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 (반양장)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미움받을 용기 1
기시미 이치로 외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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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미움받을 용기'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그리고 이 책이 나에게 어떤 말을 해줄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첫의 첫장을 읽으며 결국 끝까지, 그것도 아주 빠르게 읽게 될것임을 예감했다. 누구에게도 미움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강했으므로....

 

 지그문트 프로이트, 구스타프 융과 더불어 3대 심리학자로 일컬어 지지만 대중적으로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알프레드 아들러'. 그의 주요 이론을 청년과 철학자의 대화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 바로 '미움받을 용기'이다. 이미 20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자리를 지켰을 만큼 많은 독자들이 사랑하고 추천하는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위로를 받았다. 그동안 내가 짐처럼 지니고 있던 고민들을 내려놓게 도와주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경험도 그 자체는 성공의 원인도 실패의 원인도 아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받은 충격 - 즉 트라우마 - 으로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경험 안에서 목적에 맞는 수단을 찾아낸다."


우리는 흔히 내 과거의 어떤 일을 현재 내모습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어렸을 때 엄마가 나를 사랑해 주지 않아서, 그때 그 사람이 나에게 상처를 줘서...그래서 나는 이래... 아들러는 이러한 인과론을 부정하고 목적론을 내세운다. "직장 후배가 일을 정말 엉망으로 했다. 그래서 나는 짜증이 났고, 후배를 불러 야단을 쳤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인과론이다. 그러나 아들러는 말한다. 후배를 야단치기려는 목적을 가지고 짜증을 내는 것이라고. 아들러의 목적론을 대하자마자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리고는 내 마음을 찬찬히 뜯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혼란스러워 졌다. 아직 목적론에 100%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마음속에 존재는 감정들에 대한 신선한 시각을 갖게 되었다. 


"행복해지려면 '미움받을 용기'도 있어야 하네. 그런 용기가 생겼을 때, 자네의 인간관계는 한순간에 달라질 걸세."


그동안 내가 살아왔던 삶은 어쩌면 끝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한 순간의 연속이었는지도 모른다.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는 선생님과 친구들과 부모님께 그리고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는 직장 상사와 동료와 모든 관계된 사람들에게. 나는 늘 "그 친구는 좋은 사람이야"라는 말을 듣기 위해 노력해 왔다. 누군가에게 안 좋은 소리라도 듣게되면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의심하며 더 스스로를 채찍질 했던 것 같다. 아들러는 말한다. 미움받을 용기를 가지라고. 대단한 용기일거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 심지어 미움받는 다는 것. 쉬운 일은 아니지만 책을 덮으며 스스로에게 충실한 하루 하루를 살아보자고 되뇌였다. 


철학자의 아들러 심리학 이론에 끊임없이 저항하던 청년은 결국 위안을 얻고 대화를 마무리 한다. 청년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한 독자도 많았으리라. 그래서 이 책은 공감을 이끌어 낸다. 나도 그랬다. 


