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소녀 사이드미러 3
소향 지음 / 텍스티(TXTY)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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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




"내 딸 대신 수능을 쳐서 서울대에 합격하면 10억을 줄게"



수능날 아침,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아버지가 혼수상태에 빠지며 '영리'의 삶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아버지가 운전기사로 일하던 식품 회사 회장 '나희'는 그녀에게 뜻밖의 제안을 한다.


"내 딸 대신 1년 동안 학교에 다니고, 수능을 쳐서 서울대에 합격하면 10억을 줄게."


말도 안 되는 제안이지만 나희의 딸 '초롬'은 영리와 쌍둥이처럼 닮았고, 어쩔 수 없는 현실 앞에 나희의 제안을 받아들인 영리였지만...



"PTSD 오는 스릴(?)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소설"



대기업 회장이 찾아와 '이러이러하면 거액을 주지!' 하는 제안을 한다면 어떨까? 나라면 일단 거액을 어디에 쓸지 즐거운 상상부터 할지도 모르겠다.(철이 없다..) 그런데 그 제안이 자칫하면 내 인생을 망쳐놓을 수도 있는 일종의 '범죄'라면 어떨까.(금액에 따라 다를 지도..) 아마 좀 더 고민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 제안이 표면적으로는 제안이지만, 내 입장과 상황상,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그러니까 선택지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면.. 눈 딱 감고 '어디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실제로 그런 상황에 처한 게 [모방소녀]의 주인공인 영리이다.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있고, 당장 전셋집은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한다. 서울대 입학이 확정된 거나 마찬가지였지만, 사고로 수능을 보지 못하게 되며 인생은 본의 아니게 철로를 벗어나게 되었다. 그렇다면 어차피 벗어난 거, 크게 벗어나더라도 다시 철로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을 택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리고 심지어 1년 동안 다른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살아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인데, 그 사람과 내가 얼굴도 키도 거의 쌍둥이처럼 비슷하다면.. 어쩌면 '어쩔 수 없는' 운명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외관상 비슷하더라도, 1년 동안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사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꽤나 폐쇄적인 집단인 학교에서, 가족보다도 오랜 시간을 아주 가까운 곳에서 마주해야 하는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이미 한참을 함께 보낸 친구들을 완벽하게 속이는 게 가능할 리 없다. 영리는 초롬으로 살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허점이 차츰 드러나며 위기에 처한다. 언제 들통날지 모를 살얼음판 같은 영리의 하루하루가 그 어느 스릴러 소설보다 긴장감 있고 스릴 넘쳤다. 마치 내가 영리가 된 듯한 느낌으로, '제발 수능날까지만..' 하고 바라기도 하고, 챕터가 거듭될수록 '혹시라도 들키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기도 했다. 300페이지 남짓한 볼륨 동안 영리는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고, 독자도 마찬가지였다.


[모방소녀]의 매력은 아슬아슬함이다. 일단 설정 자체는 어디까지나 소설이라서 가능한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다. 우연히 대기업 회장 딸과 회장의 운전기사 딸이 쌍둥이처럼 닮았다? 그래서 운전기사의 딸에게 자신의 딸 대역으로 1년 동안 살 것을 제안한다? 두 사람의 외모가 똑 닮은 건 그렇다 쳐도, 그렇게까지 해서 서울대에 보내는 메리트가 과연 리스크보다 클까.. 하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왜 나희가 그렇게까지 하면서 딸을 서울대에 보내려 하는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고, 말이 안 되는 설정보다는 그 상황에 처해진 영리 혹은 초롬의 생각과 행동에 집중해서 읽게 된다.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 위에 쌓아 올린 스토리지만, 이들의 생각과 행동은 그 나이대라서, 혹은 그 상황이라서 할 수 있는 거라고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여기에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위협'과 그 이면에 자리 잡은 '현실'을 생각하면 한층 더 몰입이 된다. 무엇보다 누구나 한 번쯤을 해봤을 상상에 대부분은 겪어봤을 '수능'이 더해지니 그야말로 PTSD 오는 스릴(?)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소설이 아닐지..



"한국적인 상상력이 극대화된 소설..?"



