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FACE
요코야마 히데오 외 지음 / 더픽션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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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미즈호의 성장 서사, 그리고..."


<마녀사냥>


J 신문이 특종 보도를 독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첫 번째 이야기부터 의표를 찌른다. 소재 자체는 일본 경찰 소설의 클리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특히 기자 출신 작가인 요코야마 히데오의 소설이라 더더욱 익숙하기도 한데 그게 [얼굴 FACE] 속 단편이고, [얼굴 FACE] 속 첫 번째 이야기라 조금 더 특별하다. 가만히 곱씹어 보면 사회파 미스터리 느낌도 나면서 다양한 감정이 뒤섞여 있는데 이렇게 잘 어우러질 수 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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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별의 봄>


연쇄 방화 사건이 벌어지는 도중, 미즈호가 담당하는 '무엇이든 상담 전화'에 걸려온 전화 한 통. '또, 집에 불이 난다'는 여성의 목소리. 이야기도 흥미롭고 복선이 꽤 섬세한 게 그 이상으로 놀랍다. 무엇보다 '어떤 사건'으로 얼굴 그림에서 멀어진 미즈호에게 일종의 '전환점'이 되기도 하는 단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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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의 데생>


그러니까 말입니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이야기에는 그런 게 있어요.. '어, 나 이거 알 것 같은데!?' 하고 읽다 보면 그게 영.. 틀린 건 아니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그게 늘 이 작가의 책을 '좋아한다'거나 '인상 깊다'는 감상으로 이끄는 것 같다. <의혹의 데생> 역시 그런 이야기였는데, '오래된 우물을 들여다보는 여자' 그림에 얽힌 '마음'은, 이번에는 정말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그 의미를 알았을 때 쿵! 하고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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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자>


​소설 속 미즈호는 원래 얼굴 그림을 그렸다 보니 눈썰미가 좋고 기억력, 특히 얼굴이나 인상과 관련된 기억력이 좋은 편인데 [얼굴 FACE]에서는 좌천이나 다름없는 인사에 좌절하면서도 얼굴 그림이 아닌 쪽에서도 자신의 특기를 살리며 조금씩 일어서고 성장하는 미즈호를 보는 재미가 있다. 일견 평범한 듯 보이는데, 의외의 눈썰미가 빛을 발하며 번뜩일 때 묘하게 기특하다고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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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총구>


​다른 단편의 두 배쯤 되는 분량의 마지막 이야기. [얼굴 FACE] 전체가 미즈호의 '성장 서사'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면, 마지막 이야기는 그런 성장 서사에 요코야마 히데오 표 경찰 소설의 매력이 한 스푼 가미된 것처럼 흥미로웠다. 다시 한번 다양한 감정이 뒤섞이고, 그 이면에 도사린 '진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과정이 [얼굴 FACE]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잘 어울렸다. '이대로 끝내긴 좀 아쉬운가..' 싶을 때 나온 '에필로그'까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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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일그러진 감정은 묘한 여운을 남기고.."



