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변신
피에레트 플뢰티오 지음, 이상해 옮김 / 레모 / 202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페미니즘을 입힌 색다른 동화의 해석!

내게는 조금 멀게 느껴지는 이야기들의 외침!

프랑스 작가 피에레트 플뢰티오가 샤를 페로 동화를 현대식, 여성 주체적으로 재해석하며 다시 쓴 7가지 단편 소설 모음집이다. 다시쓰기의 소재가 된 동화는 다음과 같다. <엄지동자>, <잠자는 숲 속의 공주>, <푸른 수염>, <신데렐라>, <빨간 두건>.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두 편의 단편소설 소재가 됐고 <백설공주>는 페로 작품이 아님에도 유일하게 등장해 작가에게 영감을 불어넣는다. 그림형제 동화 전집, 안데르센 동화 전집, 계몽사 세계의 동화, 세계의 명작, 펜타메로네 등 성인이 되어서도 꾸준히 옛 동화를 찾아읽고 있기에 <여왕의 변신> 출간 소식이 반갑고 기꺼웠다. 페미니즘으로 무장한 동화 속 세계의 남다른 색다름을 기댔는데 이거 어쩐지 기대를 지나치게 초과한 느낌이다. 내 이해의 범주를 훌쩍 뛰어넘어 홀로 달려가는 이야기들을 허둥지둥 뒤쫓느라 바빴다.

폭력적인 남편과 남편에게 동화된 딸들을 벗어난 식인귀의 아내는 엄지동자를 만나 자유와 욕망을 되찾는다. 신데렐로는 계부와 형님들에게 미움을 받다가 왕비님과 결혼하여 민주주의 도입을 주창한다. 사랑을 꿈꾸던 청춘은 직업과 자녀 양육의 대소사에 빠져 허덕이니 도대체 사랑은 언제 할까? 푸른 수염의 남편이 가둔 일곱 아내를 풀어주고 제 갈 길 가는 빨간 바지는 씩씩하다. 마법 거울의 가스라이팅에 시달리던 왕비는 왕궁을 나와 우연히 만나게 된 일곱 여자 거인과 동거하며 젊은 사냥꾼과 사랑에 빠지고 백설공주를 사악한 궁궐에서 구출한다. 새왕비에게 내쫓긴 식인귀 전왕비는 잠자는 숲속의 궁궐로 배를 타고 들어가 배를 타고 다시 나오며 이야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음에 한탄하는데, 아차, 한탄하는 주제는 전왕비가 아니라 작가 본인인 것 같다. 마지막 동화는 샤를 페로와도 그림형제와도 관련이 없다. 여왕은 음침한 궁궐을 벗어나 궁궐 밖의 삶을 이리저리 관찰하며 헤맨다. 그러던 어느날 평범한 여성으로서의 삶에 확신을 가지고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기로 작정한다.

짧게 줄거리를 줄여 쓰고 보니 주제 면에서는 분명 내 취향이 맞는데 문장과 묘사와 전개가 그로테스크 하달지 내 심상엔 지나치게 거부감 드는 장면들이 종종 등장했다. 잔혹동화의 면모를 살린거겠지만, 잔혹동화가 긴 세월 어린이를 위해 읽기 좋게 은유적으로 개편됐다면 피에레트 플뢰티오는 은유는 개뿔 몽땅 집어치우고 직접적 묘사로 독자에게 생생한 피칠갑을 전달한다. 나로서는 극복이 안될만큼 초반부터 인상이 강렬했다. 파사삭 부서진 독자 멘탈로도 소설의 끝까지 집중력을 끌어간 걸 보면 글에 힘은 있는 작가인데 지나치게 연약한;; 심성의 독자다 보니 내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 듯도 하고. 단편 편집의 순서가 달랐으면 좀 나았을까? 안타까운 마음이다.

