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전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28
허균 원작, 박윤규 다시 씀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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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감 넘치는 홍길동이야기]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니..."
홍길동전 하면 이 말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교과서에서 부분적으로 배웠던 홍길동의 이야기에서 가장 강조되었던 것이 호부호형 하지 못하는 적서차별의 원칙 부분이어서 그랬을까? 가만 생각해보니 그동안 제대로 홍길동전을 읽어보지 못했던 것 같다. 어려서 동화책으로 본 것이 다이기에 끝이 어땠는지 가물거리고 늘 홍길동과 전우치의 도술이 혼동스러웠는데 이 참에 제대로 구분해봐야겠다.

<인물로 보는 우리 역사 시리즈>를 너무 좋아해서 알게 된 박운교 작가가 새롭게 쓴 <홍길동전>은 가장 큰 특징으로 속도감이 있다는 것이다. 읽는 동안 섬세하게 구구절절 묘사하는 부분이 없기에 가능한 것 같다. 홍길동전을 읽으면서 현대적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면 이러한 소설이 주는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연산군 때 처음 등장했다는 의적의 이야기가 허균에 의해서 재탄생 될 때는 사회가 갖고 있는 모순과 민중의 불만을 대변해주는 구실을 했으리라 충분히 짐작이 간다. 서자이기에 호부호형 못하는 당시의 신분사회의 모순, 세습에 의해 왕위를 물려주는 당시와는 달리 활빈당을 창설해서 율도국의 왕이 되는 것, 도술을 익히기 위해 부단히 공부를 하고 노력하는 모습 등등 읽는 민중들의 가슴을 뻥 뚫고도 남았겠다.

늘 홍길동와 전우치가 혼동되었는데 홍길동도 전우치처럼 둔갑술을 자유자제로 한 인물이었다. 8도에서 신출귀몰하게 나타나는 장면도 흥미롭지만 활빈당을 만들면서 만나게 되는 인물의 이름도 재미나다. 쌍도끼 굴돌통, 철사수염 허만달, 팔자수염  장길..홍길동 뿐 아니라 활빈당을 이루는 인물들도 살아있는 캐릭터처럼 느껴진다.

현실이 어지러우면 사람들은 이상향을 꿈꾸고 난세를 해결해줄 영웅을 기대하게 된다. 홍길동이 탄생하기까지 백성들의 염원이 뒷받침 되었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도 홍길동이 영웅담으로 잊혀지지 않는 것은 단순한 허구라는 사실을 넘어 사람들의 바람이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텔레비전에서 인기리에 방송되는 시티헌터가 지금의 홍길동 즈음 되려나? 지금을 생각하니 돌연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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