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행 2 - 하얀 어둠 속을 걷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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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책은 -뭐라뭐라 늘 불평을 해도- 꽤 많이 읽었는데 [백야행]은 두께때문에 계속 미루다 이제야 전자책으로 읽게 되었다.

 

사실 워낙 오래 전에 나온 책이라 이미 읽을 사람은 다 읽었겠지만 줄거리를 간단히 -이 책의 두께와 등장인물을 생각하면 줄거리가 절대 간단할 수가 없지만- 언급해보자면,,

 

소설의 시작이자 소설 속 시간으로 봐도 거의 첫 부분인 1973년, 전당포의 사장인 기리하라 요스케가 폐건물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전당포 사장이라는 특성상 원한관계도 의심스럽고 살해 시기로 추정되는 날 만나서 용의선상에 오른 여성도 있는 상황에서 사건은 어느쪽으로든 해결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그 여성이 자살 또는 사고로 추정되는 사건으로 사망하고, 그녀와 공범으로 의심받던 남성마저 교통사고로 사망하며 사건은 미궁으로 빠진다. 담당부서도 축소되는 상황에서 2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해당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 사사가키만이 이 사건을 해결하고자 고군분투한다.

 

시간은 흘러 책은 전당포 사장 주인의 아들이었던 기리하라 료지와 용의자였던 니시모토 후미요의 딸 유키호의 삶이 중심이 된다. 끔찍한 과거의 사건의 그림자가 드리워서인지 두 사람 주변에서는 끊임없이 불행한 사건이 발생하고 그들과 연관된 사람들 역시 직/간접적으로 불행의 파편을 맞게된다. 과연 이 연쇄된 불행을 낳은 것은 누구이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두 권의 책을 합하면 1100페이지가 넘은 분량답게 등장인물도 많고 그에 따른 서사도 많을 수밖에 없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에 기억력에 한계가 있어 두세 차례 이름을 검색해봐야만 했다. 중심이 되는 인물은 료지와 유키호지만 독특하게도 전적으로 이들의 시점으로 사건이 진행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늘 다른사람의 시선으로 이 둘을 바라보기 때문에 이들의 속마음은 알 길이 없다. 그렇지만 사건의 핵심이 되는 키를 누가 쥐고 있는지 모르는 입장에서 주요 인물의 속마음을 전혀 -심지어 마지막까지- 알 수 없는 상황은 굉장히 답답하기만 하다. 또 책의 내용이 전개되는 동안 수많은 불행을 흩뿌리는 '인물'에 대해서도 짐작만 할 뿐 확실치는 않고 주변 인물들이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 걸 보면 그야말로 고구마 150개 정도는 삼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미스터리 혹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확실함에 있다. 현실에서는 미해결 사건도 많이 있고 설령 범인이 검거되더라도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저지른 범죄에 합당할 만큼의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누가', '어떻게', '왜'가 확실한 소설을 좋아하는 것이다. 그런데 [백야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확실한 것이 없다. 구성으로 보면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 에서 '결말' 부분이 통으로 사라진 느낌이었다. 전자책 상으로 사건의 해결을 초조하게 기다리다 남은 분량을 봤을 때 단 3%인 것을 보고 정말이지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남은 분량이 3%라고?? 두 권의 책 1100여 페이지에 걸쳐 벌어진 일들을 수습하는 데 필요한 분량이 고작 3%!? 책을 다 읽기도 전에 분노가 치솟았다. 중요한 인물들의 이야기는 들을 길이 없었고 결말은 남은 자들의 추측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사사가키가 20여년의 세월을 바쳤다고 하기에 그의 노력도 그에 따른 결말도 너무도 허망하다. 동기 역시 짐작할 뿐이다.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에 대해 독자가 공감하고 납득할 만큼 절절한 아픔도 묘사되지 않았기에(심지어 이마저도 추측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공감하고 함께 아파하기 보다는 자신이 겪은 일에 비해 너무 지나친 결과를 낳았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피해자가 가해자로 돌변하는데 있어 그 대상이 기존의 가해자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무차별적으로 돌변하는 것에 대해 독자의 공감을 얻기에는 그 피해자의 감정, 생각에 대한 묘사가 전무했다.(사실 절절하게 묘사해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은 한다만..)

