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건너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봄, 신구 아키라는 불륜 중이다. 아내의 눈을 피해서 직장의 전동료와 모텔방을 드나든다. 그녀와 자고 싶어 아내와의 약속도 취소한 채 땀을 뻘뻘 흘리며 한달음에 달려간다. 죄책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멈추지 못한다. "숨겨도 소용없어", "우리를 믿고 놀러 보냈는데 딸을 이런 상황에 빠지게 했으니 우리를 미워할 거라고", "난 못들었어, 아무 것도 못들어" 집에서 돌보고 있는 미성년자 조카의 여자친구가 임신한 사실을 알았을 때 결벽스럽게 아내에게 화를 내고 히스테리를 부리는 것은 그런 죄책감의 발로인 듯, 봄은 그렇게 신경질적으로 끝이 난다.

여름, 아카이와 아쓰코는 남편의 범죄로부터 제정신을 지키려 안간힘을 다한다. 독신인 여성 도의원에게 "당신부터 빨리 결혼해" "아이를 못낳나"라고 성희롱한 남성 의원의 목소리가 남편인 것 같다는 의심, 더하여 친구에게 뇌물을 받고 사업을 입찰시킨 정황까지 포착한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보며 수군대는 것 같다. 손가락질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아내로, 엄마로 그녀는 가정을 지켜야한다. 남편의 잘못쯤 더 큰 소문이나 기삿거리 하나만 터져도 잠재워질테니. 그래서 오늘도 그녀는 잡지사에 전화해 독촉한다. "뉴스가 좀 더 필요해요. 좀 더, 좀 더! 뉴스나 특종이 없으면 우리는 차분하게 생활할 수가 없다고요! 그러니 뉴스를 좀 더 달란 말이에요! 특종을 좀 더 많이 읽게 해달라고!"
아쓰코의 히스테리는 극에 달했다. 여름이 미쳐가고 있다.

가을, 사토미 겐이치로는 다른 남자와 불륜 중인 여자친구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 아내가 있고, 아들이 있는 남자에게 맹목적인 얼굴을 내보이는 그녀.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줄 알면서도 놓을 수 없는 그녀. 그녀로부터 이별의 말이 나왔을 때 기어이 그는 제정신이 아닌 짓거리를 하고 말았다. 완전히 미치고 말았다. 언제나 정답이었던 남자가, 자신은 잘못된 일 따위 할 리 없다고 믿는 남자의 완전히 잘못된 선택, 가을은 이미 미쳤다.

그리고 겨울, 도무라 히비키는 도망 중이다. 아키라의 봄에서 껑충 뛰어 70년이 흘러버린 세계는 한 사람의 피에서 정자와 난자를 만들어 수정시킬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존재가 생식기능이 없는 인공인간 '사인'이다. 인간이긴 하지만 실험실에서 태어난 그들은 약하고 열등한 존재로 평범한 사람들에게 유린당한다. 인간에겐 온탕도 냉탕도 아닌 덤덤한 이곳이 사인에겐 지옥이기에 히비키는 달아난다. 자유를 갈망한다. 그리고 등장한 사토미 겐이치로. 70년 전의 과거에서 타임머신을 탄 듯 날아온 미쳐버린 그 남자의 주문.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돌아가야 해! 난 원래 세계로 돌아가야 해!"시간여행에 올라타기 위해 달려가는 그들. 봄'여름'가을'겨울의 눈물 나는 얼개. 한 명의 아이, 한 명의 선생님, 한 권의 책, 그리고 한 자루의 펜으로 바꿀 수 있는 세상을 믿는 아름다운 영혼들. 그들은 다시 봄을 선물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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