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부터인가, 해가 바뀌는 것이 별로 실감나지 않는다. 12월 31일과 1월1일의
감흥이 다르지 않다. 12월 31일 보신각 타종의 소식이 그리 달갑지 않다. 
아마도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싫어진 다음부터 일거다. 20대에는 연말이 설레이고 
좋았다. 새로운 한 해가 다가오는 것이 마냥 좋았다. 식상함보다는 새로움이 나의 삶에
더 큰 영향을 발휘하던 때였다. 30대 중반을 지나면서 점점 그러한 설레임이
사라져갔다. 새로운 한 해의 역동성이 틀에 박힌 삶의 견고함을 이기지 못했다. 
그리고 1월 1일은 12월 31일의 '다음날'이 되었다. 

그러나 이런 잔잔함이 나쁘지만은 않다. 어찌보면 '안정된 삶'이라고 말할 수도 
있으니까...다만 머물러 있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20대의 큰 가능성과 넘치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조금씩 그리고 묵묵히 더 나음을 위해 나아가는 나의 
"또 다른 하루"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새해가 아니어도, '내일'이면 충분한
나의 삶이 되어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