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위선자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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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간호사 메건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평범하지 않은 일들.."



육교에서 뛰어내려 혼수상태에 빠진 '케이틀린'. 그런 그녀를 담당하게 된 간호사 '메건'. 케이틀린의 부모는 슬픔에 빠진 채 메건에게 의지하고, 메건은 케이틀린을 찾아오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로 인해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혼 후 혼자 딸을 키우는 메건은 이혼자 지원 모임에서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 '냇'을 만난다. 반가움도 잠시, 냇의 이마에 든 멍이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냇의 상황은 메건이 생각한 것보다 더 심각했는데..



"메리 쿠비카 작품 중 가장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한다."


소설 속에서는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가지 사건들이 벌어지는데, 작가의 필력이 좋은 덕분인지 복잡한 느낌도 없고, 아무래도 사건들이 많이 벌어지다 보니 심리 묘사가 늘어질 정도로 이어지지도 않아서 꽤 스피드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뭔가 벌어질 듯, 벌어질 듯한 느낌을, 이런 표현이 적확할지는 모르겠지만 꽤 '우아한' 표현과 함께 주고 있어서 읽는 맛이 있었다. 이 모든 일들이 어떻게 이어지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증폭될 즈음에 떨어진 '폭탄'은 가히 수류탄급이 아니었나 싶다. 순간 멍해질 정도로 놀랐는데, 머리에 띠지의 '메리 쿠비카 작품 중 가장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한다'라는 문구가 떠오르고 순식간에 이해가 되었다. 이 소설의 연출(?)은 꽤나 재미있는 부분이 있는데, 아마 '그 부분'에 다다르면 물밀듯이(?) 연출의 포인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 지점을 위해 희생된 부분(?)이 많다는 아쉬움이 있긴 하다. 뭔가 있을 듯, 있을 듯했던 부분들이 너무 의미 없이 사라진 듯한 느낌이 있는데, 이왕이면 뒷이야기를 조금 더 다뤄주었다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 순간의 도파민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필요한 희생이라고 봐야 할 지도. 결말은 호불호가 꽤 있을 것 같은데, 일단 나는 이런 류의 결말은 불호에 가깝다. 하지만 작가는 꽤 영리하게, 불호인 사람도 은근히 '호'일 수 있게 끌어당기는 '무언가'를 남겨두었다. 그래서 마냥 불호라고 할 수 없는 게 또 재미있었다.




"어쩌면 꽤 마음에 드는 작가를 알게 되었을 지도..?"



리뷰에 그런 감상을 적을 때가 있다. 반전은 좋아하지만, 오로지 반전만을 위한 책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이런 책은 일단 반전을 눈치채면 재미있게 읽기 어렵고, 반전을 위한 무리한 설정, 전개, 결말인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런 책이 좋은 건 그 반전이 진짜 예상 밖일 때, 그래서 도파민이 폭발할 때다. 온갖 기상천외하고 치밀한 반전이 난무하는(?) 일본 추리소설에 비해 영미 스릴러의 반전은 꽤나 정형화된 느낌이 있어서 '이거 아니면 이거겠지..'라는 뻔함이 있는데, 뻔하건 그렇지 않건.. 을 떠나서 어떻게든 독자를 속이는 책이 등장하면 꽤나 반갑다. [다정한 위선자]는 분명 반전을 위한 무리한 설정과 전개가 있긴 하지만 반전이 정말 놀라웠고, 반전을 빼고 봐도 꽤 흥미로운 전개라 어느 정도 아쉬운 부분에 눈을 감게 되는 것 같다. 영미 스릴러의 적지 않은 분량과 감정 묘사에 힘겨워 하는 터라 한 권 읽고 나면 텀을 두게 되는데, [다정한 위선자]를 덮자마자 이 작가의 다른 책을 검색해 보게 되었다. 작가의 다른 책도 이 정도라면, 어쩌면 꽤 마음에 드는 작가를 알게 되었을 지도..라는 생각을 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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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이프 엄금 - 변사한 대학생의 핸드폰 엄금 시리즈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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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화면을 보는 것 같은 재미가 있어요. 흥미진진한 내용이긴 한데 아직 약간 뭔가 더 있을 것 같은? 6월에 출간 예정인 후속작이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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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티처
프리다 맥파든 지음, 최주원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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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같은 학교, 서로 다른 입장의 두 여자..??"