[모방소녀]는 뭐랄까.. 한국적인 상상력이 극대화된 소설..처럼 느껴진다. 어느 소설이나 그렇겠지만, 특히 이 책은 한국인이라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도 있을 모성애도, 대학교 간판에 대한 집착도, 학창 시절을 즐기는 학생들의 마음가짐도, 내가 한국인이라서 지나칠 정도로 현실적으로 보이는  건가.. 싶기도 하다. 다소 극단적인 부분이 없지 않고, 특히 후반부의 전개는 그동안 차근차근 쌓아 올린 상황 및 감정선에 비해 다소 급하게 느껴져서 아쉽긴 하지만 어느 정도 완급을 조절하면서도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구성, 슬며시 자리 잡아 궁금증을 자아내는 미스터리적인 요소 등 매력적인 포인트가 많은 소설이었다. 하루빨리 출간되어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책에서 손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을 모두가 만끽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보며 :)



삶에 무게가 있다면 얼마일까, 아마도 다 가지고 태어난 저 애에겐 깃털 같겠지,


추락하며 영리는 알게 되었다. 평범한 일상이란 당연한 일이 아닌 축복이고 축복에는 저마다 가격표가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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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나쓰키 시호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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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특별한 나, 혹은 이상한 나..."


"고이치는 독특해. 이런저런 소리를 듣는 이유는 주위 수준이 너무 낮아서야. 너는 그대로 당당하게 지내면 돼."


어머니의 입버릇이었고, 그래서 고이치는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은 그저 '이상한' 아이일 뿐이었다. 그런 고이치에게 담임인 '니키'는 한없이 평범한 '보통' 사람이었다. 적어도 그때, 그 광경을 보기 전까지는. 



"이런 설정으로 잘도 이런 공감과 몰입을 이끌어냈구나...(?)"


‘소아성애증’이라는 선천적 정체성을 지닌 남성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철저히 통제하며 살아가는 과정을 그린 파격적인 소설입니다.


위에 적은 건 처음 이 책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소개글의 한 부분이다. '소아성애증'이라는 단어를 봤을 때, 실제로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소설을 읽으면 소설 속 인물에 크고 작음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정도 '공감'을 하고, 그 공감은 몰입을 이끌어 낸다. 그런데 소아성애증이라는 용납할 수 없는 정체성을 지닌 남성이 주인공인 소설이라니.. 과연 이 소설을 읽으며 공감할 수 있을까..에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고민하던 중 떠올랐던 게 재작년에 읽었던 '아사이 료'의 [정욕]이었다. 이상 성욕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제목은 '바른 욕망'이라는 뜻의 '정욕'이었던 소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똑같은 이유로 고민했지만, 읽은 후에는 '읽기 잘했군!'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아마 [니키]도 내게 그런 책이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손에 들었는데.. 거의 책에서 손을 뗄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했고,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이 책에 대한 감상을 '재미있었다'라고 표현하면 의아할지도 모르겠다. 위의 책 소개글을 보면 꽤나 처절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어서. 소설은 분명 니키의 소아성애증에서 시작한다. 이들이 단순히 담임과 학생이라는 관계에서 조금 벗어나 서로의 비밀을 아는 사이가 된 데에는 니키의 정체성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한 관계 속 이들 나름의 교류(?)는 예상과 꽤 다른 모습이었다. 니키의 비밀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분명 자신이 우위에 있을 거라는 고이치의 생각과 달리 니키와 대화를 하면 늘 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오래도록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해 온 니키의 말은 -고이치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뜻밖에 설득력이 있고, 그가 하는 조언은 분명 스스로의 비밀을 숨기기 위한 방편일 텐데 묘하게 고이치의 마음에 와닿는다. '자신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 '이상하다'는 시선에 상처받으며 '남들과 같은 나'를 추구해야 할지, '남들과 다른 나'를 고수해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한, 가치관이 확실히 정립되지 않은 소년이 다소 불온한 계기이기는 해도 '그나마'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어른을 만나 조금씩 달라진다..라고 하면 어쩐지 [니키]는 한 편의 성장소설처럼 느껴진다. 물론 그 어른이 소아성애증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인물이기는 해도, 적어도 일상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일 없이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고, 자신의 욕망은 비교적 건전한 -이걸 건전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어디까지나 비교적- 방향으로 억누르고 있다. 그래서 얼마 전에 읽었던 '샤센도 유키'의 [책의 등뼈가 마지막에 남는다] 속 한 구절이 소설을 읽는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저 선량하기만 한 사람이 착하게 행동하며 사는 것보다, 실은 잔인하고 포악한 사람이 착하게 행동하며 사는 게 훨씬 선량한 것 아니려나."

