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수레를 탄 흙꼭두장군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31
김병규 지음, 이선주 그림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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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발굴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판타지 체험]


역사의 규정을 지을 때 문자가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이다. 문자로 기록된 것을 역사라 하고 그 이전 문자가 없는 시대에 유물과 유적으로 남겨진 것들로 알 수 있는 때를 선사시대라 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역사를 연구할 때 더 많이 접하게 되는 것은 글로 남긴 기록보다 어느 때의 누구 것인지 알지 못하는 유물과 유적일 수도 있다. 유물에 글자라도 새겨져 있으면 누구의 것인지 어느 때인지 알게 되어 당시의 문화를 연구할 수 있지만 정작 그런 증표가 남겨진 것은 너무나 극소수이다. 이 작품은 유물과 유적으로 남겨진 자료를 통해 역사를 추론하는 과정에 판타지적 요소와 아이들의 순수한 모험담이 결합된 작품이라 흥미롭게 읽었다.

고고학자든 역사학자든 처음 발굴을 하게 되면 그 흥분감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누구의 것인지 모르지만 발견된 왕릉을 둘러싼 모험이 시작되는 것이다. 실제는 왕비릉이지만 왕릉으로 오인되는 발굴현장에서 너무도 정교하게 만들어진 흙꼭두장군 모형이 발견된다 까만 수레를 탄 이 장군은 빈이라는 소년을 통해 릉에 얽힌 진실을 전하고자 한다. 역사학자든 도굴꾼이든 현재의 시점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지만 빈이는 흙꼭두장군을 통해 과거의 이야기를 인정하고 1년에 한 번 왕과 왕비를 만나게 해주는  꽃열쇠를 찾기 시작한다. 순수한 아이들에게는 발굴이 아닌 과거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노력에 촛점이 맞춰졌다는 것이 눈여겨볼 만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녕왕릉의 발굴 당시의 이야기들이 자꾸 떠올랐다. 대부분의 문화재는 물론 왕릉의 유물도 일본에 의해서 도굴되어 남아 있는 것이 없던 당시 무녕왕릉의 발굴은 나라 전체를 들썩이게 했다고 한다. 그러나 수천년을 잠들어 있던 왕릉 발굴은 고작 반나절만에 일사천리로 끝났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유물이 손상되고 지켜져야 할 진실이 훼손되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잘못은 발굴 당사자만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무작위로 달려드는 기자들, 발굴의 가치를 알지 못했던 정부 등 모든 사람들의 소홀함 때문이었다고 한다. 소설 한 권이지만 책을 통해 아이들은 구차한 설명없이도 발굴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지 않았을까 싶다. 그 가치를 깨닫고 우리 역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연결 고리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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