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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ㅣ 비주얼 클래식 Visual Classic
헤르만 헤세 지음, 추혜연 그림, 서유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평점 :
화려한 일러스트 표지로 시선을 잡아끄는 고전이라니.
출판사의 유쾌한 일탈이 즐겁다.
고전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인 책이지만
틀림없이 이전에 내가 읽은 것과도 같은 데미안이겠지만
훨씬 신선하고 가볍고 수월하게 읽힐 것만 같은 느낌?
이래서 포장이 중요하다는 건가 보다.
싱클레어는 친구 프란츠에게 협박받고 있다.
물레방앗간 과수원의 사과를 엄청나게 훔쳐냈다는 무용담을 떠들썩하게 과시한 탓이다.
물론 이것은 거짓말로 친구들에게 으스대기 위해서 만들어 낸 이야기였을 뿐이다.
그러나 그게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밝힐 기백도
거짓말을 빌미로 프란츠에게 돈을 뜯기고 있다고 도움을 요청할 용기도 없다.
자신은 하나님의 이름까지 걸고 거짓말이 아니라고 장담하지 않았던가.
그런 그의 앞에 구원자가 나타났다.
십대의 어린 나이에도 진실을 꿰뚫는 눈을 가진
때때로 사람을 조정하는 것 같은 능력까지 보이는
어딘지 이 세상의 것 같지 않은 초연한 분위기의 성숙하고 아리따운 소년, 데미안.
그가 지옥 속의 싱클레어를 구원했다.
그리고 이후의 많은 순간들, 싱클레어가 상급학교에 진학하고, 난잡한 생활과 알코올에 빠지고,
첫사랑과 누군가를 닮았으나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꿈 속의 연인에게 빠지고,
전쟁의 수렁에 빠졌을 때 언제 어느 때고 나타나 싱크레어를 구원했다.
연약하고 어린 싱클레어가 조금 더 강인해질 필요가 있는 순간마다, 운명마다,
그가 그의 세계를 깨고 나갈 수 있도록.
데미안은 싱클레어가 날아가야 할 방향을 일러주었다.
그래서 그가 싱클레어를 위해 예비된 아브락사스(사악한 신)의 현몽인 것은 아닐까도 생각했지만
(참 터무니 없게도;; 그러나 너무 산사람 같지가 않단 말이지;;;)
어쩌면 싱클레어의 안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파괴되지 않을 소년기라는 또다른 세계를 이름일지도.
중학생 때였는지 고등학생 때였는지 데미안을 읽고 있는 내게
짝꿍인지 친구 누구였는지가 오오 감탄하는 것에 어깨를 으쓱했던 적이 있다.
내가 데미안을 기억하는 것은 그 내용이 아니라 그 때의 그 느낌뿐이었다.
코 쓱 하게 되는 민망함과 묘한 뿌듯함, 고양감 같은 것들.
아차, 노트에 끼적이던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같은 문장 몇 가지도 있었다.
다시 데미안을 잡으며 이번에는 그 때 이상의 독서를 하고 싶었다.
내가 고전을 읽는다 라는 1차원적인 만족감을 넘어
오래오래 선명하게 안고 갈 감동과 즐거움을 누리리라 결심했었다.
바람만큼이었냐면 ㅎㅎ
애시당초 책을 잡을 때 그런 생각을 굳세게 했다는 것부터가 문제였던 게 아닐까.
이번에도 역시나 내용보다는 표지로 더 선명하게 남을 독서가 되어버렸다.
다음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보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