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명성아파트
무경 지음 / 래빗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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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단으로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1939년 7월의 어느 날, '명성아파트'에서는 영화 촬영이 한창이다. 301호 '최연자'의 집에 식모로 함께 살고 있는 '입분'을 비롯한 아파트 사람들에게 촬영은 신기한 일이었다. 하지만 촬영 도중,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하기로 한 아파트 관리인 '우에다'가 살해당한 채 발견되고, 현장에서 붉은 글씨로 쓰여진 '불온한' 메시지가 발견되며 아파트는 혼란과 공포에 휩싸인다. 경찰은 입주민들을 의심하고, 수사를 해나갈수록 여러 가지 수상한 정황이 드러나는데..



일단 이 책은 배경부터 지나칠 정도로(?) 흥미롭다. 1939년이면 일제강점기인데, 의외로 배경이 '아파트'이다. 그리고 이 아파트에는 조선인과 일본인이 두루 거주하고 있는데, 이들은 지극히 평범한 이웃사촌으로 보일 뿐, 우리가 생각하는 적개심 같은 건 -실상은 어떤지 차치하더라도- 일단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후, 그리고 그 사건 현장에 남겨진 메시지로 인해 이들 사이에도 어딘지 모를 미묘한 공기가 감돈다. 뭔가 '인 듯 아닌 듯'한 아슬아슬함이 주는 흥미로움이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여기에 등장인물 역시 배경 못지않게 흥미롭다. 일단 책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은 열두 살에 불과한 조선인 소녀 '입분'이다. 기존에 일하던 집에서 쫓겨나 겨우겨우 최연자의 집에 식모로 들어가 살고 있는 소녀지만 눈치도 빠르고 관찰력도 뛰어나다. 그리고 그런 입분이 모시는 마님 연자 역시 평범하지 않다. '셜록 홈즈'나 쓸 법한 모자를 쓰고, 수상한 사람들이 그녀의 집을 드나들고, 무엇보다 뛰어난 통찰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마님과 식모지만 한편으로는 탐정과 조수 같기도 한 이들의 기묘한(?) 관계 역시 책에 큰 매력을 더해주고 있다. 기존 작가님 책 속 등장인물들도 하나같이 입체적이고 매력적이었는데, 이번 책은 그와는 어딘가 다를 묘한 매력이라고 해야 할지...?? 이들 외에도 명성아파트의 입주민들은 평범한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건과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지 모를 이들을 보면서 책장 넘기는 것을 멈출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신없이 푹 빠져서 읽었다.



살인 사건이 벌어지기 전, 명성아파트 입주민들 사이의 에피소드만 봐도 '와, 미쳤다.. 너무 재미있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는데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현장에 기묘한 메시지까지 등장하며 이보다 더 재미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시대 상황을 잘 살린, '이때라서 가능했다!' 싶은 발상부터 촘촘하게 심어 놓은 복선, 예상을 하든 못 하든 놀라울 수밖에 없는 결말까지 어느 하나 부족한 점이 없었다. 추리소설로 봐도 재미있고, 시대소설로 봐도 흥미진진하고, 드라마로 봐도 몰입도가 높다. 아, 앞의 감상은 취소, 이 책에 유일하게 부족한 점이 있다면 다음 권이 없다는 거죠...ㅠ



나는 무경 작가님 책을 정말 좋아하지만, 기존 작가님의 책이 술술 잘 읽히는 편인가.. 하면 마냥 고개를 끄덕이기는 쉽지 않다. 내용이 복잡해서.. 라기보다는 아무래도 시대 배경이 현대가 아니라는 것과 다소 많은 인물이 유기적으로 엮여 있다 보니 흐름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1939년 명성아파트]는 정말 읽기 쉽다. 이 정도면 아이들이 읽어도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싶을 정도로 읽기 쉽다. 아무래도 시대 배경의 소설은 시대 상황을 잘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어렵고, 특히 당시 시대를 살지 않은 우리가 그들의 행동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자체가 쉽지 않을 수 있는데 이 책은 그런 허들을 아주 쉽게 넘어선 것 같다. 그러면서도 시대 배경 소설이 지닌 매력을 너무 잘 드러나서 '와, 이 소설을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무경 작가님 작품을 좋아한다면 절대 놓칠 수 없는 작품이고, 아직 작가님의 작품을 읽어 보지 않았다면 입문작으로도 강추하고 싶은 책이었다.