책 '미움받을 용기"는 따뜻하다. 그리고 새롭다. 왜 20주가 넘는 긴 시간동안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켰는지 이해가 되었다. 오랫동안 생각 날 것만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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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두달 전부터 딸(9세)과 아들(6세)의 소원은 터닝 메카드 구하기 였다.
딸은 미리내 화이트, 아들은 피닉스를 구해달라고 했다. 물론 아빠된 입장에서
안된다고 할 수는 없고…”걱정마 ! 아빠가 구해줄게!!”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그리고 인터넷을 뒤져보니 어쩌다 물량이 있으면 가격이 후덜덜..
“이런 나쁜 사람들이 있나..이걸 몇배로 부풀려 받다니…”
흥분해 봐야 소용없는 일. 퇴근 후 홈플러스 들려보기를 수 차레.
빈 상자만 보다가 언젠가부터는 아예 상자도 치워져 있었다.
반쯤 포기상태로 시간이 흐르고….어제 온 가족이 이마트에 장을 보러갔다.
테크노마트 장난감 가게에서 터닝메카드를 판다는 이야기를 들은 지라,
와이프가 장보는 사이 아이들 손을 잡고 장난감 가게로 갔다.
  “터닝 메카드 있어요?”
  “지금은 없구요, 내일 들어 옵니다.”
오호라 내일 들어온단다.
  “어떤게 들어오죠?
  “그건 카톡 친구 추가해서 홈페이지 보시면 나옵니다.”
얼른 들어가 봤더니, 예스 !! ‘미리내 화이트 7개’라고 딱 써 있었다.
  “내일 어떻게 하면 되나요?”
  “10시30분에 대기표 받으시구요, 12시에 다시 오셔서 사시면 됩니다.
   한 가족당 한개만 사실 수 있어요.”
이때부터 벌써 딸아이의 눈은 흥분과 기대로 넘처 흐르고 있었다.
어찌 외면할 수 있으랴.
교회 예배도 드려야 하는데, 이거 스케줄이 꼬일 판이다. 그렇다고 이미 다 들었고,
아이도 다 아는데 안간다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결전의 날 아침 !  아이들 동작이 예사롭지 않다. 평소 세수해라, 이닦아라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오늘은 째각째각 움직인다.
09:40 집에서 출발 , 10시 30분에 대기표 준다고 했지만 사람들이 줄 서 있을지 모르니
            일찍 가야지
09:55 테크노 마트 도착, 개장 시간 전이라 매장은 접근할 수 없게 줄이 쳐 있고, 경비
            아저씨들이 지키고 서 있음, 주변 상황을 보니 아직 줄을 서거나 하지 않았으므로
            아이들과 작전 회의 끝에 맥도날드를 베이스 캠프로 정하고 기다리기로 함
10:15 갑자기 매장쪽 불이 켜짐, 아이스크림 먹다가 놀라서 아이들과 뛰어나감
            장난감 매장으로 뛰어가기 가장 좋은 위치에 아저씨 한 명이 자리잡고 서 있음
10:20 아이들 손을 잡은 아빠, 엄마들이 나타나기 시작함. 줄을 서야 하는 건지, 뛰어야
            하는 건지 서로 눈치 봄, 아무래도 줄서기에는 장난감 매장과 너무 먼 거리, 그리고
            줄을 서게 되면 줄 서서 매장으로 이동해야 하는 이상한 풍경이 연출될 상황
10:27 아이들과 작전 회의, “아빠가 넵다 뛸테니 너는 동생하고 천천히 와.”
10:30 쳐 있던 줄이 제거 됨, 동시에 엄마, 아빠들 달리기 시작 !! 첫째 딸 얼굴을 떠 올리며
            전력 질주 …코너를 돌 때쯤 다른 사람들을 따돌리니 10m앞에 장난감 가게 주인
            아저씨 보임
            드디어 아저씨 앞에 1등으로 도착 ! 1번 번호표 수령 !!!!!!!
            아이들 앞에 1번 번호표 들이미니 “우리아빠 최고!!” 연발
11:35 예배보다가 설교 도중 몰래 나옴 (이번에만 한번 봐 달라고 기도함)
12:00 당당하게 1번 번호표 내고 ‘화이트 미리내’획득
            주차장 가는 엘리베이터 탔는데 그 안에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있었음 웬지 어깨가
            으쓱하며 터닝메카드 가슴쪽으로 위치시킴(잘보이라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다가도…우리 아이들이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신이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녀석들이 자란 후,  아빠가 장난감 사줄라고 열심히 달리던 뒷모습을
기분 좋은 추억의 한페이지로 떠올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 즐거웠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소소하고 재미난 일상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참 감사하고 분주한 일요일 아침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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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 완결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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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태어나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얼마의 일을 해야하는 걸까? 아담이 선악과를 따먹은 이래 열심히 일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운명으로 바뀌어 버린 우리는 과연 잘 살고 있는 걸까?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1845년 메사추세츠 콩코드의 조용한 호수 '월든'에 통나무집을 짓고 살았다. 2년에 걸친 그의 자연속 삶은 '월든'이라는 책으로 남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멀지만은 않은 시절의 평화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1800년대 중반의 기준으로 꽤나 '세상적으로' 잘 나갈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하버드대학을 졸업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월든' 호숫가였다. 스스로 노동을 통해 최소한의 비용을 마련하고 나무를 사서 집을 지었다. 때때로 물고기를 잡아 먹고, 농작물을 길러 먹었다. 그리고 그는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노동자들을 안타까워 했다. 왜 그토록 열심히 일하며 돈을 벌어야 하는가? 그 당시에도 그는 고비용을 요구하는 삶의 행태를 비판했다. 사람들이 번듯하다고 여기는 집을 마련하고, 옷을 사고, 음식을 마련하기 위해 인생의 대부분을 일하는 데 바쳐야 하는 그 시대를 안타까워 했다. 월든을 읽으며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원했던 세상에서 한층 더 멀어져 버린 오늘을 떠올린다. 내가 만들어 놓지 않은 '기준'을 따라가기 위해 우리는 언제나 노력하고 괴로워 한다. 좋은 동네의 아파트, 좋은 차, 좋은 옷, 좋은 교육...그 세상이 정해놓은 '좋은' 것들을 얻기 위해 하루 하루를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속해 버린 공동체에서 무시 당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들이 한번쯤은 멈춰서서 생각해 봐야하는 가치를 '월든'은 상기시킨다.  

