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고 싶을 때 미술관에 갑니다 - 돌봄을 살아낸 우리에게 쉼이 되는 그림들
오희승 지음 / 그래도봄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의 반은 언제나 파울라 베커이고 나머지 반은 상황에 따라 변한다.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큰 아이가 10살이니, 엄마가 된 지도 10년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라는 단어는 아직도 내 옷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엄마 하면 떠오르는 돌봄과 희생이 내 삶에 완전히 겹쳐지지 않아서다. 아이를 낳으면 자연스레 모성애가 솟아오를 거라는 생각했었는데, 사실 그렇지 않아서 내가 잘못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참 자주 했던 것 같다. 

​

  이 책을 읽으며 엄마로 나의 삶과 또 지금까지 엄마로 살고 계신 친정엄마를 자꾸 떠올리게 되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우리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늘 일을 하고 계신다. 그러면서도 엄마는 늘 그 모든 걸 다 해내는 슈퍼우먼이었다. 쉬는 엄마를 보는 날은 엄마가 아플 때가 전부였다. 그래서인지 엄마를 떠올리면 늘 바쁜 모습이 먼저 생각난다. 

​

​



 이 책에 저자 역시 엄마이자, 엄마의 모습을 책 속에 많이 투영한 것 같다. 마치 내가 빨래와 청소, 설거지가 마치 엄마만 해야 할 일로 생각하고 살았던 것처럼 저자도 엄마는 집이라는 공간 안에 존재하는 배경 같은 존재였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집이 아닌 곳에서 마주한 엄마가 낯설었다고 한다. 

​

 왜 나는 엄마는 늘 엄마였다고 생각했을까? 오래전 엄마와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면서, 엄마 역시 문학소녀를 꿈꾸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란 기억이 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우리 집 한편에는 색이 바랜 문학 전집이 있었다. 글씨가 너무 작았고, 그림도 없이 글자만 가득한 책의 각종 표지만 훑어본 게 전부였었다. 그리고 이사를 하면서 전집은 결국 집을 떠났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엄마는 월급을 열심히 모아 전집을 샀다고 했다. 월급을 아끼고 아껴 전집을 샀던 엄마 역시 그때는 가슴 가득 꿈을 꾸며 살았을 텐데, 엄마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면서 좋아했던 것을 다 내려놓았던 것이다. 유일하게 간직했던 전집마저도 딸들의 장난감과 책들에게 자리를 내어주었으니 말이다.

​

​



​

책 안에 담긴 여러 그림들을 마주하면서, 나 역시 같은 경험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돌도 되지 않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하는 길. 문밖에까지 아이의 우는소리가 들리는데 돌아설 수 없었을 때, 출근하면서 참 많이 울고 또 울었다. '내가 무슨 영화를 보려고, 저 핏덩이를 떼어놓고 돈을 버는 걸까?'를 생각이 출근하는 내내 머리를 짓눌렀다. 그런 나를 보며 아이는 엄마가 마냥 밉지 않았을까? 바쁜 엄마를 보면서 저자 역시 같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엄마가 되고 보니, 그때 엄마의 감정이 고스란히 가슴에 들어왔단다. 내 아이 역시 그렇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

  아이를 안아주고, 아이의 양말을 신겨주고,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가 넘어질까 봐 뒤에서 한 발 한 발 지켜보며 따라가는 엄마. 그리고 그 안에서 그 눈물과 땀을 먹고 자란 아이. 책을 읽으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림들을 마주하면서 내가 놓치고 있던 감정들을 다시금 떠올리게도 되었다. 그렇게 마주한 그림들은 또 다른 위로로 다가왔다. 

​

 대단한 명화도 좋지만, 감정을 토닥이는 그림도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그림임에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가슴에 와닿는 깊이가 이렇게나 다를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