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얼굴
사쿠라다 도모야 지음, 최고은 옮김 / 반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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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 서평단에 선정되어 가제본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얼굴이 훼손되고 양손이 절단된 채 발견된 시신"


도로에서 멀지 않은 계곡에서 한 남자의 시신이 발견된다. 얼굴이 짓뭉개지고, 양손이 절단된 상태의 시신은 신원 확인부터 쉽지 않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경찰 '히노'의 머리를 스친다. 하지만 뜻밖에 얼마 후 발생한 다른 살인 사건으로 인해 이 시신의 신원이 생각보다 빠르게 좁혀진다. 하지만 두 사건 사이의 연결고리가 좀처럼 밝혀지지 않고 사건은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한편, 경찰서에는 한 소년이 찾아와 첫 번째 사건의 시신이 10년 전 실종된 자신의 아버지가 아닌지 확인하고 싶다는 요청을 하는데...




"서서히 스며들어오는..."


[매미 돌아오다]가 참 재미있었다. 뭔가 일상 미스터리 같으면서도 마냥 가볍지 않고, 잔잔한 것 같은데 여운이 긴.. 한 권밖에 읽지 않았지만 '이런 게 이 작가님의 스타일이구나!'라는 느낌이 빡! 하고 왔던 터라 [잃어버린 얼굴]은 아무런 정보 없이 '무조건 읽는다!' 싶었는데 초반 설정부터 당황스러웠다. 주..인공이 경찰이라구요..?? 그.. 시신이 발견되었다구요..?? 그러니까 그.. '잃어버린 얼굴'이 어떤 근사한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얼굴이 없는 시신을 말하는 거였다구요..?? 근데 이 책이 다른 작가님의 책이 아니고 사쿠라다 도모야 작가님 책이 맞다는 거죠..?? 너무도 다른 스타일에 당황스러웠던 것도 잠시, 아니 잠시보다는 조금 길었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어느새 이 책에 푹 빠져서 읽고 있는 내가 있었다.


여타의 경찰소설이 그렇듯, [잃어버린 얼굴] 역시 주인공인 경찰이 발로 뛰며 단서를 찾아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지만 그 단서라는 게 쉽게 잡혀줄 리 없으니 한 발 나아가는가.. 싶으면 제자리걸음이고, 또 한 발 나아가는가.. 싶으면 헛발질인 과정이 없지 않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 사건이 궁금하니 여기에 집중하면 좋겠는데 소설 속에서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는 사건이 하나가 아니니 실제보다 더 진전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묘하게 지루할 틈이 없다. 사건 자체가 자극적인 덕분(?)도 있겠지만, 소설 속 전형적인 것 같으면서도 마냥 그렇지 않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다소 늘어질 수 있는 수사 과정을 오히려 즐겁게 -수사 과정을 즐겁다..라고 표현해도 될지 미묘하지만..- 읽도록 만들어 준다. 그리고 지나고 보면 그 과정의 어느 하나도 허투루 쓴 게 없었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치밀하게 짜여진 '판'이라 그 판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보는 자체가 흥미롭다. 보통의 경찰소설이라면 수사 과정이 주를 이뤄 다소 드라이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잃어버린 얼굴]은 수사 과정조차 '감정'이 빠지지 않는다.(이런 면에서는 확실히 [매미 돌아오다]의 작가님이 맞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그런데 그게 신파라든지, 억지 감동 혹은 공감을 유도하는 감정이 아니라 서서히 등장인물들이 스며들어와 자연스레 누구에게든 공감하게 되는 감정이라는 게 좋았다. 이 소설의 결말은 치밀한 복선 덕분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분명 있지만, 많지 않은 분량에도 충분히 이끌어 낸 공감이 훨씬 더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어 준 것 같다.




"앞으로 기다릴 시리즈가 늘어난 것 같다"



