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은 멋있다 소설의 첫 만남 1
공선옥 지음, 김정윤 그림 / 창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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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청소년 문학 시리즈 "소설의 첫만남 01" 책은 제목이 특이하다
<라면은 맛있다>가 아니라 <라면은 멋있다>.
어떤 라면이길래 멋있다는 말이 붙였을까 궁금했다.

민수네 집은 가난한다. 털털털털, 하도 덜컹거려서 숫제 차라기 보다 깡통 같은 트럭을 몰며 아버지는 한 벌에 만원짜리 청바지를 판다. 엄마는 고깃집에서 기름 잔뜩 낀 불판을 설거지하고 누나는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 수능이 끝나자마자 장례식장 야간 알바에 들어갔다. 엄마와 누나의 공부하란 잔소리에 독서실비라도 있어야 할 거 아냐? 라고 대꾸하는 녀석이지만 사춘기의 문턱에서도 녀석은 너무너무 착하다. 일하고 올 가족들을 위해 집에 오자마자 빨래를 하고 방을 닦고 뜨신 밥을 앉히고 멸치 다시를 내어 자신있는 김칫국을 끓인다. 학생으로 사는 일도 보통 피곤한게 아닌데 어쩜 이렇게 기특할까. 그런 녀석에게 요즘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다름아닌 생에 두 번째 여자친구 연주의 코트. 민수는 연주에게 자신이 가난한 집 아들임을 숨겼다. 인생 첫 여자친구에게 생일선물을 못사줘 채인 아픔이 있었기에 부자집 아들로 위장하고 만남을 갖고 있다(고 대단하게 착각 중이다 ㅎㅎ) 연주의 생일이 일주일 남았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한 채 생일선물로 코트를 사주마 한 것이 지뢰였다. 돈이 없다고 솔직하게 말할 자신이 없으므로 편의점 알바를 구한다. 대단한 벌이도 아닌데 돈벌기는 세상 왜 이리 힘든지. 그 와중에 누나는 자신의 대학 등록금 때문에 동생이 알바를 한다고 착각까지 하신다. 슬쩍 눈물을 비추는 누나 앞에서 민수는 아니라고 말도 못한 채 일주일 남은 연주의 생일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우리 세상엔 가불이라는 좋은 제도(;;)가 있으니까.

