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품집
혜림 외 지음 / 엘릭시르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광신도> (혜림)



서신, 익명의 게시글과 그 댓글, 일기, 녹취록 등 다양한 기록으로 전개되는 소설이라 한창 화제가 되었던 '세스지' 작가의 [긴키 지방의 어느 지방에 대하여]를 위시한 모큐멘터리 소설이 떠오르기도 했다. 진행 과정은 꽤 흥미로웠는데 결말이 조금 아쉽고, 결말을 보고 나니 과정도 약간 아쉽게 느껴졌다. 뭔가 '그 결말'을 이끌어내기 위한 복선은 다소 부족하고, 불필요한 서술이 길었던 것 같은 느낌? 등장인물 중 유독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 인물이 있기도 했고.. 하지만 예상치 못한 반전은 -어쨌든- 놀라웠고, 이야기 속에 담긴 여러 사연 속 인물들의 생각이 아주 적나라하게 기술된 게 아주 현실적이었다. 조금 더 결말에 힘을 실어주는 과정이었으면 아주 흥미롭고 놀라운 이야기였을 듯!




<심판관> (김상태)



저의 베스트는 '김상태' 작가님의 <심판관>입니다! 2001년이라는 다소 낯선 시대 배경에 인도와 네팔의 경계에 위치한 '발루아'라는 낯선 도시까지 익숙하지 않음이 가득했지만, 그런 익숙하지 않음을 익숙하게 만들고, 그런 익숙하지 않음마저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데에서 작가님의 저력이 제대로 느껴졌다. '도대체 어떤 상황이지..?'라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시작, 낯선 곳에 뚝 떨어진 이방인의 입장..이라는 상황에서 오는 긴장감도 좋았고, 일단 사건이 벌어진 이후에는 걷잡을 수 없게 돌아가는 것도 좋았다. 무엇보다 그 전개 끝에 자리 잡은 결말이 (원래는 좋아하지 않는 방식임에도) 아주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작가님 이름 잘 기억해 두었다가 다른 책이 나오면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호명: 망자의 이름을 부르니> (김아직)



올해 초에 읽었던 [그날,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천사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죽는다>의 '김아직' 작가님의 단편이라 기대했던 <호명: 망자의 이름을 부르니>. 이번에는 지극히 한국적인 느낌으로, '바리공주'라는 나름 힘을 가진 인물을 등장시킨다. 산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시신이 발견되는데, 신원조차 알 수 없다. 망자를 데려가기 위해 망자의 이름을 알아내야 하는 바리공주가 경찰과 협력해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인데.. 사건도 흥미롭고 힘과 제약이 동시에 있는 바리공주의 설정도 나름 재미있지만 설정 쪽에 너무 공을 들인 나머지 사건 자체도, 사건에 담긴 행동이나 생각도, 그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도 다소 매끄럽지 못한 게 아쉽다. 하지만 꽤 매력적인 설정을 잘 구축해 놓아서 이후 시리즈로 나와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지역 노인-유학생 교류 시범사업에 관하여> (황수경)



