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주는 따뜻한 위로
최경란 지음 / 오렌지연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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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 도서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마음으로 읽는 게 아니라, 감정과 편견으로 읽는다."

_시드니 해리스

(독서에 대한 기대감 + 열린 마음이 좋은 책을 만나는 기본임을 잊지 말자!)

좋은 문장들의 도서관 같은 책이다.

소설, 시, 인문학서, 편지, 영화, 그밖에 아직 우리에게 번역되지 않은 책 속 원문까지

작가가 일일이 번역해가며 들려주는 문장들이 예쁘고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출판사의 정성스럽고 깔끔한 편집은 감동 그 자체.

계절별로, 상황별로 다가오는 문장들이 좋다.

삶의 고비, 도전과 성공, 실패에 직면했을 때 마음에 새기면 좋을 문장들은 꼼꼼히 살핀다.

사랑, 실연, 이별, 우울에 위로를 주는 문장들은 너무 옛일인지 감흥이 적어 그저 흘러가게 내버려 둔다.

책을 좋아하는 우리가 빠지기 쉬운 여러 함정을 지적하는 문장들 앞에선 뜨끔뜨끔.

좋아하는 작가의 알지 못했던 책 속 문장에는 흥분했고 (에이모 토울스, 예의의 규칙)

좋아하는 책의 익숙한 문장 앞에선 반가워 기분이 좋았다. (루시모드 몽고메리, 빨강머리 앤)

읽으려고 작정한 책 속 문장을 봤을 땐 이 문장은 그 책에서 찾아 꼭 밑줄을 그어야지 결심했다.

(칼 세이건, 코스모스)

읽은 책인데 처음 보는 듯한 문장이 등장하면 당혹감이 물씬. (모리 마리, 홍자와 장미의 나날)

나라는 독자는 문장만 딱 보고 감동을 느끼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걸 이 책을 읽고서야 알게 됐다.

책의 흐름 속에서 내가 직접 보고 건져올리는 문장이 아니라는데서 오는 한계가 분명했지만

한 권의 책으로 여러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선 만족한다.

무엇보다 숱한 문장을 수집하기까지 저자가 들였을 공과 길었을 독서 시간을 생각하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박수쳐주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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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망다랭 2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송이 옮김 / 현암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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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젊은이가 참지 못하고 밤새도록 그의 책을 끝까지 읽는다는 것.

단지 이 사실만으로도, 특히 이것을 위해, 글쓰기는 가치있는 것이 아닌가."(1권 p205)


"정말 좋은 게 뭔지 아시잖아요. 바로 선생님 책입니다. 전 녹초가 됐어요. 읽기 시작하니까 하루 밤낮을 눈도 감지 못하겠더라구요. 단숨에 읽었다니까요. 책을 끝내기 전까지 잘 수가 없었어요."(1권 p205) 레스푸아의 젊은 기자 랑베르의 칭찬에 순수하게 기뻐하는 작가 앙리의 모습을 보니 저도 같이 외치고 싶더라구요. '정말 좋은 게 뭐냐구요? 그건 시몬 드 보부아르의 레 망다랭입니다!' 하고요. 프랑스 책은 어렵고 난해하고 이해 불가능한 사유를 담고 있어 제 취향일 수가 없다고 믿어 왔는데 두 번째로 그런 편견이 깨졌어요. 첫 번째는 자기 앞의 생. 그러고 보니 두 권 다 공쿠르 상 수상작이라는 공통점이 있군요? ㅎㅎ