일본에서 [얼굴 FACE]가 출간된 것은 2002년으로 책 속의 미즈호를 포함한 여경의 상황을 생각하면 여경이 그다지 보편적이지 않고, 차별도 많았던 때로 짐작할 수 있다.(굳이 이 때로 한정하기도 뭐한 게 그 이후로 출간된 책에서도 여경에 대한 차별은 공공연한 소재가 되곤 했다) 사실 2002년이면 생각보다 오랜 과거도 아닌데 이 정도로 차별이 심했을까.. 싶을 정도인데, 그래서 지금 이 책을 읽는다면 다소 시대상에 뒤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어쩔 수 없이 받게 되는 부분이 있다. 아무리 20년도 더 전이고, 아무리 일본이라지만 여성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일 수 있다고!? 하는 의문이 들 수는 있겠지만, 그 부분은 어느 정도 감안하고 읽기를 권하고 싶다. 대신 초점을 여경에 대한 차별보다는 그 안에 담긴 '드라마'에 맞추면 조금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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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미즈호는 얼굴 그림,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몽타주'를 전문으로 그렸지만 현재는 다른 업무를 하고 있고, 그럼에도 언젠가 다시 감식과로 돌아가 얼굴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마음속에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녀가 얼굴 그림을 그리면서 가지게 된 관찰력과 통찰력 등은 다른 일을 하면서도 훌륭하게 발휘되어서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는 다른 이면까지 파헤치게 된다. 다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각 장에서는 각기 다른 사건을 다루고 있고, 전체적으로 보면 좌천된 여경 미즈호가 점차 과거 사건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한 사람의 경찰로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과정으로 보이기도 한다. 아무래도 경찰이라는 조직의 특성상 여경의 역할을 한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고, 그 속에서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을 미즈호라는 주인공을 내세워 감정적인 부분까지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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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번에 [얼굴 FACE]가 재독이었는데, 처음 읽었을 때는 '이야기가 좀 심심한가..' 싶은 생각이 있었다. 뭔가 그때까지 읽어온 요코야마 히데오의 '경찰 소설'에 비해 사건도 좀 가볍고, 이야기도 좀 가볍고.. 전반적으로 도파민이 좀 부족한 것 같다!는 감상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늘의 계절]에서 미즈호의 '사정'을 접한 뒤이기도 했고, 이번에는 어느 정도 알고 읽다 보니 보이는 것들이 더 많았다. 소소한 듯 보이는 이야기지만 경찰 소설의 대가답게 경찰 내의 알력, 경찰과 기자 간의 알력, 여기에 더해서 '여경'이라는 제한된 입지에 처한 이들의 고군분투까지 더해진, 제법 스펙타클한(?) 이야기였던 것이다. 사실 스펙타클..이라는 건 반쯤 농담이지만 어느 정도 치열함이 있고, 무엇보다 그 안에 담긴 감정이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깊게 다가오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 작가님의 소설은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늘 그 묘하게.. 뭐랄까 다소 일그러진 감정이 여운이 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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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재미와 공감이 있는 책"



[그늘의 계절]에 이어서 [얼굴 FACE]의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 사실 조금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책은 이미 한차례 출간되었다 대부분 절판이 되기도 했고, 일단 술술 읽히는 요즘 스타일의 책은 분명 아니라서. 특히 [얼굴 FACE]는 [그늘의 계절]에 비해서도 허들이 좀 있는데, 이 케케묵은 성차별을 지금의 '우리'가 얼마만큼 공감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다시 읽은 [얼굴 FACE]은 오히려 처음 읽을 때보다 더 좋았다. 사고방식은 고리타분하지만, 그래서 더 다가오기도 하고, 그 표면에 도사린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을 한층 들어내고 보면 의외의 재미와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감'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얼굴 FACE]가 선사하는 묘한 여운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기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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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기 싫은 것들과는 계속 헤어지고, 헤어져 버리고 싶은 것들과는 결별하지 못하고 끝났다.


범죄란 이런 것이다. 직접적인 피해자뿐만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곳까지 불행의 파문을 던져 수많은 소중한 것들을 짓밟는다. 사람을 울리고, 상처를 입히고, 사람의 일생을 망친다. 범인은 모른다. 평생 자신이 뿌린 독이나 가시에 대해 모른 채 태연자약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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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주워진 세계
아사쿠라 히로카게 지음, 이구름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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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결벽증을 가진 남자 vs. 쓰레기를 주워오는 여자"



청결을 강조하는 아버지로 인해 늘 청소만 하고 계신 듯했던 어머니. 그래서 마치 무균실과도 같은 집에서 살다 독립한 '아사히'. 뜻밖에도 그는 청소회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아사히의 집은 독립 전과 마찬가지로 깨끗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아사히의 옆집에 사는 '도모에'는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고, 심지어는 쓰레기를 끊임없이 주워오는 여성이다. 서로 정반대에,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두 사람의 만남은 서로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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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이 쌓아 올린 견고한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는..."