추신) 사실 나는 내 어린 시절의 동화에 아무런 불만이 없다. 요즘 같은 시대에 멍청한 말로 들릴거라는건 알지만 이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근래의 어른들은 옛 이야기의 잔혹성에 놀라고 내 아이가 끔찍한 악몽을 꾸진 않을까 겁먹으며 책들을 책장에서 빼버린다는데 기억을 돌이켜 (기억력이 굉장히 나쁘다는걸 감안하고도) 나는 샤를 페로와 그림형제, 안데르센 동화에서 겁먹은 적이 없다. 남녀 차별을 무의식적으로 강요한다는데 그게 무의식으로 작용하는거라 여태 문제를 못느꼈나보다. 동화 속 주인공의 이야기에 나를 이입하지 못해서 느꼈다는 "소외감"(p337)이나 "나의 동화를 갖지 못한 목마름"(p338)도 도통 뜻모를 단어다. 빨간구두를 탐냈다 발목이 잘린 소녀를 보고 무서워 벌벌 떨기 보단 어떡해 불쌍하다 해놓고서는 그림책의 빨간 구두가 예뻐서 나도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소년이 아닌 소녀라서 잭을 따라 콩나무를 못오르는게 아닐까 겁먹으며 물러난 적도 없다. 백설공주를 보며 공주가 되고 싶다거나 왕자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한 게 아니라 나무 속을 파낸 집과 스프를 꿈꿨고,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어린 나이에도 취향이 아니어서 전집 안에서도 잘 들춰보지 않는 그림책이었다. 당나귀 가죽에서는 근친의 공포를 느낀 게 아니라 샛노란 드레스가 예쁘다는 감탄을, 푸른수염을 보면서는 도망가 소녀야 응원을 날렸다. 푸른 수염이 죽은 건 참 다행이었다. 내게 이 책이 어려웠던 건 책이 가진 묘사적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화에 나를 이입할 수 없었다거나 동화에서 열패감을 느꼈다는 작가와 역자의 어린 시절에 공감을 못한 이유가 가장 크지 싶다. 같은 층간소음을 겪은 한가족 안에서도 누구는 심장이 쿵쿵 뛸만큼 스트레스를 받지만 누구는 무슨 소리가 났었냐며 이해를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나는 아무런 불편함을 못느끼는 세계를 보고 누군가는 고통을 느꼈다 하니 당혹스럽기도 하고 난처하다. 문학이 바뀌고 세상도 바뀌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건내는 작품들을 이해하기 위해 좀 더 귀를 열고 촉각을 세워야 할까? 아니면 이런 이야기도 있구나 무디게 생각하며 별 스트레스 받지 않고 그저 들여다만 봐도 좋을까? 여왕의 변신을 읽고서 나는 좀 헷갈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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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팬 사라진 그림자 - 원작 애니메이션과 함께 보는 디즈니 오리지널 노블 디즈니 오리지널 노블
리즈 브라즈웰 지음, 성세희 옮김 / 라곰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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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북스리브로 지원 도서입니다

우리가 피터팬 없이도 모험을 떠날 수 있을까?

그림책도 보고 티비 만화로도 봤는데 여태 완역본 피터팬은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내용은 잘 알지.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소년 피터팬과 그의 친구 팅커벨. 네버랜드의 친구들이 웬디 달링이 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런던에 온다. 왜냐고? 피터팬이 그림자를 잃어버렸거든. 웬디 달링은 피터팬의 그림자를 붙들어 피터팬의 발에 단단하게 꿰어준다. 피터팬의 초대로 네버랜드에 초대된 남매는 팅커벨의 요정 가루로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고 네버랜드에 먼저 도착한 잃어버린 아이들과 친구가 된다. 웬디는 엄마가 없는 아이들을 위해서 집안일도 대신하고 잠자리도 돌봐준다. 악당 후크에게 추장의 딸 릴리가 납치되었지만 피터팬의 용감함으로 네버랜드는 평화를 되찾는다. 피터팬은 웬디가 머무르기를 원하지만 부모님이 보고 싶었던 웬디와 동생들은 집으로 귀가하고 먼 훗날 웬디를 찾은 피터팬은 어른이 된 웬디를 마주하게 된다. 더이상 하늘을 날 수 없었던 웬디는 그녀의 딸을, 그녀의 딸은 다시 딸을 피터팬과 함께 네버랜드의 모험 속으로 실어 보낸다.

