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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나쓰키 시호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특별한 나, 혹은 이상한 나..."
"고이치는 독특해. 이런저런 소리를 듣는 이유는 주위 수준이 너무 낮아서야. 너는 그대로 당당하게 지내면 돼."
어머니의 입버릇이었고, 그래서 고이치는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은 그저 '이상한' 아이일 뿐이었다. 그런 고이치에게 담임인 '니키'는 한없이 평범한 '보통' 사람이었다. 적어도 그때, 그 광경을 보기 전까지는.
"이런 설정으로 잘도 이런 공감과 몰입을 이끌어냈구나...(?)"
‘소아성애증’이라는 선천적 정체성을 지닌 남성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철저히 통제하며 살아가는 과정을 그린 파격적인 소설입니다.
위에 적은 건 처음 이 책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소개글의 한 부분이다. '소아성애증'이라는 단어를 봤을 때, 실제로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소설을 읽으면 소설 속 인물에 크고 작음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정도 '공감'을 하고, 그 공감은 몰입을 이끌어 낸다. 그런데 소아성애증이라는 용납할 수 없는 정체성을 지닌 남성이 주인공인 소설이라니.. 과연 이 소설을 읽으며 공감할 수 있을까..에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고민하던 중 떠올랐던 게 재작년에 읽었던 '아사이 료'의 [정욕]이었다. 이상 성욕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제목은 '바른 욕망'이라는 뜻의 '정욕'이었던 소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똑같은 이유로 고민했지만, 읽은 후에는 '읽기 잘했군!'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아마 [니키]도 내게 그런 책이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손에 들었는데.. 거의 책에서 손을 뗄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했고,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이 책에 대한 감상을 '재미있었다'라고 표현하면 의아할지도 모르겠다. 위의 책 소개글을 보면 꽤나 처절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어서. 소설은 분명 니키의 소아성애증에서 시작한다. 이들이 단순히 담임과 학생이라는 관계에서 조금 벗어나 서로의 비밀을 아는 사이가 된 데에는 니키의 정체성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한 관계 속 이들 나름의 교류(?)는 예상과 꽤 다른 모습이었다. 니키의 비밀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분명 자신이 우위에 있을 거라는 고이치의 생각과 달리 니키와 대화를 하면 늘 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오래도록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해 온 니키의 말은 -고이치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뜻밖에 설득력이 있고, 그가 하는 조언은 분명 스스로의 비밀을 숨기기 위한 방편일 텐데 묘하게 고이치의 마음에 와닿는다. '자신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 '이상하다'는 시선에 상처받으며 '남들과 같은 나'를 추구해야 할지, '남들과 다른 나'를 고수해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한, 가치관이 확실히 정립되지 않은 소년이 다소 불온한 계기이기는 해도 '그나마'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어른을 만나 조금씩 달라진다..라고 하면 어쩐지 [니키]는 한 편의 성장소설처럼 느껴진다. 물론 그 어른이 소아성애증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인물이기는 해도, 적어도 일상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일 없이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고, 자신의 욕망은 비교적 건전한 -이걸 건전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어디까지나 비교적- 방향으로 억누르고 있다. 그래서 얼마 전에 읽었던 '샤센도 유키'의 [책의 등뼈가 마지막에 남는다] 속 한 구절이 소설을 읽는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저 선량하기만 한 사람이 착하게 행동하며 사는 것보다, 실은 잔인하고 포악한 사람이 착하게 행동하며 사는 게 훨씬 선량한 것 아니려나."
([책의 등뼈가 마지막에 남는다(샤센도 유키)] 중에서..)
이 구절에 대해 당시 내가 했던 생각은 "이에 대한 답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본성을 억누르고 정말 착한 행동만을 하면서 살아간다면 그쪽이 훨씬 어렵겠지.."였고, 이번에도 똑같은 생각이 들었다. 타고난 정체성을 억누르며 어떻게든 평범하게 살아가려고 하는 건 정말 어렵고, 순간순간 자신은 '가짜'라는 생각에 시달리지 않을까.. 싶다. 소설처럼 타인에게 단 한 번의 위해도 가한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정체성이 그렇다..라는 것만으로 그를 나쁘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을까 싶다.
다시 감상의 앞부분으로 돌아가서, 이들의 시작은 다소 불온했지만, 적어도 서로가 상호작용하며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보는 건 아슬아슬하지만 나름대로 유쾌한 면이 있고, 그래서 재미있었다. 등장인물에 공감하며 몰입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와는 달리, 아슬아슬한 순간마다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 풀렸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들었던 걸 보면, 이런 설정으로 잘도 이런 공감과 몰입을 이끌어냈구나.. 하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다름'이 무조건적인 '틀림'으로 느껴지지 않았으면.."
감상이 생각보다 길어진 것 같아서 짧게 마무리를 하자면.. 분명 소설은 자극적인 설정으로 시선을 사로잡지만, 책을 읽다 보면 자극적인 설정보다는 이들의 상호작용과 그를 통한 성장에 보다 집중하게 된다. '다름'을 가진 이들이 때로는 '특별함'을 추구하고, 때로는 '평범함'을 동경하고, 때로는 그래서 좌절하지만, 그럼에도 어떻게든 살아나가는 모습이 한 편의 청춘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뭔가 청춘의 싱그러움은 좀 부족한 듯싶지만... (?)) 이 소설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는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 그래도 이들의 다름이 무조건적인 '틀림'으로 느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조심스럽게 가져본다.
"감은 오컬트가 아니야. 눈과 귀로 들어온 정보로 확실히 깨닫고는 있었는데 아직 언어로 표현하지 못한 게 감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