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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 범 사냥 ㅣ 방방곡곡 구석구석 옛이야기 9
박영만 원작, 소중애 엮음, 이지은 그림, 권혁래 감수 / 사파리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작다고 얕보지 마세요~]
"엄마, 나 호랑이 잡으러 갈래!! 내가 얼마나 용감한지 보여줄께~"
이렇게 말하는 어린 아들 녀석이 있다면 백의 백이면 모두 하하하 웃으면서 작은 녀석이 귀엽다고 말할 것이다. 아이기 정말로 호랑이를 잡기보다는 자기가 얼마나 용감한지 보여주고 싶어하는 마음을 이미 눈치채기 때문이다.
아이들 옛날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주먹이만큼 작은 난쟁이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너무 작아서 어른들 손바닥 위에서도 넉넉히 춤을 출 수 있는 난쟁이. 이 작은 난쟁이는 어느날 부모에게 범사냥을 가겠다고 졸라댄다. 난쟁이의 부모는 반신반의-실은 조금 가다가 돌아오겠지-하는 마음에 난쟁이의 범사냥을 허락한다. 산넘고 물건너 호랑이들이 모인 곳에서 왕범이의 생일 잔치를 보게되는 난쟁이. 호랑이 무리에서도 기가 죽지 않고 호랑이를 잡겠다고 호통을 친다. 호랑이들에 비해서 너무나도 작고 보잘 것 없는 난쟁이를 두려워할 호랑이는 한 마리도 없다. 오히려 난쟁이를 간장에 콕 찍어서 낼름 삼킬 뿐이지. 그런데 그 다음부터가 참 재미있다. 이에 걸리지도 않고 호랑이 똥집 속으로 들어간 난쟁이는 맛나 보이는 호랑이 똥집 속살을 베어먹기 시작한다. 호랑이의 여기저기를 베어먹는 통에 왕범이는 죽는다고 소리치면서 동료 호랑이를 모두 죽이기까지 하고 결국 자신도 난쟁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죽고 만다.
그 누구도 난쟁이가 호랑이를 잡아 올 거라고 생각못했는데 한 마리도 아니고 호랑이를 떼로 잡았으니 마을에는 경사아닌 경사가 났다. 호랑이 고기는 온 동네 사람과 나눠먹고 호랑이 가죽은 팔아서 부자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작고 보잘 것 없는 난쟁이가 커다란 범 앞에서도 결코 떨지 않고 용감하게 자신을 내보이는 모습을 어린 아이들은 멋지게 느낄 것이다. 자신들은 난쟁이와 같이 작고 어리지만 어른들 앞에서는 혹은 자신보다 강한 사람들 앞에서 간혹 이만큼 용감하고 컸다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모두 숨어있으니 말이다.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아이들에게 읽어주다보면 '꼴까닥''빙빙빙''삭뚝삭뚝' 처럼 다양한 흉내말이 있어서 그 또한 재미있다. 민화 속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호랑이의 모습도 무섭기 보다는 해학적이기까지 해서 읽는 아이들로 하여금 우리 옛이야기에 대한 친근감을 더 느끼게 만드는 이야기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