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숲 (30th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양장)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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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갱이님 글 보고 확인해 보니 교보 컵이 이쁘네요. 벌써 알라딘 구매한 터라 아쉽지만 패스~
오늘 도착해서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책은 참 예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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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선 1 레드 라이징
피어스 브라운 지음, 이윤진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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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막 SF에 맛을 들이기 시작해서 소개글을 보니 넘넘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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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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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내 현재 위치가 어딘지만 정확히 알고 있으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더라도 훨씬 수월하게 살아갈 수 있다. "

                                                      브릿마리 여기 있다, p186, 다산책방 
 
밤 12시, 내일의 쾌적한 아침을 위해서라면 취침에 들어야 할 시간이지만 일요일 밤은 왜 이렇게 잠들기가 싫은지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다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책을 한 권 빼들었다. <브릿마리 여기 있다> "오베라는 남자"를 쓴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이다. HHhH를 읽고 있던 중이었지만 짜증나는 고집쟁이 아저씨의 호통 치는 이야기에 어쩐지 기분이 풀렸던 전전작 오베 때처럼 브릿마리가 울적한 내 기분을 풀어주길 바라며 페이지를 열었다. 그런데 이 아주머니 (예순이면 절대 할머니가 아니다. 자녀들이 삼십대인데 그럼 나랑 똑같잖아. 우리 엄마도 아직 할머니는 아냐. 손주도 없는 걸)...... 근데 이 분 왜 이리 비호감이세요? 뭘 믿고 이렇게까지 비호감이신데요? 하는 질문이 저절로 나왔다. 시작부터 완전 뜨악, 아니 브릿마리 이 사람 대체 뭐지?!
 
브릿마리는 직장을 구하러 고용센터에 간다. 그리고 내가 그녀를 보고 뜨악했듯이 그녀도 이 고용센터에서 마구 뜨악하기 시작한다. 타인에 대한 편견도 없고 어떤 문제에 참견할 만큼 할 일이 없는 사람도 아닌 브릿이기에 (정말 그럴까?) 처음에는 뜨악함이 생각으로만 끝났지만 곧 고용센터 아가씨를 두고 말문이 트이기 시작한다. 물론 그녀는 절제를 아는 교양인이기에 모든 생각을 다 입으로 풀어놓은 것은 아니었지만 풍기는 분위기와 태도라는 것이 있잖은가. 플라스틱 컵과 플라스틱 티스푼으로 차를 대접하다니! 하물며 플라스틱 컵에 받침접시도 없어, 내놔요 받침접시! 근무환경이 너무 지저분해, 책상 꼬라지가 이게 뭐야! 세상에 날더러 연필도 아닌 볼펜으로 글을 쓰라고! 연필깎이 내놔 봐요 얼른! 아무리 신식이라지만 젊은 아가씨 머리 꼴이! 우리 남편 사업하는 사람이야! 아가씨한테는 이걸 판단하는 게 능력 밖의 상황일지 몰라도 내 남편은 이런데 아주 빠삭해! 회의 할 시간에 내 일자리나 찾아 내! 