([책의 등뼈가 마지막에 남는다(샤센도 유키)] 중에서..)

     

이 구절에 대해 당시 내가 했던 생각은 "이에 대한 답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본성을 억누르고 정말 착한 행동만을 하면서 살아간다면 그쪽이 훨씬 어렵겠지.."였고, 이번에도 똑같은 생각이 들었다. 타고난 정체성을 억누르며 어떻게든 평범하게 살아가려고 하는 건 정말 어렵고, 순간순간 자신은 '가짜'라는 생각에 시달리지 않을까.. 싶다. 소설처럼 타인에게 단 한 번의 위해도 가한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정체성이 그렇다..라는 것만으로 그를 나쁘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을까 싶다. 


다시 감상의 앞부분으로 돌아가서, 이들의 시작은 다소 불온했지만, 적어도 서로가 상호작용하며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보는 건 아슬아슬하지만 나름대로 유쾌한 면이 있고, 그래서 재미있었다. 등장인물에 공감하며 몰입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와는 달리, 아슬아슬한 순간마다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 풀렸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들었던 걸 보면, 이런 설정으로 잘도 이런 공감과 몰입을 이끌어냈구나.. 하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다름'이 무조건적인 '틀림'으로 느껴지지 않았으면.."


감상이 생각보다 길어진 것 같아서 짧게 마무리를 하자면.. 분명 소설은 자극적인 설정으로 시선을 사로잡지만, 책을 읽다 보면 자극적인 설정보다는 이들의 상호작용과 그를 통한 성장에 보다 집중하게 된다. '다름'을 가진 이들이 때로는 '특별함'을 추구하고, 때로는 '평범함'을 동경하고, 때로는 그래서 좌절하지만, 그럼에도 어떻게든 살아나가는 모습이 한 편의 청춘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뭔가 청춘의 싱그러움은 좀 부족한 듯싶지만... (?)) 이 소설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는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 그래도 이들의 다름이 무조건적인 '틀림'으로 느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조심스럽게 가져본다.



"감은 오컬트가 아니야. 눈과 귀로 들어온 정보로 확실히 깨닫고는 있었는데 아직 언어로 표현하지 못한 게 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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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명성아파트
무경 지음 / 래빗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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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단으로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1939년 7월의 어느 날, '명성아파트'에서는 영화 촬영이 한창이다. 301호 '최연자'의 집에 식모로 함께 살고 있는 '입분'을 비롯한 아파트 사람들에게 촬영은 신기한 일이었다. 하지만 촬영 도중,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하기로 한 아파트 관리인 '우에다'가 살해당한 채 발견되고, 현장에서 붉은 글씨로 쓰여진 '불온한' 메시지가 발견되며 아파트는 혼란과 공포에 휩싸인다. 경찰은 입주민들을 의심하고, 수사를 해나갈수록 여러 가지 수상한 정황이 드러나는데..



일단 이 책은 배경부터 지나칠 정도로(?) 흥미롭다. 1939년이면 일제강점기인데, 의외로 배경이 '아파트'이다. 그리고 이 아파트에는 조선인과 일본인이 두루 거주하고 있는데, 이들은 지극히 평범한 이웃사촌으로 보일 뿐, 우리가 생각하는 적개심 같은 건 -실상은 어떤지 차치하더라도- 일단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후, 그리고 그 사건 현장에 남겨진 메시지로 인해 이들 사이에도 어딘지 모를 미묘한 공기가 감돈다. 뭔가 '인 듯 아닌 듯'한 아슬아슬함이 주는 흥미로움이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여기에 등장인물 역시 배경 못지않게 흥미롭다. 일단 책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은 열두 살에 불과한 조선인 소녀 '입분'이다. 기존에 일하던 집에서 쫓겨나 겨우겨우 최연자의 집에 식모로 들어가 살고 있는 소녀지만 눈치도 빠르고 관찰력도 뛰어나다. 그리고 그런 입분이 모시는 마님 연자 역시 평범하지 않다. '셜록 홈즈'나 쓸 법한 모자를 쓰고, 수상한 사람들이 그녀의 집을 드나들고, 무엇보다 뛰어난 통찰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마님과 식모지만 한편으로는 탐정과 조수 같기도 한 이들의 기묘한(?) 관계 역시 책에 큰 매력을 더해주고 있다. 기존 작가님 책 속 등장인물들도 하나같이 입체적이고 매력적이었는데, 이번 책은 그와는 어딘가 다를 묘한 매력이라고 해야 할지...?? 이들 외에도 명성아파트의 입주민들은 평범한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건과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지 모를 이들을 보면서 책장 넘기는 것을 멈출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신없이 푹 빠져서 읽었다.