레 망다랭이라는 책을 처음 봤을 땐 제목의 뜻조차 몰라서 검색부터 해야 했습니다. 지식인, 인텔리라는 해석이 보이더라구요. 시몬 드 보부아르의 작품이 어렵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고, 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 지식인들의 혼란을 그리고 있다하니 평소 같았으면 절대 펼치지 않았을 책이에요. 페미니즘 작가에 무관심하기도 하고 제가 프랑스 역사에 대해서는 무지해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다고 결심한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책을 검색하다 눈에 띈 기사에서 세계문학전집에 꼭 들어가야 할 책 중의 하나가 "레 망다랭"이며 그 이유가 "재미있어서"라는 누군가의 답변을 봤거든요. 카뮈와 사르트르의 결별을 각색해 소설화 한 거라는 이야기도 있구요. 두 사람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실존했던 작가들의 사생활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더라구요. 물론 보부아르는 이 사실을 극구 부인했다지만요. 당시의 많은 독자들이 레 망다랭을 읽고 자연스레 카뮈와 사르트르를 떠올렸다고 하니 전 왠지 독자들의 손을 들어주고 싶었어요. 다만 저는 책을 읽는 내내 카뮈도 사르트르도 떠올리지 못했다는 거;; 카뮈는 이방인 말고는 읽어본 적이 없고 사르트르는...... 아직은 근처로도 못가겠어요.

종전이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의 밤. 독일군을 향한 일천대 비행기의 폭격 소식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희망과 기대로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좌파 신문 레스푸아의 사주이자 편집자인 앙리를 위시한 수많은 지식인들의 앞날이 수정 같이 맑기만 할 것 같았는데 곧 먹구름이 끼고 부슬부슬 배신과 음모, 증오와 복수, 잇다른 좌절과 실패, 무기력이 쏟아지며 그들을 뼛속까지 얼려요. 레지스탕스 운동을 주도하며 좌파 세력을 이끌었던 뒤브레유를 비롯한 지식인들은 설마 종전이 자신들의 마지막 승리가 될 줄 꿈에도 몰랐을 거에요.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믿어왔던 이들이 현실에서 글의 무용함을 느끼고 펜을 놓고 시간이 지나 다시 펜을 들고 글을 쓰게 되기까지의 긴 여정이 자그마치 1권 634 페이지, 2권 593 페이지에 달해서 줄거리를 요약하는 일조차 제게는 어려웠습니다. 앙리, 뒤브뢰유와 같은 남성들은 정치와 이념, 문학에 대해 전투적으로 고민하며 정신없이 달려 나아가고 후퇴하기를 반복합니다. 그 와중에 여러 여성들에게 호감, 욕망 또는 사랑을 느끼지만 어떤 여성도 그들 인생의 주체로 떠오르는 일은 없으며 그저 사소한 고민거리로 치부될 뿐이에요.