추리소설, 그중에서도 일본 경찰소설이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굵직한 작가들이 있고, 워낙 무게감 있는 작품들을 써낸 탓에(?) 적은 분량과 다소 가벼운 느낌이 드는 경찰소설에 쉽게 만족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뭔가 '재미있다'고 말하기에는 눈이 너무 높아졌다고 해야 할까? [잃어버린 얼굴]은 그런 경찰소설들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무게감 있는 작품을 써내는 대신 적당히 무겁지만 그 안에 충분하고도 남을 만큼의 복선을 심어두고, 그에 버금갈 정도의 '감정'을 담아 전혀 다른 느낌으로 '재미있다'는 감상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지 않았나 싶다. 책을 읽으며 중반까지도 '사실은 내가 '야쿠마루 가쿠' 작가님의 책을 읽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비슷한 느낌을 받기도 했는데, 내가 야쿠마루 가쿠 작가님을 꽤 좋아한다는 걸 감안하면 사쿠라다 도모야 작가님의 경찰소설 역시 기존 작품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라는 방증이 될 것 같다. 심지어 이 작품이 작가님이 쓴 첫 장편소설이라고 하는데, 첫 장편소설부터 이 정도 퀄리티라니..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는.. [매미 돌아오다]를 읽고 그 전후 시리즈가 궁금해졌는데, [잃어버린 얼굴]을 읽고 나니 '이 책 역시 무조건 시리즈여야 한다!' 싶었다. 이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이 정도로 재미있는(?) 판에 배치했으면 더 써먹으셔야죠!? 아무래도 앞으로 기다릴 시리즈가 하나 늘어난 것 같다.



"차오르기만 하는 인생은 없고, 잃기만 하는 인생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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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이모션
이서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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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감정이 제거된 세상...??"


인위적으로 감정을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 도입된 세상. 감정 제거자만이 입사할 수 있는 최고의 기업' 노이모션랜드'. 그리고 감정이 없는 채로 태어나 25세가 넘도록 감정이 생기지 않은 유일한 인물이자 노이모션랜드의 상징과도 같은 '하리'. 만 30세를 앞두고, 마지막 감정 테스트를 받은 하리는 뜻밖에 결과 발표가 보류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기에 하리의 주변에서 이상한 일들이 연이어 발생하며 그녀는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되는데..




"'스토리가 좋다'라는 게 제대로 와닿는 소설"


일단 간략하게 줄거리를 적기는 했지만, 아마 저 줄거리를 읽어도 이 책이 무슨 내용일지 쉽게 짐작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노 이모션]은 지금 우리가 일상적으로 살고 있는 '평범함'과는 다른 평범함이 자리를 잡아가는(?)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를 구구절절 설명하자니 너무 길어질 것 같았다. 여기에 여러 사건들이 거의 동시에 발생하는데, 일견 연관성이 없어 보여 하나하나 언급하자니 맥락 없이 주절거리는 느낌이라 망설이다 다 빼버렸다. 그 결과 '그래서 이 줄거리에서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지..'라는 생각이 드는 줄거리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게 어쩌면 [노 이모션]을 손에 들고, 초반을 읽어 나가던 나의 감상일지도 모르겠다. 이 사건들은 왜 일어나고 있으며, 그래서 중요한 건 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어서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딱 1/3 정도 지점을 넘어가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혼란스러움은 사라졌고, 그때부터는 책에서 손을 뗄 수 없었다.



인간은 생각보다 감정에 많이 휩쓸리는 약한 면이 있다. 그러니 감정을 제거하면 보다 효율적인 인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논리(?) 하에 감정 제거술이 보편화되고 있다. 세계는 세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구역은 선천적으로든 후천적으로든 감정이 없는 사람만이 살 수 있고, 그 정점에 있는 게 바로 노이모션랜드이다. 노이모션랜드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감정이 없어야 하고, 회사에 다니면서도 꾸준히 감정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그 안에 감정 보유자가 있다는 소문이 돌고, 그 소문을 뒷받침하는 기묘한 일들이 하리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다. 보통의 세상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자그마한 사건이 [노 이모션] 세상 속 노이모션랜드에서는 회사의 근간을 뒤흔들 수도 있을 거대한 사건이 된다... 처음에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간극이 점점 이해가 되기 시작하면서 소설은 흥미로움을 더해간다.



[노 이모션]을 읽으며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어차피 결말은 정해져 있는 거 아닌가..'였다. 이 흐름이라면 분명 '그 결말'에 다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떨치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실제로 그 결말이었는가..는 차치하고 '스토리가 좋다'라는 게 이렇게 와닿은 적이 있었나 싶다. 아는 맛, 혹은 아는 맛일지도 모를 결말까지 가는 과정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감정이 없는 게 당연해지는 세상이 배경인데 그 어떤 소설보다 감정이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도 신기했고, 감정이 없는 인물이 주인공인데 그 인물의 감정이 누구보다 궁금해지는 게 또 신기했다. 인물 하나하나가 입체적이라 안 그래도 매력적인데, 딱 그 인물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저마다 있고, 그 인물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온전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인물뿐만 아니라 소설의 전개 속 모든 이야기가 그랬다. '도대체 왜..?' 싶거나 '이 에피소드가 굳이 필요할까..?' 싶은 부분이 없고, 혹 있어라도 언젠가 그 에피소드가 꼭 필요했구나!라는 깨달음을 안겨 준다. 이 모든 것들이 잘 어우러져서 끝까지 흐지부지한 구석이 없는, 촘촘하고 짜임새 있는 밀도 높은 이야기가 소설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소설로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매력을 잘 살린 책!"


