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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의 사생활 - 관계, 기억, 그리고 나를 만드는 시간
데이비드 랜들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14년 11월
평점 :
노동은 24시간 내내 계속 돌아가는 삶의 현실이 되었고, 이런 상황은 잠에 대해 나름의 기준과 기대를 제시했다.
월스트리트의 직원이 두바이와 도쿄, 런던에서 일어나는 투자를 동시에 추적해야 하는 것처럼 잠을 잊고 세상의 추이를
주시하지 않으면, 경쟁자들에게 뒤쳐지고 만다. 잠은 우리의 문화적 가치에서 뒤로 미루거나 커피로 잠재우거나
무시할 수 있는 것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_ 24쪽 중에서
아인슈타인은 "하루에 4시간만 자면 충분하다"고 했고, 나와 함께 사는 남자는 "자는 시간이 제일 아깝다"고 하지만 내게 잠자는 시간은 그 어떤 시간보다 중요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 8시간 이상은 꼭꼭 자야하고, 평일에 충분한 만큼 잠을 채우지 못했다면 주말 중 하루는 몰아서 잠을 자야한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 잘 준비를 마치고 폭신한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누워 부비부비 거릴 때며, 하루 중 가장 불행한 시간이 알람 소리에 깨서 억지로 일어나야 할 때이다. 그런 나를 위한 아름다운 책이 나왔다. 바로 <잠의 사생활>이다.
이 책은 로이터 통신의 수석기자인 데이비드 랜들의 개인적인 경험담에서 시작한다. 수면 문제를 겪던 저자는 어느 날 밤 잠결에 돌아다니다 크게 다친다. 하지만 병원에는 그의 수면 장애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을 내려주지 못하고 답답한 저자는 본인이 직접 '잠'에 대해 연구를 시작한 것이다. 그는 '우리는 왜 잠을 자는 걸까?'라는 잠과 관련한 지극히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 '부부가 같이 자는 게 도움이 될까?', '아이를 재우는 건 왜이리 힘든걸까?','어떻게 하면 잘 잘 수 있을까?'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까지 잠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 자료와 역사적 자료를 망라하며 잠에 관한 재미난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세상엔 잠을 방해하는 너무 많은 것들이 생겨났고, 그래서 잠을 죄악시하게 되었지만 근본적으로 인간은 잠을 잘 자도록 설계되어 있고 그래야만 생물학적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각종 의학적 근거와 역사적 자료로 보여준다.
그중 재미있는 것 중 하나는 '두번째 잠'에 관한 것인데 지금처럼 화려한 불빛이 존재하기 전에는 해가 지면 다들 잠자리에 들었고, 자정즈음 일어나나 한두시간을 깨어 있다가 두번째 잠에 들었다는 것이다. 대부분 그 시간에 책을 읽거나, 기도를 하거나, 섹스를 하면서 보냈는데 화학적으로 그 시간에 깨어 있는 사람의 신체는 스파에서 하루를 보낸 뒤의 상태와 비슷했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고, 오르가즘 이후에 찾아오는 편안한 느낌과도 같다고 했다. 그러나 현대로 넘어오며 잠의 주기가 바뀌며 자연적인 잠의 설계가 깨져버렸으며 인류는 잠이 주는 축복을 누릴 수 없게 되어버렸다.
또 부부가 한 침대를 쓰는 것보다 각각 따로 잘 때 더 양질의 잠을 잘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실제로 과학적인 연구결과의 발표로 트윈베드의 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그래도 부부가 따로 침대를 쓴다는 것에 대한 편견' 때문에 여전히 불편해하며 한 침대에서 자고 있는 부부들이 더 많다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매일 꾸는 꿈은 '우리가 매일 생각하는 것들이 반영해서 만든 최악의 시나리오'이고, 아이와 부모가 모두 편안하게 자려면 따로 자야 한다는 등 실용적인 이야기들도 담아내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자는 것이 좋은 것인지에 대한 팁도 담아냈다.
개인적으로 '잠'을 좋아하기도 하고 잠으로 스트레스를 해소라는 '잠 추종자'이기 때문에 내 이야기처럼 즐겁게 읽었던 책이다. '잠'이라는 주제로 전혀 잠이 올 틈이 없게 재미나게 쓴 책이었다. 잠들기 전에 읽으려고 침대에 가지고 들어갔다가는 수면장애를 얻기 십상일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