 

책의 제목인 [백야행]은 소설 중 료지의 입을 빌어 그가 자신의 인생이 백야행과 같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지만 내게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결말은 났지만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이 없고 행복해 진 사람은 없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불행해졌다. 결국 한 사람을 백야행에서 끌어올리기 위해 모든 사람들을 백야행으로 몰아넣고야 말았다. 이 책 자체가 내게는 백야행이었다. 대낮처럼 환하게 결말이 밝혀지길 기대했는데 어슴프레 밝아진 듯한 것 역시 밤이었다. 그야말로 백야를 걷는 기분이었다.

 

[백야행]의 1권을 읽을 때 나는 왜 이 책이 오래도록 사랑받는지 알 것 같았다. 여러 인물이 등장하지만 각각에 맞는 서사가 있고 또 과거의 사건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것이 꽤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렇지만 2권 중반쯔음에 이르렀을 때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결국에는 너무 아쉽게 마무리되고 말았다. 가독성은 그야말로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탄성을 지를 만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번에는 오랜 시간을 들인 만큼 정말 너무도 아쉽다. 결국 나는 또 읽은 후 아쉬운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책장에 한 칸을 늘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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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회화 100일의 기적 암기 카드 - 한 장씩 뜯을 수 있는 카드 형식, 카드링 포함 100일의 기적
문성현 지음 / 넥서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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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쯤이었던가, 영어책을 한 권만 외우면 영어를 잘 하게 된다는 어떤 책을 읽고 [영어회화 100일의 기적]을 사서 야심차게 암기를 시작했었다. 나름대로 꽤 열심히 해서 한 30일 분량 정도 외웠으니 끝까지 갔을 법도 한데 아쉽게 그만두게 된 계기는 정말 사소한 것이었다.

 

그 때 공부방법은 이랬다.

 

1. 저녁에 다음 날 외울 부분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서 간다

 

2. 사무실에 출근해서 30분 정도 암기를 한다

3. 중간중간 시간이 날 때 반복해서 외운다.

4. 퇴근 후 집에서 전날 학습분까지 복습을 하고 당일 암기를 마무리한다. (1~4 반복)

 

그런데! 본가에 내려가는 주말에 그만 '1번'을 깜빡한 것이다.(ㅠ_ㅠ) 첫날 저녁은 복습이라도 했는데 둘째 날은 공부할 책이 없다며 마음 불편히(몸은 편히) 복습도 안 하고 그냥 쉬었다. 마지막 날은 마음도 불편하지 않고 마냥 -즐겁게- 쉬었고 그렇게 30여일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시간이 흘러 '영어공부를 다시 하면 좋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을 때 [영어회화 100일의 기적 '암기카드']가 출간된 것을 알게 되었다. 한 페이지씩 뜯어서 들고다니면서 학습하도록 출간된 책이 내 지난 날 실패의 기억을 상기시키며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였다.

 

 

뜯어서 들고 다니게 나왔기 때문에 책 크기 자체도 매우 작아서 내 손 정도 크기이고, 기존 책과 비교하면 거의 반절 정도 수준이다. 또 '암기카드'라는 이름답게 한 장 한 장이 뻣뻣하고 두꺼워서 쉽게 구겨지지 않아 낱장으로 휴대하기도 좋다. 책의 기본 구성으로 '링'이 있기 때문에 몇 장을 묶음으로 가지고 다니기도 편리하다.