감정이 없는 게 당연해지고 있는 세상, 그리고 그 세상에서 감정이 없는 채 태어나 유일하게 서른 살까지 감정이 없는 채로 살아온 주인공. 설정만 놓고 보면 꽤나 드라이한 소설이 될 것 같은데 실제로는 오히려 반대였다. 굉장히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감정이 풍부한 소설이었다..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분명 추리소설은 아닌데, 조각조각 난 듯한 이야기들이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추리소설 못지않게 흥미진진하다. 특히 '???!!' 하게 만들었던 어떤 장면은 그야말로 소설의 백미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소설을 읽는 내내 소설 속 장면들이 머리에 그려지는 것 같은 생생한 묘사 덕분에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있었는데, 영화로 만들면 소설 속 여러 디테일까지는 살리기 어렵겠지! 싶기도 하다.(하지만 혹시 영화화가 된다면 꼭 보고 싶음!) 그래서 소설로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매력을 잘 살린 책!이라고 말하고 싶은 [노 이모션]. '감정'과 관련된 주제 의식을 떠올리면서 읽어도, 오로지 재미! 흥미! 도파민!(?)을 중심으로 읽어도, 어느 쪽이든 만족할 만한 한 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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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2 : 오스의 왕 킹덤 2
요 네스뵈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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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여러 가지 일들을 뒤로하고 호텔이 지어진 지 이미 8년. 이제 '로위'와 '칼' 형제는 새로운 도로가 오스를 지나도록 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그 일이 해결되기도 전에 '형제의 비밀을 품고 있는' 낭떠러지에서 자동차들을 끌어올리겠다는 소식이 들린다. 과거와 달리 발전된 현대의 과학 기술은 여전히 형제의 비밀을 어둠 속에 묻어둘지 로위는 걱정을 감추지 못한다. 그 와중에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형제에게 의심을 품고 있는 보안관의 집착은 점점 더 심해지고, 형제는 끊임없는 위기와 마주하게 되는데...



과거 호텔을 짓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때로는 이를 위해 '해서는 안 될 일'까지 했던 형제는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모양새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들이 발을 딛고 있는 곳은 여전히 살얼음판 같다. 언제 깨져도 이상하지 않을 '안정'에 목을 매고 '서로를 위한다'라는 명목하에 다시 한번 '해서는 안 될 일'까지 염두에 두는 형제. 옳지 않음을 기반으로 한 이들 형제의 성공이 과연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 것인지,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다'라는 이들의 생각은 언제까지 변함없을 것인지.. 책 속에서, 적어도 중반까지 묘사하고 있는 건 어쩌면 '행복'에 가까운 일상이다. 아니, 어쩌면 '이것만 해결하면 행복해지겠지'라는 기약 없는 희망'만'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마도 이들이 지금 꿈꾸는 '행복'과 그 행복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의 이면에 죽음의 그림자가 이미 너무도 짙게 드리우지 않았다면 나 역시 '그래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엔딩을 빌어주고 싶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절대 해피엔딩이 허락되지 않을 걸 알기 때문에 읽는 내내 조마조마하다. 언제 무너질 것인지, 어떤 죄로 인해 무너질 것인지, 무엇보다 '누가' 무너질 것인지.. 종국에는 내가 기대하는 게 행복인지 파멸인지조차 헷갈리면서도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킹덤 2]는 요 네스뵈의 작품답게 처절하고, 치열하고, 철저하다. 어찌 보면 모두가 범인을 알고 읽는 도서 미스터리에 가까울 이 책은 범인, 동기, 트릭(?)에 대한 반전 없이도 독자를 들었다 놓았다 한다. 여전히 최적의 자리에 위치한 복선들이 제때에 힘을 발휘해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라는 건 분명 공감을 사기 어렵지만, 어쨌든 그 '이유'에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일종의 자기희생정신(?)이 자리 잡고 있는 이상은 이들의 행동을 마냥 비난할 수가 없다. 아니, 비난을 하면서도 일말의 '희망'이 남아있기를 바라게 된다. 도무지 공감할 수 없는 것에 공감하게 만드는 게, 공감하고 싶게 만드는 게 [킹덤 2]에 부린 요 네스뵈 최대의 마법(?)이 아닐까 싶었다.