아름다운 집, 교사라는 안정적이고 보람 있는 직업, 무엇보다 누가 봐도 멋진 '네이트'라는 남편까지. '이브'의 삶은 완벽 그 자체인 것 같다. 아마도 남편이 자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는 것과 그녀 역시 그와 함께 하는 삶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만 제외하면 말이다.



학년 첫날, 학교로 향하는 '애디'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지난 학기, 그녀를 중심으로 한 '어떤 사건'으로 인해 애디는 곤란한 입장에 처했다. 하지만 운명처럼,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이 있었는데...




"온갖 비틀린 것들을 납득하게 만드는 도파민"



소설은 프롤로그부터 시체를 묻는 '누군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후로는 앞서 줄거리에서 언급한 두 사람, 이브와 애디의 시점이 교차로 전개되는데 읽어나갈수록 '도대체 누가 누구의 시체를, 왜 묻게 된 걸까..'라는 의문이 커져만 간다. 지극히 일상적인 장면을 중심으로 전개될 때도 저 강렬한 프롤로그가 뇌리를 떠나지 않고 소설에 긴장감을 더해준다. 여기에 프리다 맥파든 특유의, 꽤나 '전형적인' 주인공으로 보였던 이브는 소설이 전개될수록 의외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다른 한 축인 애디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이라 이 소설이 대체 어디로 가려는 걸까..를 오랜만에(?) 짐작할 수 없었다. 프리다 맥파든의 책이라면 당연히 이런 거겠지! 하는 '당연한 것들'이 하나씩 불가능한 것으로 바뀌며 '그렇다면 도대체 이 책 속 노림수는 뭐란 말인가..' 하는 생각을 끝없이 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결과(?) 실로 오랜만에 '???????' 하게 되는 반전에 제대로 넘어갔고, 그래서 책을 다 읽은 후 다시 앞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매번 그렇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프리다 맥파든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공감하기에는 다들 어딘가 좀 이상하다. 왜 저런 생각을 할까, 왜 저런 행동을 할까.. 싶다. 문화권의 차이로 인해 공감하지 못하는 거라고 하기에는 -물론 그런 부분도 없지는 않지만- 좀 많이 이상한 것 같다. [더 티처] 속 인물들.. 특히 특정 인물은 기존의 책들에 비해서도 더 많이 이상했는데, 어찌 보면 이번에는 그 이상함의 덕을 본 것 같기도 하다. 역시나 프리다 맥파든 책의 특징인 '비틀린 권선징악'이 이번만큼은 '그래, 차라리!!!!' 하는 식으로 느껴졌달까? 그리고 [더 티처]를 읽다 보면 분명 꽤 중요한 설정일 텐데 등장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 싶은 게 있을 텐데, 그게 '이런 거였다니!!' 하고 밝혀지는 순간의 도파민이 미쳤다. 아니, 이걸 이런 식으로...?? '이래서 그랬습니다'가 아니라 '서.. 설마...!?' 하고 독자가 스스로 깨닫게 만드는 방식이 정말 혀를 내두르게 만들던데요.. 아마 비슷하게 비틀린 캐릭터와 비틀린 권선징악이 거슬리지 않았던 건 이를 능가하는 도파민 덕분은 아니었을지...




"이.. 이 책까지는!!!(?)"



매번 프리다 맥파든의 책 리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가독성은 좋다'이다. 나는 보통 일본 미스터리에 비해 영미 스릴러는 읽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단순히 분량이 많은 것도 있지만 특유의 넘치는 묘사를 쉽게 넘기지 못하고, 그래서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 프리다 맥파든의 책은 어지간한 일본 미스터리보다도 술술 잘 읽힌다. 불필요한 묘사보다는 일상을 주로 그리는데, 그 일상을 일상적이지 않게 쓰는 작가, 평범한 일상에 어떻게든 긴장감을 부여하는 작가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쏟아진 맥파든의 책에 좀 피곤한 것 같고, 읽다 보니 다 비슷한 것 같고, 조금만 읽어도 '이거네..'가 보여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또 손이 가게 만드는 건 일단 대단하다. 그리고 그렇게 읽다 보면 [더 티처]처럼 종잡을 수 없는 전개 끝에 도파민 터지는 반전을 마주하는 책이 있어서 멀어지려다가도 가까워지는 것 같기도 하고..(?) 저처럼 맥파든의 책에 이젠 지쳤어...! 하는 사람이라도, [더 티처]까지는 한 번 읽어보시는 걸 아주 조심스럽게(?)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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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 이야기
임정희 지음 / 더픽션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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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물건이 오랜 시간 사람 손을 타면 기묘한 어떤 것이 된다고 합니다. 그것은 사람 사이에 섞여 살면서 장난치는 일을 낙으로 삼습니다."


