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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소년 미로, 바다를 보다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17
알렉스 쿠소 지음, 아이완 그림, 윤정임 옮김 / 푸른숲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세상을 보는 마음의 눈을 간직한 소년의 음성]
대학을 졸업하고 한동안 맹인복지연합회라는 곳에서 활동을 했다. 그곳에서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일하고 그들의 삶을 엿보고 기사를 취재하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던 것 같다. 일반적으로 그들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보다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두려움과 또 그와는 반대로 보이지 않는 눈을 가졌기에 더 세상에 거는 기대와 희망이 넘친다는 사실을..
눈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아름답고 멋지지만 보여지는 그것으로 단정짓는 오류를 쉽게 범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사람의 목소리나 분위기, 어투 등 우리가 쉽게 놓치는 부분에 대해서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받아들이면서 사람을 판단하게 된다.
미로 역시 보이지 않는 눈을 가지고 있기에 세상을 바라볼 때 우리가 잊고 있었던 다른 섬세한 부분을 통해서 세상을 받아들이는 소년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보이지 않았기에 보이는 것에 대한 동경대신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더 무덤덤했을 지도 모르는 아이 미로. '눈이 나쁜 사람'이라는 뜻의 미로로 이름 불리지만 오히려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미로는 세상을 향한 반항대신 자신의 내면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자신을 돌보는 맹인견 볼로와의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미로만의 특권인지 모르겠다. 곰치를 잡는 과정에서 팔뤼슈 할아버지가 손목을 물리는 상황에서도 볼로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확인하고 자신만의 확실을 가지고 행동하는 미로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매순간 미로는 두 가지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책에서 파란 글자로 쓰여진 부분은 미로가 자신의 맹인견 볼로에게 마음 속으로 말하는 부분이다. 그것은 미로가 세상을 향해 내는 두 가지 목소리를 보여준다. 일상에서의 목소리와 그리고 표현하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목소리..
그 두 목소리를 들으면서 눈먼 소년 미로가 세상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성장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팔뤼슈 할아버지를 잃고 새로운 친구를 얻고, 이성에 대한 호감도 느끼면서 배울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수영도 배우면서 그렇게 세상을 향해 나가는 삶을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줄거리의 흐름만 따를 것이 아니라 미로가 들려주는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세상을 마음의 눈으로 보는 바라보는 따뜻한 음성이기 때문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