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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단편선 ㅣ 소담 클래식 8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이은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두 번째 만난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이다. 몇 년 전 읽었던 <가난한 사람들>이 도스토옙스키와의 첫 만남이었다. 우연히 단편선을 만난 시점의 도스토옙스키의 삶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만나게 되었는데, 무척 신기했다.
사실 기대가 커서 그랬는지, 이 책이 중단편 소설 3작품이 담겨있는 책임에도 웬만한 장편소설보다 읽어나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글씨가 작은 것도 아닌데도, 한 장 넘어가는 게 왜 이리 힘든 거야!! 덕분에 이 한 권을 읽는 데 3주가량 걸린 것 같다. 덮었다 다시 펴고를 몇 번이나 했는지...
책을 읽고 나서 도스토옙스키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어서 검색을 하다 보니, 나와 같은 독자들이 여럿이었던 것 같다. 도스토옙스키의 책은 절대 한 번 읽어서는 그 의미를 알기 어렵다는 말이 왠지 공감이 가고 묘한 위로가 되기도 했다.

3편의 작품 중 앞과 뒤를 차지하고 있던 두 편의 작품은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었다. 둘 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백야>에 등장하는 나와 나스텐카가 마지막에 나온 <첫사랑>의 나보다 조금 나이가 더 많은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다.(물론여주인공인 M 부인은 더 나이가 많을 테지만 말이다.) 두 주인공 모두 10대인데... 10대에 이런 사랑을 논할 수 있다니! 지금 생각하기에 엄청 조숙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 운하를 따라 난 길을 걷던 중 한 여자가 난간에 몸을 기대고 울고 있는 모습을 마주한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렇게 처음 만난 그녀의 모습에 호감을 느끼고, 다음 날도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책 안에 담긴 날짜는 겨우 4일이다. 4일 밤 동안 그들은 같은 장소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그녀의 눈물의 의미가 궁금했던 나에게 결국 나스텐카는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한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나스텐카는 눈이 잘 안 보이는 할머니와 같이 살고 있다. 형편이 좋지 않아서, 남은 방을 세를 주고 있는데 한 남자가 하숙을 하게 된다. 할머니는 손녀가 혹시나 나쁜 남자에게 상처를 받을까 봐 전전긍긍하던 나머지, 자신의 옷과 손녀 나스텐카의 옷을 바늘을 꿴다. 자꾸 마주하는 남자에게 호감을 가지는 나스텐카. 하지만 할머니의 눈을 피해 연애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는 1년간 모스크바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한다. 한 번도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 못했던 나스텐카는 너무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 그가 떠나기 며칠 전,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다행히 그 역시 나스텐카에게 마음이 있었다. 지금은 자신이 가진 게 없지만, 1년 뒤에 다시 돌아오게 된다면 나스텐카와 결혼을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그는 떠난다. 그리고 1년의 시간이 지난다. 그가 다시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에게서는 연락이 없다. 약속한 1년이 되는 날, 나스텐카는 그와 약속한 곳에 나오지만 그의 모습은 볼 수 없다. 자신이 남자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사실에 나스텐카는 그날 그렇게 다리난간에 기대서 울고 있었던 것이다.
나스텐카의 말을 들은 나는 가슴이 너무 아팠다. 그래서 그는 결심을 한다. 남자에게 나스텐카의 편지를 전해주기로 말이다. 하지만 편지를 건넨 다음 날도 답장을 받지 못한다. 슬퍼하며 우는 나스텐카를 보면서 나는 가슴이 너무 아프다. 결국 그는 자신의 마음을 나스텐카에게 고백하고 마는데...

백야가 짝사랑의 아픔을 담았다면, 첫사랑은 그와 결이 좀 다른 모습이 나온다. 공연장에서 M 부인을 보고 첫눈에 반한 나는 그녀의 주위에 있다가 놀림거리가 되고 만다. 자신에게 친절하지 않음에도 나는 M 부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녀와 함께 산책을 하던 어느 날, M 부인이 울고 있는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 나는 마음이 좋지 않다. M 씨의 질책이 이어지고, 그날 이후로 M 부인은 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다. M 씨가 기르는 말에 올라탔다가 죽을 고비를 넘긴 후 M 부인과 더 가까워진 나. 아침 산책을 나갔다가 M 부인과 N의 이별 장면을 마주하고 마는데...
내가 느낀 사랑과 성인들이 마주하는 사랑은 참 차이가 컸던 것 같다. 내가 마지막에 보인 행동을 보면서, 오히려 아이의 사랑이 성인의 사랑보다 더 깊이 있고 진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타인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마음이 아닐까? 결말은 다 해피엔딩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사랑의 가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그 마음과 행동이 진짜 사랑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