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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14년 6월
평점 :
서울에서 사는 게
버겁다고 느낄 때가 있다. 부모 밑에서 살 때는 몰랐지만 독립을 하고나니 집값에 생활비에 양육비까지, 마치 내가 쓰기 위해 벌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마다 지방
도시에 내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적게 벌고 적게 쓰며 더 즐겁고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게 되지만 그것도 또 걱정.
서울에서만 살아온 내가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그렇게도 생활이 잘 이어질지, 아직 정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이 책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는 책을 만났다. 제빵사가 꿈이었던 와타나베 이타루는 도시의 유기농산물 도매회사에 취직했지만 그 안에서
오고가는 뒷돈 거래와 원산지 허위 표기 등의 부정을 바라보며 염증을 느꼈다. 게다가 뼈빠지게 일 하지만 손에 들어오는 돈은 고작 몇 푼.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회사를 때려치고 시골로 내려가 빵집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가 세운 큰
원칙은 바로 "이윤을 남기는 않는 회사". 왜 노동자는 쉬지도 못하고 일만해야하며(돌아오는 돈은 같지만), 왜
자꾸 부정과 부패가 생겨나는지 원인을 찾다보니 마르크스 <자본론>를 읽게 되었고 그에 의하며 모든 부패는 이윤에서 비롯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돈의 흐름과 균형을 망치고 있었으니 그는 이윤을 남기지 않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믿었다.
쉽지 않아 보이는
목표이기는 했지만 그는 시골로 내려가 빵집을 열었다. 그리곤 양질의 재료를 구입해 그에 맞는 적절한 빵값을 책정하고, 적정 수준의 인력을 채용해
노동자가 생상한 만큼 월급을 지급하고, 생산 규모를 늘리지 않고 동일 규모를 유지하고자 했다. 그랬더니 정말 그렇게 되었다. 이윤 제로, 손익
분기점을 달성하고나면 가게는 굴러가고 다음 날에도 변함없이 빵을 구울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값싼
임대료도 톡톡히 한 몫했다. 도시에서는 지나치게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느라 착취의 구조를 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의 가게는
이렇게 되었다. "빵의 평균 가격은 400엔이다. 일주일에 사흘은 가게를 닫고
일 년에 한 달은 장기휴가를 떠난다. 매달
매상은 200만 엔 안팎인데 한 해를 계산하면 2,000만 엔을 조금 넘는다. 직원은 나와 집사람 마리, 그리고 미나토 군과 미우라 군, 우리 집 아이들 둘까지 합해
모두 여섯 명이다(111쪽)."
이 책에는 그가 빵집을
열게 된 과정에서부터 빵을 만드는 과정, 그리고 <자본론>을 통한 기업 경영의 원칙이 잘 어우러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연 이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느정도의 희망과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책이었다. 나도 과연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할 수 없다면 저런 빵집에서 일
할 수 있기라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