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이란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 생각한 적이 있다. 주식시장에서 많은 돈을 잃거나 벌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더욱 그런 생각에 깊이 잠기곤 했다. 

금융과 도박의 차이는 무엇일까? MBA과정을 다니면서 교수님께 같은 질문을 했었다. 금융시장이 없다면, 기업으로 자본이 원활히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금융시장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물론 동의한다. 그러나 때때로 지금도 도박과 금융의 차이를 곰곰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자주 맞이한다.

 

영화의 제목은 빅쇼트(big short)이다. 금융에서 '쇼트'(Short)란 투자 대상이 되는 자산의 가격 하락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빅 쇼트'(big short)는 투자 대상의 하락에 크게 배팅한 것을 의미한다. 바로 2008년 발생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미리 예측하고 투자를 진행했던 

이들의 이야기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4명의 주요 인물들은 모두 실존인물이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영화는 실제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다. 따라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매우 높은 몰입도를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영화 중간에 자리를 뜨는 몇 명의 관객도 볼 수 있었다. 파생 상품 관련 전문용어가 많이 등장하고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얘기인 만큼 그 분야에 전혀 배경지식이나 관심이 없다면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감독은 재치있는 연출로 이부분을 보완한다. 핵심적인 파생상품이 등장할 때 마다 재미있는 해설을 덧붙여 놓았다. 그러나 내가 본 빅 쇼트는 위기를 이용해 큰 돈을 벌어들인 천재들의 통쾌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스티브 카렐이 연기한 마크 바움은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앞에 놓고 고민한다. 그리고 동료와의 통화 중에 말한다. 


"내가 지금 매도를 해서 돈을 벌면 그들과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게 아닌가..."


마크바움은 고심했다. 끝없는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한 월스트리트 금융가의 탐욕으로 인해 결국 수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직장을 잃게 될 것을 알고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사람들을 증오한다. 그리고 큰 돈을 눈앞에 두고 자신도 그들과 같지 않은지 고뇌한다.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밴 리커트도 마찬가지였다. 큰 돈을 벌 기대에 가득찬 젊은 펀드 매니저들이 들떠 기뻐하자, 

그만하라고 소리친다. 

"우리는 지금 미국경제가 망할거라는데 배팅한 거라구!"


밴 리커트도 자신의 승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에 괴로워했다.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한 마이클 버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금융위기를 통해 큰 돈을 벌었지만 

그 이후로 펀드 운영을 그만둔다. 


영화는 말미에 금융위기가 가져온 결과를 말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는지 그러나 월스트리트의 탐욕스러운 사람들 중 감옥에 간 사람은 단 1명..그들은 여전히 보너스를 챙겼고 무사했음을 말한다. 

그리고 탐욕스러운 그들이 저지른 일의 댓가는 보통의 사람들이 두고두고 

짊어지게 될 것임을 말한다. 

'빅쇼트'(big short)는 실화를 배경으로 잘 만들어진 영화다. 실체를 그대로 옮겨다 놓았다. 

마치 드라마형식의 다큐멘터리와도 같다. 그래서 더 긴장감이 높고, 사실적이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얼마나 거짓과 탐욕으로 가득차 있는지 보여준다. 영화가 끝나기 전 낡은 차를 타고 떠 도는 한 가족이 잠깐 화면을 지나간다. 영화 중간 쯤, 나는 월세를 꼬박 꼬박 내고 있다며, 

내가 살고 있는 집에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묻던 사람의 가족이었다. 