 

 

 

신기한게 그냥 책장을 팔랑팔랑 넘길 때는 안 뜯어지는데 힘을 줘서 당기면 아주 깔끔하게 뜯어진다. 며칠 공부를 하며 한 장씩 뜯어서 가지고 다녔는데 확실히 중간에 짬날 때 보기 좋다. 핸드폰 사진보다 훨씬 깔끔하기 때문에 가독성도 좋고, 나는 사무실 책상 유리 밑에 그 날 학습하는 페이지를 집어 넣은 채 생활했는데 은근히 눈이 가서 일하는 동안 생각보다 여러 차례 눈에 담을 수 있었다.(월급루팡 아님 주의)

 

 

 

기존 책과 비교해서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 도서는 '기본대화'가 한 페이지, Mini Dialogues가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 또 5일마다 퀴즈가 있어 학습내용을 되짚어 볼 수 있다. 그러데 이번 암기카드는 딱 '기본대화'가 있는 페이지만으로 구성이 되어있다. 사진 속 기존 도서의 좌측 페이지만 뚝 떼어서 카드로 만든 것이다. 한 장의 카드에 앞 뒤로 이틀 치의 대화가 실려 있는데, 한 가지 달라진 점은 상단에 체크리스트가 생겼다는 점이다. 이전보다 암기를 조금 더 강조해서 암기를 확인할 수 있는 칸도 있다.

 

 

기존의 책에 비해 아무래도 암기를 위한 휴대성에 중점을 둔 구성으로 보이는데 책은 집에 두고 학습하고, 낱장은 링에 묶기 보다는 여기저기 시선이 자주 가는 곳에 붙여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는 회사 책상 외에도 부엌 선반, 화장실 유리(건식 화장실이라서 가능한 부분이다^_^), 창문 등에 한 장씩 붙여놓고 지나가다 보이면 한 번씩 읽는 식으로 최대한 여러 번 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은 아직 초반이라 -기존 학습분량도 따라잡지 못한,,ㅠ_ㅠ- 그대로 다 붙어있지만, 암기한 페이지가 늘어나면 낱장은 떼어내고 대신 그 자리에 대화 내용의 키워드만 적어서 붙여놓은 후 보일 때마다 대화내용을 떠올리며 암기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종이의 재질도 좋고, 휴대성도 좋고, 장점이 많은 반면 아쉬운 점도 있다. 가장 큰 아쉬움은 한 페이지에 영어 대화와 해석을 함께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이왕 암기를 강조했으면 앞면에는 영어, 뒷면에는 한글을 싣는 등의 방법으로 분리를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영어 문장만 보고 해석도 떠올릴 수 있고, 해석만 보고 영어 문장을 떠올릴 수 있어 암기카드로서의 역할을 더 뚜렷하게 할 수 있었을 텐데 기존 책과 마찬가지로 한 페이지 안에 하루 내용을 다 담고 있다보니 번거롭게 가려가며 봐야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아쉬움은 QR코드로 들을 수 있는 강의에 대한 부분이다. 기존 책에도 이번 암기카드에도 동일하게 저자의 음성강의를 들을 수 있게 QR코드가 있는데 기존 책이 강의였으니 이왕이면 암기카드는 본문 내용의 MP3로 이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실제로 암기카드 상단 체크리스트를 보면 1.MP3 듣기 / 2.저자강의 듣기 / 3.암기 완료 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기존 책의 QR코드와 이번 암기카드의 QR코드가 동일한데 강의음성이 너무 작다. 강의를 듣기 전 광고의 소리는 큰데 동일한 볼륨으로 들으면 강의는 잘 들리지 않는다. 언제고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릴 때 일상 속에서 한글을 가르치기 위해 어머니께서는 온 집안에 한글카드를 붙여놓으셨다고 했다. 그 덕분인지 나는 한글을 정말 빨리 뗀 편이다. 이번 [영어회화 100일의기적 '암기카드']를 보니 어머니가 자식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학습자가 조금이라도 편리하게 학습할 수 있도록 고민한 흔적이 엿보여서 조금의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꽤 반가웠다. 지난 번에는 작심 30일 -그래도 이만하면 작심삼일의 10배다- 로 끝났지만 이번에는 작심 100일이 될 때까지 암기카드로 열심히 공부해봐야겠다.

