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매미 같은 여름 푸른도서관 51
한결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웅크린 시간을 지나 깨어날 준비를 하는 아이들을 위해>

 

 

세상은 너무나 아름답고 찬란하단다. 아름답고 착하고 친절한 사람들로 넘쳐나는 곳이란다. ...적어도 어린시절 유아,아동기에는 이런 말이 아이들에게 먹힌다. 어른들은 세상을 핑크빗으로 잔뜩 꾸며 세상의 밝은 면만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하고 엄마와 아빠까 세상 모든 풍파에 맞서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슈퍼맨이나 원더우먼같은 존재라는 환상을 심어준다. 그렇지만 정작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고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고 비뚤게 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두 손을 놓고 불이 번뜩이는 신경전에 돌입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적어도 나는 그 대목에서 별로 벗어나지 못하는 엄마인 듯하다.

 

사춘기를 겪는 딸아이와 가끔씩 마찰을 겪으면서 난 시간을 거슬러 나의 그 시절을 더듬어 보곤 한다. 모든 것에 대해서 확신이 없고 알수없는 고민들로 가득찼던 방황의 시기를 겪었던 기억을 잊지 않았기에 너를 인정한다...라고 하면서도 어쩔수 없는 엄마로써의 권위로 아이들을 내려다보지 않을 수 없는 이중적인 모습을 안고 있을 수 밖에 없다.

 

17년을 땅 속에서 웅크리고 살다가 여름한철 울다 사라져버리는 매미가 너무 안타깝다고 생각한다면 우리의 젊은 시절을 너무 암울하게 보고 마는 것 같아 가슴이 시리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세 아이는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성장기를 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늘 완벽주의자 같은 엄마의 감시 테두리 안에서 공부만 하고 정코스를 밟고 있던 민희가 마음속으로 엄마를 마녀로 부르며 생활한다. 감지하건데 마녀 엄마 역시 밤이면 수많은 음식을 먹고 깩깩대는 거식증환자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다. 나중에야 엄마에게도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남편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삶에 얼마나 병들어 있는지 알게 알게 되지만 말이다.

 

그런 민희와 달리 일편단심 민희를 짝사랑하는 진동이는 늘 랩을 쓰며 흥얼거리고 어딘지 모라자 보이는 듯했지만 분명하게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학교의 공부로 모든이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렇지만 모두 가는 길이기에 목표없이 따라가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 가운데 아버지의 자장면 만드는 기술을 연마하고 가업을 이어받기 위해서 매진하는 진동은 어쩌면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행복한 공부를 하고 있는 아이인지 모른다.

 

 이 둘과는 달리 전혀 안정적이지 않은 가정에서 조앤도 대조적이다. 절세미인이지만 집 나간 어머니. 늘 술에 쩌들어 사는 아버지. 엄마에게 물려받은 미모때문인지 선생조차 이상한 시선을 보내니 도저히 자신의 삶을 사랑할 수 없고 어른들을 이해할 수도 없어 뛰쳐나오게 되는 아이가 조앤이다.

 

조앤과 민희가 집을 나와 이곳저곳을 헤맬 때는 무슨 일이 벌어지지나 않을까 가슴을 졸이면서 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엄마맘인가 보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상처받는 아이들의 모습에 가슴이 아프면서도 어른들 역시 어쩔 수 없는 결정이나 잘못을 할 수도 있음을 솔직하게 말하는 대목에 가슴이 찡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어른은 되고 싶은 대상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억압의 대상이기도 한데 그 권위 속의 나약함을 보여준 듯하다 .

 

 

매미가 오랫동안 땅 속에 있고 단 한철 울뿐이지만 그 짧은 여름 얼마나 매미의 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순간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오랜 기다림이 답답함이 아이들의 마음을 옭아매는 것의 일부는 분명 어른들의 잘못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시간 아이들이 잘 견뎌내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이해 우린 그 여름을 함께 잘 견뎌주어야 한다. 그 믿음을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기다려주는  것이 바로 우리의 몫이 아닌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