연주가 생일선물로 바라는 빨간 반코트. 함께 라면을 먹고 따뜻한 캔커피를 마시며 놀이터에서 데이트 하는 일상에 빨간불을 켜고 달려오는 아버지의 깡통 트럭. 민수가 두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민수의 파란만장한 연애사가 겨울을 지나 봄까지 쭉 달려갈 수 있을지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겼다. 라면은 어째서 맛있지 않고 멋있어졌는지도 말이다. 청소년들이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기를 바라는 공선옥 작가의 바람이 담뿍 담긴 책이다. 아이들이 책과 더욱 가까워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또한 담뿍 담아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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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의 속삭임 - 오십이 넘어 알게 된 것
무레 요코 지음, 박정임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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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갈수록 더욱 재미난 작가님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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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의 속삭임 - 오십이 넘어 알게 된 것
무레 요코 지음, 박정임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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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50대가 된 무레 요코 작가님의 일상 에세이다. 어영부영하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중년이 되어버렸다. 남의 나라 이야기인 줄만 알았던 나이듦이 내게도 닥쳐버렸을 때, 아뿔싸! 노후준비가 하나도 되어있지 않다는 통렬한 깨달음이 작가님의 뒤통수를 친다. 늙는다는 것은 까마득하게 먼 일 세월이 나만은 빗겨갈 거라고 무의식 중에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 더는 노화를 외면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 깨달음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1차 그릇깨기. 덜렁대는 성격이긴 했어도 그릇만은 고이고이 사용했는데 어느 날부터 그릇 깨기 일쑤다. 아귀힘이 딸린다는 생각을 여태 해본 적이 없는데 자연스럽게 그릇을 놓치고 떨어뜨리고 주의력 부족으로 우당탕탕 실수를 저지르신다. 깨진 그릇이라는 사실을 잊고 호지차를 부어 조리대에 홍수가 난 적도 있다. 버스 손잡이를 잡을 힘이 부족해 급정거에 뒷자리로 날아갔다는 누군가의 소식이 남 얘기 같지가 않다. 2차 노안. 젊을 때는 밤을 새워 읽던 책인데 지금은 눈이 피곤해 오래 읽기가 힘들다. 젊은 작가들 책을 모조리 읽어내진 못했어도 어지간한 이름쯤 모르지 않았는데 정신차려 보니 젊은 작가 특집 기사에 아는 이름이 없다. 충격과 좌절의 이콤보. 3차 몸이 뚠뚠. 숨만 쉬어도 살찐다는 말 그것은 다 거짓이라고 생각한 때가 작가님께도 있었더랬다. 피가 활기차게 돌고 에너지 효율이 좋았던 젊은 시절엔 다이어트도 이 정도의 고문은 아니었는데. 옛날만큼 먹지도 않는데 그때의 배로 돌아오는 체중은 나 빼고 상의라도 한것마냥 하체로 헤쳐모여다. 지난 해 입은 원피스는 만세만 해도 방파제 같은 아랫배에 걸려 깡총깡총 존재감 과시 중. 중년이다. 빼도 박도 못하는 중년. 그런 깨달음 앞에 노후자금 계산을 하려고 보니 숨이 턱 막히고 긍정으로 풀무장한 마음에 빗금이 간다. 그야 젊은 시절 은인 같은 편집자가 "자기 집이 있어도 한 사람당 5000만엔 정도는 필요하니까요, 잘 기억해둬요."(p11)라고 충고도 해주었지만 그때는 돈도 잘 벌었고 설마하니 모친과 독신 남동생이 대출에 자신을 끼고 주택을 구매할 줄은 꿈에도 모르셨던 것이다. 반려견 시이와 둘만 살면 몰라도 변동금리로 더욱 부담이 큰  본가 대출금으로 갚아야 할 돈이 매년 400만 엔. 그러나 딸인 자신은 엄마의 연금도 남동생이 퇴직 후 받게 될 연금도 모르고 있다. 연금이 얼만지는 결코 알려주지 않으면서 내 돈으로 보석 사고 불당 사자는 엄마와 연금 앞 철저한 신비주의 남동생에 분노하면서 도쿄를 벗어나 친구들과 함께 들어갈 시골집을 준비하는 작가님의 나날들.

싫어하던 흙과 가까워지고(아직 만진 것은 아니다) 500엔씩 모아 종자돈을 마련하고(그럴려고 했지만 현재 장보고 책 사는데 이용 중이다), 노후의 아름다운 자태를 상상하며 일년여 기모노만 입고(사실 입지 않은 날도 더러 있었다), 지진 대비 가방의 짐을 줄이며(한살이라도 젊을 때 싸놓은 짐은 업고 일어날 수가 없다), 빵과 검은 깨 페이스트를 먹는 매일의 아침(검은 머리가 나는 것을 맨눈으로 확인했으므로 평생 이런 아침을 먹겠다고 결심하신다). 처음은 걱정으로 시작하지만 타고난 성격상 장기 걱정이 힘들다. 나중 일이야 어찌됐든 오늘만큼은 무사태평. 부서지려는 긍정을 적극사수하는 싱글 중년의 삶이 노후를 걱정 중인 싱글 독자를 즐겁게 한다. 지갑 속 노년의 허기진 속삭임은 잠깐 닫아놓자. 걱정한다고 돈이 생기면 걱정도 없겠네. 행복할 게 없어도 왜인지 행복한 무레 요코의 하루, 행복한 그녀의 책 덕분에 잘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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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들이 노래한다 - 숀 탠과 함께 보는 낯설고 잔혹한 <그림 동화> 에프 그래픽 컬렉션
숀 탠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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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형제의 75가지 동화를 시각예술가 숀 탠 작가의 조각품들로 감상할 수 있는 책을 만났다.
<뼈들이 노래한다>. 어린 아이들이 만나는 사랑스럽고 상냥한 동화 이면에 숨은 잔인하고 으시시한 곡조를 짧고 강렬하게 보여주고 들려주는 책이다. 백설공주, 개구리 왕자, 헨젤과 그레텔, 빨간 모자, 라푼젤 같은 익숙한 동화들도 있고 소름을 찾아 집을 나선 소년, 쥐와 새와 소시지, 새가 주운 아이, 개와 참새 같이 낯선 동화들도 있다. 낯 모르는 이야기일수록 포악함이 한층 격렬했는데 그렇다고 묻지마식의 폭행은 결코 아니며 무자비한 복수의 이빨에 되려 공감이 간다는 점에서 가슴이 시원해지는 점도 없잖아 있었다. 가장 충격적인 동화로 소개하고 싶은 것은 "개와 참새"이다. 귀여운 이미지로 언제나 사랑받는 참새지만 이곳의 참새는 쓸개를 맛보며 원한을 불태웠던 월왕 구천과 다를 바 없이 흉흉한 복수심에 불탄다. 친구 개가 몰상식한 마부의 마차에 치여 죽자 참새는 마부의 포도주 통들을 깨고, 말들의 눈을 쪼아 멀게 하고, 마부 집의 밀도 다 먹어치우고, 마부의 뱃속에서 날개짓 하다 다시 입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서 거듭 절절하게 외친다.