이 작가님이 생각하는 '권선징악'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좀 다른 것 같다..라는 생각을 종종 했다 그런 생각이 극에 달했던 게 아마 [아들]이 아니었을까? [킹덤 2] 역시 그런 요 네스뵈 표 권선징악을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었다. 옳지 않음을 알지만, 때로는 그 옳지 않음이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혹은 죗값을 치르더라도, 조금이라도 온건한 형태로 치르고 그 삶을 이어나가기를 희망하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예상하는 '그 결말'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개연성 없는 결말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 역시 있다. 이런 모순된 독자의 바람을 멋지게 들어주는 게 이 작가님이라 매번 이 작가님께 열광하게 되는 게 아닐지.. 스탠드 얼론으로 나왔던 작품, 그것도 한 권으로 완벽하게 마무리된 작품에 굳이 후속작이..?? 라는 의문이 없지 않았는데, 이 정도면 애초에 여기까지 예상하고 [킹덤]을 쓴 게 아닌가..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만들 만큼, [킹덤]과 [킹덤 2]는 완벽하게 이어진 시리즈였다..라며 감상을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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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살해당할까
구스다 교스케 지음, 김명순 옮김 / 톰캣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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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당뇨로 입원한 '쓰노다'의 병실은 사연이 많다. 병원에는 좀처럼 존재하지 않는 '4호실'에, 팔천만 엔을 횡령하고 동반자살한 두 사람이 입원했던 병실이기도 하다.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고, 유령을 목격한 후 자살한 환자도 있고, 간호사들조차 이 병실을 꺼리는 듯하다. 무엇보다 쓰노다 역시 유령을 목격했기에 이를 단순한 소문으로만 생각할 수 없다. 결국 그는 입원해 있는 동안 사라진 팔천만 엔과 4호실의 유령에 대한 조사를 하게 되는데...



[언제 살해당할까]는 묘한 부조화의 조화(?)가 시작부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일단 '언제 살해당할까'라는 기묘하면서도 무서운(?)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표지가 그렇고, 분명 아주 오래전에 쓴 책인데 초반부터 시대감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가볍고 일견 유쾌하게 느껴지는 전개가 그렇다. 아니,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시대감이 느껴지기는 하는데, 그게 오래전에 쓰여진 책이라 느껴지는 시대감이 아니라 요즘 작가가 과거를 배경으로 쓴 책 같다고나 할까? 케케묵은 느낌보다는 의외로 명랑하고 재기 발랄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그 시대에 대한 구구절절한 묘사보다는 등장인물의 대화를 중심으로 한 전개가 그렇고, 이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점점 무거워지는 사건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만담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는 점이 그렇다. 애초에 이 사건이 유령과 사라진 팔천만 엔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되었다는 것도 한몫을 해서 읽는 동안은 나보다 한참 나이 많은 책(?)이라는 생각이 좀처럼 들지 않았던 것 같다.



가벼운 호기심에서 시작한 조사였지만 뜻밖에 쓰노다, 그리고 그의 조사를 역시나 장난삼아 도와준 친구이자 경감인 '이시게'에게 시시각각 위기가 닥치며 단순한 호기심 그 이상이 되었고, 조사를 거듭할수록 사건의 규모가 예사롭지 않다. 그야말로 '언제 살해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쓰노다는 머리로, 이시게 경감은 발로 뛰며 현재의, 그리고 과거의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은 꽤나 흥미롭다. 당연하지만 최신 과학 기술은 고사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 심지어는 연락 한 번 주고받는 것도 쉽지 않은 시대의 원거리(?) 수사는 요즘 수사와는 전혀 다른 맛이 있다. 현대인이 보기에는 한없이 느린 전개일 수도 있지만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미친 속도(?)인 듯한 조사 과정이 묘하게 매력적이고, 이시게 경감의 느린 발과 빠르게 돌아가는 쓰노다의 머리가 정확히 한 지점에서 딸깍! 하고 맞물릴 때의 쾌감도 예사롭지 않다. 이게 말이 되나.. 싶은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지금'을 살아가는 나의 생각이고, 그 시대니까 가능한 발상, 그 시대니까 가능한 추적, 그 시대니까 가능한 트릭이 멋지게 어우러지는 게 인상적이다. 그 시대의 발상으로 한참 미래의 독자마저 속이는 작가의 탁월한 능력이 돋보이고, 사실 그때라서 가능했던 이야기가 지금도 통한다!라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지 않나 싶다.