물론 브릿은 교양인이므로 이렇게 대놓고 싹퉁머리 없이 말하지는 않았다. 본론만 간단히 옮겨 쓴거다, 본론만. 그리고 오베와 같이 그녀가 막 호통을 치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 것도 아니고. 오히려 아주 정반대로 조곤조곤 배려하는 미소를 한껏 머금은 채 지적과 잔소리와 요청을 하므로 저 느낌표는 생략되어야 맞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근데 그렇다고 말의 내용이 어딜 가냔 말이지. 손님이 내 앞에서 저런 말을 쏟아 내며 로드킬 당한 짐승의 사체라도 보듯이 나나 내가 건낸 커피를 보고 야만인 취급을 해댄다면, 오 마이 갓, 쓰고 보니 더 싫다. 그 고용센터 아가씨(실제로는 이미 애엄마) 모르긴 해도 브릿이 가고 나서 장난 아니게 투덜거렸을 거다. 뭐 이런 진상이 다 있지 하고. 브릿이 우리 엄마였다면 난 정말 천리길보다 더 멀리 이사가서 그녀의 자녀들과 마찬가지로 설추석 때도 갖은 핑계를 다 대어가며 집에 가는 걸 피했을지 모른다. 우리 집엔 커트러리 서랍이라는 게 없지만 포크와 나이프와 스푼이 순서대로 들어가 있지 않은 것조차 견딜 수 없어 하는 엄마를 나 또한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으므로. 고작 2장까지 밖에 가지 못한 상태였지만 캐릭터에 살짝 피곤함을 느낀다. 근데 또 욕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고, 오베 때도 못지 않았고, 오베든 브릿이든 내 주변엔 이런 사람이 없어 감사할 따름이고, 무엇보다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밤이므로 나는 또 다음 편을 넘겨든다. 그리고 다음 장에서야 살짝 울컥하고 마는 것이다. (오베 때랑 패턴이 사~알~짝 비슷했다.) 

"내가 일을 하려는 이유는 악취로 이웃 주민들을 괴롭히는 건 본받을 만한 일이 못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나라는 존재가 있다는 걸 아무라도 알아주었으면 하거든요."

                                                       브릿마리 여기 있다, p 39, 다산책방

가족이 없는 한 여성이 자신의 식사거리를 앞에 두고 독거사 한 것을 이웃들의 악취 신고로 발견했다는 기사를 접하면서부터 생성된 듯한 그녀의 이 두려움을 앞에 두고서는 갑자기 그녀를 욕하기가 좀 어색해진 것이다. 그리고 쏟아져 나오는 사연들. 연년생의 언니, 부모님, 자동차 사고, 배신으로 끝난 첫 번째 연애와 지금의 남편, 의붓자녀들. 그리고 언제나 홀로 방치돼 남겨진 그녀의 집과 부엌, 팩신, 과탄산소다, 청소, 창과 발코니. 주인이 버리고 간 화분들. 그녀를 필요로 하지도 그녀의 존재를 감사해 하지도 않았던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성장하고 나이 먹고 늙어야 했던 브릿. 그런 일상조차 사랑하고 감사하며 안정감을 느꼈던 브릿. 남편이 바람만 피우지 않았어도 아니 내연녀가 자신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알려오지만 않았어도 끝끝내 그 외도를 외면하며 40년 가까이 거주한 자신의 집이라는 안전공간에서 벗어나지 않았을 사람. 그리고 그 공간을 벗어난 지금은 홀로 썩는 시체로 남아 타인의 민폐가 될 것을 결벽적으로 두려워하는 동시에 살아 있는 현재에도 타인의 시선 앞에 전전긍긍하며 어두운 밤 사무실 불을 밝히지도 못하는 여자. 진상 오브 진상이었던 사람이 내 이해의 범주 안으로 스윽 들어올 때면 느끼는 어떤 류의 친밀감이 생성됐다. 그리고 소설 속 브릿 또한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어떤 류의 사람들 사이로 풍덩 빠지게 된다. 바로 보르그, 스웨덴 슬럼가의 사람들이다. 그녀처럼 커트러리 서랍을 포크와 나이프와 스푼 순으로 정리하며 결코 자신의 자리에서 도망치지 않는 새미와 날아오는 축구공 앞에 기꺼이 얼굴을 가져다 댈 수 있는 열정 가득한 소녀 베가, 이미 생산 중단된 브릿의 애정하는 세제 팩신을 박스채로 구해줄 수 있는 꼬마 사업가 오마르, 쓰레기 속에서도 꽃을 찾아내는 고용센터 아가씨, 전 국가대표축구선수 뱅크, 타인의 눈높이 보다 1미터나 낮은 자리에 보르그의 지도를 걸어주는 브릿의 생애 첫 친구 미지의 인물(이 인물의 이름이 무엇일지 눈을 크게 뜨고 살펴 보기 바란다), 맨유를 응원하는 남편 켄트, 응원하는 팀은 없지만 축구를 사랑하는 스벤, 보르그의 희망 어린이 축구단, 그리고 리버풀. 