"마부 녀석아, 네 놈은 나의 형제와도 같은 개를 치여 죽였어!
이제 네 놈은 네 목숨으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69.개와 참새 중)

마부의 부인은 참새를 죽이려 도끼를 휘두르다 참새의 꾐에 빠져 마부의 목을 자르고 참새는 시원하게 복수 후 드디어 화를 가라앉혔다는 매우 교훈적인 이야기 되시겠다. 경솔한 운전자들이여! 참새 손에 죽고 싶지 않다면 오늘도 내일도 안전운전 해야 될 것이야!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 보행자들이 들어와있는데도 앞머리 밀고 들어온 너!! 하마터면 내 무릎 박을 뻔한 너 흰차 운전자!에게 이 동화와 조각을 꼭 보여주고 싶구나. 우리 다 너무 놀라서 어어어 소리 밖에 못하고 진짜 바보같이. 맘 같아선 사진이라도 찍어서 범칙금이라도 먹이고 싶은데 그땐 심장이 두근두근해 그런 생각도 하지 못했다. 파닥파닥, 이것은 그노무 흰차 뱃속에서 날개짓하는 소리
나는 시방 위험한 참새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아래 조각같아 지겠지... 

페이지(189쪽)에 비해 동화의 수가 많지 않나 싶을 수 있는데 조각의 왼편에 들어선 이야기들이 아기 손바닥 같은 토막들이라 그렇다. 작가님이 집중한 딱 그 장면에만 페이지를 할애했는데 신기하게도 이야기의 짧음이 아쉽지는 않다. 줄거리를 원하는 분들을 위해 "그림 동화 더 읽어 보기"가 소개되어 있는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친숙한 이야기들 속 뜻밖의 낯섬을 목격하게 하는 조각의 괴리와 눈코잎이 사라진 조각들의 표정을 상상하는 일이 오싹한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공백이 주는 자극이 풍요롭고 조각품 사이사이 압축된 타래에서 끌려나오는 수수께기들도 무궁무진하다.  5-40cm 정도의 크기라는, 거의 사진속 크기와 유사하지 싶은 작품들 앞에서 문득문득 페이지를 멈추다 보면 벽돌책만큼 긴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거라고 장담한다.  시각예술가와 함께 하는 흔치 않은 그림동화로 부디 즐거운 시간 가지시기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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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들이 노래한다 - 숀 탠과 함께 보는 낯설고 잔혹한 <그림 동화> 에프 그래픽 컬렉션
숀 탠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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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을 사진으로 감상한 적이 거의 없어요. 그림형제들의 익숙하거나 낯선 이야기를 조각한 숀 탠의 작품이 무지무지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렌지만하거나 정말 커도 40cm 남짓이라는데 사진이 아니라 실물로도 보고 소장도 하고 싶다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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