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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원할 때마다 얼마든지 공포를 주입할 수 있는 사람,
계속 숨겨둘 수 있는 사람,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사람,
그런 사람을 발견하기가 힘들다는 건 알고 있었어.
하지만 열심히만 찾으면 결국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
찾아보는 한편으로 자신의 갈망을 충족시킬 방법도 마련했어.
뭔지 알겠어?"
나는 멍하니 고개를 저었다. 잭은 몸을 기울여 내 귓가에 입을 가져왔다.
"너랑 결혼했어, 그레이스" (p115)
아름다운 로맨스, 달콤한 결혼, 사랑스런 아이들을 꿈 꾸지만 그레이스의 현실은 시궁창이다. 나쁜 사람들은 아니지만 자식을 낳아 키울 준비는 전혀 되어있지 않았던 부모와 그 부모를 대신해 책임져야 할 다운증후군의 어린 여동생, 여동생에 대한 부양의 부담으로 떠나가는 남자들 속에 가슴이 무너지는 그레이스의 앞에 조지 클루니 뺨치게 잘 생긴 남자 잭 엔젤이 나타난다. 매 맞는 아내들만 전문적으로 변호하는 따뜻한 마음씨의 변호사, 귀족 같이 고전적인 매너에 더해진 부유함, 그레이스의 여동생 밀리까지 떠안겠다는 보기 드문 책임감과 적극적인 애정 공세에 그레이스의 삶은 순식간에 한편의 로맨스 소설로 화한다. 왜 나 같은 평범한 여자에게? 라는 의문은 곧 나는 완벽한 행운녀!로 변모하여 만난지 6개월이 채 되기도 전에 결혼에 골인! 그러나 설레임으로 맞이한 대망의 결혼식 날 들러리도 선 밀리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다리가 부러지고 남편 잭은 호텔방에서 사라진다. "공항이야, 병원이야? 남편이야, 동생이야?" 다시 나타난 남편의 입에서 떨어진 두 가지 선택지, 그의 질문에 대한 그레이스의 답변 한 자락이 그녀 현실을 결국 지옥으로 처박았다. 아름다운 웨딩드레스의 여운을 벗어던지기도 전에 드러난 잭의 음모들. 학대와 감금, 폭행, 그리고 빨간 지하방의 비밀까지. 은밀한 문, 비하인드 도어를 열고 그레이스가 천사의 덫에서 달아날 수 있을까. 어리석고 심약했던 여성이 그녀 자신과 여동생의 인생을 구원하기 위해 천사의 목에 칼날을 들이밀 수 있을까.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그레이스의 흥미진진한 증언과 예상치 못한 결말 앞에 샴페인 같이 톡톡한 카타르시스와 짜릿한 통쾌함을 느낄 수 있는 책, 비하인드 도어였다.
"오락용 범죄 소설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라는 옮긴이의 말에 대단히 공감하는 바이다. 가독성이 좋아서 드라마 두 편 정도 볼 시간에 재빠르게 읽어낼 수 있는데다 막장 소설이라 속 시원하게 욕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밤중에 읽었으면 철야책, 아침에 읽으면 지각을 부르는 책이 될 것 같다. 물론 독자에 따라서는 그레이스의 똥멍충이 같은 선택과 바보 짓들에 어처구니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 멍텅구리 같은 행동들 때문에 결말의 쾌감이 더욱 크고 깔끔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누구나가 부러워하는 완벽한 남자와의 로맨스, 악당임을 알아도 홀려버리고 마는 그 남자의 미모, 잭 엔젤의 완벽한 이중성에 부들부들 떨다가 그에 대비되는 그레이스의 어리석음과 미련함과 나약함에 울끈불끈 화가 치미는, 막장의 묘미를 제대로 구현한 책이랄까. 쥴리아 로버츠의 영화 <적과의 동침>을 좋아하신다면 이 책도 무난히 읽으실거라 생각하며 추천 빵빵! 덥고 땀나서 책도 안읽힌다는 분들에게 기분전환용으로 가감없이 던져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