고통은 항상 힘없고 가난한 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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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 너머 편 (반양장) -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 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2
채사장 지음 / 한빛비즈 / 201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흠...이건 정말 책 팔아 먹기로 작정한 제목이군..."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은이 이름은 또 뭔가? '채사장'이라니...더욱 상업적인 냄새가 풍겼다. 이 책이 나오고 베스트셀러에 올랐을 때도 나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던 중 아내를 통해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줄여서 "지대넓얕")은 두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역사,경제,정치,사회,윤리(현실 세계에 관한 문제)를 다룬 책과 철학,과학,예술,종교,신비(현실 너머의 문제)의 문제를 다룬 책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지은이 '채사장'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 졌다. 그러다 기사를 통해 채사장에 관한 이야기를 알게되었다. 채사장의 본명은 채성호이고, 고등학교시절 공부를 못했다고 했다. 재수를 통해 성균관대 국문과에 입학한다. 군대에 가기 전 도서관에서 약 1,000권의 책을 읽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이런 저런 돈벌이를 했으며 꽤나 괜찮은 벌이를 했다.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 그의 삶을 바꾼 계기가 된다. 교통사고로 함께 여행을 갔던 친구 두 명이 죽고, 한 명을 크게 다쳤다. 그 사건 이후로 저자는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으며, 불안한 세상을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책이 바로 '지대넓얕'이다. 채사장이라는 필명은 지식가게의 사장이라는 뜻으로 지었다고 한다. 

지대넓얕은 깊지 않지만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명쾌하고 명료하게 정리가 되어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 지 모를 때 읽어도 좋을 만하다. 지대넓얕을 읽고 더 알고 싶은 분야의 책을 집중적으로 읽어도 좋을 것이다. 사실 지대넓얕 두 권을 모두 읽고 저자의 능력에 감탄했다. 길고 복잡한 인류의 삶과 그 너머의 이야기를 나름의 프레임으로 잘 담아내었다. 지대넓얕에 담긴 내용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어렵지 않다. 꽤나 무거울 수 있는 주제들을 굵직한 줄거리만으로 엮었다. 

자신이 어떤분야에 관심이 있고, 흥미를 느끼는지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지대넓얕'을 추천한다. 넓고 얕은 이야기들로 읽는 이의 관심을 붙잡는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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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부터인가, 해가 바뀌는 것이 별로 실감나지 않는다. 12월 31일과 1월1일의
감흥이 다르지 않다. 12월 31일 보신각 타종의 소식이 그리 달갑지 않다. 
아마도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싫어진 다음부터 일거다. 20대에는 연말이 설레이고 
좋았다. 새로운 한 해가 다가오는 것이 마냥 좋았다. 식상함보다는 새로움이 나의 삶에
더 큰 영향을 발휘하던 때였다. 30대 중반을 지나면서 점점 그러한 설레임이
사라져갔다. 새로운 한 해의 역동성이 틀에 박힌 삶의 견고함을 이기지 못했다. 
그리고 1월 1일은 12월 31일의 '다음날'이 되었다. 

그러나 이런 잔잔함이 나쁘지만은 않다. 어찌보면 '안정된 삶'이라고 말할 수도 
있으니까...다만 머물러 있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20대의 큰 가능성과 넘치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조금씩 그리고 묵묵히 더 나음을 위해 나아가는 나의 
"또 다른 하루"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새해가 아니어도, '내일'이면 충분한
나의 삶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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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2015년판) - 김영하와 함께하는 여섯 날의 문학 탐사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고전은 읽기가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은 작품일수록 더 그렇다. 
왜냐하면 나도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그 책을 읽으며 대단한 감동을 받아야만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읽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경우 "이게 뭐지?"로 끝나고 

만다는 것이다.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 숲"을 읽었을 때도 그랬다. 주제을 찾으려고 했고, 

내가 어떤 부분에서 감동을 받아야 하는지 찾아내려고 노력했다. 

나는 이러 이러한 책을 읽었고, 깊은 감동을 받았노라고 말하기위해
책을 읽고 있었다. 

김영하의 "읽다"를 보는 순간 읽고 싶었다. 나의 가식적인 읽기가 아닌 진실한 

읽기가 어떤 것인지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역시나 나의 기대는 틀리지 않았다. 

소설가 김영하는 소설을 중심으로 읽는다는 행위가 갖는 의미와 문학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지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늘어놓았다. 


"독자라는 존재는 독서라는 위험한 행위를 통해 스스로 제 믿음을 

흔들고자 하는 이들입니다." 

페이지가 어떻게 넘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흥미로운 책이 아니라면 한번쯤 

"아. 그만 읽을까?"하는 생각을 갖게된다. 그 고비를 넘고 넘어 한 권의 책을 읽게된다. 