실은 출판사 라곰에서 간행된 이 책 <피터팬 사라진 그림자>가 원작 완역본인 줄로만 알았지 뭔가. 알고 보니 작가님 이름부터가 다른데 피터팬은 알아도 제임스 메튜 베리는 몰라서 혼동하고 말았다. 원작의 웬디는 몇 살쯤이었을까? 10살? 12살? 리즈 브라즈웰 작가의 피터팬에서는 웬디가 벌써 16살이다. 웬디 달링은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다른 친구들이 학교에 다닐 시간을 온통 공상과 독서, 글쓰기, 집안일로 공들인다. 여느 소녀들과는 달리 외모를 가꾸지도 않고 신부수업에도 무관심하니 친구들은 벌써부터 웬디가 노처녀가 되어 조카나 키울거라며 쑥덕쑥덕 하고 부모님은 평범하지 않은 딸에 노심초사다. 그러던 어느 날. 피터팬과의 모험을 엮어 썬 웬디의 수첩을 부모님이 읽게 된다. "행복하고 정상적인 소녀는 이런 글을 쓰지 않아!!" 딸을 공상으로부터 떨어트려놓고 싶었던 아버지는 웬디를 아일랜드로 보내려 한다. 아일랜드로 가느니 네버랜드로 가서 모험을 하겠다고 결심한 웬디는 기다려도 오지 않는 피터팬이 아니라 후크 선장을 찾아 거래한다. 웬디가 보관 중이던 "피터팬의 그림자"를 넘기고 대신에 웬디를 네버랜드에 데려다 줄 것. 웬디의 첫거래는 무사히 성공했을까?

 

늘 되고 싶었거든. 난 피터가 고아원에 와서 소년들을 데려가는 걸 봤어. 오직 소년들만.

모두가 그걸 알고 있었어. 오직 남자애들만 잃어버린 소년들이 될 수 있다는 걸 말이야. (p54)

우리 더 이상은 피터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말자. 적어도 다른 문제들이 모두 해결되고 우리가 네버랜드를 구할 때까지는 말이야. 우리 둘 다 남자애와 상관없는 이야깃거리가 분명있을 거야. 우리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다른 이야깃거리를 말이야. 해적들, 비행, 그림자를 되찾는 일, 후크 선장을 이기는 일...(p151)

그런데 변하는 게 그렇게 끔찍한 걸까, 정말로?

영원히 네버랜드에 머물면서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것일까?(p320)

 

네버랜드에 당도한 후 후크 선장의 목적이 네버랜드를 완전히 없애버리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된 웬디 달링은 당황한다. 집을 벗어나고 싶다는 자신의 욕망이 설마하니 네버랜드를 해치는 일이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웬디는 그림자를 잃고 무기력해진 피터팬을 대신해 웬디를 찾으러온 팅커벨과 함께 피터팬을 찾아, 피터팬의 그림자를 찾아 이야기의 전면에 나서게 된다. 네버랜드의 생소한 지리와 곤충들, 인어와 위대한 선조들을 만나고 후크 선장과도 전투를 치른다. 긴 원피스 잠옷을 입고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 청소하고 빨래하고 이부자리를 매만지던 옛소녀는 없다. 피터팬을 사이에 두고 웬디를 질투하며 훼방 놓기 일쑤였던 팅커벨도 더는 없다. 성장을 거부하는 피터팬을 대신해 영원한 아이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서 씩씩하게 자라나는 웬디의 이야기가 속 시원하다. 다만 주인공의 삶이 녹록할 거라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주인공이 되어 사건을 이끌고 친구들을 진두지휘하고 모르는 곳에 가장 먼저 발 들이며 시시때때로 적과 맞서는 일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자주 어렵고 때때로 지긋지긋하며 몸도 아프고 시간은 없고 많이 고되다. 옛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노고를 필히 인정해야겠지?? 사라진 그림자와 함께 옅어진 존재감의 피터는 아쉽지만 웬디와 팅커벨이 활개치는 네버랜드의 우정과 모험이 귀엽고 멋지다. 피터팬의 그림자를 벗어나 성장하는 두 소녀의 용기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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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글빙글 우주군
배명훈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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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지원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이런 SF는 처음이야!

<빙글빙글 우주군>의 좌충우돌 포복절도 지구 지키기!!

표지 한번 자세히 봐주시겠어요? 팩맨 같기도 하고 한쪼가리 빼먹은 피자 같기도 한 녀석 보이십니까? 저 녀석이 출처를 알 수 없는 인공 태양 비스무리한 무언가에요. 한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뜰 수 없다고 누가 말했던가요? 어느날엔가 지구는 두 개의 태양과 함께 하는 중인데 말입니다. 누가 쏘아올렸는지 알 수 없는 미지의 팩맨으로 뜨겁게 불타오르는 지구, 지구 속 대한민국, 대한민국 속 군대, < 빙글빙글 우주군>의 이야기, 어디 한번 만나보시렵니까??