반면 안과 폴, 나딘과 같은 여성 주인공들의 고뇌와 삶은 굉장히 남성 종속적이라 당시에도 말이 좀 있었던가 봐요. 작가인 남편과 작가인 미국인 소설가와의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며 "나이듦"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좌절하는 안, 앙리에 집착하다 끝내 미쳐버리는 폴, 이 남자 저 남자를 육체적으로 헤매는 것으로 자유를 표출하고 생을 주장하는 나딘의 이미지가 페미니스트였던 작가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느낌인 건 사실이거든요. 역자 후기를 보니 이런 불만들에 대해서 보부아르는 "자신의 주위에 있는 여성들을 그대로 묘사한 것"(p597)이라고 답변하구요. 역자는 "프랑스의 가부장적 사회에 의해 만들어진 여성들을 소설에서 제시함으로써 1944년에야 처음으로 여성이 투표권을 갖게 된 프랑스 사회의 문제점을 폭로"(p597) 한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습니다. 작가님의 목격담이든 역자님의 해석대로이든 씁쓸한 건 매한가지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무용한 정치 다툼과 전쟁으로 인류를 피흘리게 하느니 사랑에 몫매다 홀로 죽든 살든 하겠다는 쪽이 더 낫지 않나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서평 쓰는 재주가 부족해 다른 독자를 유혹하지 못할까봐 걱정됩니다. 정말 무조건, 무조오오오건 읽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책이거든요. 왜? 재밌으니까요!! 이 책을 세계문학전집에 올려야 한다고 강추했던 그 이유에 대해 저는 백프로 공감합니다. 죽음이 누구의 소유인지, 좌절한 인간이 다시금 행복해질 수 있는지, 행복해진다면 어떻게 행복을 되찾는건지, 우리는 어째서 소설을 읽으며 또 누군가는 어째서 글을 쓰는지, 문학의 역할은 무엇이고, 우리는 왜 살아가며, 산다는 게 무얼 증명하는지, 내가 나이기가 왜 이리도 힘이 드는지 무수한 질문을 책과 함께 주고 받다 보면 1,233 페이지가 가뿐하다 못해 아쉽고 짧아 속상하리라 장담합니다. 1940년대의 이념 갈등은 국경과 인종을 초월해 어디나 비슷했던건지 프랑스가 아니라 마치 우리나라의 역사같이 읽힌다는 점도 뜻밖의 묘미로 다가올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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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망다랭 1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송이 옮김 / 현암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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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공격 중단, 독일군의 패주, 나는 떠날 수 있을 거야."(p7)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의 크리스마스 밤. 검은 수정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앙리는 1,000대의 비행기들이 룬트슈테트(실존인물, 유명 독일장교)의 후방을 공격하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독일군이 프랑스에서 물러가며 독일의 패배로써 전쟁이 종식되고 평화가 되돌아올 날이 머지 않았다는 기대감이 성탄절의 밤을 충만하게 만들어요. 가난하고 빈약해진 파리의 골목마다 축제가, 오락과 쾌락이, 여행과 행복, 무엇보다 자유가 새로이 시작되겠지요? 하마터면 독일군의 총부리 앞에 허망하게 사망할 뻔했던 앙리가 피치 못하게 동거 중인 오래된 연인 폴과 헤어질 날도 머지 않았습니다. 여행을 핑계로 독립을 하고 떨어져있는 나날이 익숙해지면 틀림없이 폴도 마음을 접겠지요. 이별을 순순히 받아들이게 될 겁니다. 그때까지는 깨질 것 같은 보물을 대하듯 조심스러운 폴의 태도도, 한순간도 빠짐없이 쫓아오는 폴의 눈빛도, 열정을 강요받는 밤 시체 같이 느껴지는 육신의 고욕도 견뎌낼 수 밖에요. 어쨌든 오늘만큼은 모든 것을 다 잊고 파티를 즐겨볼 생각입니다.

"나눌 수 없는 불행에 대해서 우리는 죄책감을 느끼기 마련이에요. 죄의식, 그건 정말 가증스러운 기분이죠."(p140) 앙리가 운영 중인 좌파 신문사 레스푸아의 젊은 직원들이 집으로 몰려옵니다. 앙리의 사상적 스승이자 좌파단체의 지도자이며 존경 받는 지식인인 뒤브레우와 정신과 의사인 그의 아내 안, 매일밤 미군들 사이로 잠자리를 옮겨다니며 과격한 삶을 나고 있는 그들의 딸 나딘도 참여했어요. 미소가 넘치고 모두가 조금씩은 젊어진 듯한 기분에 웃고 떠들고 춤추고 감격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전혀 모르고 있어요. 싹트는 희망은 동일하지만 이곳에 모인 젊고 나이든 지식인들이 꿈꾸는 세상의 모습은 저마다 다르다는 것을요. 아직 종전 선언이 되지도 않았건만 누군가는 3차 대전을 예언하며 미국을 옹호합니다. 또 누군가는 계급없는 사회를 지지하며 소련이 지상낙원은 만들지 못할지라도 사회의 가장 올바른 체제를 이룩할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누군가는 떠나간 사람들을 그립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잔인한 방식으로 너무나 매몰차게 지상에서 사라져버렸으니까요. 타버린 대지와 시체 무더기를 결코 잊지 않으리라 맹세하며 복수를 다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살아야 하니까, 지금이 행복해서, 죽은 이를 애써 잊으려는 이들도 있습니다.