 

 

*[영어회화 100일의 기적] 본(本) 도서는 직접 구매 / 암기카드는 출판사에서 보내주셨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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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세계가 끝날 무렵 - W-novel
아야사카 미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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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만 봐서는 요즘 유행하는 라이트 한 판타지 소설일 것만 같은 소설 [우리의 세계가 끝날 무렵]. 그렇지만 띠지의 책 소개를 보면 의외로(?) 미스터리 소설이다. 사실 아무리 봐도 라이트 한 미스터리 소설로 보이는데 위즈덤하우스에서 나왔다는 것이 신기하는 생각이 들었다.(아무래도 출판사가 가진 이미지라는 것이 있으니,,)

 

 

 

주인공이자 화자인 '와타루'는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흔히 말하는 '히키코모리'가 된 중학생 소년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방에서 보내던 그는 우연히 어느 고등학생 작가의 소설을 보고 이 정도는 자신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연재 사이트 '모바일 시티'에 소설을 올리게 된다. <열네 살 은둔형 외톨이가 쓴 호러 미스터리>라는 자극적인 홍보 문구 덕분인지 그의 소설 [룰 오브 룰]은 상상 이상의 인기를 끌게 된다. 그러던 중 [룰 오브 룰]의 연재를 중단하라는 협박성 메시지와 '살.인.자'라는 섬뜩한 전화를 받게 되고 심지어 그의 소설을 모방한 듯한 살인 미수 사건까지 발생하며 그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사실 나는 첫째로 호러를 아주 좋아하는 편은 아니고, 둘째로 라이트노벨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사회파 미스터리처럼 묵직한 책을 좋아하다보니 가벼운 일상 미스터리를 다루는 -판타지한 라이트노벨은 논외로 한다. 아예 읽은 적이 없어서,,ㅠ- 라이트노벨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왕 시간을 들여 읽는다면 좀 더 오랜 여운을 남기고 생각할 거리가 있는 책을 읽고 싶어서, 가볍기만 한 라이트노벨에는 편견이 좀 있었다. 또 이 책의 소재인 '픽션을 모방한 살인사건' 역시 미스터리에서는 드물지 않아서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책은 400페이지도 채 되지 않는 가벼운 분량과 중학생에 불과한 주인공, 소설 속 소설인 [룰 오브 룰]의 중2병스러운 스타일까지 굉장히 라이트노벨의 느낌을 주는 것과 동시에 주인공 소년이 안고 있는 트라우마 -과거 자신의 눈 앞에서 친구가 투신을 한 사건- 와 더불어 집단따돌림이라든지 은둔형 외톨이, 그리고 픽션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요즘 세대의 모습까지 투영함으로써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작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어서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출판사의 작가 소개를 보면 2009년에 데뷔했다고 하는데 띠지에서는 '완벽한 미스터리를 구사하는 신예 작가의 탄생!'이라고 소개하고 있어 다소 읭?스러운 느낌이,,- 요즘 세대 아이들의 생각을 정말 잘 알고 있는 듯한 표현력에 여러 차례 감탄했다.

 

 

"밖에 한 발짝 내디딘 순간부터 등에 꽂힌 보이지 않는 플러그가 쑥 빠져서 체력과 기력이 떨어져가는 기분이었다. (중략) 다른 사람들 등에 꽂힌 플러그는 내 것보다 코드가 아주 긴 게 틀림없다. 아니면 무선랜으로 전파를 날리든지."

 

 

정말 요즘 아이들이 할 법한 생각이라서 웃음이 나는 것과 동시에 '와, 정말 그렇네' 하고 공감이 되었다. 누구나 비슷한 생각은 할 수 있지만 이렇게 공감이 되게 글로 쓰는 것은 정말 다른 문제라서, 이런 표현들을 보며 책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초반에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며 몰입하게 하지만 중반 이후 다소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 있고, 결말까지 이어지는 과정의 개연성이 조금 부족한 듯하고 무엇보다 의외의 결말에 대해 독자의 공감까지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한 것 같아 조금 아쉬움이 있다. 등장인물이 '그러한 행동을 하기까지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고 느껴질 만큼의 context가 있지 않아서 인물의 행동 변화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 것도 아쉬웠다. 그렇지만 자잘한 복선을 깔끔하게 회수하는 것과 무엇보다 주인공이 겪은 트라우마에 대해 그 나이의 소년이 가질 법한 생각, 행동이 정말 그 나이대 소년의 행동을 보고 그대로 묘사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생생하게 실감났던 것이 좋았다. 미스터리적인 면보다는 성장소설로서의 면이 더 돋보이지 않았나 싶다.