어, 이거 미스터리 소설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던 <지역 노인-유학생 교류 시범사업에 관하여>. 노인과 유학생을 연계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교류 사업을 시범적으로 운영한 후 작성한 보고서 중 세 편을 보여주는데 이 보고서의 내용이 꽤 재미있다. 딱히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이 사업 자체와 사업의 결과만으로도 흥미로운데!? 싶었다. 노인의 삶과 유학생의 삶 모두에 깊은 이해가 수반된 이야기라고 느껴졌고, 그래서 더 좋았다. 그리고 이 세 편의 이야기 속에 담긴 '무언가'가 있는데.. 그 또한 흥미롭지만 마무리가 뭔가 조금 급하고 모호한 게 아쉽다. 과정에 공을 들인 만큼, 결말에도 조금 더 공을 들였다면 더더 좋았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 독특한 소재와 구성임에도 접근성도 좋고, 읽기 쉬운 이야기들이었다. 미스터리 소설은 한 줌의 마니아가 끌고 가는 비교적 폐쇄적인 취미(?)의 영역이라는 선입견이 없지 않은데, 이렇게 읽기 쉽고 그러면서도 재미와 완성도를 잃지 않는 이야기들이 꾸준히 나와야 새로운 독자들도 미스터리를 보다 가깝게 느끼지 않을까.. 싶다. 책 뒤표지에 적힌 것처럼 "무한히 확장하는 한국 미스터리"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네 편이었는데, 단편치고는 적지 않은 분량에 밀도까지 높은 이야기라 읽는 내내 즐거웠다. 개성 넘치는 네 편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제9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품집].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꼭 읽어봐야 할 재미있는 한 권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정한 위선자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간호사 메건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평범하지 않은 일들.."



육교에서 뛰어내려 혼수상태에 빠진 '케이틀린'. 그런 그녀를 담당하게 된 간호사 '메건'. 케이틀린의 부모는 슬픔에 빠진 채 메건에게 의지하고, 메건은 케이틀린을 찾아오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로 인해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혼 후 혼자 딸을 키우는 메건은 이혼자 지원 모임에서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 '냇'을 만난다. 반가움도 잠시, 냇의 이마에 든 멍이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냇의 상황은 메건이 생각한 것보다 더 심각했는데..



"메리 쿠비카 작품 중 가장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한다."


소설 속에서는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가지 사건들이 벌어지는데, 작가의 필력이 좋은 덕분인지 복잡한 느낌도 없고, 아무래도 사건들이 많이 벌어지다 보니 심리 묘사가 늘어질 정도로 이어지지도 않아서 꽤 스피드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뭔가 벌어질 듯, 벌어질 듯한 느낌을, 이런 표현이 적확할지는 모르겠지만 꽤 '우아한' 표현과 함께 주고 있어서 읽는 맛이 있었다. 이 모든 일들이 어떻게 이어지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증폭될 즈음에 떨어진 '폭탄'은 가히 수류탄급이 아니었나 싶다. 순간 멍해질 정도로 놀랐는데, 머리에 띠지의 '메리 쿠비카 작품 중 가장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한다'라는 문구가 떠오르고 순식간에 이해가 되었다. 이 소설의 연출(?)은 꽤나 재미있는 부분이 있는데, 아마 '그 부분'에 다다르면 물밀듯이(?) 연출의 포인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 지점을 위해 희생된 부분(?)이 많다는 아쉬움이 있긴 하다. 뭔가 있을 듯, 있을 듯했던 부분들이 너무 의미 없이 사라진 듯한 느낌이 있는데, 이왕이면 뒷이야기를 조금 더 다뤄주었다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 순간의 도파민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필요한 희생이라고 봐야 할 지도. 결말은 호불호가 꽤 있을 것 같은데, 일단 나는 이런 류의 결말은 불호에 가깝다. 하지만 작가는 꽤 영리하게, 불호인 사람도 은근히 '호'일 수 있게 끌어당기는 '무언가'를 남겨두었다. 그래서 마냥 불호라고 할 수 없는 게 또 재미있었다.




"어쩌면 꽤 마음에 드는 작가를 알게 되었을 지도..?"