[우리가 주워진 세계]의 설정은 꽤 독특하다. 극도의 결벽증을 가진 아버지로 인해 이를 싫어하면서도 마찬가지로 결벽증을 가지고 살아가는 아사히는 그에 대한 반작용처럼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한다. 그리고 어린 시절 어머니와 단둘이 흔히 말하는 '쓰레기집'에서 살다 구출된 도모에는 여전히 자신의 집을 쓰레기로 채우고 있다. 그게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이래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오랜 시간 쌓아 올려진 일종의 '습성'은 쉽게 버릴 수 없다. '이래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계속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랬던 두 사람이 아사히의 직장 동료 '민토'를 매개체로 조금씩 가까워지는 과정은 순탄치 않아서 더 안쓰럽고 한편으로는 마치 블랙 코미디처럼 웃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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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는 옆집의 '참상'을 보고 칠색 팔색 하며 방충제를 뿌리다가도 막상 도모에의 사정 이야기를 들으니 안쓰럽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한편으로는 저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다가도 또 막상 자기는 뭐가 다른가 싶기도 하다. 도모에 역시 자신의 삶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그 습성으로 인해 여태 겪어온 일들도 있어서 달라지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집을 채운 '쓰레기'를 버릴 수 없다. 너무 극단적인 두 사람, 너무나도 대칭점에 있는 듯한 두 사람이라 그 거리가 좁혀지기 쉽지 않을 것 같지만, 두 사람은 의외로 쉽게 서로에게 다가간다. 방식은 다르지만 가정 환경에서 비롯된 다소 '기울어진' 습성을 가지고 있고,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라는 같은 의문을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이들의 이런 행동이 일종의 '결핍'에서 비롯된 것이다 보니 서로가 다가가는 만큼 조금씩 채워지는 결핍이 아마도 이들의 사이를 보다 쉽게 가까워지도록 만들어주는 것 같다. 자신의 습성으로 인해 누구와도 가까워질 수 없던 삶을 살던 이들이 자신과 비슷한 결핍을 가진 사람을 만나 서툴지만 조금씩 가까워지고, 그래서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이 애틋하면서도 응원해 주고 싶게 만들었다. 스스로 쌓아 올린 견고한 벽이 조금씩 허물어가는 과정이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단순히 두 사람의 관계뿐만 아니라 이들을 둘러싼 세계의 벽도 조금씩 허물어지고, 각자의 결핍 역시 조금씩 채워지는 게 참 따뜻했다. 뭔가 청춘소설 같으면서 한편으로는 성장소설 같고, 나와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인 것 같지만 가만히 보면 내 이야기 같은 그런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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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지만, 한편으로는 마냥 따뜻하지만은 않은 현실"



참 묘한 책이다. 설정이 다소 무거운 편이라 읽기 힘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술술 잘 읽힌다. 다소 극단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다 보니 공감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은근히 점점 마음이 움직인다. 가끔은 우스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희한하게 그럴 때 뭔가 묘하게 뭉클하기도 하다. 아직 생각이 깊지 않다.. 기보다는 깊기 어려운 어린 주인공들인데, 이들이 하는 말은 의외로 깊이가 있다. 책 속에서 툭 던져지는 말이 마음 깊은 곳에 와닿으며,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



몇 번이고 버려지고, 녹아내리고, 다시 태어나는 순환이 세상을 지탱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하게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자원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줄어든다.

(중략)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어. 그러니 마지막까지 자신을 포기하지 마. 사람들은 그렇게 서로를 격려한다. 아마도 그것은 아직 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일지도 몰랐다.

몇 번이고 재활용되는 자원처럼 사람도 실패하고 버려졌다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마음은 조금씩 닳고 깎여 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절망의 늪에 빠진 사와키 씨 같은 사람에게는, 자신을 포기하지 말라는 말조차 잔인하게 들릴 수 있다.


위로의 말을 건네는 건 간단하지만, 그 말이 정말로 '위로'가 될까..는 또 다른 말인 것 같다. 책 속 아사히와 도모에, 그리고 다른 등장인물 역시 마냥 서로에게 위로가 되거나 도움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함께라서 더 힘들기도 하고, 건네지는 위로조차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도 있다. [우리가 주워진 세계]는 따뜻하지만, 한편으로는 마냥 따뜻하지만은 않은 현실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더 공감이 가고 마음이 간다. 이들의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하기를 바라는 한편, 내 주변도 조금 더 따뜻하기를 바라게 된다. 흔한 힐링물과는 조금 다른 묵직함이 있지만, 그마저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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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문장들


"쓰레기집, 하면 고독을 떠올리는 게 일반적이잖아. 결국 너무 외롭다 보니 물건들 사이에 파묻혀 있지 않으면 불안해서 살 수 없는 거 아닐까?"


쓰레기집은 고독이다. 그럼 텅 빈 청결한 집에 사는 나는 고독하지 않은 걸까.


