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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렉터스 컷 - 살인을 생중계합니다
우타노 쇼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차례
1. 모든 것은 몰지각한 젊은이들의 폭주에서 시작했는가 007
2. 아니면 고득한 청년이 도시의 사냥꾼으로 변해서인가 049
3. 아니, 그전부터 불씨는 이미 존재했다 095
4.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침묵의 살인자 171
5. 야욕에 사로잡힌 남자는 소리친다, "죽어! 죽어! 다 죽어버려!" 251
6. 이것은 연출의 범주입니다 317
차례가 굉장히 독특하구나 생각한 것도 잠시 그야말로 몰지각한 젊은이들 니나와 고타로, 네코, 유토 등이 등장했을 때는 할 말을 잊었다. 코인 세탁기 안에 들어가 야한 영상을 찍는 것까지야 별놈의 관심종자들이 다 있구나 하는 정도였지만 음식점에 들어가 시비를 만들어 sns에 올리겠다는 둥 자기 팔로워가 삼천명을 넘는다는 둥 협박해대는 꼴이란. 소란의 원인으로 지목되버린 직원이나 불려온 점잠이 내내 고개를 숙이고 사죄하고 결국 무릎까지 꿇었을 땐 내 위가 다 따꼼한 느낌이었다. 지질한 거래처의 갑질에 (하물며 돈도 안주는 곳이라 더욱 황당, 무상봉사에 눈치까지 봐야 돼? 니들은 양심도 없냐? 이런 말을 왜 면전에선 못할까 젠장ㅠㅠ) 죄송합니다를 앵무새처럼 읊어주다 집에 와 맥주 한 캔으로 스트레스를 삼키던 지난 달 내 모습도 떠오르고 짜증을 부릉부릉 끓이며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짧고 간략하고 그래서 파동이 더 격했던 저주의 말이 페이지를 잠식했다. 일행 중 리더 격인 고타로가 노상방뇨를 위해 차에서 내린 잠깐 사이에 덮침을 당한 것이다. 고타로의 머리 위를 덮어씌우는 검은 그림자, 어깨죽지를 찔러오는 가위, 죽음을 부르는 외침. 꼬시다고 생각도 못하게 실은 너무 놀라버렸다. 요즘 너무 잔잔하고 예쁜 책들로만 읽긴 했지 내가 ㅎㅎ 죽었을까? 죽었겠지? 못된 놈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건 너무 급작스러운데 하며 정리를 바랬지만 미스터리 소설이다. 인과를 곧장 보여줄리가 없는 고로 어떤 설명도 없이 없이 시작되어버린 차례 2에서 등장한 고독한 청년 모토키, 일명 린네(일본어로 윤회라는 뜻이라고 한다)는 고타로들과는 넘 다른 유형의 사람이었다. 모토키는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엄마와 둘이 살았다. 여자 홀로 아들을 키우는 것이 힘들었던 탓이겠지만 모토키의 엄마는 아들이 미용실에 취직하자마자 직장을 그만두고 파친코와 유흥에 몰입한다. (인간적으로 좀 너무하긴 했다;;) 엄마를 동정하고 사랑하고 애닲아했던 마음이 증오로 바뀐 것은 순식간. 거기다 지문이 닳도록 샴푸하고 청소하고 전단을 돌려도 최저임금에 진급은 없고 동료들의 왕따는 갈수록 심해지기만 한다. 남몰래 좋아했던 여성의 경멸까지 더해졌을 때에는 그야말로 눈 앞이 깜깜. 꾹꾹 눌러왔던 스트레스가 엉뚱한 사람을 상대로 폭발하며 의도치 않은 살인을 저질러버리고 이 때 느낀 해방감에 점점 중독되어 간다. 그런 와중에 마주치게 된 것이 바로 코타로들의 소란. 천벌을 내리고픈 욕망을 실현하려 했으나 아쉽게도(?) 실패하고 손쉽게 죽을 줄 알았던 고타로의 반격으로 모토키는 달아나지만 고타로를 사주해 방송분량을 뽑아내던 디렉터 하세미가 이 소식을 듣고 특종을 쫓아 모토키를 추격하는데...
기존 팬들 중엔 이번 신간이 전작보다 못하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더러 계셨지만 다행으로 우타노 쇼고의 작품이 나는 처음이라 그냥 대놓고 재밌는 소설이었다. 감이 좀 없는 편이라 반전에도 정말 깜짝 놀랐어서 더욱 흥미진진 ㅎㅎㅎ 방송의 재미 및 신분상승을 꿈꾸며 고타로들을 연출시킨 디렉터 하세미, 어린 시절 하세미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하세미의 손발이 되어 난잡한 사건들을 일으키는 고타로(물론 실제로도 양아치), 무뇌발랄 니나,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 가서 화풀이하는 모토키, 방구석에서 즐길 수 있는 또하나의 사건이 생긴 것에 축제처럼 즐거워하는 네티즌들, 시청률 고공행진을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는 방송국놈들, 작가님의 악마적인 편집이 훌륭한(?) 조화를 이루는 책이다. 저마다 세상의 주인공이고픈 마음으로 안달하는 사람들이 포진한 세계 속 나는 그들과 무엇이 다른가 또 달라야 하는가를 새삼 생각해 보는 시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