모두가 떠나 버린, 그래서 일명 '귀신 골목'이라 불리는 곳에 남은 단 두 사람. 헌책방을 운영하는 '홍사장'과 '술집' 주인 '고씨'. 그리고 가끔 헌책방을 찾아와 사연이 있는 듯한 골동품을 팔고 '도깨비' 이야기를 들려주는 '김서방'까지. 평범한 듯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들의 하루는 오늘도 깊어져 간다.




"도깨비라는 존재가 선사하는 변주와 매력"



소설의 시작은 참 묘한 분위기이다. 이미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은 골목에 불 켜진 단 두 곳의 가게. 그중 한 곳에서 서로 술잔을 기울이는 두 사람. 이윽고 한 사람이 더 와서 한담을 나누다 문득 들려주는 기묘한 이야기.. 현실에 은근한 비현실이 가미된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가 또 희한하다. 비현실적인 '존재'에 대한 두려움도 어느 정도 있지만, 그럼에도 뭔가 단순한 두려움으로 점철된 이야기는 또 아니다. 이 책 속 에피소드들은 하나하나 보면 어떤 한을 품고, 그래서 상대에게 어떤 위해를 가하겠다는 생각으로, 혹은 불특정 다수에게 해코지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하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장난'을 치고 싶어 하는 존재가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옳고 그름으로 나누는 게 아니라 애초에 '그렇게' 만들어진 존재의 이야기라 보면서 마냥 무섭다기보다는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이웃처럼, 놀랍게도(?) 때로는 가족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그렇다고 마냥 친근하게 느껴지는가.. 하면 그건 아니고 때때로 어린아이의 장난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그게 정도를 모르는 섬뜩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런 갭이 이야기에 변주와 매력을 더해주고 있달까.



[사냥꾼 이야기]는 총 일곱 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제목 하나하나가 재미있다. 표제작인 <사냥꾼 이야기>를 비롯해 <김서방 이야기>, <도깨비 이야기> 등 '누군가', 그것도 단순히 인간이 아닌 존재의 이야기일 때도 있고, <옥탑방 이야기>, <갈대밭 이야기> 등 '어딘가'의 이야기일 때도 있다. 단순히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게 이 책에서는 더 많이 와닿았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아니, 한때는 정말 익숙했지만 요즘은 다소 낯선, 과거의 존재가 되어버린 도깨비는 원래 오래 묵은 물건이 변신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이야기, 물건에 깃든 존재의 이야기를 넘어서 장소 그 자체의 이야기로 확장되는 듯한 세계관이 에피소드의 제목부터 느껴지는 것 같았다.




"심야괴담회? 한국의 아라비안나이트?"



소설의 초반은 아무래도 김서방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조라서 그런지 방송 프로그램인 '심야괴담회' 혹은 '아라비안나이트'가 떠올랐는데, 묘하게 앞쪽에 비교적 섬뜩한 이야기가 자리 잡고 있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비현실적인 이야기지만 현실이 많이 녹아 있다 보니 조금 더 오싹한 한편, 도깨비의 존재가 뚜렷하게 드러난다거나 평소 생각하던 도깨비의 이미지와 조금 달라서 '과연 이 책 속에서 들려주고자 하는 도깨비의 이야기는 어떤 걸까..'라는 궁금증이 많이 들었다. 



소설의 중반은 다른 생각은 할 수 없을 만큼 책에 푹 빠졌다. 그 분위기조차 스포 하고 싶지 않아서 표현이 조심스러운데,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와닿았다. 익숙한 듯 느껴지는 이야기에 도깨비라는 설정이 더해지니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된 것처럼 매력적이었다. 등장인물의 감정 하나하나에 공감이 되며 몰입하게 되는 게 딱 한국인의 감성이라 좋았다.



소설의 후반은 이 책이 에피소드의 모음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엮인 한 권의 소설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었다. 이제 정말 주요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그간의 분위기와 다른 듯하면서 긴장감 넘쳤다. 사실 도깨비는 장난을 좋아할 뿐, 인간에게 피해를 입히는 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를 봐도 '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데, 소설의 설정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긴장감을 자아내는 방식이 탁월했다. 그간의 여러 파편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도 흥미로웠고, 딱 이 소설과 어울리는 마무리가 가슴 깊이 스며들었다.




