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후, 일 년 후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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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후, 일 년 후』는

엇갈리는 마음들의 향연이다.

새벽 네 시.

축축하고 지저분한 공중전화 박스에서

작가 베르나르가 조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전화를 받은 사람은 조제가 아니라

조제의 새로운 애인 의대생 자크였다.

베르나르는 잠시 침묵하다 전화를 끊고

아내가 잠들어 있는 집으로 돌아가

침실에 조용히 몸을 누인다.

문학 이야기를 나누는 월요 살롱의 운영자

말리그라스 부부는 또 어떤가.

출판사의 대표인 알랭 말리그라스는

살롱의 회원이자 연극 배우인

베아트리스에게 완벽히 매료되어 있다.

아내인 파니는 남편의 외사랑을 미워하지도

한심스러워하지도 않은 채

짝사랑의 비극에 쩔쩔매는 알랭에게

따뜻하고 안락한 환경을 제공한다.

베아트리스는 알랭의 조카와 연애를 한다.

시골에서 올라온 이 순진한 청년은

삼촌과 마찬가지로 첫눈에 그녀에게 빠졌다.

에두아르의 불 같은 순정에 즐겁긴 하지만

베아트리스가 선택한 남자는

알랭과 동년배인 연극계의 거장 졸리오다.

졸리오가 줄 수 있는 배역, 명성, 명예는

파릇한 에두아르의 육체보다 매력적이다.

조제의 새 연애에 상처받은 베르베르는

한 달 여정의 긴 여행을 떠난다.

그 기간 동안 조제에게 꾸준히 편지 한 건 물론이다.

베르베르를 사랑하는 아내 니콜은

남편 없는 나날을 눈물로 보낸다.

니콜을 만난 조제는 그녀를 연민한다.

베르베르의 마음이 어딜 향해있는지

조금도 눈치 채지 못한 채로

니콜이 임신 사실을 알려왔기에.

조제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차를 탔고 길을 떠났고

베르베르가 묵고 있는 호텔에 당도했다.

니콜의 임신을 알린 후

집으로 돌아가라 말할 작정이었다지만

그 밤, 그리고 다음 날, 다시 하루, 하룻밤 더

두 사람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조제가 베르베르와 함께 한 나흘의 공백 동안

자크는 이별을 결심하고 집을 나간다.

니콜은 유산을 했다.

에두아르, 파니, 자크,

중심인물이 아닌 이들까지 모두 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사랑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엇갈린다.

젊거나 나이 들거나

연인 혹은 배우자가 있거나 없거나

모두의 마음에 깃든 사랑은

정직한 행방이라고는 없이

제멋대로에 허무하고 고독하다.

"언젠가 당신은 그를

사랑하지 않게 될 거에요.

그리고 언젠가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되겠죠."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고독해지겠죠.

그렇게 되겠죠.

그리고 한 해가 또 지나가겠죠..."

..........

"조제, 이건 말이 안 돼요.

우리 모두 무슨 짓을 한 거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이 모든 것에 무슨 의미가 있죠?"

조제가 상냥하게 대답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안 돼요.

그러면 미쳐버리게 돼요."

_p186-187

하루키와 사강의 감성이 닮았노라고

누군가 공들여 써놓은 글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한 달 후, 일 년 후』를 읽는 동안

나도 하루키를 떠올렸다.

사랑과 젊음이 덧없는 걸 이미 아는데도

말하고 이야기하고 듣는 걸 멈출 수가 없고

그를 가장 섬세하게 표현하는 두 작가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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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에서 출간된 다섯 권의

사강 리커버 개정판 모두 완독!

여태껏 몰랐던 사강의 매력에

흠뻑 빠져 읽었다.

처음엔 책이 예뻐서 좋았는데

지금은 사강이 좋아서 책이 더 좋다.


+ 소담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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