리뷰에 그런 감상을 적을 때가 있다. 반전은 좋아하지만, 오로지 반전만을 위한 책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이런 책은 일단 반전을 눈치채면 재미있게 읽기 어렵고, 반전을 위한 무리한 설정, 전개, 결말인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런 책이 좋은 건 그 반전이 진짜 예상 밖일 때, 그래서 도파민이 폭발할 때다. 온갖 기상천외하고 치밀한 반전이 난무하는(?) 일본 추리소설에 비해 영미 스릴러의 반전은 꽤나 정형화된 느낌이 있어서 '이거 아니면 이거겠지..'라는 뻔함이 있는데, 뻔하건 그렇지 않건.. 을 떠나서 어떻게든 독자를 속이는 책이 등장하면 꽤나 반갑다. [다정한 위선자]는 분명 반전을 위한 무리한 설정과 전개가 있긴 하지만 반전이 정말 놀라웠고, 반전을 빼고 봐도 꽤 흥미로운 전개라 어느 정도 아쉬운 부분에 눈을 감게 되는 것 같다. 영미 스릴러의 적지 않은 분량과 감정 묘사에 힘겨워 하는 터라 한 권 읽고 나면 텀을 두게 되는데, [다정한 위선자]를 덮자마자 이 작가의 다른 책을 검색해 보게 되었다. 작가의 다른 책도 이 정도라면, 어쩌면 꽤 마음에 드는 작가를 알게 되었을 지도..라는 생각을 해보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와이프 엄금 - 변사한 대학생의 핸드폰 엄금 시리즈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마트폰 화면을 보는 것 같은 재미가 있어요. 흥미진진한 내용이긴 한데 아직 약간 뭔가 더 있을 것 같은? 6월에 출간 예정인 후속작이 궁금해지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 티처
프리다 맥파든 지음, 최주원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같은 학교, 서로 다른 입장의 두 여자..??"



아름다운 집, 교사라는 안정적이고 보람 있는 직업, 무엇보다 누가 봐도 멋진 '네이트'라는 남편까지. '이브'의 삶은 완벽 그 자체인 것 같다. 아마도 남편이 자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는 것과 그녀 역시 그와 함께 하는 삶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만 제외하면 말이다.



학년 첫날, 학교로 향하는 '애디'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지난 학기, 그녀를 중심으로 한 '어떤 사건'으로 인해 애디는 곤란한 입장에 처했다. 하지만 운명처럼,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이 있었는데...




"온갖 비틀린 것들을 납득하게 만드는 도파민"



소설은 프롤로그부터 시체를 묻는 '누군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후로는 앞서 줄거리에서 언급한 두 사람, 이브와 애디의 시점이 교차로 전개되는데 읽어나갈수록 '도대체 누가 누구의 시체를, 왜 묻게 된 걸까..'라는 의문이 커져만 간다. 지극히 일상적인 장면을 중심으로 전개될 때도 저 강렬한 프롤로그가 뇌리를 떠나지 않고 소설에 긴장감을 더해준다. 여기에 프리다 맥파든 특유의, 꽤나 '전형적인' 주인공으로 보였던 이브는 소설이 전개될수록 의외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다른 한 축인 애디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이라 이 소설이 대체 어디로 가려는 걸까..를 오랜만에(?) 짐작할 수 없었다. 프리다 맥파든의 책이라면 당연히 이런 거겠지! 하는 '당연한 것들'이 하나씩 불가능한 것으로 바뀌며 '그렇다면 도대체 이 책 속 노림수는 뭐란 말인가..' 하는 생각을 끝없이 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결과(?) 실로 오랜만에 '???????' 하게 되는 반전에 제대로 넘어갔고, 그래서 책을 다 읽은 후 다시 앞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매번 그렇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프리다 맥파든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공감하기에는 다들 어딘가 좀 이상하다. 왜 저런 생각을 할까, 왜 저런 행동을 할까.. 싶다. 문화권의 차이로 인해 공감하지 못하는 거라고 하기에는 -물론 그런 부분도 없지는 않지만- 좀 많이 이상한 것 같다. [더 티처] 속 인물들.. 특히 특정 인물은 기존의 책들에 비해서도 더 많이 이상했는데, 어찌 보면 이번에는 그 이상함의 덕을 본 것 같기도 하다. 역시나 프리다 맥파든 책의 특징인 '비틀린 권선징악'이 이번만큼은 '그래, 차라리!!!!' 하는 식으로 느껴졌달까? 그리고 [더 티처]를 읽다 보면 분명 꽤 중요한 설정일 텐데 등장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 싶은 게 있을 텐데, 그게 '이런 거였다니!!' 하고 밝혀지는 순간의 도파민이 미쳤다. 아니, 이걸 이런 식으로...?? '이래서 그랬습니다'가 아니라 '서.. 설마...!?' 하고 독자가 스스로 깨닫게 만드는 방식이 정말 혀를 내두르게 만들던데요.. 아마 비슷하게 비틀린 캐릭터와 비틀린 권선징악이 거슬리지 않았던 건 이를 능가하는 도파민 덕분은 아니었을지...