보르그에 들어 서며 평생 선택권이란 없을 것 같던 그녀의 앞으로 이제 세 갈래 길이 놓여졌다. 언니와 함께 가고 싶었던 프랑스, 여전히 사랑하는 남편 켄트, 그리고 새로운 두근거림 스벤. 파란문이 달린 자동차, 안정된 일상, 자주색 튤립을 꽂을 수 있는 꽃병이라는 그녀 손에 들린 키 세 가지. 따뜻하고 재미있고 감동적인 일상들 속 브릿의 성장이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책을 다 읽은 지금이라고 해서 내가 그녀를 사랑하게 된 것은 아니지만 브릿이 노크한 그 문을 흐뭇하게 떠올리며 응원해 본다. 그녀의 말처럼, 어디에 있든, 그녀 자신이 선 그 자리를 잊지 말기를, 그래서 그녀의 남은 인생이 조금은 수월하기를.

       
"화분에는 흙만 담겨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 밑에서 꽃들이 봄을 기다리고 있다. 겨울에는 아무 것도 없어 보이는 것에도 가능성이 있다고 믿으며 물을 주어야 한다. "

                                                          브릿마리 여기 있다, p69,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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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의 여자들 1 - 4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4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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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때 읽기에는 지나치게 관능적이긴 했지만 그래서 더 또렷히 기억하는 아름다운 소설 가시나무새의 콜린 맥컬로 작가의 새로운 책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바로바로바로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들!! 작년 고인의 타계 소식과 관련한 뉴스에서 얼핏 로마사 시리즈 얘기가 있었던 것 같긴 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출간되고 있는 줄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지 뭔가. 홍보의 문제라기보다는 아무래도 내가 역사쪽 출간 소식에는 별 관심이 없던 탓이 컸던 듯. 올 11월에야 문학동네 카페에서 교유서가의 신작 출간 소식으로 "카이사르의 여자들", 그리고 이 시리즈 <마스터스 오브 로마>를 접하게 되었고, 이리저리 검색해 살펴 보니 일찍이 해외에서는 가시나무새 보다 이 로마 시리즈로 더 인정을 받으셨다고 한다. 연애소설가가 아니라 역사소설가로 훨씬 유명하시다고. 역사책임에도 가독성과 재미를 담보하고 갈 뿐만 아니라 철저한 고증, 20년에 걸친 집필 등 문학과 역사의 아름다운 만남(교유서가 포스트) 이라는 소개글에 온통 마음이 쏠려 버렸다. 역사책에서 손 놓고 있은지 꽤 되긴 했지만 11월 간만에 역사추리소설 <시체 읽는 남자>를 완독하여 자신감이 좀 생긴걸까. 구매 의욕이 활활 불탔다. 1부부터 예판을 못했다는 게 살짝 아쉽기는 하지만 십이국기 구매할 때도 경험했듯이 뒷 권 발매시엔 또다른 이벤트들이 함께 하니까 아쉬움을 접고 주문 고고! 기념 주화와 펜트레이, 3부 포르투나의 선택과 같이 보관 가능한 세트박스를 주는데 난 기념주화만 선택. 세트박스도 필수인데 알라딘도 인터파크도 세트박스가 따로 옵션에 뜨지를 않는다. 원래는 선택사항인데 오류로 안뜬걸까봐 우선 문의를 넣어두었다. 십이국기 초판 주문에 책갈피가 빠졌던 적이 있으므로 불안, 초조, 들어간 주문도 다시 보자는 주의라. 아니 아직 3부 주문도 안했으면서 뭔 3, 4부 함께 보관하는 세트박스를 탐내냐고 잠깐 생각도 했지만 본디 이런 건 박스부터 받고 그 다음에 책을 채워넣는거라 배웠습니다. 근데 선착순 늦었다고 안주면 어쩌지? 작가의 명성을 믿고 곧장 주문할 걸 괜히 망설인 것 같아 조마조마하다. 근데 함정은 난 가제본부터 받아 1권은 이미 읽었다는 거.