육해공군을 넘어 우주군까지 갖춘 뜻밖의 대한민국에서 보내는 가을은 너무나 무덥더군요. 10월, 11월에도 32도를 넘나드는 푹푹 찌는 한여름 같은 폭염.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만요. 우주군 소속 한섬민, 구예민, 엄종현, 서가을, 박수진, 박국영, 김은경, 이자운, 그 밖의 못외워서 미안한 기타등등씨들을 보다 보면 무더위쯤 한방에 날릴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죠. 시스템은 허술한대 사람은 안허술한 우주군이라고들 말하지만 넵, 허술하진 않고 대신에 무진장 귀엽습니다. 팩맨을 핑계로 평소 구매하지 못했던 우주선도 사고 예산도 한몫 단단히 챙겨보려는 우주군들. 시선을 잡아끌려면 적절한 쇼가 갖춰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연합우주군처럼 미사일을 우주로 날려보낼 수는 없어도 우리 우주군도 뭐하나 쏴보내야만 하는 상황. 갑자기 쏠 게 생기면 어떻게든 쏘아올릴 수 있어야 대한민국 우주군이죠! "뭐라도발사날"의 성공을 위하여 기상대 야근 또한 필수입니다. 기상대 주말에 야근하면 하늘에 제사 지내냐고 남들은 비웃지만은 '모사는 재인이고 성사는 재천이라'는 공명선생님 말씀따나 얼마나 노심초사 한다구요.

그러나 뭐든 술술 풀리면 이거 이야기가 재미없겠죠? 단박에 국민들의 시선을 잡아끈 우주군이 얄미운 육해공군의 견제도 이만저만 아니지만요. 아이쿠야, 진짜 제대로 된 문제는 화성에서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화성 기지에서 내려온 화성정무관 이종로. 지구로부터 분리독립하려는 화성기지 주민들을 제압한 공로를 인정받고 화성 최고 권력자가 된 이 인간은 도대체 뭐한다고 빼먹을 것도 없는 지구로, 그것도 대한민국 우주군으로 복귀했을까요? 평화로운 우주군 안에서 왜 때문에 시비죠? 알고 보니 이종로 내지는 이종로의 측근을 사살하기 위해 화성에서 파견한 암살자도 있었는가 본데 지구인들이 모르는 척 하거나 모르고 싶은 화성반란사건의 진짜 이야기를 보며 잠깐 생각이 많아지기도 했습니다. 이종로가 숨기고 있음에 틀림없는 음모들을 여기서 다 얘기하면 재미없으니까 나머지는 비밀!