"이.. 이 책까지는!!!(?)"



매번 프리다 맥파든의 책 리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가독성은 좋다'이다. 나는 보통 일본 미스터리에 비해 영미 스릴러는 읽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단순히 분량이 많은 것도 있지만 특유의 넘치는 묘사를 쉽게 넘기지 못하고, 그래서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 프리다 맥파든의 책은 어지간한 일본 미스터리보다도 술술 잘 읽힌다. 불필요한 묘사보다는 일상을 주로 그리는데, 그 일상을 일상적이지 않게 쓰는 작가, 평범한 일상에 어떻게든 긴장감을 부여하는 작가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쏟아진 맥파든의 책에 좀 피곤한 것 같고, 읽다 보니 다 비슷한 것 같고, 조금만 읽어도 '이거네..'가 보여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또 손이 가게 만드는 건 일단 대단하다. 그리고 그렇게 읽다 보면 [더 티처]처럼 종잡을 수 없는 전개 끝에 도파민 터지는 반전을 마주하는 책이 있어서 멀어지려다가도 가까워지는 것 같기도 하고..(?) 저처럼 맥파든의 책에 이젠 지쳤어...! 하는 사람이라도, [더 티처]까지는 한 번 읽어보시는 걸 아주 조심스럽게(?) 권해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냥꾼 이야기
임정희 지음 / 더픽션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물건이 오랜 시간 사람 손을 타면 기묘한 어떤 것이 된다고 합니다. 그것은 사람 사이에 섞여 살면서 장난치는 일을 낙으로 삼습니다."


모두가 떠나 버린, 그래서 일명 '귀신 골목'이라 불리는 곳에 남은 단 두 사람. 헌책방을 운영하는 '홍사장'과 '술집' 주인 '고씨'. 그리고 가끔 헌책방을 찾아와 사연이 있는 듯한 골동품을 팔고 '도깨비' 이야기를 들려주는 '김서방'까지. 평범한 듯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들의 하루는 오늘도 깊어져 간다.




"도깨비라는 존재가 선사하는 변주와 매력"



소설의 시작은 참 묘한 분위기이다. 이미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은 골목에 불 켜진 단 두 곳의 가게. 그중 한 곳에서 서로 술잔을 기울이는 두 사람. 이윽고 한 사람이 더 와서 한담을 나누다 문득 들려주는 기묘한 이야기.. 현실에 은근한 비현실이 가미된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가 또 희한하다. 비현실적인 '존재'에 대한 두려움도 어느 정도 있지만, 그럼에도 뭔가 단순한 두려움으로 점철된 이야기는 또 아니다. 이 책 속 에피소드들은 하나하나 보면 어떤 한을 품고, 그래서 상대에게 어떤 위해를 가하겠다는 생각으로, 혹은 불특정 다수에게 해코지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하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장난'을 치고 싶어 하는 존재가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옳고 그름으로 나누는 게 아니라 애초에 '그렇게' 만들어진 존재의 이야기라 보면서 마냥 무섭다기보다는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이웃처럼, 놀랍게도(?) 때로는 가족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그렇다고 마냥 친근하게 느껴지는가.. 하면 그건 아니고 때때로 어린아이의 장난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그게 정도를 모르는 섬뜩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런 갭이 이야기에 변주와 매력을 더해주고 있달까.



