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10주년 개정증보판)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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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지원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 때는 책 한 권을 잡으면 그 책을 다 읽을 때까지 다른 책엔 일절 손을 안댔다. 한 권을 독파하고 다른 책으로 넘어가는 쾌감도 컸거니와 책 한 권에 여러 시간을 할애할 수 있을만큼 집중력도 좋았던 탓이다. 그러던 내가 지금은 피치 못하게 병렬 독서를 한다. 옳곧게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을만큼의 집중력이 사라져 버렸다. 노력을 안했던 건 아니다. 엉덩이를 딱 붙이고 책 앞에 앉아 읽히지 않는 책을 들고 얼마나 씨름했던가. 헛수고였다. 시간만 날리고 책은 책대로 기억에도 없이 휘발됐다. 지금은 길어야 사오십 분. 솔직히 터놓자면 꽤 자주 삼십 분도 집중을 못할만큼 산만해졌다. 병렬 독서는 읽는 양을 줄이지 않으려는 피치 못할 선택이었다. 다른 책을 펼치면 순간적이나마 집중력이 올라간다. 물론 다시 삼십 분쯤 지나면 집중력이 바닥을 친다. 어떤 때는 십 분을 못넘기는 경우도 있다. 그럼 다시 다른 책을 펼친다. 적게는 두 세 권. 많게는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펼친 책만 대여섯 권이 될 때도 있다. 인터넷을 할 때처럼, 마치 여러 개의 창을 켜두기나 한 듯이 독서를 하는 독자가 된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방식은 이전 같지 않다. 이런 변화는 무언가를 읽을 때 가장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나는 책이나 긴 기사에 쉽게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나의 사고력은 일부러 꼬아놓은 서사 구조나 논거의 변화 등을 쉽게 따라갈 수 있었고, 수 시간 동안 긴 산문 속을 헤매고 다닐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는 그러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한두 쪽만 읽어도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그러다 안절부절 못하고 문맥을 놓쳐버리고 곧 다른 할 일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나는 다루기 어려운 뇌를 잡아끌고 다시 글에 집중하려 애쓴다. 예전처럼 독서에 집중하는 행위는 어느새 투쟁이 되어버렸다." (p25) 온라인 서점의 책 소개에서 이 문장을 읽은 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일 순위가 되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어쩌면 지금의 나? 설마하니 내 집중력 저하가 나이 탓이 아니라 내가 쓰고 있는 컴퓨터와 폰 탓이었던 거?? 나는 기계와 친하지 않았다. 주말이면 컴퓨터 근처에도 가지 않은 채로 책만 읽던 날도 숱했다. 다른 사람이면 또 몰라 나한테만큼은 인터넷이나 폰이 미친 영향력은 크지 않다고 자신해 왔지만 근간에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블로그와 카페, 인스타그램, 포스트. 인터넷이 과제 수행의 도구나 근무 활동의 수단이 아닌 놀이이자 사교의 장이 되면서부터 나는 정말 하루종일 폰을 놓질 못하는 수준까지 와버렸으니 말이다. 긴 시간 책에 집중하지 못하는 지금의 내 증상이 내 뇌가 꺼져가고 있는 수순이 아니라고 어떻게 장담할텐가.

