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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의 인형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궁극의
아이>를 읽었을 때 대한민국에서 이런 소설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었고, 이 작가의 책이라면 이유를 불문하고 무조건 사보겠다
다짐했었다. 그리고 1년이 조금 지나 그의 신작이 나왔다. <불로의 인형>. 제목도 잘 와 닿지 않았고(게다가 표지에 올려져 있는
제목이 이상하게 잘 안 읽혔다) 무엇보다 표지 이미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보통의 소설이었으면 절대 집지 않을만한 표지였다) 장용민 신작이라는 작가 이름 하나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샀으며 도착한 날 읽기
시작해 그날로 다 읽어버렸다. 장.용.민. 그는 단연코 최고였다.
이번 책 <불로의
인형>은 초한지에 등장하는 '홍문의 연'에서 시작된다. 홍문의 연회는 항우가 유방을 죽이기 위해 연회를 벌이고 칼춤을 추게하여 암살을
시도한 유명한 역사적 일화다. 홍문의 연회에서 항우는 유방을 죽이려했지만 잔꾀많은 유방이 몰래 빠져나감으로서 항우는 결국 유방에게 패권을
빼앗기고 만다. 하지만 의문이 남는다. 당시 몰래 도망간 유방에 대해 항우는 단단히 화가 나 있었는데 왜 유방의 책사는 물론이거니와 유방을
그대로 보내줄 수 밖에 없었냐는 것이다. 여기서 장용민은 '불로의 인형'을 던진다. 유방이 떠나고 유방의 책사 장량은 선물이라며 진시황도 찾지
못했다는 불로초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다. "불로초를 찾았다면 어찌하시겠습니까?" 라는 말과 함께 항우에게 바친 것은 조그마한 상자 속에 든 꼽추
인형이었다.
천하를 가진
진시황이었지만 그가 죽는 순간까지 이루지 못한 꿈은 '불로장생'이었다. 그는 불로초를 찾기 위한 곳이라면 어디든 사람을 보냈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결국 찾아내지 못했다. 소설 <불로의 인형>은 진시황이 꿈꾸던 불로초를 찾은 이가 있었고, 그 불로초의 비밀은 다름 아닌
인형 속에 있었다는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비밀의 인형이 자취를 감추었다가 지금 이 시대에 경매장에 다시 등장하며 인형을 둘러싼
추격전과 비밀이 밝혀지는 것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다.
주인공은 일류 큐레이터로
성공 가도를 달리며 살아가던 가온이다. 어느날 평생 연락도 없이 살던 남사당패 꼭두쇠 아버지의 부고를 듣는다. 거기에 배다른 동생 설아까지
등장한다. 가온은 아버지의 죽음이 석연치 않음을 깨닫고 아버지의 유품을 뒤지나 출처를 알 수 없는 초대장과 꼭두쇠에게만 전해진다는 꼽추 인형을
발견한다.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설아, 인형을 발견한 다음부터 자신을 쫓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온은 인형의 비밀을 풀기위해 한중일을
넘나들며 역사에 얽힌 비밀을 풀어낸다.
소설은 역사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스토리 구성과, 마치 눈 앞에서 펼쳐지듯 그려지는 인형극 묘사, 상상속에서만 존재하던 존재들의 부활은 매우 매력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특히 소설 속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병마용이 잠든 시안의 지하에 존재한다는 귀도시에 관한 묘사였는데, 그 어떤 묘사보다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그려지고 있어 마치 실제 존재하는 귀도시에 다녀온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옛날 신시가지에서 밀려나고 천민보다 더
하층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생겨났다는 풍문으로만 전해지는 귀도시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사실 불로초라는 소재
자체가 너무나 허황된 것이기에 이렇게 벌려 놓은 판을 어떻게 수습하나 읽으며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실체가 밝혀진 불로초는 고개가 끄덕여질만큼
그럴듯한 이야기였고 심지어는 그 장면에서 창해라는 인물에 연민까지 느껴지며 감동마저 느껴졌다. 너무 갔다 싶은 부분도 있기는 했지만 그건 애교
정도로 넘어갈 수 있을 정도였고, 책을 다 읽고나자 멋진 공연 한 편을 보고 기립 박수를 치듯 이 한 권을 쓰기위해 수많은 책들을 찾아보고
자료조사를 했을 저자에게 무한한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이런 소설이라면
더 비싼 값을 주고 사더라도 몇 번이고 사서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