"사람은 다른 이의 겉모습을 중요하게 여길 뿐, 본질이 어떤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겉이 그럴듯하게 보이면 속도 그럴듯하다고 여기는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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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나방
마태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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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퇴원 후, 엄마가 달라졌다"


1년 전, 교통사고로 전신 골절 및 뇌손상을 입고 여태까지 병원 생활을 하고 있는 '소영'. 혼수상태에서 깨어났을 때 소영은 기억을 잃고 인지 능력도 다섯 살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일상생활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만큼 회복했다. 그리고 그런 소영의 옆에는 항상 '엄마'가 있었다.

하지만 소영이 퇴원하고 집에 오면서부터, 소영이 상상한 것과 전혀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전신이 마비된 채 휠체어 생활을 하는 아빠, 생활감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집, 그리고 급격하게 변해버린 엄마까지.. 사고 전, 소영의 삶은 원래 이랬던 것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분명 소영의 잃어버린 기억 속에 있을 것이다.



"스릴감, 위기감, 긴장감...이 책을 가득 채운다!"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다 깨어난 딸과 그런 딸을 성심껏 간호한 엄마. 그리고 1년의 병원 생활 끝에 퇴원을 하게 되고, 함께 집으로 간다. 여기까지 써놓고 보면 참 흐뭇하고 따뜻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단 한 번도 '따뜻함'이나 '흐뭇함'을 느껴본 적이 없다. 이 책을 감싼 공기는 단어로 굳이 적자면 뭐랄까.. 알 수 없는 긴장감, 원인 모를 불편함, 그리고 분명 빗나가지 않을 것 같은 '쎄함'이었다. 딸에게는 한없는 믿음의 대상이어야 할 엄마와 엄마에게는 한없는 모성애의 대상이어야 할 딸이라는 관계..지만 그 한없는 믿음과 한없는 모성애가 정말 당연한 걸까? 믿는다면 무슨 일을 해도 되고, 사랑한다면 또 무슨 일을 해도 되는 걸까? 애초에 '모성애'라는 건 누구에게나 당연하게 생겨야만 하는 감정인 것일까..? 그리고 그 모성애를, 받아들이는 쪽에서 '사랑'이라고 느끼지 못한다고 해도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보통 동양인, 그중에서도 한국인에게 '모성애'는 유독 각별한 감정인 것 같은데, 그래서 책이나 영화, 드라마에서도 심심치 않게 소재로 다뤄지는 것 같다. 당연한 것 같지만, 사실은 당연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 당연함의 형태도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누에나방]은 보통의 추리소설처럼 일단 누가 죽으면서 시작한다든지..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아님에도, 사실 세상 다정한(?) 모녀의 모습으로 시작하는데도 시종일관 마음을 놓지 못한 채 읽게 된다. 우리 가족만이 함께 하고 있는 집이 배경일 때도 그 어떤 스릴러 영화보다도 더 스릴 넘친다. 단순히 '엄마가 잠시 집을 비운다'라는 상황인데, 소영은 현관 앞에서 엄마가 정말 나가는 건지 확인하려 하고, 엄마는 소영이 얌전히 집에 있는지 확인하려 한다. 이렇게 글로 써놓으면 '아픈 딸이었으니까 뭐 그럴 수도 있지 않나..' 싶겠지만, 이 상황을 책 속에서 마주하면 아마 '그럴 수도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을 것이다. 뭐랄까.. 그런 일이 벌어질 일은 없겠..지..만.. 싶은 한편으로 '얌전히 있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울 것만 같은' 위기감이 이 책을 감싸고 있다. 엄마와 딸인데 이럴 수 있는 걸까.. 싶다가도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엄마와 딸이니까 이럴 수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의아함도 있다. 엄마는 왜 소영에게 이렇게까지 하는 것인지, 그리고 때때로 보여주는 엄마의 기이한 행동이나 말의 의미는 무엇인지.. 그 의문을 명쾌하게 풀어줄 결말이라는 게 있기는 한 것인지.. 그래서 후반부 전개와 마주했을 때 정말 '아...' 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모든 의문을 풀어줄 답은 분명 있었다. 물론 그 답이 이해할 수 없는 등장인물의 행동을 이해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이 책에는 읽는 독자뿐만 아니라 그 등장인물 자신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라는 게 존재하니까. 그렇지만 적어도 왜 그런 행동을 해야 했고, 왜 그런 말을 해야 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유는 있다. 이유는 있지만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런데 그게 딱 이 책에 대한, 그리고 이 책 속 모녀에 대한 비교적 적확한 감상이 아닐지..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조만간 [습기]를 손에 들게 될 듯.."