"스마트 시대, 우리는 더 똑똑해지고 있는가?" 표지를 장식한 강렬한 문구에 대한 답으로써 책을 펼치자마자 인터넷과 전자기기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리라 예상했지만 작가 니콜라스 카는 문자 혁명과 인간 사고의 확장, 문자가 우리 인간의 새로운 사고에 어떤 식의 영향을 끼치는 도구였는지부터 설명한다. 책이 만들어지고 구텐베르크 혁명으로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많은 양의 책들이 유통되면서 인류가 어떻게 깊이 읽기의 세계로 나아가게 되었는지, 또한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종합적인 도구 인터넷이 생각을 넘어 뇌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친 근거도 다각도로 제시한다. 책이 뇌에, 인터넷이 뇌에 끼친 영향은 누구나가 추측할 수 있는대로 정말 많이 다르다. 책은 글이 담긴 문서에 깊이 빠져 사유할 수 있는 집중력을 주었지만 (이런 집중력은 훈련의 산물이며 인간의 자연적 상태는 아니다), 인터넷은 산만한 "방해 기술의 생태계"(p156)로 인간을 밀어넣었다. "문명의 원래 궤도가 뒤집어져 지식의 경작자들은 전자 데이터라는 숲의 채집가로 전환됐고"(p229), "업무는 접속성에 좌우되며 즐거움의 사이클까지 점차 접속성에 의존"(p231)하는 상태로 바뀌어 버렸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읽으며 책 읽을 준비를 하는 나의 자세가 어떠했는지를 생각한다. 책을 펼치기 전에 먼저 인터넷을 켠다. 내가 읽을 책을 기록해야 하니까.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나 이해가 안가는 구절이 등장하면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참는 게 아니라 곧장 검색기를 돌린다. 블로그나 위키백과, 기사 등에서 몇 줄을 읽고 (전문을 읽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야 마땅한 때에 메일과 취미 카페에서의 활동 알림, 이웃의 새글 피드를 본다. 급할 건 없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다급하다. 서둘러 확인을 한다. 역시나 꼭 알아야 할 특별한 일 같은 건 없었다. 그래도 본 김에 댓글도 달고 새글도 하나 쓰고 그러다 문자를 하거나 통화를 한다. 급할 것도 없는 쇼핑을 할 때도 있다. 이거 하나만 주문해 놓고 라는 결심은 빼곡한 광고 앞에 자연 소멸이다. 인터넷은 나의 시간에 다양하게 정보를 링크시킨다. 나는 그 정보들을 훑고 삭제하고 나의 사교성을 과시하거나 카드 결제를 하다가 또다른 알림에 다시금 신속 대응한다. 산만함의 극치다. 이런 과정을 매일 반복하면서 내 뇌가 침착하고 고요하며 필요할 때엔 적절하게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게 지금 생각하니 좀 우습다. 그렇다고 인터넷과 스마트 폰이 없는 생활을 할 수도 없다. <무인도의 이상적 도서관>에서 프랑수아 아르마네는 전세계의 유명 작가들에게 무인도에 가져갈 세 권의 책을 고르게 했지만 만약 그 대상이 모든 책들 중 최고가 아니라 책과 스마트기기 중 더 최고인 것이었다면 어땠을까? 전화번호부를 가져가겠다고 말한 움베르트 에코를 포함한 다수의 작가가 스마트기기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이제 스마트기기가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으니까. 그게 설령 무인도라 하더라도 말이다.

때문에 이 책은 인터넷을 멀리하라거나 미디어의 세계에서 발을 빼라는 식의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다만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의존하게 된 새로운 정보 환경 속에서 우리 인간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을 알려 주려 애쓴다. 우리가 우리의 것이라 생각해온 사고와 가치와 도덕과 공감과 열정에서 어떻게 스마트기기에 종속되고 자동화 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전자기기 속에서 더 많은 지식 더 많은 글자 더 많은 사건사고를 접한다고 해서 우리가 더 똑똑해졌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으며 우리가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해서도 안된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최신 기기를 공개하며 "당신의 삶이 주머니 속으로"(p358) 라는 예언적 슬로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그 때 스티브 잡스가 하지 않았던 경고를 니콜라스 카가 대신한다. 주머니 속으로 들어간 당신의 삶이 소매치기 당할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말 것. 그 경고에 십 분 동의하며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다른 책과 병렬 독서를 하지 않았다. 중간중간 폰도 만지고 인터넷도 했지만 그 활동 또한 정말 엄청나게 자제하려고 노력했다. 이 리뷰를 쓰는 중에는 책의 끝에서 본 연구를 토대로 폰도 이불 속에 숨겨놨다. 문제는 차마 폰을 끄지 못해서 알림음을 계속 듣고 있다는 거다. 리뷰 작성을 끝내놓고 나는 또 자발적으로 내 시간을 소매치기에게 내어주지 않을까? 정말 어쩌면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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