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바다의 라라니 미래주니어노블 9
에린 엔트라다 켈리 지음, 김난령 옮김 / 밝은미래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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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넘 잼났어요. 작가님의 뉴베리 수상 작품도 꼭 찾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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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바다의 라라니 미래주니어노블 9
에린 엔트라다 켈리 지음, 김난령 옮김 / 밝은미래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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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책 선택 좀 최고인 것 같아요. 먼바다의 라라니도 별 다섯 개가 반짝반짝 빛나는 책이었어요. 두 번이나 뉴베리 상을 수상한 작가의 이력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흥미진진했는데 배경부터가 아주 신선합니다. 새들이 노래하지 않는 열대의 섬이라니 상상이 가세요? 라라니가 살고 있는 섬 산라기타가 그런 곳이에요. 잿빛 깃털의 새들이 조금도 지저귀는 법 없이 조용하고 우울하고 음침한 곳이요. 라라니의 집은 그 중에서도 어둠이 제일 짙게 드리운 장소일 거에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내가 필요하다며 집으로 밀고 들어온 큰아버지와 그와 똑닮은 아들이 폭력적이고 거칠게 라라니의 집을 점령했거든요.

라라니의 아버지뿐 아니라 섬의 많은 남자들이 죽었어요. 산라기타 섬의 훌륭한 남자들은 북쪽 바다에 있는 전설의 섬, 만복이 깃들어있다는 아이사산을 찾아 매년 모험을 떠나거든요.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을 두고 보물 같은 땅을 발견해 정착한거라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진실이 아니에요. 산산이 부서진 배의 파편 혹은 시체의 일부가 섬의 바닷가에서 발견되곤 하니까요. 실패가 계속되어도 전통이 계속되는 건 섬의 독재자 멘요로 때문이에요. 치료사라지만 평생 단 한번도 누구를 치료한 적이 없고 주술사라지만 섬에 뿌려진 저주를 푼 적도 없는 이 남자가 하는 일은 가뭄이 들거나 홍수가 들 때 작황이 나쁘거나 병이 퍼질 때마다 저주를 받았다며 큰소리 치고 원인이 되는 사람(아무나)를 지목해 벌 주는 것 뿐이에요. 멘요로의 눈밖에 나지 않으려고 주민들은 멘요로가 시키는 일이면 뭐든 하구요. 하지 말라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아요. 의심없는 복종이 섬을 더 큰 침묵 속에 빠트립니다.

그랬던 섬이 돌연 소란스러워져요. 건기로 고통 받던 마을에 비가 와르르르 쏟아지구요. 홍수를 일으킬만큼 끝도 없이 내리던 비가 그친 후엔 우르르 쾅쾅 카나산이 무너져 마을을 덮쳤어요. 사실 이 모든 일의 원흉은 머리에 뿔이 달린 장님 엘세스에요. 고향 아이사산에서 도둑질을 하다 쫓겨난 엘세스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우연히 만난 라라니를 돕겠다고 했지만 그건 순 거짓말이에요. 비를 바라는 라라니의 소원을 들어주는 대신 라라니의 눈을 뺏으려는 계획이었죠. 겁많고 소심하고 못생기고 동정심 많은 라라니. 라라니는 그저 비가 내리기를, 아픈 아기에게 약을 만들어 줄 수 있을만큼 풀이 자라기를, 엄마가 죽지 않기를 바랬을 뿐인데 상황은 절망을 마구마구 불려 마을에 날벼락을 떨어뜨린 거에요. 운명, 너무 고약한 거 아니냐구요.