 월든을 읽으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건, 저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자연에 대한 세밀한 묘사이다. 책을 읽으며 마치 눈앞에 월든 호숫가의 풍경과 동물들이 그려지는 듯 했다. 급박한 사건 전개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런 책이 아니라 끝없이 이어지는 저자의 묘사와 평안함이 있는 책이다. 주변의 소음이 차단되고 책읽기를 단단히 마음 먹은 시간이 허락된 사람들에게 한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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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교육 이야기 - 꼴찌도 행복한 교실
박성숙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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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둘째 아이가 생기고 그 녀석들이 점점 자라나면서 어떻게 아이들을 키울 것인가는 숙명처럼 나에게 주어진 숙제가 되었다. 한국의 모범생으로 살아온 아내와 나는 우리 아이들이 우리 세대보다 더 행복하게 자라나길 원한다. 하지만 한국의 교육 현실은 오히려 이런 우리의 바램을 비웃기라도 하듯 점점 더 척박해져만 간다.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인가 ? 소수만이 성공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승자가 되라고 우리 아이들을 다그쳐야만 하는 것인가 ?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하루 하루를 보낼 수는 없는 것일까? 이런 물음에 해답을 찾고자 '독일 교육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 나치가 출현하기 전까지 우리나라와 같은 엘리트 교육을 지향했던 독일. 2차 세계대전 이후, 스스로에 대한 처절한 반성에서 빚어진 오늘날의 독일 교육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 졌다. 부제로 달려있는 "꼴찌도 행복한 교실"이 가능한 것인지 책을 읽기도 전에 마음이 다급해 졌다. 저자는 독일에 거주하면서 두 명의 아이를 독일 학교에 보내고 있다. 어쩔 수 없는 한국 엄마가 경험한 독일 교육의 생상한 이야기가 즐겁게 펼쳐진다. 

 

  인간은 태어날 때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교육의 방향을 결정 짓는다. 독일 교육은 아이들이 충분한 능력을 지니고 태어났다고 믿는다. 그래서 억지로 가르치지 않는다. 방향을 제시하고 기다린다. 한국 교육에서는 너무나도 낯선 단어인 "기다림". 아이들이 스스로 깨우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독일 교육의 시작이다. 한국에서는 이미 유치원에서 다 떼고 들어가는 덧셈/뺄셈, 모국어를 독일에서는 정규 학교 1학년이 되어야 배우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과정이 한국 엄마의 눈에는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다. 1부터 10까지 몇 개의 숫자를 더하는 연습을 1년 내내 시킨다니 그럴만도 하다. 그런데 여기에는 '기다림'과 '믿음의 교육 철학이 베어 있다. 아이들 스스로 덧셈의 효과적인 방법을 찾도록 하는 것이다. 손가락도 써보고 연필로도 써보고, 머릿속에 그려도 보면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나간다. 이렇게 터득한 공부가 쉽게 잊혀질리 없다. 그리고 더 먼 학습의 여정을 떠나기 위한 튼튼한 기초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독일 교육의 뚜렷한 또하나의 특징은 깊은 사고를 통한 글쓰기이다. 책 곳곳에서 저자의 아이가 경험한 시험 문제나 작성한 답안을 볼 수 있다. 문제를 보노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깊은 사고를 요구 한다. 시험 시간도 보통 90분이 넘는다. 생각하고 A4용지 4~5장 분량의 답을 쓰려면 매우 빡빡한 시간이다. 그럼에도 독일 아이들은 생각하고, 그것을 글로 논리 정연하게 표현하도록 훈련 받는다. 자연히 이런 답안지는 채점이 까다롭고,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기 쉽다. A4용지 4~5장에 이르는 답안지를 꼼꼼하게 채점하는 독일 선생님들의 노력은 차치하더라도 채점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독일 학부모가 있어 가능한 일이다. 독일어부터 사회, 철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심오한 사고를 요구하는 교육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생각은 깊어지고, 문제의 핵심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 