 

라이트하지만 마냥 라이트하지만은 않았던 소설 [우리의 세계가 끝날 무렵].(여담이지만 끝까지 이 소설의 제목은 외워지지 않았다고 한다.ㅠ_ㅠ) 작가가 묘사하는 소년 내면의 모습을 보다보면 이 작가가 그리는 성인의 내면의 모습은 어떨지, 더 나아가 아주 묵직한 울림이 있는 소설은 또 어떨지 궁금해진다. 앞으로 작가의 다양한 소설을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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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미션 - 죽어야 하는 남자들
야쿠마루 가쿠 지음, 민경욱 옮김 / 크로스로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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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마루 가쿠의 국내 최신작 [데스미션]. 출간도 되기 전에 운 좋게 출판사에서 가제본을 받아서 읽게 되었다. 야쿠마루 가쿠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소년법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연상되는데 이번 책은 소재가 좀 독특하다. 죽음을 앞둔 두 남자의 대결이랄까.

데이 트레이더로 성공해 평생 쓰고도 남을 자산을 가지게 된 '사카키'는 자신이 말기 위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평소 자신의 깊은 욕망이었던 살인을 실행에 옮기기로 한다. 한편 평생을 형사로 살아온 '아오이' 역시 자신이 말기 위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자신의 남은 시간을 여성 연쇄 교살 사건의 범인을 잡는데 쓰고자 한다. 같은 병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는 두 남자가 자신의 한정된 시간을 정반대의 일에 쓰는 이야기. 과연 신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일본 제목은 [死命]이었다고 하는데 역시 한글로 적으면 '사명'으로 전혀 다른 뜻의 단어가 되기 때문에 제목을 바꾼 듯하다. 제목처럼 죽음을 앞두고 각자 클리어하고자 하는 미션이 있는데 범인인 사카키는 한 명이라도 더 죽여서 그 때의 희열을 맛보고 싶어하고, 아오이는 그런 범인을 잡고 싶어한다. 여기에 사카키가 첫사랑이면서 동시에 사카키를 보며 어린 시절의 사건에 대한 -그리고 아마도 사카키가 여성을 죽이고 싶다는 욕망을 품게 된 계기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스미노'와 갓 형사가 되었지만 아직은 미숙하기만 한, 그렇지만 아오이와 파트너를 이뤄 사건을 수사하며 점차 성장해나가는 '야베' 등 개성 강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사건이 흥미롭게 전개됨과 동시에 과거의 사건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사카키는 살인을 저지른 것에 대해 초반에는 증거가 남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차피 6개월도 채 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거리낌이 없고 체포되어도 사형을 당하기 전에 죽을 거라며 오로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다. 그런 그에게 단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이 바로 시한부인 자신의 옆에 있어주는 스미노의 존재이다. 스미노에게 자신이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아 그는 점차 증거를 인멸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만 봤을 때 이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고 검거하는 것은 정말 불가능에 가까운 일로 보였다. 그렇지만 자신의 죽음도 불사한 아오이와 아직 형사로서는 부족하지만 나름의 감과 끈기로 아오이의 부족한 부분 -예를 들자면 점차 떨어지는 체력- 을 보완하는 야베의 케미로 점차 범인에게 가까워지는 과정은 다소 작위적인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흥미진진하다.

 

소설은 초반에 이미 범인을 드러낸 채 전개되기 때문에 흔히 추리소설에서 가장 큰 희열을 주는 '누가 범인이며 어떻게 범죄를 저질렀는가!?'를 밝히는 부분은 애초부터 존재할 수가 없다. 거하게 뒤통수를 맞는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죽음을 앞두고 있는 두 주인공이 과연 자신이 죽음에 이르기 전에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긴박감은 마치 내가 등장인물을 직접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대단하다. 최후의 최후까지 어떻게 될지 모를 긴박감 속에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틀림없이 죽음 자체가 두려운 게 아니다.