살인 사건이 벌어지기 전, 명성아파트 입주민들 사이의 에피소드만 봐도 '와, 미쳤다.. 너무 재미있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는데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현장에 기묘한 메시지까지 등장하며 이보다 더 재미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시대 상황을 잘 살린, '이때라서 가능했다!' 싶은 발상부터 촘촘하게 심어 놓은 복선, 예상을 하든 못 하든 놀라울 수밖에 없는 결말까지 어느 하나 부족한 점이 없었다. 추리소설로 봐도 재미있고, 시대소설로 봐도 흥미진진하고, 드라마로 봐도 몰입도가 높다. 아, 앞의 감상은 취소, 이 책에 유일하게 부족한 점이 있다면 다음 권이 없다는 거죠...ㅠ



나는 무경 작가님 책을 정말 좋아하지만, 기존 작가님의 책이 술술 잘 읽히는 편인가.. 하면 마냥 고개를 끄덕이기는 쉽지 않다. 내용이 복잡해서.. 라기보다는 아무래도 시대 배경이 현대가 아니라는 것과 다소 많은 인물이 유기적으로 엮여 있다 보니 흐름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1939년 명성아파트]는 정말 읽기 쉽다. 이 정도면 아이들이 읽어도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싶을 정도로 읽기 쉽다. 아무래도 시대 배경의 소설은 시대 상황을 잘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어렵고, 특히 당시 시대를 살지 않은 우리가 그들의 행동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자체가 쉽지 않을 수 있는데 이 책은 그런 허들을 아주 쉽게 넘어선 것 같다. 그러면서도 시대 배경 소설이 지닌 매력을 너무 잘 드러나서 '와, 이 소설을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무경 작가님 작품을 좋아한다면 절대 놓칠 수 없는 작품이고, 아직 작가님의 작품을 읽어 보지 않았다면 입문작으로도 강추하고 싶은 책이었다.



"사람은 다른 이의 겉모습을 중요하게 여길 뿐, 본질이 어떤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겉이 그럴듯하게 보이면 속도 그럴듯하다고 여기는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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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나방
마태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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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퇴원 후, 엄마가 달라졌다"


1년 전, 교통사고로 전신 골절 및 뇌손상을 입고 여태까지 병원 생활을 하고 있는 '소영'. 혼수상태에서 깨어났을 때 소영은 기억을 잃고 인지 능력도 다섯 살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일상생활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만큼 회복했다. 그리고 그런 소영의 옆에는 항상 '엄마'가 있었다.

하지만 소영이 퇴원하고 집에 오면서부터, 소영이 상상한 것과 전혀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전신이 마비된 채 휠체어 생활을 하는 아빠, 생활감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집, 그리고 급격하게 변해버린 엄마까지.. 사고 전, 소영의 삶은 원래 이랬던 것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분명 소영의 잃어버린 기억 속에 있을 것이다.