"다른 곳,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들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말"(p11)전쟁이 끝나는대로 파리를 떠나 세상을 유랑하며 글을 쓰겠다 다짐했던 앙리의 꿈은 좌초됩니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좌우파의 독자 모두를 끌어들이고 있는 레스푸아는 양 진영의 훌륭한 먹잇감이니까요.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를 정치에 몸담게 하려는 뒤브레우의 각오 또한 만만치 않아 그에게 진실한 우정을 느끼는 앙리로써는 기대를 배신하기가 힘이 듭니다. 사랑따윈 한톨도 남지 않았건만 바람까지 용서하며 몸과 마음을 다바치려 하는 폴의 집착 또한 좀체 수그러들지 않구요. 와중에 조카 같은 나딘과 잠자리까지 하게 되며 앙리는 머리가 지끈지끈합니다. 전쟁만 끝나면 모든 게 다 해결될 줄만 알았건만 삶은 그렇게 단순하게 정리되는 무엇일 수는 없는가 봐요. 한편 뒤브레우와 아내 안 또한 복잡다단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첫사랑을 죽음에 빼앗기고 실의에 빠진 딸 나딘과의 갈등, 전쟁의 기억으로 고통받는 환자들 앞에서 느끼는 무기력함, 문학의 길에서 벗어나는 남편에 대한 걱정, 헛된 고민으로 늙어갈 날만 남은 오늘에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째서 살아야만 하는지 안은 도통 알 수가 없어요.

"어떤 의미에서 문학은 삶보다 더 진실해."(p553) 성탄절의 밤으로부터 하루하루 멀어져 가며 맞부딪히는 해방 이후의 현실들은 일제로부터 독립했던 우리나 독일로부터 벗어난 파리의 그들이나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만리 타국의 역사가 도무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아서 이 책이 더욱 술술 읽혔는지도 모르겠어요. 각자의 삶을 진정으로 의미있게 살아가게 만드는 계기라 되리라 믿은 전쟁의 끝은 오직 독일뿐이었던 적을 더 많은 정치진영, 무수한 이념들로 잘게 쪼개놓습니다. 레지스탕스 운동을 함께 했던 동료가 서로를 향해 삿대질 하며 기사를 쏟아내는 모습이란. 현실과 비교하면 좋고 싫음도 생과 사도 희망과 좌절까지도 명확하고 단순한 문학이 차라리 진실해 보일 정도입니다. 앙리와 안의 시선을 오고가며 해방 후 파리를 해체하고 분석하고 묘사하며 독자를 이끄는 시몬 드 보부아르, 2권의 서평으로 남은 내용들을 다시 정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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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가 - 일상의 아름다움을 찾아낸 파리의 관찰자 클래식 클라우드 24
이연식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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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클라우드, 드가와 함께 파리를 걷는 시간"

클래식 클라우드 24번째 인물은 파리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사망한 19세기 파리의 예술가 에드가 드가이다. 서양화를 공부하고 현재는 미술사 강사로 활동 중인 이연식 작가님이 펜을 잡았다. 1834년에 태어나 1917년 사망에 이르기까지 드가의 일생에서 강렬했던 몇 가지의 사건들을 들려주고 그의 작품 전반에 대해 소개한다.

드가는 귀족은 아니었지만 부유한 집안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없는 생활을 했다. 프랑스 혁명 때 반혁명분자로 내몰린 할아버지가 이탈리아로 피신하며 나폴리에서 은행을 차린 덕분이다. 법률을 전공하다 그림으로 전향했지만 미술을 애호했던 아버지의 기호탓인지 반대가 심하진 않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큰 빚을 남기고 동생의 면직공장이 부도가 나서 40대에 처음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 이때 비싸게 팔리는 발레리나 그림 등을 엄청나게 그렸다. 인상주의 화가로 분류되지만 햇빛, 자연과 같은 소재에는 아무 매력을 느끼지 못해 인상주의로 분류되는 것을 못내 못마땅해 했던 것 같다.

