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왕자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8
오스카 와일드 지음, 소민영 옮김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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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이야기가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

 

 

과거에 읽었던 작품에 대한 기억은 참 단편적인 것 같다. 얼마전에 영화 한 편을 다시 보면서 "어? 내가 기억하는 것과 다르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대개 영화든 소설이든 제목을 들으면 그 작품에 대한 대표적인 이미지가 떠오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다시 작품을 처음부터 꼼꼼히 들여다보면 그 대표적인 이미지가 때로는 너무 단편적이거나 혹은 왜곡되어있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 오스카와일드의 작품을 읽으면서도 내 기억의 오류와 단상에 대해서 다시 한번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하면 모든 것을 아낌없이 준다는 이미지로만 남아있었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행복하기 보다는 슬프다는 느낌이 남아있었는데 그 이유를 잊고 있었다. 이번에 다시 작품을 읽으면서 잊었던 이유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 동상으로 도시 한가운데 우뚝 서 있던 왕자가 슬프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의 몸 일부를 하나씩 하나씩 떼어주기 시작한다. 그 심부름을 하더 제비는 결국 왕자의 발밑에서 죽고 왕자는 흉직한 몰골로 도시 한복판을 지키게 된다. 그런 왕자의 몰골을 보고 사람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도시를 더럽힌다는 비난 섞인 말 뿐, 용광로에 녹여도 녹지 않았던 왕자의 심장은 무엇을 찾고자 햇던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곁에 있었던 제비와 함께 했을 때 차가운 납 심장이 제기능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아낌없이 주는 것에서 찾을 수 있는 기쁨과 슬픔 사이에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이팅게일과 장미에서도 나이팅게일은 사랑하는 젊은 학생을 위해 세상에 없는 붉은 장미를 만들어 낸다. 자신의 심장에서 흐르는 붉은 피로 젊은 학생의 사랑을 이루어주고자 했는데, 젊은 학생은 자신의 사랑보다 보석을 더 좋아하는 여인에게 배신을 당하고 붉은 장미를 내던진다. 결국 젊은 학생을 향한 나이팅게일의 사랑 역시 바닥에 버려지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사랑이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요즘같은 시대에는 실용성이 으뜸이지.어서 집으로 돌아가 형이상학이나 공부해야겠다"

 

사랑을 받는 사람은 그 사랑이 어떤 관문을 거쳐왔는가에 대해서 너무도 무심하다. 단지 내 앞에 왔기 때문에 승리감에 젖어 그 가치를 모르는 경우가 허다한다 이 작품에서도 사랑의 의미와 슬픔이 함께 묻어나 있었다.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을 읽다보면 이즈음에서 끝날 법한데 항상 더 이어지는 듯한 느낌이 있다. 현실에서 시작해서 마치 환상을 쫓아가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자신이 누리던 현실에서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혹은 사랑을 부정하고 그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영혼과 분리되거나 힘든 고행을 겪으면서 깨달음을 얻어가는 것 같다. 우리에게 보여지는 모든 현상에 대해서 그는 한 번 더 꼬집고 그 숨은 의미를 알아가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아낌없이 주는 왕자를 통해서, 사랑을 전달해주려는 나이팅게일을 통해서 단순하게 동화로 치부하기에는 남겨진 것들이 너무 많은 것이 바로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들이 아닌가 싶다.

 

두 권의 동화집이 완역되었다고 하는 이 책은 어린이들보다는 어쩌면 고민하는 청소년과 어른들을 위한 동화집이라고 해야 더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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