"스릴감, 위기감, 긴장감...이 책을 가득 채운다!"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다 깨어난 딸과 그런 딸을 성심껏 간호한 엄마. 그리고 1년의 병원 생활 끝에 퇴원을 하게 되고, 함께 집으로 간다. 여기까지 써놓고 보면 참 흐뭇하고 따뜻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단 한 번도 '따뜻함'이나 '흐뭇함'을 느껴본 적이 없다. 이 책을 감싼 공기는 단어로 굳이 적자면 뭐랄까.. 알 수 없는 긴장감, 원인 모를 불편함, 그리고 분명 빗나가지 않을 것 같은 '쎄함'이었다. 딸에게는 한없는 믿음의 대상이어야 할 엄마와 엄마에게는 한없는 모성애의 대상이어야 할 딸이라는 관계..지만 그 한없는 믿음과 한없는 모성애가 정말 당연한 걸까? 믿는다면 무슨 일을 해도 되고, 사랑한다면 또 무슨 일을 해도 되는 걸까? 애초에 '모성애'라는 건 누구에게나 당연하게 생겨야만 하는 감정인 것일까..? 그리고 그 모성애를, 받아들이는 쪽에서 '사랑'이라고 느끼지 못한다고 해도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보통 동양인, 그중에서도 한국인에게 '모성애'는 유독 각별한 감정인 것 같은데, 그래서 책이나 영화, 드라마에서도 심심치 않게 소재로 다뤄지는 것 같다. 당연한 것 같지만, 사실은 당연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 당연함의 형태도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누에나방]은 보통의 추리소설처럼 일단 누가 죽으면서 시작한다든지..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아님에도, 사실 세상 다정한(?) 모녀의 모습으로 시작하는데도 시종일관 마음을 놓지 못한 채 읽게 된다. 우리 가족만이 함께 하고 있는 집이 배경일 때도 그 어떤 스릴러 영화보다도 더 스릴 넘친다. 단순히 '엄마가 잠시 집을 비운다'라는 상황인데, 소영은 현관 앞에서 엄마가 정말 나가는 건지 확인하려 하고, 엄마는 소영이 얌전히 집에 있는지 확인하려 한다. 이렇게 글로 써놓으면 '아픈 딸이었으니까 뭐 그럴 수도 있지 않나..' 싶겠지만, 이 상황을 책 속에서 마주하면 아마 '그럴 수도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을 것이다. 뭐랄까.. 그런 일이 벌어질 일은 없겠..지..만.. 싶은 한편으로 '얌전히 있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울 것만 같은' 위기감이 이 책을 감싸고 있다. 엄마와 딸인데 이럴 수 있는 걸까.. 싶다가도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엄마와 딸이니까 이럴 수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의아함도 있다. 엄마는 왜 소영에게 이렇게까지 하는 것인지, 그리고 때때로 보여주는 엄마의 기이한 행동이나 말의 의미는 무엇인지.. 그 의문을 명쾌하게 풀어줄 결말이라는 게 있기는 한 것인지.. 그래서 후반부 전개와 마주했을 때 정말 '아...' 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모든 의문을 풀어줄 답은 분명 있었다. 물론 그 답이 이해할 수 없는 등장인물의 행동을 이해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이 책에는 읽는 독자뿐만 아니라 그 등장인물 자신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라는 게 존재하니까. 그렇지만 적어도 왜 그런 행동을 해야 했고, 왜 그런 말을 해야 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유는 있다. 이유는 있지만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런데 그게 딱 이 책에 대한, 그리고 이 책 속 모녀에 대한 비교적 적확한 감상이 아닐지..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조만간 [습기]를 손에 들게 될 듯.."



보통 설정이 흥미로우면 전개와 결말이 설정 이상으로 흥미롭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누에나방]은 흥미로운 설정 이상으로 전개가 흥미로웠다. 사실 전개가 워낙 흥미진진했던 탓에 결말은 살짝 심심한가.. 싶기도 했는데, 이 소설에는 그런 다소 심심한 듯한 결말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러니까, 그런 결말이 심심하게 보인다는 건, 뭔가 이 책이 주는 심심치 않은(?) 전개에 그만큼 절여졌다는 뜻일 테니까. 읽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고, 이 책이 주는 묘한 찜찜함을 느끼면서도 페이지 넘기는 것을 멈추지 못했던, 그야말로 '재미있다'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들었던 책 [누에나방]. 한 편의 스릴러 영화, 그것도 진짜 제대로 된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인데 진짜 영화로 나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과연 소설 이상의 스릴을 줄 수 있을지 벌써 궁금..한데 반대로 말하면 텍스트로 이만큼의 스릴을 줄 수 있다는 자체가 놀랍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작가의 말'을 보며 왜 이 책이 '누에나방'이라는 제목이었는지 확인하고, 그 의미를 스스로 생각하며 여운에 잠겨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나는 아무래도 조만간 [습기]를 손에 들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며.




우울은 혈액형 같은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고 노력한다고 바꿀 수도 없다.


엄마가 딸에게 가하는 학대라는 것은 잠시 동안만 유지되는 몸의 상처나 굶주림보다 훨씬 길게 이어진다. 그래서 곧 한 사람의 인생이 된다.


나는 죄를 지었다. 엄마를 사랑할 수 없는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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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와 불가사의한 상자 리얼 탈출북 4
SCRAP 지음, 김홍기 옮김 / icox(아이콕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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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오래 기다렸는데 드디어!! 이번에도 진짜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시리즈던데 꾸준히 다 나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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