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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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필사로 선정된 책이다. 이 책은 세 개의 단편이 모여 하나의 중편소설이 되었는데 흥미롭게도 단편들의 내용이 계속 이어진다. 작년에 읽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1편인 '선생님과 나'이다. 대학생인 '나'는 우연히 해수욕을 하다가 한 중년 남성을 만나는 데 그에게서 묘한 매력을 느껴 도쿄에 있는 그의 집에 자주 방문한다는 이야기이다.

​'일본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리는 작가가 이렇게 단순한 스토리로 마무리할 리가 없다. 화자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노인과의 대화를 통해 여러 '복선'이 나온다. 친구의 무덤, 아내와의 관계, 죽음 등등. 1장에서는 크게 부각되는 사건이 전개되지 않는다. 2장 부모님과 나 그리고 3장 선생님과 유서 등으로 이어지는 데 문체와 심리묘사가 압권이다.
2020.1.15.수​



나는 그분을 언제나 선생님이라 불렀다. 그러니 여기서도 그냥 선생님이라 칭하고 본명은 밝히지 않겠다. 이것은 사람들의불필요한 호기심을 염려해서라기보다는 그렇게 부르는 것이 나한테 자연스럽기 때문이다.(p8)

내가 그 찻집에서 선생님을 봤을 때 선생님은 마침 옷을 벗고 바다에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그때 나는 선생님과 반대로 젖은몸에 바람을 맞으며 물에서 나온 참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시야를 가릴 만큼 많은 까만 머리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나는 선생님을 못 보고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해변이 혼잡했고, 그만큼 내 머리가 산만했는데도내가 바로 선생님을 발견한 것은 선생님이 한 서양인과 동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p19)

조금 있다 사모님으로 보이는 부인이 대신 나왔다. 기품 있는 여인이었다. 선생님은 이 날짜가 되면 조우시가야에 있는 어느묘소에 성묘하러 가는 습관이 있다고 했다.(중략) "누구의 묘에 참배하러 왔는지 아내가 이름을 말합디까?" "아니오. 그런 건 전혀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중략)"저쪽에는 내 친구의 묘가 있지요." "친구분 묘에 매달 성묘하러 오시는 군요.(p19-22)

“자네는 아마 나를 만나도 여전히 어딘가 외로운 기분이 들 거네. 나한테는 자네를 위해 그 외로움을 근본적으로 없애줄 만한 힘이 없으니까 말이야. 자네는 조만간 다른 방향으로 팔을 벌려야 하겠지. 그러면 곧 이 집으로는 발길이 향하지 않을 거네.” 선생님은 이렇게 말하며 쓸쓸하게 웃었다.(p33)

"한 명 입양할까?" 하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중략) 그러자 선생님은 "아이는 죽을 때까지 생기지 않을 걸세' 하셨다. "왜요?" 하고 내가 대신 묻자 선생님은 "천벌이니까" 하고 소리 내어 웃으셨다.(p31)

선생님의 아름다운 연애 뒤에 무시무시한 비극을 안고 계셨던 것이다. 그리고 그 비극이 선생님에게 있어서 얼마나 비참한것이었는가는 배우자인 사모님조차 짐작하지 못했다. 사모님은 지금도 그 점에 대해서는 모르고 계신다. 선생님은 끝까지그 점에 대해서 사모님에게 밝히지 않고 돌아가셨다. 선생님은 사모님의 행복을 깨기 전에 먼저 당신의 생명을 끊어버리셨다.(p42)

"조금 전에 선생님께서 인간은 누구나 한순간에 나쁜 사람이 된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건 무슨 의미입니까?" "의미라 - 별다른 의미는 없네. 지어낸 말이 아니라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발한 거니끼." "사실은 사실인에 말이에요. 제가 궁금한 건 '한순간'이란 말의 의미입니다. 도대체 어떤 경우를 말씀하신 거지요?" (중략) "이보게, 이봐" 하고 부르셨다. "그것 보게." "뭘 말씀입니까?" "자네의 감정이 내 말 한마디에 금세 바뀌고 말지 않나." (p93-94)

"오늘 자꾸 왜 그러세요? 말끝마다 내가 죽으면 내가 죽으면 하고, 적당히 좀 해두세요. 내가 늦게 태어났잖아요. 그런 말씀 이젠 재밌지 않네요.(p111)

"어느 쪽이 먼저 저세상에 갈까?" 나는 그날 저녁 선생님과 사모님 사이에 불거졌던 의문을 혼자서 되뇌어보았다. 그리고 그의문은 누구도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는 것이라 결론 내렸다.(중략) 나는 인간이란 존재가 정말이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인간은 거스를 수 없이 타고난 가변적인 존재임을 절감했다.(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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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01-15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편필사면 손글씨로 쓰시는 건가요. 단편이라고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리겠네요. 초록별님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초록별 2020-01-15 22:04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책읽다가 감동받은 대목이나 중요내용을 노트에 손글씨 하는 것인데 약간 힘들지만 재미있어요..ㅎㅎ.서니데이님도 한번 해보시길...편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