"도모에가 자기 자신을 버린다고 해도 내가 몇 번이든 도모에를 주워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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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품집
혜림 외 지음 / 엘릭시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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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광신도> (혜림)



서신, 익명의 게시글과 그 댓글, 일기, 녹취록 등 다양한 기록으로 전개되는 소설이라 한창 화제가 되었던 '세스지' 작가의 [긴키 지방의 어느 지방에 대하여]를 위시한 모큐멘터리 소설이 떠오르기도 했다. 진행 과정은 꽤 흥미로웠는데 결말이 조금 아쉽고, 결말을 보고 나니 과정도 약간 아쉽게 느껴졌다. 뭔가 '그 결말'을 이끌어내기 위한 복선은 다소 부족하고, 불필요한 서술이 길었던 것 같은 느낌? 등장인물 중 유독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 인물이 있기도 했고.. 하지만 예상치 못한 반전은 -어쨌든- 놀라웠고, 이야기 속에 담긴 여러 사연 속 인물들의 생각이 아주 적나라하게 기술된 게 아주 현실적이었다. 조금 더 결말에 힘을 실어주는 과정이었으면 아주 흥미롭고 놀라운 이야기였을 듯!




<심판관> (김상태)



저의 베스트는 '김상태' 작가님의 <심판관>입니다! 2001년이라는 다소 낯선 시대 배경에 인도와 네팔의 경계에 위치한 '발루아'라는 낯선 도시까지 익숙하지 않음이 가득했지만, 그런 익숙하지 않음을 익숙하게 만들고, 그런 익숙하지 않음마저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데에서 작가님의 저력이 제대로 느껴졌다. '도대체 어떤 상황이지..?'라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시작, 낯선 곳에 뚝 떨어진 이방인의 입장..이라는 상황에서 오는 긴장감도 좋았고, 일단 사건이 벌어진 이후에는 걷잡을 수 없게 돌아가는 것도 좋았다. 무엇보다 그 전개 끝에 자리 잡은 결말이 (원래는 좋아하지 않는 방식임에도) 아주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작가님 이름 잘 기억해 두었다가 다른 책이 나오면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호명: 망자의 이름을 부르니> (김아직)



올해 초에 읽었던 [그날,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천사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죽는다>의 '김아직' 작가님의 단편이라 기대했던 <호명: 망자의 이름을 부르니>. 이번에는 지극히 한국적인 느낌으로, '바리공주'라는 나름 힘을 가진 인물을 등장시킨다. 산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시신이 발견되는데, 신원조차 알 수 없다. 망자를 데려가기 위해 망자의 이름을 알아내야 하는 바리공주가 경찰과 협력해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인데.. 사건도 흥미롭고 힘과 제약이 동시에 있는 바리공주의 설정도 나름 재미있지만 설정 쪽에 너무 공을 들인 나머지 사건 자체도, 사건에 담긴 행동이나 생각도, 그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도 다소 매끄럽지 못한 게 아쉽다. 하지만 꽤 매력적인 설정을 잘 구축해 놓아서 이후 시리즈로 나와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지역 노인-유학생 교류 시범사업에 관하여> (황수경)



어, 이거 미스터리 소설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던 <지역 노인-유학생 교류 시범사업에 관하여>. 노인과 유학생을 연계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교류 사업을 시범적으로 운영한 후 작성한 보고서 중 세 편을 보여주는데 이 보고서의 내용이 꽤 재미있다. 딱히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이 사업 자체와 사업의 결과만으로도 흥미로운데!? 싶었다. 노인의 삶과 유학생의 삶 모두에 깊은 이해가 수반된 이야기라고 느껴졌고, 그래서 더 좋았다. 그리고 이 세 편의 이야기 속에 담긴 '무언가'가 있는데.. 그 또한 흥미롭지만 마무리가 뭔가 조금 급하고 모호한 게 아쉽다. 과정에 공을 들인 만큼, 결말에도 조금 더 공을 들였다면 더더 좋았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 독특한 소재와 구성임에도 접근성도 좋고, 읽기 쉬운 이야기들이었다. 미스터리 소설은 한 줌의 마니아가 끌고 가는 비교적 폐쇄적인 취미(?)의 영역이라는 선입견이 없지 않은데, 이렇게 읽기 쉽고 그러면서도 재미와 완성도를 잃지 않는 이야기들이 꾸준히 나와야 새로운 독자들도 미스터리를 보다 가깝게 느끼지 않을까.. 싶다. 책 뒤표지에 적힌 것처럼 "무한히 확장하는 한국 미스터리"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네 편이었는데, 단편치고는 적지 않은 분량에 밀도까지 높은 이야기라 읽는 내내 즐거웠다. 개성 넘치는 네 편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제9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품집].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꼭 읽어봐야 할 재미있는 한 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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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위선자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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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간호사 메건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평범하지 않은 일들.."



