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피포 - 천재 건축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 이야기
트레이시 펀 지음, 포 에스트라다 그림, 이상희 옮김 / 현암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현란한 천재보다 우직한 천재가 빛이 나는 법] 

"나는 평생을 바보 같이 살아왔다. 똑똑하고 말 잘하는 사람들이 왜 우직하게 열심히 하냐고 하면서 약게 살라고 했지만 누가 보든 안보든 묵묵히 내 할일을 성실히 하고 살았기에 난 내 삶에 부끄러움이 없다. 그리고 앞으로고 그렇게 살아가겠다.." 

 거창한 성인군자나 위인의 말은 아니다. 얼마 전 칠순을 맞으신 아버지께서 식구들 앞에서 하신 말씀이다. 곁에서 보아온 그분의 삶을 알기에 바보같이 성실하게 살아왔다는 말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멋드러진 말이나 겉치장이 무시못할 요인이 되기는 하지만 정작 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은 정직한 우직함, 그런 바보같은 힘이 아닐까 생각했다. 

바보 피포를 읽으면서 그 우직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멋드러진 말로 현혹하는 건축가 로렌조 기베르티와 대비되는 우직한 필리포 브루넬레스키. 금세공보다도 특이한 기계를 설계하고 건축물을 스케칠하며 시간을 보내길 좋아하는 필리포를 사람들은 바보 피포라고 부른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우직하게 그리고 정직하게 해내는 모습이 사람들에게는 다소 바보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이 이야기는 천재 건축가 피포가 플로렌스의 대성당 돔의 설계도 모집에 참여하고 직접 건축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명석한 천재성을 보여주되 현란한 말재주나 자기 피알이 아니라 우직하게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내는 그의 바보같은 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사람을 한번 보고 말 것이 아니기에 마지막에는 진실한 사람이 통하는 법. 설계도 공모에서 로렌조의 현란한 말솜씨에 현혹되었던 사람들도 나중에는 피포의 설계도를 인정하게 되고 공사 과정에서는 단 하루도 잔꾀를 부리지 않는 피포를 인정하게 된다. 그의 바람처럼 바보 피포의 이름은 그의 건축물과 함께 전세계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이름이 되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기에 실제 피포의 돔 풍경을 담은 사진이나 글쓴이가 들려주는 피포의 이야기에 흠뻑 빠지게 된다. 마지막 글쓴이의 말에서는 돔 사진만 담고 있는데 실제 피포의 사진도 함께 실어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실제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인상을 풍기는지 몹시 궁금해졌다. 어느 시대건 자신의 일을 우직하게 해내는 천재들이 있는 것 같다. 우리 시대에서 그런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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