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들이 노래한다 - 숀 탠과 함께 보는 낯설고 잔혹한 <그림 동화> 에프 그래픽 컬렉션
숀 탠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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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형제의 75가지 동화를 시각예술가 숀 탠 작가의 조각품들로 감상할 수 있는 책을 만났다.
<뼈들이 노래한다>. 어린 아이들이 만나는 사랑스럽고 상냥한 동화 이면에 숨은 잔인하고 으시시한 곡조를 짧고 강렬하게 보여주고 들려주는 책이다. 백설공주, 개구리 왕자, 헨젤과 그레텔, 빨간 모자, 라푼젤 같은 익숙한 동화들도 있고 소름을 찾아 집을 나선 소년, 쥐와 새와 소시지, 새가 주운 아이, 개와 참새 같이 낯선 동화들도 있다. 낯 모르는 이야기일수록 포악함이 한층 격렬했는데 그렇다고 묻지마식의 폭행은 결코 아니며 무자비한 복수의 이빨에 되려 공감이 간다는 점에서 가슴이 시원해지는 점도 없잖아 있었다. 가장 충격적인 동화로 소개하고 싶은 것은 "개와 참새"이다. 귀여운 이미지로 언제나 사랑받는 참새지만 이곳의 참새는 쓸개를 맛보며 원한을 불태웠던 월왕 구천과 다를 바 없이 흉흉한 복수심에 불탄다. 친구 개가 몰상식한 마부의 마차에 치여 죽자 참새는 마부의 포도주 통들을 깨고, 말들의 눈을 쪼아 멀게 하고, 마부 집의 밀도 다 먹어치우고, 마부의 뱃속에서 날개짓 하다 다시 입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서 거듭 절절하게 외친다.

"마부 녀석아, 네 놈은 나의 형제와도 같은 개를 치여 죽였어!
이제 네 놈은 네 목숨으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69.개와 참새 중)

마부의 부인은 참새를 죽이려 도끼를 휘두르다 참새의 꾐에 빠져 마부의 목을 자르고 참새는 시원하게 복수 후 드디어 화를 가라앉혔다는 매우 교훈적인 이야기 되시겠다. 경솔한 운전자들이여! 참새 손에 죽고 싶지 않다면 오늘도 내일도 안전운전 해야 될 것이야!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 보행자들이 들어와있는데도 앞머리 밀고 들어온 너!! 하마터면 내 무릎 박을 뻔한 너 흰차 운전자!에게 이 동화와 조각을 꼭 보여주고 싶구나. 우리 다 너무 놀라서 어어어 소리 밖에 못하고 진짜 바보같이. 맘 같아선 사진이라도 찍어서 범칙금이라도 먹이고 싶은데 그땐 심장이 두근두근해 그런 생각도 하지 못했다. 파닥파닥, 이것은 그노무 흰차 뱃속에서 날개짓하는 소리
나는 시방 위험한 참새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아래 조각같아 지겠지... 

페이지(189쪽)에 비해 동화의 수가 많지 않나 싶을 수 있는데 조각의 왼편에 들어선 이야기들이 아기 손바닥 같은 토막들이라 그렇다. 작가님이 집중한 딱 그 장면에만 페이지를 할애했는데 신기하게도 이야기의 짧음이 아쉽지는 않다. 줄거리를 원하는 분들을 위해 "그림 동화 더 읽어 보기"가 소개되어 있는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친숙한 이야기들 속 뜻밖의 낯섬을 목격하게 하는 조각의 괴리와 눈코잎이 사라진 조각들의 표정을 상상하는 일이 오싹한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공백이 주는 자극이 풍요롭고 조각품 사이사이 압축된 타래에서 끌려나오는 수수께기들도 무궁무진하다.  5-40cm 정도의 크기라는, 거의 사진속 크기와 유사하지 싶은 작품들 앞에서 문득문득 페이지를 멈추다 보면 벽돌책만큼 긴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거라고 장담한다.  시각예술가와 함께 하는 흔치 않은 그림동화로 부디 즐거운 시간 가지시기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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