그래서 어떡하느냐구요? 라라니는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 속 주인공 지바처럼 행동하기로 했어요. 지바는 얼굴에 붉은 반점을 갖고 태어난 여자아이인데요. 저주를 받았다는 멘요로의 말 때문에 부모님의 사랑조차 받을 수 없었어요. 지바는 열세 살이 되었을 때 아이사산으로 가기 위해 몰래 배를 타지만 화가 난 남자들이 지바를 바다에 빠트렸어요. 라라니는 저지르지 않은 죄로 벌을 받고 더 나은 삶을 향해 탈출을 꿈꾸었던 누구보다 용감한 소녀를 가여워하고 또 존경해요. 자신이 지바의 곁에 있었더라면 틀림없이 친구가 되어줬을거라고 생각하는 라라니. 힘든 순간에도 지바처럼 행동하기를 결심할 수 있었던 이유였어요. 세상 모든 병을 치료한다는 아이사산의 꽃과 카나산에 없는 만복을 찾아 한없이 연약한 조각배를 타고 산라기타를 떠난 라라니는 도대체 어떤 모험을 하게 될까요?

열대섬의 신화가 먼바다 가득히 손짓합니다. 필리핀의 수많은 섬에서 기원한 이야기들이 라라니를 통해 깨어나거든요. 장어의 몸을 한 여인, 안개유령, 정령과 마법사, 무시무시하고 거대한 새를 만난 라라니는 몇 번이고 죽을 고비를 넘겨요. 라라니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었다면 라라니는 아이사산에 도착하기도 전에 바다 밑에 가라앉았을지도 몰라요. 라라니에게는 특출난 용기나 지혜는 없지만요. 꺼지지 않는 연민과 이타심이라는 불꽃으로 길을 밝히고 온기를 불어넣어요. 라라니를 보고 있노라면 때로는 동정심이 가장 큰 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니까요.

라라니가 모험을 끝낸 오늘 아침엔 괜스레 창문을 열고 새 우는 소리가 들리지는 않는지 한참을 귀기울였어요. 아이사산에 숨겨진 만복이 깨어날 때 가장 먼저 들려온 소리가 새들의 울음소리였거든요. 복이 종알종알 짹짹 여러분 곁에서도 지저귀고 있나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면 먼바다의 라라니를 펼쳐보세요. 짜릿한 모험의 즐거움과 감동 뒤로 라라니가 불러들인 새들의 소리를 듣게 되실 거에요.

🎉 매력포인트 : 철저한 권선징악 + 낯설고 신비로운 필리핀 신화 속 운명적 모험(신밧드 + 모아나)


<밝은미래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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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비행
헬렌 맥도널드 지음, 주민아 옮김 / 판미동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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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맥도널드는 어린 시절 꽤나 외진 시골에서 자랐다.

그녀 표현을 빌자면 "다 허물어져 가는 어느 국가 지정 공식 대정원(p61)" 같은 곳이었는데

2차 대전 피난민들과 다수의 히피, 페미니스트로 구성된 마을엔 언젠가 아서 코난 도일이 찾아와 오수를 즐기기도 했단다.

코난 도일로 하여금 <요정의 출현>이라는 책을 쓰게 만든 코팅리 요정들의 사진도 고향의 포플러 나무에서 찍혔다.

집 안 가득 넘쳐나는 자연 도감과 집 밖의 풍요로운 숲과 목초지를 보며 헬렌은 자연주의자로 성장한다.

 

 

 

점 하나 크기의 벌레를 보려고 잔디 속에 얼굴을 파묻곤 했던 헬렌에게 자연은 경이로운 공간이었다.

그러나 헬렌은 인간이 자연 속에서 찾는 환상성과 우정, 친밀감이 상당히 왜곡된 관찰임을 곧 깨닫게 된다.

자연을 인간의 거울로 보며 자신의 세계관, 욕구, 생각, 희망 등을 투사하는 태도와 가설에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이다.

헬렌이 자연을 보는 관점이 낯설지는 않을지언정 이런 관점을 내재화 하는 일은 쉽지가 않았다.

나에게 곰(푸)는 친근하고 돼지(피그렛)은 겁이 많거나 피그렛이 아닌 돼지는 게으른 존재이다.

