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행 2 - 하얀 어둠 속을 걷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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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책은 -뭐라뭐라 늘 불평을 해도- 꽤 많이 읽었는데 [백야행]은 두께때문에 계속 미루다 이제야 전자책으로 읽게 되었다.

 

사실 워낙 오래 전에 나온 책이라 이미 읽을 사람은 다 읽었겠지만 줄거리를 간단히 -이 책의 두께와 등장인물을 생각하면 줄거리가 절대 간단할 수가 없지만- 언급해보자면,,

 

소설의 시작이자 소설 속 시간으로 봐도 거의 첫 부분인 1973년, 전당포의 사장인 기리하라 요스케가 폐건물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전당포 사장이라는 특성상 원한관계도 의심스럽고 살해 시기로 추정되는 날 만나서 용의선상에 오른 여성도 있는 상황에서 사건은 어느쪽으로든 해결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그 여성이 자살 또는 사고로 추정되는 사건으로 사망하고, 그녀와 공범으로 의심받던 남성마저 교통사고로 사망하며 사건은 미궁으로 빠진다. 담당부서도 축소되는 상황에서 2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해당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 사사가키만이 이 사건을 해결하고자 고군분투한다.

 

시간은 흘러 책은 전당포 사장 주인의 아들이었던 기리하라 료지와 용의자였던 니시모토 후미요의 딸 유키호의 삶이 중심이 된다. 끔찍한 과거의 사건의 그림자가 드리워서인지 두 사람 주변에서는 끊임없이 불행한 사건이 발생하고 그들과 연관된 사람들 역시 직/간접적으로 불행의 파편을 맞게된다. 과연 이 연쇄된 불행을 낳은 것은 누구이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두 권의 책을 합하면 1100페이지가 넘은 분량답게 등장인물도 많고 그에 따른 서사도 많을 수밖에 없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에 기억력에 한계가 있어 두세 차례 이름을 검색해봐야만 했다. 중심이 되는 인물은 료지와 유키호지만 독특하게도 전적으로 이들의 시점으로 사건이 진행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늘 다른사람의 시선으로 이 둘을 바라보기 때문에 이들의 속마음은 알 길이 없다. 그렇지만 사건의 핵심이 되는 키를 누가 쥐고 있는지 모르는 입장에서 주요 인물의 속마음을 전혀 -심지어 마지막까지- 알 수 없는 상황은 굉장히 답답하기만 하다. 또 책의 내용이 전개되는 동안 수많은 불행을 흩뿌리는 '인물'에 대해서도 짐작만 할 뿐 확실치는 않고 주변 인물들이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 걸 보면 그야말로 고구마 150개 정도는 삼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미스터리 혹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확실함에 있다. 현실에서는 미해결 사건도 많이 있고 설령 범인이 검거되더라도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저지른 범죄에 합당할 만큼의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누가', '어떻게', '왜'가 확실한 소설을 좋아하는 것이다. 그런데 [백야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확실한 것이 없다. 구성으로 보면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 에서 '결말' 부분이 통으로 사라진 느낌이었다. 전자책 상으로 사건의 해결을 초조하게 기다리다 남은 분량을 봤을 때 단 3%인 것을 보고 정말이지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남은 분량이 3%라고?? 두 권의 책 1100여 페이지에 걸쳐 벌어진 일들을 수습하는 데 필요한 분량이 고작 3%!? 책을 다 읽기도 전에 분노가 치솟았다. 중요한 인물들의 이야기는 들을 길이 없었고 결말은 남은 자들의 추측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사사가키가 20여년의 세월을 바쳤다고 하기에 그의 노력도 그에 따른 결말도 너무도 허망하다. 동기 역시 짐작할 뿐이다.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에 대해 독자가 공감하고 납득할 만큼 절절한 아픔도 묘사되지 않았기에(심지어 이마저도 추측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공감하고 함께 아파하기 보다는 자신이 겪은 일에 비해 너무 지나친 결과를 낳았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피해자가 가해자로 돌변하는데 있어 그 대상이 기존의 가해자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무차별적으로 돌변하는 것에 대해 독자의 공감을 얻기에는 그 피해자의 감정, 생각에 대한 묘사가 전무했다.(사실 절절하게 묘사해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은 한다만..)

 

책의 제목인 [백야행]은 소설 중 료지의 입을 빌어 그가 자신의 인생이 백야행과 같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지만 내게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결말은 났지만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이 없고 행복해 진 사람은 없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불행해졌다. 결국 한 사람을 백야행에서 끌어올리기 위해 모든 사람들을 백야행으로 몰아넣고야 말았다. 이 책 자체가 내게는 백야행이었다. 대낮처럼 환하게 결말이 밝혀지길 기대했는데 어슴프레 밝아진 듯한 것 역시 밤이었다. 그야말로 백야를 걷는 기분이었다.

 

[백야행]의 1권을 읽을 때 나는 왜 이 책이 오래도록 사랑받는지 알 것 같았다. 여러 인물이 등장하지만 각각에 맞는 서사가 있고 또 과거의 사건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것이 꽤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렇지만 2권 중반쯔음에 이르렀을 때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결국에는 너무 아쉽게 마무리되고 말았다. 가독성은 그야말로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탄성을 지를 만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번에는 오랜 시간을 들인 만큼 정말 너무도 아쉽다. 결국 나는 또 읽은 후 아쉬운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책장에 한 칸을 늘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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