 책은 "명문 대학 없는 독일"이라는 제목의 글로 마무리 된다. 경쟁심에 사로 잡히지 않는 독일 학부모들, 아이들의 행복한 학교 생활, 아이들이 깨우칠 때 까지 기다려주는 선생님들, 이 모든 것이 서열화된 대학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 중심의 대학에 그 지역의 학생들이 입학하고 정부로 부터 공평한 지원을 받는다. 이러한 대학의 평준화가 오늘날 독일 교육의 정점에 있다.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서로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한 나라의 교육 철학은 교육의 목적에서 비롯된다. 경제 발전을 위한 '산업 역군' 양성을 목표로 우리나라의 교육은 진행되어 왔다. 합리적 사고와 함께 살아가는 배려심을 갖춘 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이 되지 못했다. 그 결과 단기간에 산업 발전을 이루어 냈으나 그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아서 서서히 그 댓가를 치루고 있다. 언제까지 우리는 이기기 위해, 남들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 달려야 하나 ? "오늘의 행복", "다 같이 행복하기" 이런 가치는 언제쯤 우리 모두의 당연한 가치가 될 수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씁씁한 한국의 현실이 투영되어 마음이 편치 못했다. 누군가 한국의 교육 현실을 극장에 비유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다 같이 편안하게 앉아서 영화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사람이 일어서서 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뒷 사람이 일어나고 또 그 뒷 사람이 일어나고..결국 모든 사람이 서서 영화를 보게 되었다.


 우리 모두 함께 편안히 앉아서 영화를 즐기는 날이 하루 속히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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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 밤 11시 30분 경,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기 직전, 아파트 현관벨이 울렸다. 와이프와 마주 앉아서 얘기를 하던 중에 깜짝 놀라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 시간에 누구지 ?" 왠지 모를 불안감을 억누르며 인터폰을 눌렀다. "누구세요?"..........."택배입니다."

엥? 택배란다. 밤 11시 30분에도 택배가 오나 ? 아내와 나는 우리집에 올 택배가 무엇인지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어제 내가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한 책이 배송 중이라는 메세지를 낮에 본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렇게 늦은밤에 왠 택배람 ? 어쨌거나 늦은밤 택배를 배달하시는 분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집 현관문을 열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미리 기다렸다. 이윽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택배 아저씨가 나타났다. 50대쯤 되어 보였고, 깊게 패인 주름, 검게 그을린 피부가 성실한 삶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택배를 받아들며 아저씨게 물었다. 

   "이렇게 늦게까지 배달하세요?" 

   "당일 배송이라서요..."

갑자기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 했다. 온라인 서점에서 결재할 때 무심고 지나쳤던, '당일 배송'이라는 문구가 생각났다. "빨리오면 좋지 뭐.." 이렇게 생각하며 지나쳤던 그 문구 때문에 아저씨는 밤늦도록 배달을 하고 계셨던 거다. 아마 '당일 배송'이란 원칙을 어기면 뭔가 불이익을 받으실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난 그 책들을 밤 11시 30분에 받으나, 그 다음날에 받으나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 책을 오늘 못받았다고 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나의 조그만 편의를 위해 너무나 수고하시는 그 택배 아저씨를 떠올리며 "이건 아닌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 물론 당일 배송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책을 주문한 모든 사람에게 꼭 '당일 배송'이란 원칙을 지킬 필요가 있을까? 너무나 빠르고 각박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우리 모두가 조금씩 여유를 갖는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을까? 


 온라인에서 책을 주문 할 때 배송기사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기는 칸이 있다. 나는 늘 그곳에 "부재시 경비실에 맡겨주세요." 라고 써 놓았다. 다음번 주문시에는 "당일 배송 안하셔도 됩니다." 라고 써 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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