[사냥꾼 이야기]는 총 일곱 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제목 하나하나가 재미있다. 표제작인 <사냥꾼 이야기>를 비롯해 <김서방 이야기>, <도깨비 이야기> 등 '누군가', 그것도 단순히 인간이 아닌 존재의 이야기일 때도 있고, <옥탑방 이야기>, <갈대밭 이야기> 등 '어딘가'의 이야기일 때도 있다. 단순히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게 이 책에서는 더 많이 와닿았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아니, 한때는 정말 익숙했지만 요즘은 다소 낯선, 과거의 존재가 되어버린 도깨비는 원래 오래 묵은 물건이 변신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이야기, 물건에 깃든 존재의 이야기를 넘어서 장소 그 자체의 이야기로 확장되는 듯한 세계관이 에피소드의 제목부터 느껴지는 것 같았다.




"심야괴담회? 한국의 아라비안나이트?"



소설의 초반은 아무래도 김서방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조라서 그런지 방송 프로그램인 '심야괴담회' 혹은 '아라비안나이트'가 떠올랐는데, 묘하게 앞쪽에 비교적 섬뜩한 이야기가 자리 잡고 있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비현실적인 이야기지만 현실이 많이 녹아 있다 보니 조금 더 오싹한 한편, 도깨비의 존재가 뚜렷하게 드러난다거나 평소 생각하던 도깨비의 이미지와 조금 달라서 '과연 이 책 속에서 들려주고자 하는 도깨비의 이야기는 어떤 걸까..'라는 궁금증이 많이 들었다. 



소설의 중반은 다른 생각은 할 수 없을 만큼 책에 푹 빠졌다. 그 분위기조차 스포 하고 싶지 않아서 표현이 조심스러운데,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와닿았다. 익숙한 듯 느껴지는 이야기에 도깨비라는 설정이 더해지니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된 것처럼 매력적이었다. 등장인물의 감정 하나하나에 공감이 되며 몰입하게 되는 게 딱 한국인의 감성이라 좋았다.



소설의 후반은 이 책이 에피소드의 모음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엮인 한 권의 소설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었다. 이제 정말 주요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그간의 분위기와 다른 듯하면서 긴장감 넘쳤다. 사실 도깨비는 장난을 좋아할 뿐, 인간에게 피해를 입히는 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를 봐도 '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데, 소설의 설정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긴장감을 자아내는 방식이 탁월했다. 그간의 여러 파편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도 흥미로웠고, 딱 이 소설과 어울리는 마무리가 가슴 깊이 스며들었다.




"한국형 미스터리 그 자체!"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개성 넘치고 묘사 하나하나가 생생해서 마치 영상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확실히 방송 작가로 오래 일한 작가님 다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흥미로운 세계관을 잘 구축해서 '한 권으로 끝내기는 너무 아쉽다..' 싶었는데 작가님께서 후속작을 집필 중이시라는 '작가의 말'을 보고 금세 아쉬움이 사라졌다. 심지어 이번 책이 '순한 맛'으로 느껴질 정도의 '진한 맛'이라고!



어린 시절에는 도깨비가 만화나 동화책 등으로 정말 친숙한 존재였는데, 지금은 도깨비라는 단어를 언제 마지막으로 들어봤는지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오래된 것 같다. 그런데 그런 도깨비를 어른이 된 지금, 미스터리 소설 속에서 다시 만난다는 건 묘한 설렘이었다.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나는 듯한 느낌도 들고, 무엇보다 도깨비가 미스터리와 참 잘 어울려서, 정확히는 작가님께서 도깨비를 미스터리에 멋지게 녹여내주셔서 기쁘고 반가웠다. 내게는 그야말로 '한국형 미스터리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던 [사냥꾼 이야기]였다.




무릇 도깨비는 생을 즐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사람에게 정을 주는 것, 도깨비가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