까마귀는 영리하고 까치는 행운을 주는 등 자연이나 동물의 물성은 도통 자연 그 자체로 다가오지 않으니까.

어쨌든 시작부터 이런 태도를 지적받았기에 책을 읽는 내내 자연에 가지는 기존의 감상에서 벗어나려 애를 썼다.

철새(해오라기)들의 계절성 밤비행을 관찰하러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간 헬렌은 이야기한다.

"창공이 텅빈 공간처럼 보일지라도 그곳은 박쥐와 새, 날아다니는 곤충, 거미, 바람에 날려 온 씨앗,

미생물, 포자 등 여러 생명체로 꽉 착 서식지(p71)이며, 다양성으로 꽉 찬 떠들썩한 세상(p72)"이라고.

철새들의 이동에 대한 기념이 없던 시기에는 레이더에 잡힌 이런 탐지들에 "천사들"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단다.

와우, 낭만적! 이라고 생각했다가 아차하며 고개를 내젓는다.

그러니까 이런 관념으로 자연을 보아서는 안된다 이 말인데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그게 어렵다.

어쨌든 근래의 천사들은 고층 건물이 쏘아대는 레이저와 조명 불빛에 매려되어 길을 잃거나 목숨을 잃는다.

어떤 사람들은 레이저에 휘말려 뱅글뱅글 건물 주위를 도는 새들이 신기하고 감탄스러워 이를 관찰하기 위해 옥상에 간다.

고동털개미의 비상은 놀라운데 그것이 일생에 단 한번뿐인 혼인비행이기 때문이다.

여왕벌이 페로몬을 뿌리며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지상으로 모여든 수개미, 날개가 돋은 개체들이 페로몬을 따라 솟구친다.

더 강한 개체를 선별하기 위해 여왕은 더 높이 날아오르고 수개미가 그런 여왕을 뒤쫓는다.

혼인을 완료한 후 여왕은 새로운 왕국을 만들기 위해 떠나고 수개미는 지상으로 추락, 사망한다.

여왕 개미는 이후 30년을 더 살지만 다른 수개미와의 새로운 짝짓기는 없다.

한번의 혼인비행으로 몸속에 충분할만큼 정자를 저장한 여왕벌은 수컷 없이도 알을 낳는다.

여왕 개미의 이런 출산이 상당히 편리해 보인다는 것 또한 인간의 관점이겠지?

 

 

 

 

제목인 "저녁의 비행"은 칼새가 하늘 높이 올라가는 두고 만들어진 단어이다.

베스퍼스 플라이츠, 라틴어로 땅거미가 지는 저녁, 하루를 마감하는 장엄한 기도이다.

헬렌은 저녁 비행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생각했고

칼새가 램 수면에 빠진 마법 같은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된 지금 내게도 이 단어는 무척이나 특별하다.

뭉게구름이 떠 있는 맑은 날씨 구역까지 올라가 공기에 실려 하늘을 날면서 잠든 칼새의 무리라니

어느 비행사의 목격담처럼 보름달과 별들의 파편 아래 비행기만큼 높이 떠서 숙면하는 새를 싱상하는 건

그러지 않으려 아무리 노력해도 이미 한 편의 아름다운 판타지다.

난민, 망명 신청자, 장애인 등 헬렌은 자연을 관찰하듯 보호받지 못하거나 차별받는 개체들도 관찰한다.

기후위기 등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양상의 파괴와 그로 인한 결과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자연에 해로운 인간, 인간에게 해로운 인간, 내가 그런 인간들 중 한 명이 안되기는 불가능일 것 같다.

덜 해로운 인간이 되어야지 결심할 뿐, 의미가 없어 보이는 일일지라도 이롭다는 믿음을 가지고 행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는다.

감수성 예민한 자연주의자의 에세이는 섬세하고 흥미롭고 아름답다.

저자의 잦은 눈물이 한번씩 마음의 짐처럼 다가온다는 점을 제외하면 흠잡을 데가 없는 책이다.