말장난은 호불호를 좀 탈지 모르나 제 스타일이라 깔깔 웃었구요. 시작부터 끝까지 초지일관 민폐없는 여성 캐릭터들도 신선했어요. 초반 당당한 인물로 캐릭터가 잘 구축되나 싶다가도 남자, 사랑, 기타등등이 얽히면 눈물징징, 민폐 진상이 되기도 하는데 빙글빙글 우주군에서는 그런 캐릭터가 하나도 없어서 읽다가 짜증나는 순간이 단 한 순간도 없었다는 것을 말씀드려요. 누군가는 사랑하고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힘든 시간을 보낼 때가 분명 있지만 그런 순간에도 직무를 외면하거나 감정에 현실을 희생시키지 않아요. 굳이 사랑이 아니더라도 할 얘기가 많더라 하는 점이 저는 빙글빙글 우주군의 큰 장점인 것 같아요. SF임에도 배경이 줄곧 지구인 것도 살짝 함정. 근데 저는 그마저 편안하고 좋더라구요. 우주 전투 때에도 인간은 안나가고 우주선이 대신 치고 박고 싸우고 부서지는데요. 지구 종말의 예고편이 나와도 주인공들이 안다치니까 아, 안심된다~ 이러고 읽었습니다. 집순이를 위한 안심독서 제공이 작가님의 목적이었다면 이번 책은 대박, 성공입니다 ㅋㅋ 시작부터 끝까지 키득키득 웃으며 기분 좋게 독서했어요. 내내 진지한 책만 읽어오다가 시트콤 같은 책을 읽으니 더 좋았나 싶기도 한데 취향의 책이라서 그런가요? 저는 단점이 눈에 잘 안띄더라구요. 취향에 관대한 편애쟁이 독자라 그런가봐요. 빙글빙글 우주군 베스트셀러 되면 좋겠습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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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변신
피에레트 플뢰티오 지음, 이상해 옮김 / 레모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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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와 관련한 책은 다 좋아해요.
어른을 위한 잔혹 동화가 그 중 가장 취향이구요.
이 책도 얼른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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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10주년 개정증보판)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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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지원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 때는 책 한 권을 잡으면 그 책을 다 읽을 때까지 다른 책엔 일절 손을 안댔다. 한 권을 독파하고 다른 책으로 넘어가는 쾌감도 컸거니와 책 한 권에 여러 시간을 할애할 수 있을만큼 집중력도 좋았던 탓이다. 그러던 내가 지금은 피치 못하게 병렬 독서를 한다. 옳곧게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을만큼의 집중력이 사라져 버렸다. 노력을 안했던 건 아니다. 엉덩이를 딱 붙이고 책 앞에 앉아 읽히지 않는 책을 들고 얼마나 씨름했던가. 헛수고였다. 시간만 날리고 책은 책대로 기억에도 없이 휘발됐다. 지금은 길어야 사오십 분. 솔직히 터놓자면 꽤 자주 삼십 분도 집중을 못할만큼 산만해졌다. 병렬 독서는 읽는 양을 줄이지 않으려는 피치 못할 선택이었다. 다른 책을 펼치면 순간적이나마 집중력이 올라간다. 물론 다시 삼십 분쯤 지나면 집중력이 바닥을 친다. 어떤 때는 십 분을 못넘기는 경우도 있다. 그럼 다시 다른 책을 펼친다. 적게는 두 세 권. 많게는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펼친 책만 대여섯 권이 될 때도 있다. 인터넷을 할 때처럼, 마치 여러 개의 창을 켜두기나 한 듯이 독서를 하는 독자가 된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방식은 이전 같지 않다. 이런 변화는 무언가를 읽을 때 가장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나는 책이나 긴 기사에 쉽게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나의 사고력은 일부러 꼬아놓은 서사 구조나 논거의 변화 등을 쉽게 따라갈 수 있었고, 수 시간 동안 긴 산문 속을 헤매고 다닐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는 그러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한두 쪽만 읽어도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그러다 안절부절 못하고 문맥을 놓쳐버리고 곧 다른 할 일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나는 다루기 어려운 뇌를 잡아끌고 다시 글에 집중하려 애쓴다. 예전처럼 독서에 집중하는 행위는 어느새 투쟁이 되어버렸다." (p25) 온라인 서점의 책 소개에서 이 문장을 읽은 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일 순위가 되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어쩌면 지금의 나? 설마하니 내 집중력 저하가 나이 탓이 아니라 내가 쓰고 있는 컴퓨터와 폰 탓이었던 거?? 나는 기계와 친하지 않았다. 주말이면 컴퓨터 근처에도 가지 않은 채로 책만 읽던 날도 숱했다. 다른 사람이면 또 몰라 나한테만큼은 인터넷이나 폰이 미친 영향력은 크지 않다고 자신해 왔지만 근간에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블로그와 카페, 인스타그램, 포스트. 인터넷이 과제 수행의 도구나 근무 활동의 수단이 아닌 놀이이자 사교의 장이 되면서부터 나는 정말 하루종일 폰을 놓질 못하는 수준까지 와버렸으니 말이다. 긴 시간 책에 집중하지 못하는 지금의 내 증상이 내 뇌가 꺼져가고 있는 수순이 아니라고 어떻게 장담할텐가.