'마지막 한 줄로 그동안의 전개를 뒤집으며 독자의 뒤통수를 친다!'라는 카피 라이트의 반전 소설도 물론 좋아하지만, [언제 살해당할까]는 이런 류의 책은 아니다. 우직하게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그 과정에서 하나씩 하나씩 밝혀지고, 그렇게 밝혀진 모든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서 추리를 하고, 그동안 은근히 숨겨놓았던 복선들이 추리 사이사이의 빈틈을 채워주며 논리를 완성한다. 아날로그의 극치인데 그게 시대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려서 -사실 그 시대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거겠지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다소 우연에 기댄 부분이 있는 건 아쉽지만, 나름대로 치밀한 설계를 하고, 과정에 정말 많은 공을 들여서 정교하게 짜 맞춘 덕분에 아쉬움보다는 만족감이 크게 상회한다. 요즘의 수사와는 다른, 그야말로 발로 뛰는 그 시대의 수사를 느긋하게 즐겨볼 수 있는 소설 [언제 살해당할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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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괴이 너는 괴물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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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최초의 사건>

아니, 단편 설정에 이렇게 공을 들인다구요!? 도대체 어디까지 철저할 생각인지... 얼핏 읽으면 나름대로 특수설정을 살린 미스터리 소설처럼 느껴지는데 다 읽고 보면 꽤나 본격적인 미스터리였구나! 로 감상이 바뀐다. 뭔가 은근 블랙 유머 느낌도 있고, 이 작가님 책 치고는 꽤나 퓨어했던 것 같은..??


<큰 손의 악마>

와.. 이 정도는 해야 작가가 될 수 있는 건가!? 이건 뭐.. 설정도 심상치 않은데 전개는 더더욱 심상치 않았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흘러가서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감도 안 왔던..시종일관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대단했다. 숨도 못 쉬고 읽는다..라는 게 이런 건가 싶었음!


<나나코 안에서 죽은 남자>

이 단편.. 배경이 유곽이라서 수위가 좀 있음.. 근데 읽어 보니 상황이 뒤집히고 또 뒤집히는 유쾌한(?) 느낌이 있어서 '오, 그 시라이 도모유키 작가님이 이런 분위기의 단편을!?'하고 감탄했단 말이죠..?? 근데 더 읽어 보면 이거 정말 진짜 찐으로 본격적인 탐정소설이라서 너무 재미있었다. 와, 이건 진짜 미친 거 아닌가 싶은 철저한 전개와 결말, 그리고 또........ 여기까지 읽었을 때만 해도 '와, 이 책에서는 무조건 이게 베스트다!!' 했을 정도였다.


<모틸리언의 손목>

학창 시절에 역사 과목을 배우다 보면, 유적지나 유물, 화석 등의 해석(?)을 보면 '실제로 그랬을까? 혹시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전혀 다른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하는 상상을 했다. 그런 상상이 시라이 도모유키라는 미친 작가님을 거치면(?)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구나! 싶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거 아닙니다...(?)


<천사와 괴물>

책을 다 읽은 후 '와, 이 책의 베스트는 이거였네..'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던 마지막 단편 <천사와 괴물>. 분량을 봐도 다른 이야기의 두 배쯤 되는데, 진짜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고 후다닥 읽어나갔다. 보통 이 작가님의 책을 읽다 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하게 짜여진 철저함에 감탄할 때가 많은데, 이 이야기는 철저함을 넘어선 서사에 감탄했어요.. 단편 분량으로 이 정도 이야기를 만든다고? 이게 가능해??? 말도 안 된다 진짜..



[나는 괴이 너는 괴물]은 표제작이 없는데, 각기 다른 배경과 소재의 이야기들임에도 불구하고 분명 이 제목은 이 모든 이야기를 멋지게 아우르며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주는 절묘함이 있다. 그리고 이 책 속 단편들이 가진 또 하나의 공통점이라면 진짜 철저하고, 허투루 쓴 게 하나도 없다는 거? 읽다 보면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오를 수도 있는데, 분명 각 이야기가 끝나기 전에 그 물음표는 느낌표로 모습을 바꾸며 뇌리에 강하게 박힐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이 작가는 미쳤구나 진짜..'라는 감탄(?)과 너무 재미있다는 탄성을 반복해서 내뱉을 수밖에 없었던 책 [나는 괴이 너는 괴물]. 이 작가님의 철저함은 단편에서도 장편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빛을 발하고 있으니, 수위 높은 기존 책들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면 이 책으로 작가에 입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이 작가님의 책을 좋아한다면 무조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책이니 얼른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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