+ 피트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높이 관련 얘기가 나올 땐 흐린 눈으로 읽은 거 안비밀 ㅎㅎ

리뷰에 못쓴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넘 많은데 인스타그램에 올리려면 글자수를 줄여야 한다 ̄へ ̄

 

<판미동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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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 백화점 (100만부 기념 합본호 기프트 에디션) -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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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본호 하이!

1차 파본으로 교환 신청했는데 2차는 짠!!

아주 멀쩡한 새책으로 도착했습니다.

합본호의 특별한 점!

페니가 근무하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마을의 지도가 실려있어요.

책 읽기 전에는 어디가 어디인지 알아볼 수 없고 관심도 안갔는데

책 읽고 나니 건물 하나하나가 다 특별하게 느껴지는 거 있죠.


가름끈 있는지 궁금해하는 독자님이 계시더라구요.

사진에서는 검정색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표지와 같은 청록색이에요.

책의 물성에 관한 독자들의 취향이 얼마나 다양한지 새삼 놀라요.

원래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즈음 읽으려고 했지만

책이 정말정말 예쁜 모습으로 읽으라고 유혹을 하는 겁니다.

100만부 기념 기프트 에디션이라니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는 책인걸까요?

서평책을 잠시 미뤄놓고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곧장 읽기 시작했어요.

그리곤 엄청나게 귀여운 페니양과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반해버렸답니다.

어떻게 이런 세계관을 만들어내셨는지 작가님 좀 최고잖아요>_<

🌟기실 설정값이 매력의 200프로라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

금일 준비한 꿈은 모두 매진입니다!

오늘도 잠드는 길에 저희 매장에

들러 주신 고객 여러분.

금일 준비한 꿈 상품이 전량 소진되었으니,

내일 다시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가게는 연중무휴,

매일매일 좋은 꿈을 잔뜩 쌓아 두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인 백(p62)

현실 세계의 저편에 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신입 사원 페니가 있는 잠의 세계가 있어요.

간밤 우리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손님이었을 수도 있구요.

어쩌면 오래오래 백화점을 이용한 단골일지도 몰라요.

잠에서 깨면 백화점에 대한 기억이 날아가기 때문에 깜빡 잊고 사는 것 뿐.

그리고는 무의식의 힘으로 멋진 꿈을 꾸었다고 믿어버리는 거죠.

드림타운의 방문자들은 신발은 커녕 맨발로 길거리를 오고 가요.

잠들 때 복장 그대로 방문하기 때문에 팬티만 입고 들락날락 하는 손님도 있어요.

혹시 내가 그런 손님 중의 한 명이면 어쩌나 걱정은 안하셔도 괜찮습니다.

나무늘보 같은 외양의 녹틸루카가 얼른 쫓아와 잠옷을 입혀 주거든요.

멋진 꿈대신 깊은 잠을 선택해 트럭에서 양파 우유도 사먹을 수 있어요.

(*양파를 익혀서 우유와 함께 갈아 마시면 끝! 궁금해서 검색해 봤어요.)

주식처럼 오르내리는 꿈값을 보며 인생 한 방 외쳐보는 일도 신날거에요.

페니가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입사한지 한달쯤 됐을 땐 성취감 가격이 엄청 높았거든요.

소고기 햄버거 한 세트가 1고든인데 성취감 한 병이 200고든까지 오르는 걸 보며

왜 일찍 사재기를 안했나 한탄하는 드림타운 직원이 저 같았어요.

<후불로 치르는 꿈값의 경제학>, <꿈 팔아서 내 집 마련>

그 직원에게 꼬옥 추천하고 싶은 책 목록입니다.

다 읽으면 누가 저한테도 좀 빌려주세요.

호기심 두 방울이 첨가된 맑은 바닷물 색 레모네이드도 마시고 싶구요.

꺼진 불도 활활 타오르게 하는 '분노'도 한파를 대비해 한 병 정도 장만하고 싶어요.