율리우스 카이사르, 로마 역사에서뿐만 아니라 유럽 역사를 통틀어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매력적인 인물이지 않을까 싶은 이 위인이 콜린 매컬로를 만났으니 사실 재미없기가 힘든 책이었다. 카이사르의 그 유명한 "브루투스 너마저!"나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주사위는 던져졌다" 같은 간지 철철 넘치는 명언부터 시작해  왕은 아니지만 왕에 버금가는 권력을 행사한 독재자였다는 점. 우수한 육체와 두뇌로 군사와 외교, 정치, 행정, 이번 책을 보니 회계와 연설까지 아주 잡다한 영역을 뛰어나게 아울렀다는 점 (물론 회계를 잘 알았다는 것과 자산 증식 능력이 좋다는 건 별개의 얘기인지 돈에 쪼들리는 얘기가 좀 나온다. 딸의 지참금 얘기나 딸애의 약혼자가 로마 제일가는 유산 상속자가 되자 체면불구하고 날 듯이 기뻐하는 점, 유산 소식 듣고 불륜녀에게 바로 연락하려는 점이 지나치게 현실적이더라, 못난 놈. 금전 감각 없는 아들의 행동에 가슴 퍽퍽 치는 카이사르의 어머니의 장면도 대박 웃겼다. 카이사르 엄마랑 우리 엄마랑 자식 벌이로 걱정하는 건 똑같은데?) 거기에 그 연극적인 죽음까지 더하면야 매력이 넘친다는 말 정도로 수식하기엔 조금 민망한 감이 있을 정도다.  그 유명한 클레오파트라의 연인이기도 했고 (물론 누가 더 유명한가의 우위를 가릴 수 없는 커플이지만), "카이사르의 여자들" 이라는 제목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그의 화려한 여성편력까지! 노래까지 만들어져 로마 시민들 사이에 불리어졌던 그의 마성에 관련한 이야기들과 노골적인 성애를 나는 날 듯이 읽어나갔다. 마음만은;; 내게 온 가제본 인쇄가 살짝 문제가 있다 보니 눈이 아파 울면서 읽느라 진도가 쬐끔 많이 더뎠다. 훌떡 읽어내리고 싶은데 눈이 따라 주지 못해 낮과 밤 동안 주섬주섬 글자를 줏어 읽느라 고생 꽤나 했다. 집중해서 읽으면 눈이 더 시큰해 아주 환장하는 줄! 근데 어차피 출간본 주문했어서 출판사엔  문의를 안 하고 넘겨버림. 출판사가 날 잡아먹는 것도 아니고 내가 블랙컨슈머도 아닌데  출판사에 메일 넣거나 전화하는 게 왜 이리 겁나는지. 재미있어 다 읽은 보람이 있었다는 게 위안이 되는 가제본이었지만 그래도 새 책 오면 집중해서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책 내용으로 돌아가서, 역사서라도 마냥 복잡하고 머리 아픈 책 보다는 전기장판에 이불 덮고 누워 귤 하나 까먹어가면서 낄낄 대며 읽을 수 있는 소재의 좀 상업적인 느낌의 책을 원했으므로 카이사르는 그런 내 구미에 딱 맞는 인물이었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아예 가볍기만 한 책도 아니고 말이다. 1권이 4부 시리즈의 서두를 여는 편이다 보니 그의 알려진 활약들이 등장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대신으로 그의 불륜녀이자 브루투스의 어머니 세르빌리아와 카이사르의 딸 율리아, 카이사르의 어머니 아우렐리아가 등장해 그의 성격과 앞으로의 계획을 알리는 견인처 역할을 해주었다. 특히나 세르빌리아와 그녀 가문의 사람들, 관련한 사건사고들이 더 뚜렷하게 기억에 남은 것 같은데 이부동생들, 남편, 자녀들과의 얘기가 워낙 흥미진진하기도 했지만 <편의점인간>의 여주 후루쿠라가 사회적 규범과 도덕의 제한이 없는 속에서 자란다면 딱 이렇지 않을까 싶은 모습이라. 감정결여, 정치적이고 목표지향적인 성격과 폭력성, 잔인성, 대범함, 측은지심이나 동정이 없는 가차 없는 성격 등이 대단히 흥미로운 느낌을 주었다. 생각해 보면 역사 속 성공한 남자 위인들은 거개 이런 성격인데 여성이라 색다르게 느꼈다는 건 그만큼 여성성에 대한 내 편견이 크고 독서량도 상당히 부족하고 뭐 그런 뜻이겠지. 살짝 반성. 어쨌든 우리 식으로 치자면 사돈양반인 남자와 당당하게 불륜을 저지르고도 아주 떳떳하게 남편에게 그 사실을 알리는 모습도 그렇거니와 자신의 아들에게 재산을 몰아주기 위해 이부동생을 살해하는 것, 카이사르의 정치적 행각 등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예측하는 점 등이 그 시절 여자로 태어나지 않고 사내로 났다면 다른 식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김 직도 했겠다는 느낌? 아니면 당당히 카이사르의 파트너로서 어깨를 나란히 했을 것도 같고. 정치에 대한 여성 참정권이 있던 시기가 아니었기에 그 한정된 상황 안에서 더 어떤 활약을 펼칠 것인지가 카이사르 이상으로 호기심을 자아내는 여성이었다. 2권 또는 3권 즈음엔 클레오파트라도 등장할 텐데 그녀와 만날 때에도 세르빌리아와 카이사르가 여전히 내연의 관계였을지 또 그들의 자식인 율리아와 브루투스가 이런 사실을 언제쯤 알 게 될지도 궁금했다. 그 사실을 알 게 됐을 때 어머니에 대한 억압된 분노가 서서히 보이고 있는 브루투스가 어떻게 행동할까, 율리아와 브루투스의 관계는? 글로 쓰니 뭔가 막장 치정극 같은 느낌인데, 이런 부분은 약간 가시나무새 설정과 비슷한 듯도 하고, 근데 소설 속에선 크게 끈적이거나 지저분한 느낌 없이 산뜻하다. 뭔놈의 인물들마다 이부 동생들, 재혼상대들이 이렇게나 많은지. 카이사르의 대단한 여성 편력이 큰 흠집은 아니었겠구나 싶은 배경이 펼쳐져서 로마의 난잡함이야 후대에도 유명한 이야기였긴 하지만 다시 읽어도 와~ 장난 아니었다. 그리고 팍스로마나로 가는 길목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드러나는 정치적인 상황들도 허투루 읽히는 것 없이 흥미로웠고 말이다. 역사소설이라도 크게 어렵지 않아요. 그냥 재미난다. 이름만 빼면. 이름들이 아무래도 한국 사람인 나한테는 좀 많이 복잡하다.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라는 이름부터가 본인 이름 가이우스에 가문명 율리우스에 카이사르라는 씨족명까지 더해져 징그럽게 긴데 브루투스처럼 입양이라도 되면 이름을 외우는 건 그냥 포기하게 된다. 브루투스는 브루투스일 뿐, 젠장 그깟 이름, 그깟 가문명 따위.  "무제한의 임페리움, 무제한의 병력, 무제한의 자금"을 주창한 마그누스 폼페이우스와 그의 지지 세력들이 벌이는 해적 소탕 전쟁이라던가 발암을 일으킨다는 표현을 썩 좋아하진 않지만 무슨 이런 또라이가 다 있나 싶었던 클로디우스를 비롯해 진한 형제애를 느끼게 해주었던 카토와 카이피오, 재치있는 키케로, 여드름 화산을 폭발시키고 있는 유약한 청소년 브루투스와 그가 반한 여덟 살 숙녀 율리아(열 여덟이 아니라 여덟이다. 헷갈리면 안 된다. 당시 브루투스는 열 다섯 살), 등에서 엉덩이까지 여자의 손톱 자국을 내고 들어온 아들의 상처를 포도주로 소독하는 담대한(?) 어머니 아우렐리아 그리고 노예 시논의 알 수 없는 앞날까지. 사실 난 수천마리 애벌레, 바퀴벌레, 귀뚜라미를 잡아 바치다가 이번에는 독뱀인가 하며 기대하고 겅충겅충 뛰던 노예 시논이 참 맘에 들었는데 다음 역할이 있을까 모르겠다. 노예 시논의 해방기가 어쩐지 이대로 끝날 듯해 좀 아쉬움이 들지만 어쩔 수 없지. 이 책은 카이사르의 여자들이 주제니까.