"한국형 미스터리 그 자체!"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개성 넘치고 묘사 하나하나가 생생해서 마치 영상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확실히 방송 작가로 오래 일한 작가님 다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흥미로운 세계관을 잘 구축해서 '한 권으로 끝내기는 너무 아쉽다..' 싶었는데 작가님께서 후속작을 집필 중이시라는 '작가의 말'을 보고 금세 아쉬움이 사라졌다. 심지어 이번 책이 '순한 맛'으로 느껴질 정도의 '진한 맛'이라고!



어린 시절에는 도깨비가 만화나 동화책 등으로 정말 친숙한 존재였는데, 지금은 도깨비라는 단어를 언제 마지막으로 들어봤는지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오래된 것 같다. 그런데 그런 도깨비를 어른이 된 지금, 미스터리 소설 속에서 다시 만난다는 건 묘한 설렘이었다.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나는 듯한 느낌도 들고, 무엇보다 도깨비가 미스터리와 참 잘 어울려서, 정확히는 작가님께서 도깨비를 미스터리에 멋지게 녹여내주셔서 기쁘고 반가웠다. 내게는 그야말로 '한국형 미스터리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던 [사냥꾼 이야기]였다.




무릇 도깨비는 생을 즐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사람에게 정을 주는 것, 도깨비가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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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혜영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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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대리모.. 아르바이트?"



도쿄의 병원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리키'. 어느 날 동료 '데루'의 '쏠쏠한 제안'에 넘어가 난자 제공이라는 '아르바이트'에 지원하고, 뜻밖에 업체로부터 '대리모' 제안을 받는다. 난자 제공보다 훨씬 큰 보수를 제안받고 고민하던 리키는 결국 대리모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는데..




기리노 나쓰오 작가님의 작품을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처음 읽은 작품부터 '내 취향은 아닌 것 같은데..' 싶었고, 두 번째로 읽은 대표작 [아웃]의 극단적인 전개에 정신이 혼미해진 나는 '이 작가님의 책은 더 안 읽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도 이번에 [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를 손에 들게 되었던 건 아마도 심상치 않은(?) 이 책의 설정 덕분이었을 거다.



스물아홉, 독신, 지방 출신, 비정규직

리키가 원한 건 더 편하게 살고 싶다는 것뿐이었고,

그녀가 가진 것은 자궁 하나뿐이었다



단 세 줄의 카피인데 보는 순간 숨이 턱.. 하고 막혀오며 2년 전에 읽었던 '장기 이식'을 소재로 한 책이 떠올랐다. 가난한 집 아이는 가진 게 없어서 장기를 팔고자 했고, 있는 집에서는 마치 쇼핑하듯 아이를, 장기를 골랐다. 자궁 역시 장기..라고 할 수 있지만 이번에는 또 상황이 다르다. 리키는 장기를 팔고자 하는 게 아니라.. 와, 이게 표현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순간 아찔했는데.. 어찌 보면 대리모라는 이름 아래 자신의 자궁을 임대..(미치겠다 진짜..) 어쨌든 그런 상황인데.. 대리모라는 것 자체가 단순히 한순간, 내 자궁을 빌려주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임신과 출산이라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최소 1년여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한없이 성스럽고 아름다운 -혹은 그렇게 포장된- 행위에 일면식조차 없던 여성이 대리모로 관여한다는 자체가 윤리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여기에 기리노 나쓰오라는 작가의 평소 스타일을 생각하면.. 이거 정말 쉽지 않겠는데..라는 생각이 절로 들 수밖에 없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5시 반까지 근무한 끝에 받는 월급은 실수령액 기준으로 14만 엔. 본가가 지방인 리키는 그중 5만 8천 엔을 월세로 써야 하니 남는 돈은 8만 엔 남짓. 여유로운 삶은 꿈 꾸기 어려운 금액이다. 그런 그녀에게 업체에서 대리모를 제안하며 제시한 금액은 300만 엔. 거의 1년의 시간을 써야 하고, 임신과 출산이라는 쉽지 않은 과정을 겪어야 하는 것치고는 너무 낮은 금액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꿈도 못 꿀 금액'이라는 리키의 첫 반응에 그녀가 처한 현재 상황의 암담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았다.