핑크빛 설렘도 스포이드로 똑똑 제 꿈에 떨어뜨려주면 좋겠습니다.

로또 예지몽은 파는 품목이 아니라고 해서 엉엉 울어요.

따악 하나만 팔아주면 안되요??

잠을 안자는 사람들의 노쇼 때문에 드림타운의 손해가 막심하다는 소식이에요.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매출도 올릴겸 저도 이만 꿈나라로 떠나렵니다.

모두 멋진 꿈 멋진 잠 주무세요.

굿나잇🤗

아참!! 100만부 판매 이력이 충분히 공감 가고도 남는 재미였습니다.

합본호 구매한 나 자신, 참 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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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 팡세미니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 팡세미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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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68]


스펜서 부인의 실수로 매슈와 마릴라 남매에게

고아 소녀인 빨간 머리 앤이 찾아오게 되요.

두 사람에게 필요한 건 남자 아이였기 때문에

앤은 틀림없이 고아원에 되돌아가게 될 거라고 생각했죠.


펑펑 쏟아지는 눈물에 앤은 한숨도 자기 힘들었지만요.

다음 날 아침엔 긍정성을 회복, 활짝 핀 미소와 수다를 되찾았어요.

앤의 가여운 어린 시절과 앤이 이 다음 맞게 될 가혹한 운명 탓에

마릴라는 앤을 자신이 데리고 있겠다고 마음을 바꿔요.

성질머리 고약한 블루엣 부인에게는 차마 보낼 수가 없었거든요.

열한 살 고아 소녀 앤에게 그토록 바라던 집이

초록색 지붕 집의 삶이 드디어 시작하게 된 날이었어요.


초록지붕 집에서 앤이 일으키는 실수는 끝이 없어요.

빨간 머리를 지적하는 린드 부인에겐 자신도

뚱뚱하고 미련한 사람은 싫다며 소리를 지르구요.

교회 소풍에서 아이스크림을 꼭 먹고 싶은 마음에

마릴라의 자수정 브로치를 훔쳤다고 거짓 이야기를 지어내요.

홍당무라고 놀리는 길버트의 머리를 석판으로 내려치기도 하고

다이애나에게 딸기 주스인 줄 알고 포도주를 준 날도 있었어요.

조세핀 할마니가 주무시는 침대에 뛰어올라 소동을 일으키고

몰래 염색을 하다 머리를 초록으로 물들이는 등

이렇게 쓰고 보니 앤의 소년기는

각종 실수와 그에 따른 소동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모든 실수 속에서 한뼘씩 깨닫고 성장하는 앤을 보는 건

보고 또 보고 읽고 또 읽어도 질리지 않는 기쁨이에요.


팡세 클래식 시리즈를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인데요.

작고 소중한 제 친구 빨간 머리 앤을

미니멀리즘 클래식으로 만나는 느낌은 꽤 새로웠어요.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편집된 미니 앤이기에

가벼운 무게, 아기자기한 삽화, 큰 글씨의 가독성으로

독자를 친근하고 편안하게 이끌어 주거든요.

완역본 앤이 두려운 어린 독자님들께

안성맞춤의 마중물로 추천하고 싶어요.


이번 빨간 머리 앤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천선란 작가의 추천사도 꼬옥 읽어보시길 바라며

팡세미니 "빨간 머리 앤" 리뷰를 마칩니다.

바이바이~


"모두가 앤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빨간 머리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자신의 콜플렉스임을 밝히며 무례한 사람들에게

앤처럼 일침을 날렸으면 좋겠다.

나아가 그럼에도 그것이 나의 한 부분임을 인정하고,

더 나아가 끝내 콤플렉스를 끌어안으며

자신만의 개성으로 만들 수 있는 앤이 되기를 바란다.

외롭고, 상처받고, 때로는 억울함에 주저앉기도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기어코 털고 일어나는 그 사랑스러움.

사랑스럽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앤이 되기를!"


<팡세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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