근데 세르빌리아의 아들 브루투스가 카이사르가 지목한 "브루투스 너마저!"의 주인공이 맞는 건지 모르겠다. 브루투스가 카이사르가 믿고 아끼던 후계자였다는 기억은 나는데 그의 사위였다는 사실은 기억의 미로에 풍덩 빠졌는지 아예 흔적조차 없다 보니 잠깐 머리가 깜깜했다. 돈은 많지만 지나치게 유약한 성격에 병도 있고 카이사르가 크게 눈여겨 볼 법한 인물이 아닌데 말이지. 인터넷에 검색해 볼까도 했으나 그럼 다음 편을 읽는 재미가 줄어들 것 같으므로 패스. 1, 2, 3부 없이 4부부터 시작하는 불안감도 읽고 나니 아무 문제가 안 되서 나도 4부, 5부, 6부, 7부 순으로 사고 그 후에 1-3부를 주문할 생각이다. 교유서가의 덕력을 자극할 이벤트를 믿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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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
찬호께이.미스터 펫 지음, 강초아 옮김 / 알마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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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읽은 두 책에 공통된 소재가 등장할 때의 반가움이란!
<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에서 만난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양자역학이 또다시 등장하는 책을 만났다. <S.T.E.P. 스텝> 홍콩 작가 찬호께이와 대만 작가 미스터 펫이 교차 집필한 합동소설이 그 주인공이다. 공교롭게도 홍콩도 대만도 아닌 미국과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2030년대 미국 사법제도에 도입된 사보타주 라는 범죄자 형량평가제도와 관련한 근미래 소설이었다. 근데 이거이거 첫 도입부터가 흥미진진, 이야기가 무척 예사롭지가 않다.

