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이 올 때까지 기다려 동화 보물창고 31
매리 다우닝 한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공포와 탄탄한 긴장감에 매혹]


개인적으로 공포영화나 공포소설을 잘 보지 않는 편이다. 어려서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를 읽고 몇날 며칠동안 밤마다 생각나서 고생을 한 기억이 있다. 그 기억때문인지 오랜동안 꺼리게 되는 장르였는데 성인이 된 지금 난 달라졌을까?

책을 읽기 전에 지은이 메리 다우닝 한이 '에드거 앨런 포 상'을 수상했고 유령이야기의 대가라는 말에 긴장했지만 어린이 도서관 사서를 한 약력에 끌렸다. 어린이 책에 관심이 많던 사람이라면 아이들의 감성을 잘 이해하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서였다.

처음 읽게 된 메리 다우닝 한의 소설은 마치 영화를 보듯 장면이 연상이 되고 캐릭터의 표정이 떠올려지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공포소설이라는 장르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섬뜩한 공포감보다는 알 수 없는 긴장감을 가지고 위기에 처한 인물들을 관찰하게 되는 것 같다.

몰리와 마이클, 헤더는 재혼을 통해 가족이 된 아이들이다. 각자의 부모가 사랑을 했기에 결합을 통해 가족이 되었지만 진정한 가족임을 느끼기까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들 가정에도 풀어야 할 숙제가 있었다. 가장 어린 헤더는 세 살때 엄마의 죽음을 경험한 상처를 안고 있는 아이였다는 사실이다. 단지 엄마를 잃었다는 슬픔이 헤더를 지배하고 있을 거라는 추측 뒤에는 커다란 비밀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아무도 그 비밀을 알리가 없고 이 비밀이 탄로나는 날 아빠의 사랑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새로운 가정이 형성되면서 자신을 향한 아빠의 사랑을 새엄마나 다른 형제에게로 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

헤더가 언니인 몰리가 자신을 괴롭히는 것처럼 행동한다거나 교묘하게 부모를 속이는 장면은 공포영화에서 보았음직한 섬뜩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나 근처 묘지에서 찾은 헬렌이라는 유령을 통해 자신의 외로움을 위안받는 장면에서는 혹 헤더와 헬렌이 동일 인물이 아닐까 하는 이상한 상상까지 해보게 된다. 헬렌의 유령을 통해 몰리 가정을 파멸시키는 것은 아닐까? 과연 헤더는 어떻게 될까? 이 가족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읽는 내내 긴장감을 놓지 않고 읽게 되는게 이 책의 매력이다.

결국 헤더 엄마의 죽음 속에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고 몰리가 그런 헤더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지키려고 하는 마음에 헤더는 헬렌의 영혼으로부터 자유로와지게 된다. 더불어 헬렌의 죽음 뒤에 가려진 화재와 진실 역시 해결는 이중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형식적으로 결합된 가족이 아니라 진정한 가족이 되기 위한 과정에서 서로의 아픔을 진심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조금은 공포스럽게 배웠지만 덕분에 더 강렬한 인상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단순한 혼령으로 등장한 헬렌이 헤더와 비슷한 비밀과 슬픔을 가졌던 인물이었고 혼령으로나마 부모와 다시 하나가 되는 과정을 그린 점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끔찍한 음모와 비열함이 주는 공포가 아니라 사랑받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아이의 마음 속의 공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 작가의 센스가 돋보인다.  처음 읽은 메리 다우닝 한의 작품이지만 탄탄한 구성과 긴장감에 매혹되어 다른 작품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것 같다. 어려서는 단지 두려움으로만 책을 읽었다면 지금은 무엇이 공포의 근원이 되는가를 조금은 생각하면서 읽었기에 긴장감 자체를 즐겼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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