"스마트 시대, 우리는 더 똑똑해지고 있는가?" 표지를 장식한 강렬한 문구에 대한 답으로써 책을 펼치자마자 인터넷과 전자기기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리라 예상했지만 작가 니콜라스 카는 문자 혁명과 인간 사고의 확장, 문자가 우리 인간의 새로운 사고에 어떤 식의 영향을 끼치는 도구였는지부터 설명한다. 책이 만들어지고 구텐베르크 혁명으로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많은 양의 책들이 유통되면서 인류가 어떻게 깊이 읽기의 세계로 나아가게 되었는지, 또한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종합적인 도구 인터넷이 생각을 넘어 뇌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친 근거도 다각도로 제시한다. 책이 뇌에, 인터넷이 뇌에 끼친 영향은 누구나가 추측할 수 있는대로 정말 많이 다르다. 책은 글이 담긴 문서에 깊이 빠져 사유할 수 있는 집중력을 주었지만 (이런 집중력은 훈련의 산물이며 인간의 자연적 상태는 아니다), 인터넷은 산만한 "방해 기술의 생태계"(p156)로 인간을 밀어넣었다. "문명의 원래 궤도가 뒤집어져 지식의 경작자들은 전자 데이터라는 숲의 채집가로 전환됐고"(p229), "업무는 접속성에 좌우되며 즐거움의 사이클까지 점차 접속성에 의존"(p231)하는 상태로 바뀌어 버렸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읽으며 책 읽을 준비를 하는 나의 자세가 어떠했는지를 생각한다. 책을 펼치기 전에 먼저 인터넷을 켠다. 내가 읽을 책을 기록해야 하니까.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나 이해가 안가는 구절이 등장하면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참는 게 아니라 곧장 검색기를 돌린다. 블로그나 위키백과, 기사 등에서 몇 줄을 읽고 (전문을 읽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야 마땅한 때에 메일과 취미 카페에서의 활동 알림, 이웃의 새글 피드를 본다. 급할 건 없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다급하다. 서둘러 확인을 한다. 역시나 꼭 알아야 할 특별한 일 같은 건 없었다. 그래도 본 김에 댓글도 달고 새글도 하나 쓰고 그러다 문자를 하거나 통화를 한다. 급할 것도 없는 쇼핑을 할 때도 있다. 이거 하나만 주문해 놓고 라는 결심은 빼곡한 광고 앞에 자연 소멸이다. 인터넷은 나의 시간에 다양하게 정보를 링크시킨다. 나는 그 정보들을 훑고 삭제하고 나의 사교성을 과시하거나 카드 결제를 하다가 또다른 알림에 다시금 신속 대응한다. 산만함의 극치다. 이런 과정을 매일 반복하면서 내 뇌가 침착하고 고요하며 필요할 때엔 적절하게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게 지금 생각하니 좀 우습다. 그렇다고 인터넷과 스마트 폰이 없는 생활을 할 수도 없다. <무인도의 이상적 도서관>에서 프랑수아 아르마네는 전세계의 유명 작가들에게 무인도에 가져갈 세 권의 책을 고르게 했지만 만약 그 대상이 모든 책들 중 최고가 아니라 책과 스마트기기 중 더 최고인 것이었다면 어땠을까? 전화번호부를 가져가겠다고 말한 움베르트 에코를 포함한 다수의 작가가 스마트기기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이제 스마트기기가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으니까. 그게 설령 무인도라 하더라도 말이다.

때문에 이 책은 인터넷을 멀리하라거나 미디어의 세계에서 발을 빼라는 식의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다만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의존하게 된 새로운 정보 환경 속에서 우리 인간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을 알려 주려 애쓴다. 우리가 우리의 것이라 생각해온 사고와 가치와 도덕과 공감과 열정에서 어떻게 스마트기기에 종속되고 자동화 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전자기기 속에서 더 많은 지식 더 많은 글자 더 많은 사건사고를 접한다고 해서 우리가 더 똑똑해졌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으며 우리가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해서도 안된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최신 기기를 공개하며 "당신의 삶이 주머니 속으로"(p358) 라는 예언적 슬로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그 때 스티브 잡스가 하지 않았던 경고를 니콜라스 카가 대신한다. 주머니 속으로 들어간 당신의 삶이 소매치기 당할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말 것. 그 경고에 십 분 동의하며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다른 책과 병렬 독서를 하지 않았다. 중간중간 폰도 만지고 인터넷도 했지만 그 활동 또한 정말 엄청나게 자제하려고 노력했다. 이 리뷰를 쓰는 중에는 책의 끝에서 본 연구를 토대로 폰도 이불 속에 숨겨놨다. 문제는 차마 폰을 끄지 못해서 알림음을 계속 듣고 있다는 거다. 리뷰 작성을 끝내놓고 나는 또 자발적으로 내 시간을 소매치기에게 내어주지 않을까? 정말 어쩌면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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