"고마워요. 하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그런 과학기술보다... 나 자신을 더 믿거든요."

                                      ㅡS.T.E.P , 료코와 재회한 메이구의 말, p10, 알마

범죄를 예견한다는 소재가 일견 "마이너리티 리포트" 속 세계관과 유사하다. 하지만 "프리크라임"이 모든 시민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예상해 미리 그 대상을 잡아 들여 징벌한다면 사보타주는 수감된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이들의 재범률을 최소 1만 7000가지의 시뮬레이션을 돌려 진단하며 형량과 석방을 결정하는 제도이다. 범죄자의 성격, 나이, 성별, 성장환경과 범행수법, 수감 당시의 행동, 기타등등의 정밀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컴퓨터가 판별하므로 오차 수치도 적고 실제 오류 또한 거의 없는 것으로 판명돼 시스템을 도입했던 오클라호마 주의 범죄율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이 성공적인 수치에 매료된 일본에서도 사보타주를 근간으로 한 사보텐을 만들어내는데 이 완벽한 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오류가 발생하게 된 것. 범죄를 일으킬 소지가 없다는 판단 하에 석방한 곤도 미쓰루가 마약을 유통하다 발각되었고 체포 과정 중 시체로 발견돼 관련 기관들이 발칵 뒤집혀졌다. 일본 사법제도의 근간이 흔들린 만한 일이었으므로 정보관리국은 사보텐의 이 치명적인 오류가 내부 인사의 개입에 의한 것이라 판단하여 보호국 공무원 료코에게 조사를 명명한다. 사건이 외부로 흘러가기 전에 비밀리에 범인을 추적하고 오류를 은폐하라는 것이 요지! 료코는 이 은밀한 수사를 위해 아무리 복잡한 사건이라도 5일이면 해결한다는 천재 사립 탐정 메이구를 찾아가게 되고 정보국 산하 비리를 캐려던 수사는 뜻밖의 국면을 맞이해 혼돈으로 치닫게 되는데......