육교에서 뛰어내려 혼수상태에 빠진 '케이틀린'. 그런 그녀를 담당하게 된 간호사 '메건'. 케이틀린의 부모는 슬픔에 빠진 채 메건에게 의지하고, 메건은 케이틀린을 찾아오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로 인해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혼 후 혼자 딸을 키우는 메건은 이혼자 지원 모임에서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 '냇'을 만난다. 반가움도 잠시, 냇의 이마에 든 멍이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냇의 상황은 메건이 생각한 것보다 더 심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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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쿠비카 작품 중 가장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한다."


​

소설 속에서는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가지 사건들이 벌어지는데, 작가의 필력이 좋은 덕분인지 복잡한 느낌도 없고, 아무래도 사건들이 많이 벌어지다 보니 심리 묘사가 늘어질 정도로 이어지지도 않아서 꽤 스피드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뭔가 벌어질 듯, 벌어질 듯한 느낌을, 이런 표현이 적확할지는 모르겠지만 꽤 '우아한' 표현과 함께 주고 있어서 읽는 맛이 있었다. 이 모든 일들이 어떻게 이어지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증폭될 즈음에 떨어진 '폭탄'은 가히 수류탄급이 아니었나 싶다. 순간 멍해질 정도로 놀랐는데, 머리에 띠지의 '메리 쿠비카 작품 중 가장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한다'라는 문구가 떠오르고 순식간에 이해가 되었다. 이 소설의 연출(?)은 꽤나 재미있는 부분이 있는데, 아마 '그 부분'에 다다르면 물밀듯이(?) 연출의 포인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 지점을 위해 희생된 부분(?)이 많다는 아쉬움이 있긴 하다. 뭔가 있을 듯, 있을 듯했던 부분들이 너무 의미 없이 사라진 듯한 느낌이 있는데, 이왕이면 뒷이야기를 조금 더 다뤄주었다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 순간의 도파민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필요한 희생이라고 봐야 할 지도. 결말은 호불호가 꽤 있을 것 같은데, 일단 나는 이런 류의 결말은 불호에 가깝다. 하지만 작가는 꽤 영리하게, 불호인 사람도 은근히 '호'일 수 있게 끌어당기는 '무언가'를 남겨두었다. 그래서 마냥 불호라고 할 수 없는 게 또 재미있었다.




"어쩌면 꽤 마음에 드는 작가를 알게 되었을 지도..?"



리뷰에 그런 감상을 적을 때가 있다. 반전은 좋아하지만, 오로지 반전만을 위한 책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이런 책은 일단 반전을 눈치채면 재미있게 읽기 어렵고, 반전을 위한 무리한 설정, 전개, 결말인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런 책이 좋은 건 그 반전이 진짜 예상 밖일 때, 그래서 도파민이 폭발할 때다. 온갖 기상천외하고 치밀한 반전이 난무하는(?) 일본 추리소설에 비해 영미 스릴러의 반전은 꽤나 정형화된 느낌이 있어서 '이거 아니면 이거겠지..'라는 뻔함이 있는데, 뻔하건 그렇지 않건.. 을 떠나서 어떻게든 독자를 속이는 책이 등장하면 꽤나 반갑다. [다정한 위선자]는 분명 반전을 위한 무리한 설정과 전개가 있긴 하지만 반전이 정말 놀라웠고, 반전을 빼고 봐도 꽤 흥미로운 전개라 어느 정도 아쉬운 부분에 눈을 감게 되는 것 같다. 영미 스릴러의 적지 않은 분량과 감정 묘사에 힘겨워 하는 터라 한 권 읽고 나면 텀을 두게 되는데, [다정한 위선자]를 덮자마자 이 작가의 다른 책을 검색해 보게 되었다. 작가의 다른 책도 이 정도라면, 어쩌면 꽤 마음에 드는 작가를 알게 되었을 지도..라는 생각을 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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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이프 엄금 - 변사한 대학생의 핸드폰 ㅣ 엄금 시리즈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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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화면을 보는 것 같은 재미가 있어요. 흥미진진한 내용이긴 한데 아직 약간 뭔가 더 있을 것 같은? 6월에 출간 예정인 후속작이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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