모두 죽기 직전 자신의 인생이라는 거울을 보게 되는 일이 두려운 것이다."

그렇지만 다소 아쉬운 감이 들기도 한다. 약 400페이지 가량의 분량으로 아주 적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내내 스미노가 간직하고 있었던, 그리고 사카키의 잃어버린 기억 속의 사건이 다뤄지는 볼륨이 너무 아쉬웠다. 모든 사건의 시작이 된 시점, 스미노가 사카키를 떠날 수밖에 없었고 사카키가 여성을 죽이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게 된 계기치고는 조금 부족하지 않았을까,, 책을 읽는 내내 궁금했는데 조금 허무한 느낌이었다.(물론 계기 자체는 끔찍하지만,,)

 

그럼에도 [데스미션]에 만족한 것은 죽음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죄책감도 없고 처벌에 대한 두려움도 없는 뻔뻔한 범인에게 과연 어떤 처벌을 내릴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결말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많은 추리소설들이 범인이 범죄를 저지른 계기에 대해 과거의 안타까운 사건으로 인해 살의를 품고 복수하기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등, 그래서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기도 하고, 피해자 역시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한 안타까운 상황을 그리는데 반해 이렇게까지 감정이입이 안 되는 범인도 드물었기 때문에 가차없는 결말이 통쾌하게 느껴졌다.

 

볼륨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범인이 누구이고 트릭이 어떻게 하는 부분을 완전히 배제한 채로 이만큼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었다는 것에 역시 야쿠마루 가쿠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죄]에 이어 연달아 [데스미션]을 읽어서 그런지 또 야쿠마루 가쿠의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에 출간된 야쿠마루 가쿠의 책은 이미 다 읽었기 때문에 조만간 또 새로운 책으로 오래오래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특유의 매력에 빠지길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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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죄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은모 옮김 / 달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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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믿고 읽는 작가가 된 야쿠마루 가쿠의 신작 [우죄]. 사실 이 책은 출간 전 제목만 들었을 때는 '우죄'가 '우발적 범죄'를 뜻하는게 아닐까 싶었는데 출간되고 보니 '친구의 범죄'를 뜻하는 우죄[友罪]였다. 그리고 책 띠지의 문구 -마음을 준 친구, 그가 바로 그 사건의 소년 A였다! 그의 과거를 알고도 친구로 남을 수 있을까?- 를 읽었을 때 느낌이 왔다. 이 책 역시 만만치 않겠구나 하는,,

 

책의 주된 화자인 '마스다 준이치'는 기자를 꿈꾸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가와켄제작소'에서 일을 하게 된다. 기숙사가 있다는 이유로 선택한 이 공장에서 그는 함께 입사하게 된 '스즈키'를 알게 된다. 조용하고, 붙임성 없고, 사교성 없어보이는 스즈키는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는 듯 하다. 우연히 스즈키의 짐 속에서 한 장의 사진을 보게 된 마스다는 어린 시절 자신이 살던 동네에서 일어난 끔찍한 살인사건의 범인인 '소년A'가 혹시 스즈키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스즈키와의 거리가 조금씩 가까워지고 그가 마음을 열어갈 수록 마스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결국 마스다는 독자적으로 과거의 사건을 조사하게 되는데,,

 

 

일반적인 추리 소설의 전개 -사건 발생 - 탐정(혹은 탐정 역할을 하는 누군가)의 조사 - 범인 색출 - 사건의 동기 고백- 를 생각할 때 [우죄]의 전개는 다소 이질적이다. 주된 사건은 이미 과거에 발생해서 범인은 다시 사회로 복귀한 상태이다. 다만 범인은 그 당시 미성년자로 소년법에 의해 '죄값'을 치르지 않고 교화작업이랄까 교정작업이랄까,, 그런 일련의 과정 및 기술에 대한 교육을 받은 채 사회에 복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주변 사람들은 자신의 옆에 있는 '그'가 과거의 끔찍한 범죄의 '소년 A'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소년 A'는 보통 사람들처럼 평범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것이 주된 이야기를 이룬다.

