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누구 팬일까?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27
김연진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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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따뜻해지는 가슴]


손안에 쏙 드는 사이즈에 저렴한 가격, 이에 비해 책의 내용이 좋아서 더더욱  마음에 드는 시리즈, 네버엔딩에서 새로운 책을 만났다. 김연지? 작가의 이름이 그리 익숙하지 않았지만 작가 약력을 보니 작품으로 많은 인정을 받은 작가인 듯하다. 총 5편의 작품이 실려있는데 단편이지만 많은 이야기와 감성을 끌어안고 있어서 작가의 이름을 다시 보게 되었다.

<엄마는 누구 팬일까? >의 이야기는 나보다 배우를 너무 좋아하는 엄마의 이야기이다. 제목을 보고 배용준을 너무 좋아하는 딸아이 친구 엄마를 단번에 떠올렸다. 나이도 지긋하지만 소녀적인 감성이야 어디 갈까? 배용준은 너무 좋아해서 카페에도 가입하고 만남에도 참석하는 그 엄마가 참 신기해 보이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여하튼 다양한 생각이 떠올랐다.나이가 많든 적든 오빠가 되어 여고생처럼 팬의 입장이 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과거 사춘기 때의 느낌도 살짝 떠올려보고 딸아이 친구 엄마도 떠올려보았다. 쿠키를 구워 설레는 만남을 기다리는 과정을 바라보는 아이는 엄마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나보다 더 좋은가?를 얼마나 많이 되새겼을까? 그렇지만 엄마가 그 배우를 좋아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을 알고 엄마의 가장 아픈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을 알아가는 과정은 뜻밖이었다. 배우든 누구든 좋아하게 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는 것 같다. 특히나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 사람을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누구의 팬이었지? 왜 좋아했더라? 그때 우리 아이는 뭐라고 했지? 이런 저런 생각을 곰곰히 떠올려 본 이야기였다.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는 넉넉치 않은 형편에 늘 형의 옷과 신발을 물려 받던 동생이 새 신을 사기 위해 차곡차곡 모아 숨겨놓은 동화책 한 권이 없어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낡은 동화책이지만 이 책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고 그 과정에서 늘 새것만 입던 형이 자신을 위하는 마음도 몰래 엿보게 되는 과정이 전혀 식상하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헌책방까지 가서 책을 찾는 모습에서 문득 청개천 헌책방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했다. 힘들 것 같지만 그 속에 가족을 위하는 사랑이 있기에 아름다운 세탁소가 되는 가정의 이야기였다.

<우리 집은 달린다>는 집없이 트럭에서 지내는 아이와 아빠의 이야기이다. 엄마를 살리기위해 집까지 팔았지만 결국 엄마는 세상을 떠났다. 트럭운전을 하며 지내는 아빠의 트럭 뒷칸이 자신의 방이자 집이 되어 버린 아이. 세상에서 동떨어진 느낌이지만 그런 느낌을 서로 보듬어줄 친구를 만나게 된다. 부끄러워 누구 하나 초대하지 못했지만 자신의 집을 멋지다고 말해줄 수 있는 짝꿍을 만나 마음이 한층 커진 아이의 모습에 가슴이 찡해지는 이야기였다. 과연 이런 친구가 있을까? 나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각해보게도 된다.

마지막 <엄마의 정원>은 2008년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 수상작이라고 한다. 판타지적 요소가 있는 이야기라서 다른 작품과는 다른 묘한 느낌을 받게 된다. 사고로 엄마는 식물인간이 되었지만 엄마가 정말 식물처럼 병원 옥상에서 정원을 가꾼다는 설정이 특이했다. 마지막 5년 만에 깊은 잠에서 깨어난 아저씨를 보면서 엄마가 깨어날 날에 대한 희망을 가져본다.

김연진이라는 작가는 가족에 대한 애틋함과 따뜻한 긍정의 믿음을 갖고 있는 작가인 듯싶다. 모든 이야기에 아픔도 있지만 모두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해체되는 가정도 많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이야기도 많지만 사랑이 자리잡은 가족애를 만나면 늘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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