"전 인공지능을 무척 좋아해요. 하지만 인공지능이 인류를 관리하는 것은 정말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시스템에서 오류나 허점을 찾아내는 일만 할 거에요. 받아들이지 않으신다면, 그냥 실리콘밸리의 작은 회사나 경영하며 살래요."

                            ㅡ S.T.E.P, p242, 컴퓨터 천재 프랭크가 미 법무부에게, 알마

미국정부가 자국민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한다는 사실을 폭로하며 홍콩으로 망명한 비밀정보요원 스노우든 그리고 반정부-반사보텐단체 인과공진회, 쓰레기 같은 일본 군국주의의 잔재로써 인간 의식의 조작을 목표로 한 실험 프로젝트 HIMICO, 사보타주를 필두로 한 미래예견과 누군가의 지켜져야 할 생존의 권리, 프로그램 사보타주를 공격하는 F.M.G 모듈과 그에 대적하는 에스코트(호위대),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양자역학, 1만 7천개 샌드박스 속 가상세계와 차원이동 속 총격과 살인사건들, 이 모든 소재들이 결합된 이야기들을 간략하고도 흥미진진하게 요약할 길이 없으므로 생략! 중요한 건 일견 복잡하게 느껴지는 세계관과 컴퓨터 용어들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너무나도 재미있다는 것이다. 사무실에서 받은 당일 짬짬이 130 페이지를 읽고 남은 페이지도 어제오늘을 기점으로 순식간에 완독을 했다. 찬호께이가 써내려가는 미국 배경의 근미래공상과학소설과 미스터 펫이 뽑아낸 일본 배경의 미스터리 판타지 시나리오의 합일이 이렇게나 재미날 줄이야.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새롭게 생겨나는 샌드박스 속 세상은 과연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일까 아닐까. 시간의 벽을 타고 천재 컴퓨터 공학자 프랭크와 정직하고 보수적인 관료 키팅, 미스터리에 휩싸인 탐정 메이구와 외롭지만 의로운 여자 료코, 그리고 악독한 살인마 메슈 프레드가 선보이는 교차 속의 비밀은 책을 읽는 어느 시점에서 발견하게 될까. 당신이 아주 눈치 빠른 사람이 아니라면 찬호께이와 미스터 펫이 숨겨놓은 이 시나리오의 진실을 책의 말미에 가서나 확신하게 될 것이다. 나처럼. 

* 사보텐 : 선인장, 사보타주를 열 번째로 도입한 국가라는 의미로 지어진 이름인데 이를 메이구에게 설명하며 료코가 굉장히 민망해한다. 한껏 고민하다 막판에 마구잡이로 결정한 이름같다나. 기억하기도 좋고 발음하기도 좋아서 난 괜찮은 것 같은데^^;; 어쨌든 내가 받은 표지 속 그림은 선인장의 확대 그림이었다. 아래 다른 표지는 1만 7천개의 샌드박스를 형상화한게 아닌가 싶지만 정답은 알 수 없어 상상하기 나름인 듯. S.T.E.P은 특이하게도 표지가 두 가지이므로 인터넷 주문시 랜덤 발송이 된다. 더 마음에 드는 표지가 있다면 근처 서점에서 직매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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