어린 시절 막내를 낳고 돌아가신 어머니가 삼촌과 은밀한 관계였다거나 어린 드가가 이를 목격했다는 소문은 있지만 진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드가의 독신주의, 그림 속 여성들의 일그러지거나 뭉개진 얼굴 등을 화가의 사생활로 설명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아 이러한 소문은 시간이 지난다해서 누그러질 것 같진 않다. 드가의 그림만 보고 당시 파리 극장에는 발레리노가 없었나 보다고 오해하는 독자(바로 나;;;)도 있는데 이건 오해가 100프로 맞다. 발레리나 이외에 경마 그림이 유명하며 노동하는 여성들을 자주 소재로 삼았다. 빨래하는 여자, 빗질하는 여자, 창녀, 모자가게 점원, 서커스 단원 등등. 카페에 머무르기를 즐겨서 가수, 압생트를 마시는 남녀, 카페 풍경 등도 그림으로 남겼는데 아침부터 압생트를 마시는 커플(실존인물)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거세 드가가 직접 해명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단다.

고흐의 초상화들이 그렇듯 드가의 초상화도 때때로 환영 받지 못했다. 특히나 마네는 부인 쉬잔이 그려진 그림을 선물 받은 후 (화가 나서) 아내의 얼굴 부분을 잘라버린다. (화가 나서)에 괄호를 친 건 이연식 작가님과 다른 그림책의 해석이 달라서이다. 이연식 작가님은 그림이 마음에 안든 마네가 화가에게 말도 하지 않고 그림을 잘라버렸다며 그의 예의 없음을 질타하지만 기존에 읽은 그림책에선 드가가 쉬잔의 얼굴을 너무 엉망으로 그려서 화가 부부가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을거라고 한다. 어쨌거나 쌍방이 주고 받았던 그림을 돌려 주며 속으로 욕은 엄청 했을 듯. 젊은 시절부터 눈이 좋지 않았고 나이가 들면서 점점 시력을 잃게 된다. 눈 때문에 말년엔 그림이 아닌 조소 작업에 전념했는데 토슈즈와 발레 의상을 입은 <열네 살의 어린 발레리나>는 그 즈음에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정치적으로는 반유대인, 반드레퓌스파였기 때문에 유대계 친구나 후원자와 모조리 절교하는 등 꽤 격렬한 보수주의였던 것 같다. 사적으로는 여성 화가들을 대등한 동료로써 존중하고 같은 그룹에 들이기 위해 남성 동료를 설득했다하니 여성혐오와 관련한 그의 소문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읽을수록 오리무중에 정말 여러가지 면모를 가진 사람이구나 싶었다. 결혼을 꿈꾼 때도 있었으나 평생 독신으로 지냈다. 열렬하거나 막장인 연애사도 없다. 그림에 대한 맹목만 빼면 금욕적이고 수도자 같은 화가였으며 하물며 음식 투정 또한 없었다고 하니 이거 원, 남편감으로 써억 나쁜 타입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좀 아쉽게 됐다. (뭐가??ㅋㅋ) 드가를 읽는 일은 예술가들에게 가지고 있던 기존 이미지를 많이 불식시키는 일이었다. 그는 정말 달랐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플라뇌르라는 단어이다. 플라뇌르는 "경제적으로 넉넉해서 유유자적하게 대도시를 돌아다니는 사람"(p132)을 뜻하는데 드가가 꼭 그런 사람이었다고 한다. "군중을 광활한 사막처럼 여기며, 그 사막을 배회하는 자신의 고독을 만끽하는 사람"(p132) 말이다. 클래식 클라우드 드가편을 읽으며 책이 드가만큼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드가를 알기 위해 책을 읽는데 드가를 열심히 읽어낸 느낌이 아니라 드가와 함께 열심히 파리를 읽어내고 파리를 걸은 것만 같은 느낌이 강렬해서였다. 서평을 쓰려다 보니 드가의 일생만 열심히 요약해서 올린 결과가 됐지만 사실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장면은 드가의 삶이나 발레, 경마 등의 그림이 아니라 드가가 거닐었던 19세기 파리의 풍경과 카페의 일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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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흄 - 인간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자 한 철학자 클래식 클라우드 25
줄리언 바지니 지음, 오수원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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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클래식 클라우드! 지금은 드가 읽고 있구요. 곧 흄도 만나야죠. 기대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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