소설은 리키의 시점 외에도 그녀에게 대리모를 의뢰하고자 하는 부부.. 라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대리모를 원하는 남편 '모토이'와 여기에 자신이 관여할 여지가 조금도 없음에 갈등하는 아내 '유코'의 시점이 교차로 전개된다. 그런데 이 교차 시점이 참 불편하다. 알고 싶지 않은, 특히 대리모 제안을 받아들인 리키는 몰랐으면.. 싶은 불편한 진실을 당사자의 시점으로 적나라하게 알아야 하는 게 진짜 어질어질하다.



유명한 발레리노였던 모토이는 자신의 '우월한' 유전자를 남기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서 돈을 지불했기 때문에, 임신과 출산 기간 동안 리키를 철저히 '관리'하고자 한다. 그런데 이게 모토이의 입장에서는 관리지만 리키의 입장에서는 자유의 제한 혹은 속박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 모토이의 생각은 자신을 제외한 두 여성에게 한없이 이기적이다.



유코의 상황은 복잡하다. 임신을 위한 시술로 인해 임신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그녀는 아이를 포기했다. 그런데 남편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대리모를 원한다. 남편의 정자와 대리모의 난자, 그리고 대리모의 임신과 출산.. 그 과정에 유코가 개입할 여지는 전혀 없다. 그렇게 낳은 아이를 과연 '나의 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써놓은 것만 봐도 정신이 혼미해지지만, 실제로 소설 속 상황은 훨씬 더.. 뭐랄까, 등장인물뿐만 아니라 독자까지 옥죄어 오는 듯한 답답함이 있다. 다소 극단적이라고 할 수 있을 상황의 설정에 그보다 더 극단적이라고 할 수 있을 인물들의 생각이 더해지는데 그게 마냥 소설 속 이야기, 상상 속 이야기라고 할 수 없는 절박함과 현실감이 있는 게 두렵기까지 했다. 기리노 나쓰오 특유의 끈적끈적하고 질척질척한 심리 묘사가 더해지니 읽을수록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고, 너무 아슬아슬한 이야기에 마치 내가 낭떠러지로 떠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읽는 내내 한순간도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어쩌면 그래서 더 강하게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뻔할 수도 있을 이들의 '결말'이 궁금해서 책에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눈을 돌릴 것인가,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것인가.."



소설에 더 깊이 몰입할 수밖에 없었던 건 이 책의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입체적이고, 뭐랄까.. 잘 포장되어 있어도 한 꺼풀 벗겨내면 자신의 욕망에 지극히 충실하다..고 해야 할까..? 자신의 시점에서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데, 그게 소설의 초반과 중반, 후반에 꽤나 다르게 다가온다. 이 책 속에는 한없는 선인도, 한없는 악인도 없다. 그냥 그 상황에 내가 가장 옳다고 생각하는 것, 나에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것에 충실한 평범한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더 아슬아슬했고, 그래서 더 현실적이었다. '임신과 출산'이 중요한 소재이긴 하지만 그런 책이 으레 그렇듯 '모성'을 강조하는 책도 아니다. 어쩌면 오히려 모성에 의문을 던지는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이 흐르면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된다. 그중에는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강요되던' 것도 분명 있다.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거스러미처럼 왠지 모르게 거슬리던 것들을 적나라하게 까뒤집는 '무언가'가 나올 때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때 눈을 돌릴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하며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일 것인지..가 독자의 몫으로 남겨진다. 정말로 불편했고, 정말로 질척질척했지만 눈 돌리고 싶지는 않았던 책, [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였다.




*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들었던 의문은 왜 이 책의 제목이 '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일까.. 였다. 그래서 이리저리 찾아보니 제목의 '제비' 혹은 한자 '燕'에 다양한 뜻이 있었다. 


젊고 아름다운 여자를 비유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나무위키)

연상의 여자에게서 사랑을 받고 있는 남자, 제비족, 젊은 정부(情夫), 젊은 남첩(男妾)(파파고)

일본에서 제비는 봄을 알리는 길조(吉鳥)이자 행복, 풍요, 육아의 상징으로 여겨지며...(구글 AI)


여러 뜻을 보니 왜 제목에 제비가 들어갔을까..가 어렴풋이나마 이해가 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럼 좀 더 힘내보라고, 맘만 먹으면 더 위로 돌라갈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바보다. 스스로 노력하라고 해도 이미 출발점에서 저평가된 그룹에 들어가 버리면 자기 힘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생식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건 오로지 법과 인간의 감정뿐일지도 모른다.

돈으로 자궁을 산 다음엔 모성까지 사들이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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