개가 되는데, 보다시피 첫 번째 시도에는 영 안되겠다 싶어 포기하고 다시 도전해서 성공했다. 이게 경우의 수가 많으면 이렇게도 넣어보았다가, 저렇게도 넣어보았다가를 반복해야 하는데 그러다보면 너무 헷갈려서 차라리 처음부터 하는게 깔끔하다. 사실 저 문제는 꽤 잘 만들어져서 경우의 수를 많이 고민하지 않아도 풀리는데 첫 번째에서는 단추를 잘못 끼워서 고생을 좀 했다. 그래도 확실히 후반부로 갈 수록 난이도가 올라가니 푸는 맛이 있었다.

오랜만에 종이와 연필을 손에 들고 숫자를 넣어가며 고민을 하니 생각보다 꽤 많이 즐거웠다. 예전에 네모네모 로직을 손으로 칸을 칠해가며 하다가 컴퓨터로 처음 하고는 너무 편해서 좋아하다가 희한하게 금세 질려버렸던 생각이 났다. 손으로 힘들게 한 칸 한 칸 칠하다가, 틀리면 다시 지우느라 고생했어도 확실히 퍼즐은 손으로 써가며 하는 것이 제맛인 것 같다. 숫자를 가지고 조합하며 머리를 쓰니 어쩐지 치매도 예방될 것만 같은(^^;;) 부수적인 효과까지 있는 퍼즐책 [더 지니어스 퍼즐북]. '숫자' 다 풀고나면 '사고력'에 도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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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스토리콜렉터 59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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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아아아아^#*#$%(@#!!!!! 이 책의 리뷰는 어쩐지 절규로 시작해야할 것만 같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사실 이 책은 나카야마 시치리의 책 중에서도 가장 먼저 손에 들었던 책임과 동시에 두 번이나 읽다 중단한 책이기도 하다. 극초반 굉장히 잔인한 묘사에 나에게 한동안 독서 트라우마까지 주었던 혼다 테쓰야의 [짐승의 성]이 떠올라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 잠시 접어두었는데, 한동안 나카야마 시치리의 다른 책을 여러 권 읽으며 생각보다 이 작가가 사회파 느낌도 나면서 전개도 재미있고 마지막에 반전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매력적인 책을 쓴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최근에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이 출간되면서 '으음, 후속작이 나올 정도로 매력적인 책인가!?' 싶어서 다시 손에 들었다. 꾸역꾸역 완독을 하긴 했지만 솔직한 감상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괜히 읽었다,,,'!!

사건의 전개는 여타 다른 그의 책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충격적인 시체가 발견되고, 곧 연쇄살인사건으로 이어진다. 피해자 사이에 특별한 연결고리는 보이지 않아 무차별 살인도 의심되지만 꾸준히 수사를 하다보면 미싱링크가 보이게 되고, 자연스럽게 범인도 밝혀지게 된다. 이번에는 한층 더 충격적인 상태로 시체가 발견되고, 무엇보다도 어린아이가 쓴 듯한 메시지 -사람=시체를 마치 개구리에 비유한 듯한 문장- 가 모두를 충격에 몰아넣는다. 동일한 수법으로 살해된 시체가 연달아 발견되면서 도시 전체에 불안감이 퍼지고, 이는 곧 무능한 경찰에 대한 불신과 불만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늘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일본 형법 39조 '심신 상실자에게는 책임 능력이 없어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우리나라에도 거의 동일한 형법이 존재한다)까지,, 과연 이 모든 사건을 꾸민 '개구리 남자'는 누구인가.

"형법 39조의 재검토보다 심신 상실이라는 정의를 엄격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심신 상실 혹은 심신 쇠약이라면서 그런 인간들이 손대는 상대는 언제나 여자와 아이뿐이다.

실수로도 폭력단 사무실이나 씨름 선수 방에 난입하지 않는 것은

충분히 판단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앞서 읽은 것을 후회한다고 감상을 썼지만 그것이 이 책이 재미가 없었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는 '뻔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매번 다른 내용, 다른 동기, 다른 사회적 이슈를 엮는 능력은 그야말로 탁월하다. 그렇지만 이번 작품은 그의 초기작이어서 그런지 다른 작품에 비해 다소 '삐그덕'대는 느낌이 있었다. 전반적으로 너무 과하다고 해야할까? 일단 지나치게 잔인하고 선정적이다. 시체의 묘사도 지나치게 세심하고, 중후반 분량을 꽤나 차지하는 전투 장면도 담고 있는 내용에 비해서는 분량도 많고 너무 격한 느낌이다.(실제로 한 사람은 죽었다고 해도 믿을 느낌)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동 성폭행을 너무도 과하게 묘사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 이 책이 이 정도 수위인데도 불구하고 전연령으로 출판되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였다. [짐승의 성]은 그 사건 자체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워낙에 충격적인 사건이었기 때문에 읽고나서 그 충격이 컸던 반면, 이 책은 지나치게 선정적인 묘사로 눈을 돌리고 싶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이 '굳이 그렇게까지 묘사해야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장면 -혹은 비중- 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과한 것이 설정이라고 할 수도 있고, 반전이라고 할 수도 있다. 설정 자체도 과한 느낌이 있었는데 반전을 만들기 위해 너무 노력한 감이 있다. 특히 책 뒷표지의 소개 문구 -친절하게 빨간색으로 강조까지 되어있다- 가 화룡점정이다. 반전에 무게중심이 너무 실리다 보니 나카야마 시치리의 다른 책에서 볼 수 있는 사회적인 메시지라든지, 책장을 덮은 후 길게 남는 여운과 함께 오랜 시간 곱씹어 생각하게 되는 주제 등의 매력이 이 책에서는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반전도 좀 뻔한 감이 있다.)

"당신들 경찰은 언제나 그래.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인권을 중시해.

하긴 죽은 사람이 항의할 일은 없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선의 회수라는 점에서는 여태 읽은 나카야마 시치리의 책 중 최고가 아닌가 싶다. 아주 사소한 말, 사소한 행동, 사소한 장면 하나까지 철저하게 활용하고 있어서 그 꼼꼼함에 다시 한 번 놀랐다. 그리고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늘 관련 사건이 발생하면 찬반 -실제로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는 반대가 압도적인 느낌이지만- 논란이 있는 심신상실자에 대한 처벌 여부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어릴 때 즐겨보던 TV 프로그램 '실화극장 죄와벌'을 유튜브에서 찾아서 요즘 즐겨보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은 과거의 사건을 법정 드라마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 프로에서 거의 매화 변호사가 불리할 때마다 '심신미약', '심신상실'을 주장하고 때로는 실제로 그것이 면죄부가 되는 것을 보며 오래 전 사건이라도 분통이 터지곤 했는데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를 보면서도 여러 가지 면에서 '과연 심신상실이 온전히 면죄부, 혹은 처벌이 아닌 치료감호 등의 그야말로 '보호'해야 할 이유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심신상실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아쉬움이 있었다. 이런 감상이 남는 것으로 보아 과연 나카야마 시치리의 책이긴 했나보다. 초기작이라 다소 아쉬움(플러스 정신적 충격)은 있었지만 그런 만큼 후속작인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에 대한 기대가 크다. 초기작에서 후속작까지, 어떤 변화가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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