보통 설정이 흥미로우면 전개와 결말이 설정 이상으로 흥미롭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누에나방]은 흥미로운 설정 이상으로 전개가 흥미로웠다. 사실 전개가 워낙 흥미진진했던 탓에 결말은 살짝 심심한가.. 싶기도 했는데, 이 소설에는 그런 다소 심심한 듯한 결말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러니까, 그런 결말이 심심하게 보인다는 건, 뭔가 이 책이 주는 심심치 않은(?) 전개에 그만큼 절여졌다는 뜻일 테니까. 읽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고, 이 책이 주는 묘한 찜찜함을 느끼면서도 페이지 넘기는 것을 멈추지 못했던, 그야말로 '재미있다'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들었던 책 [누에나방]. 한 편의 스릴러 영화, 그것도 진짜 제대로 된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인데 진짜 영화로 나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과연 소설 이상의 스릴을 줄 수 있을지 벌써 궁금..한데 반대로 말하면 텍스트로 이만큼의 스릴을 줄 수 있다는 자체가 놀랍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작가의 말'을 보며 왜 이 책이 '누에나방'이라는 제목이었는지 확인하고, 그 의미를 스스로 생각하며 여운에 잠겨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나는 아무래도 조만간 [습기]를 손에 들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며.




우울은 혈액형 같은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고 노력한다고 바꿀 수도 없다.


엄마가 딸에게 가하는 학대라는 것은 잠시 동안만 유지되는 몸의 상처나 굶주림보다 훨씬 길게 이어진다. 그래서 곧 한 사람의 인생이 된다.


나는 죄를 지었다. 엄마를 사랑할 수 없는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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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와 불가사의한 상자 리얼 탈출북 4
SCRAP 지음, 김홍기 옮김 / icox(아이콕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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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오래 기다렸는데 드디어!! 이번에도 진짜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시리즈던데 꾸준히 다 나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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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얼굴
사쿠라다 도모야 지음, 최고은 옮김 / 반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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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 서평단에 선정되어 가제본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얼굴이 훼손되고 양손이 절단된 채 발견된 시신"


도로에서 멀지 않은 계곡에서 한 남자의 시신이 발견된다. 얼굴이 짓뭉개지고, 양손이 절단된 상태의 시신은 신원 확인부터 쉽지 않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경찰 '히노'의 머리를 스친다. 하지만 뜻밖에 얼마 후 발생한 다른 살인 사건으로 인해 이 시신의 신원이 생각보다 빠르게 좁혀진다. 하지만 두 사건 사이의 연결고리가 좀처럼 밝혀지지 않고 사건은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한편, 경찰서에는 한 소년이 찾아와 첫 번째 사건의 시신이 10년 전 실종된 자신의 아버지가 아닌지 확인하고 싶다는 요청을 하는데...




"서서히 스며들어오는..."


[매미 돌아오다]가 참 재미있었다. 뭔가 일상 미스터리 같으면서도 마냥 가볍지 않고, 잔잔한 것 같은데 여운이 긴.. 한 권밖에 읽지 않았지만 '이런 게 이 작가님의 스타일이구나!'라는 느낌이 빡! 하고 왔던 터라 [잃어버린 얼굴]은 아무런 정보 없이 '무조건 읽는다!' 싶었는데 초반 설정부터 당황스러웠다. 주..인공이 경찰이라구요..?? 그.. 시신이 발견되었다구요..?? 그러니까 그.. '잃어버린 얼굴'이 어떤 근사한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얼굴이 없는 시신을 말하는 거였다구요..?? 근데 이 책이 다른 작가님의 책이 아니고 사쿠라다 도모야 작가님 책이 맞다는 거죠..?? 너무도 다른 스타일에 당황스러웠던 것도 잠시, 아니 잠시보다는 조금 길었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어느새 이 책에 푹 빠져서 읽고 있는 내가 있었다.


