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비룡소 클래식 33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에드워드 윌슨 그림, 박광규 옮김 / 비룡소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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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의 두 얼굴]

 

너무나도 유명한 고전인데 40줄의 나이에 처음 읽었다고 말하려니 부끄럽고 창피하다. 실제로는 읽어보지 못하고 이렇게 이름만 듣고 대강의 내용만 알고 책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수도 없이 만나면서 그나마 읽을 수 있는 기회를 뒤늦게 찾아서 다행이고 반갑다 싶은 마음이다.

 

인간의 양면성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작품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작품이 아닌가 싶다. 아주 다른 성향의 두 사람이 결국은 한  사람이라는 사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내면의 또 다른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 시간을 갖게 해주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사실 이 작품을 읽기 전에 엄청난 기대를 하고 있었다. 지킬 박사가 하이드 씨로 변하는 과정에 대한 세밀한 심리 묘사가 작품 전반에 깔려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막상 작품을 읽으면서는 지킬이나 하이드의 내면보다는 주변 사람들이 보는 그의 모습에 대한 반응, 평가가 많아서 조금 의외였다.

 

지킬의 오랜 친구들이 그의 주변에서 조금씩 폐쇄적으로 변하는 지킬을 걱정하고 지킬의 유언에 따라 그의 곁에 있는 하이드라는 포악한 인물의 만행에 대해서 걱정하고 평가하는 일이 많이 드러난다. 지킬 내면에 대한 고민, 즉 인간 양면성에 대한 의문도 고개를 들지만 사회가 주위가 평가하는 시선에 대해서도 나름 많이 생각해 보게 된다. 하이드의 악행, 보기만해도 혐오스러울만큼 풍기는 사악함이 보는 이로 하여금 경계심과 경멸감을 갖게 한다. 그러나 그런 경계는 하이드의 악행 전에 이미 타인에게는 선입견으로 자리 잡게 된다. 주위 사람의 판단이 한 사람의 모든 것을 결정짓게 되기도 하고 혹은 주위의 시선 때문에 모든 것을 자유롭지 못하게 억압당하면서 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피해갈 수 없는 듯하다. 

 

물론 마지막에는 지킬 박사의 고백을 통해서 그동안 어떻게 하이드 씨로 변해가게 되고 일련의 일들이 있게 되었는지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도 풀리게 된다. 그의 고백을 통해 지킬 박사가 자신의 마음 속에 잠재되었던 또 하나의 포악하고 사악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내면서 두려움과 동시에 일종의 쾌락을 느끼게 됨을 알 수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사회적인 선과 당연한 관행을 따르면서 살지만 문득문득 솟아오르는 사악함을 여과없이 드러내면서 느끼는 쾌락이다. 그 쾌락이 두렵기도 하지만 통쾌하고 매혹적이라는 것은 어쩌면 누구나 짐작하고 남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생에 있어서 모든 것은 선택이다. 그 선택의 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원작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원작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좀더 무게감과 깊이감을 기대했던 나로써는 약간의 실망을 느꼈다. 어쩌면 40줄의 나이에 읽게 되어서 그런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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