 

소설 속 메인 화자인 마스다는 과거에 친구와 얽힌, 죄책감을 털어버리기 어려운 사건의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소년 A'를 매몰차게 잘라내지 못하고 고민한다. 소설 속 또 다른 화자인 '미요코'는 과거에 자신이 겪은 일로 인해 끝없이 고통받고 있고, 누구도 손을 내밀어주지 않는 상황에 자신을 감싸준 '소년 A'에게 마음을 준다. 사실 끔찍한 과거의 사건의 범인인 '소년 A'를 바라보는 보통 사람의 시점은 경멸하거나 두려워하거나 넌 행복해질 자격도 없다, 죄값도 치르지 못한 채 뻔뻔하게 삶을 영위하다니,, 등등 부정적으로 점철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우죄]는 과거의 잘못으로 현재까지 끊임없이 고통받는 두 인물을 '소년 A'의 주변인물로 설정하며 그를 무조건적으로 배척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만들어 그들을 고민하고 고뇌하게 하고, 그 고민은 자연스럽게 독자의 고민으로 이어지게 된다.

 

작가는 이 책을 일본의 유명한 엽기 사건인 '여고생 콘크리트 살인사건'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역시 일본의 유명한 사건인 '사카기바라 세이토 사건'을 떠올렸다. 소년들의 범죄는 성인의 범죄에 비해 그 잔인함이나 엽기성이 전혀 뒤쳐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무서운 것은 소년법에 보호를 받는 이들은 죄값도 치르지 않은 채 어린 나이에 다시 사회로 복귀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잔인한 사건들을 떠올렸을 때 [우죄] 속에서 역시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소년 A'는 -일반 대중에게 용서의 자격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점은 접어두더라도- 용서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나 나는 소년법을 반대하고 소년이라도 저지른 죄에 대해서는 합당한 죄값을 치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고, 자신이 지은 죄로 인해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못하고, 한 군데에 정착하지 못하고 끝없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소년 A'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마음이 아픈 한편 용서할 수 없다는 마음 역시 확고했고, 그럼에도 그가 손을 내밀었을 때 마스다가 그 손을 잡아주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걱정이 되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들어서 이 가독성 높은 책을 읽으며 두 번이나 책장을 덮고 말았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그 어느 책보다 긴장이 되어 뒷장을 넘기는 것도 두려웠다. 마냥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러한 생각의 간극으로 인해 이 책은 정말로 감정적으로 읽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야쿠마루 가쿠라는 작가를 좋아하는 것은 그의 책이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이라는 데에 있다. 야쿠마루 가쿠는 소년법에 대한 책을 많이 썼는데 책을 읽다보면 소년법을 마냥 옹호하거나 마냥 부정하지 않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독자의 생각을 유도하는 점에서 늘 감탄하곤 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죄]가 과거에 끔찍한 사건을 저지른 '소년A'에 대해 그를 친구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에 대한 책이라고 했을 때 이번에는 한쪽으로 치우친 내용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되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도 야쿠마루 가쿠는 중립을 지키고 어느 쪽으로 생각하든 무리가 없게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들고 있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특별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데도 긴장감을 끝까지 가져가는 것도 놀라웠고 마지막까지 페이지 터너로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 책이었다.

 

책에서 두 가지 마음에 와닿은 부분이 있는데 첫 번째는 '소년 A'가 여러 가지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과거 자신의 잘못에 대해 변명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 'Y씨'가 말한 내용을 마스다가 '소년 A'에게 전하고자 하는 부분이다. 100% 공감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소년법에 의해 죄값을 치르지 않는 '소년'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고자 하는 마스다의 생각을 담고 있어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지금도 책의 결말에 대해서나 혹은 내가 마스다의 상황이었다면 과연 어떻게 행동했을까,,에 대한 생각은 진행 중이다. 많이 생각하고 많이 고민하고 많은 감정을 쏟으며 읽은 만큼 정말 오래 기억에 남을 것만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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