여타의 경찰소설이 그렇듯, [잃어버린 얼굴] 역시 주인공인 경찰이 발로 뛰며 단서를 찾아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지만 그 단서라는 게 쉽게 잡혀줄 리 없으니 한 발 나아가는가.. 싶으면 제자리걸음이고, 또 한 발 나아가는가.. 싶으면 헛발질인 과정이 없지 않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 사건이 궁금하니 여기에 집중하면 좋겠는데 소설 속에서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는 사건이 하나가 아니니 실제보다 더 진전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묘하게 지루할 틈이 없다. 사건 자체가 자극적인 덕분(?)도 있겠지만, 소설 속 전형적인 것 같으면서도 마냥 그렇지 않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다소 늘어질 수 있는 수사 과정을 오히려 즐겁게 -수사 과정을 즐겁다..라고 표현해도 될지 미묘하지만..- 읽도록 만들어 준다. 그리고 지나고 보면 그 과정의 어느 하나도 허투루 쓴 게 없었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치밀하게 짜여진 '판'이라 그 판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보는 자체가 흥미롭다. 보통의 경찰소설이라면 수사 과정이 주를 이뤄 다소 드라이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잃어버린 얼굴]은 수사 과정조차 '감정'이 빠지지 않는다.(이런 면에서는 확실히 [매미 돌아오다]의 작가님이 맞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그런데 그게 신파라든지, 억지 감동 혹은 공감을 유도하는 감정이 아니라 서서히 등장인물들이 스며들어와 자연스레 누구에게든 공감하게 되는 감정이라는 게 좋았다. 이 소설의 결말은 치밀한 복선 덕분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분명 있지만, 많지 않은 분량에도 충분히 이끌어 낸 공감이 훨씬 더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어 준 것 같다.




"앞으로 기다릴 시리즈가 늘어난 것 같다"



추리소설, 그중에서도 일본 경찰소설이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굵직한 작가들이 있고, 워낙 무게감 있는 작품들을 써낸 탓에(?) 적은 분량과 다소 가벼운 느낌이 드는 경찰소설에 쉽게 만족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뭔가 '재미있다'고 말하기에는 눈이 너무 높아졌다고 해야 할까? [잃어버린 얼굴]은 그런 경찰소설들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무게감 있는 작품을 써내는 대신 적당히 무겁지만 그 안에 충분하고도 남을 만큼의 복선을 심어두고, 그에 버금갈 정도의 '감정'을 담아 전혀 다른 느낌으로 '재미있다'는 감상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지 않았나 싶다. 책을 읽으며 중반까지도 '사실은 내가 '야쿠마루 가쿠' 작가님의 책을 읽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비슷한 느낌을 받기도 했는데, 내가 야쿠마루 가쿠 작가님을 꽤 좋아한다는 걸 감안하면 사쿠라다 도모야 작가님의 경찰소설 역시 기존 작품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라는 방증이 될 것 같다. 심지어 이 작품이 작가님이 쓴 첫 장편소설이라고 하는데, 첫 장편소설부터 이 정도 퀄리티라니..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는.. [매미 돌아오다]를 읽고 그 전후 시리즈가 궁금해졌는데, [잃어버린 얼굴]을 읽고 나니 '이 책 역시 무조건 시리즈여야 한다!' 싶었다. 이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이 정도로 재미있는(?) 판에 배치했으면 더 써먹으셔야죠!? 아무래도 앞으로 기다릴 시리즈가 하나 늘어난 것 같다.



"차오르기만 하는 인생은 없고, 잃기만 하는 인생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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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이모션
이서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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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감정이 제거된 세상...??"


인위적으로 감정을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 도입된 세상. 감정 제거자만이 입사할 수 있는 최고의 기업' 노이모션랜드'. 그리고 감정이 없는 채로 태어나 25세가 넘도록 감정이 생기지 않은 유일한 인물이자 노이모션랜드의 상징과도 같은 '하리'. 만 30세를 앞두고, 마지막 감정 테스트를 받은 하리는 뜻밖에 결과 발표가 보류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기에 하리의 주변에서 이상한 일들이 연이어 발생하며 그녀는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되는데..