"완독이라는 것은 실은 대단한 일입니다. 그만 읽고 싶다는 

유혹을 수없이 이겨내야만 하니까요."

이 책을 통해 하나 깨달은 게 있다. 책 읽기의 목적이 주제를 파악하고 대단한 감동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책을 읽는 과정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을..그동안 나의 독서는
그 과정을 통한 즐거움을 얻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렵고, 머리가 복잡해지는
그런 책을 끝까지 읽지 못한 경험이 많다. 끝까지 읽어야만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서
'억지로' 읽어낸 책도 많았다. 하지만 저자 김영하는 이렇게 말한다. 

소설은 일종의 자연입니다. 독자는 그것의 일점 일획도 바꿀 수 없습니다. 
그 자연을 탐험하면서 독자는 고통과 즐거움을 모두 느낍니다. 

그랬다. 김영하의 '읽기' 중 나에게 가장 크게 다가온 부분은 책, 소설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이다. 책은 하나의 새로운 세상이다. 현실 세계를 벗어나 새로운
세상에 들어가 한 참을 거닐다 현실로 돌아온다. 이것이 책 읽기 인 것이다. 
김영하는 주로 소설 읽기에 대한 생각을 "읽다"를 통해 풀어놓았다. 그러나
비단 소설뿐만이 아니라, 지적 자극을 목적으로 하는 모든 책에 적용되는 것이리라. 
책에 대한 부담감으로 거리감을 느껴온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러므로 독자가 된다는 것은 이야기의 바다에서 흘러나오는 따뜻한 물을
받아 마실 수 있는 '계약자'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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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세자가 꿈꾼 나라 - 250년 만에 쓰는 사도세자의 묘지명, 개정판
이덕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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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그런것이구나...."

 

    이덕일의 '사도세자가 꿈꾼나라"를 읽은 후 내 가슴을 맴돈 말이다. 

  2년 전쯤인가 세도세자가 꿈꾼나라를 처음 읽었다. 그리고 지난주  다시 읽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지만 

  두번째 읽으며 더 많은 생각에 잠길 수 밖에 없었다. '사도세자'는 드라마의 단골 소재였다. 어려서부터 어렴풋이 사도세자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자라왔다. 그렇지만 한번도 "왜"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가져보지 못했다. "사도세자는 정신병에 걸렸고, 그래서 이상한 행동을 일삼았고, 급기야 주변 사람들을 죽이기까지 했다.  그래서 아비된 영조는 고통속에 아들인 사도세자를 뒤주에 넣어 죽일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이 이 책을 읽기 전, 내가 알고 있던 사도세자 죽음의 큰 줄거리였다. 영조실록과 사도세자의 부인인 혜경궁 홍씨가 쓴 '한중록' 그리고 영조 재위 시절 정권을 장악하고 있었던 노론 세력이 편찬한 책들을 통해서 알려진 내용들이 과연 사실일까? 


   선대 임금이었던 경종을 독살했다는 경종 독살설과 노론에 의해 선택되었다는 정치적 한계를 지닌 영조의 선택은 탕평책이었다. 영조 자신을 임금으로 만들어 준 노론세력을 견제할 수단이 필요했다. 하지만 영조는 통치 기간 내내 경종 독살설과 노론에 의해 선택된 임금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사도세자의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은 사도세자가 소론의 정치적 견해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를 읽고 난 후, 자식까지 죽게한 권력욕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생각했다. 조선시대, 아니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권력을 둘러싼 많은 사람들의 욕망이 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음을 보았다. 그리고 '역사'를 생각했다. 기록된 역사를 받아들일 때, 누가, 언제, 어떤 배경으로 기록한 역사인지 알아야 하겠다. 역사는 충분히 왜곡될 수 있다. 과거의 왜곡된 역사, 뒤틀린 사실이 아닌 '진실'을 찾아내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책임일 것이다. 부끄러운 역사가 씌여지지 않도록 바른 삶을 살아가는 것이 그보다 더 앞선 책무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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