"'스토리가 좋다'라는 게 제대로 와닿는 소설"


일단 간략하게 줄거리를 적기는 했지만, 아마 저 줄거리를 읽어도 이 책이 무슨 내용일지 쉽게 짐작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노 이모션]은 지금 우리가 일상적으로 살고 있는 '평범함'과는 다른 평범함이 자리를 잡아가는(?)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를 구구절절 설명하자니 너무 길어질 것 같았다. 여기에 여러 사건들이 거의 동시에 발생하는데, 일견 연관성이 없어 보여 하나하나 언급하자니 맥락 없이 주절거리는 느낌이라 망설이다 다 빼버렸다. 그 결과 '그래서 이 줄거리에서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지..'라는 생각이 드는 줄거리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게 어쩌면 [노 이모션]을 손에 들고, 초반을 읽어 나가던 나의 감상일지도 모르겠다. 이 사건들은 왜 일어나고 있으며, 그래서 중요한 건 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어서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딱 1/3 정도 지점을 넘어가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혼란스러움은 사라졌고, 그때부터는 책에서 손을 뗄 수 없었다.



인간은 생각보다 감정에 많이 휩쓸리는 약한 면이 있다. 그러니 감정을 제거하면 보다 효율적인 인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논리(?) 하에 감정 제거술이 보편화되고 있다. 세계는 세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구역은 선천적으로든 후천적으로든 감정이 없는 사람만이 살 수 있고, 그 정점에 있는 게 바로 노이모션랜드이다. 노이모션랜드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감정이 없어야 하고, 회사에 다니면서도 꾸준히 감정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그 안에 감정 보유자가 있다는 소문이 돌고, 그 소문을 뒷받침하는 기묘한 일들이 하리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다. 보통의 세상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자그마한 사건이 [노 이모션] 세상 속 노이모션랜드에서는 회사의 근간을 뒤흔들 수도 있을 거대한 사건이 된다... 처음에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간극이 점점 이해가 되기 시작하면서 소설은 흥미로움을 더해간다.



[노 이모션]을 읽으며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어차피 결말은 정해져 있는 거 아닌가..'였다. 이 흐름이라면 분명 '그 결말'에 다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떨치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실제로 그 결말이었는가..는 차치하고 '스토리가 좋다'라는 게 이렇게 와닿은 적이 있었나 싶다. 아는 맛, 혹은 아는 맛일지도 모를 결말까지 가는 과정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감정이 없는 게 당연해지는 세상이 배경인데 그 어떤 소설보다 감정이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도 신기했고, 감정이 없는 인물이 주인공인데 그 인물의 감정이 누구보다 궁금해지는 게 또 신기했다. 인물 하나하나가 입체적이라 안 그래도 매력적인데, 딱 그 인물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저마다 있고, 그 인물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온전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인물뿐만 아니라 소설의 전개 속 모든 이야기가 그랬다. '도대체 왜..?' 싶거나 '이 에피소드가 굳이 필요할까..?' 싶은 부분이 없고, 혹 있어라도 언젠가 그 에피소드가 꼭 필요했구나!라는 깨달음을 안겨 준다. 이 모든 것들이 잘 어우러져서 끝까지 흐지부지한 구석이 없는, 촘촘하고 짜임새 있는 밀도 높은 이야기가 소설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소설로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매력을 잘 살린 책!"


감정이 없는 게 당연해지고 있는 세상, 그리고 그 세상에서 감정이 없는 채 태어나 유일하게 서른 살까지 감정이 없는 채로 살아온 주인공. 설정만 놓고 보면 꽤나 드라이한 소설이 될 것 같은데 실제로는 오히려 반대였다. 굉장히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감정이 풍부한 소설이었다..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분명 추리소설은 아닌데, 조각조각 난 듯한 이야기들이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추리소설 못지않게 흥미진진하다. 특히 '???!!' 하게 만들었던 어떤 장면은 그야말로 소설의 백미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소설을 읽는 내내 소설 속 장면들이 머리에 그려지는 것 같은 생생한 묘사 덕분에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있었는데, 영화로 만들면 소설 속 여러 디테일까지는 살리기 어렵겠지! 싶기도 하다.(하지만 혹시 영화화가 된다면 꼭 보고 싶음!) 그래서 소설로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매력을 잘 살린 책!이라고 말하고 싶은 [노 이모션]. '감정'과 관련된 주제 의식을 떠올리면서 읽어도, 오로지 재미! 흥미! 도파민!(?)을 중심으로 읽어도, 어느 쪽이든 만족할 만한 한 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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