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지, 개미지옥
모치즈키 료코 지음, 천감재 옮김 / 모모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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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총으로 살해당한 젊은 여성 둘이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피해자는 둘 다 성매매로 생계를 이어가고 아이를 제대로 키우지 않는 미혼모였다. 문제는 성매매 여성의 연쇄살인사건이지만 피해자의 사회적 배경이 논란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생각에 매스컴의 보도는 교모하기 그것을 가린다. 그 결정을 내리게 되는 논리는 다음과 같다. 생각할 것이 많아 보이는 문장이었다.


피살자가 즉석만남 게시판에서 영업을 하던 성매매 여성이라는 정보가 흘러 나갔다가는 곧바로 문제가 있으니까 죽었겠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나중에는 죽어도 싸다하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면 세상에는 그런 여자는 죽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라는 인식이 퍼지고 그런 발상을 허용했다가는 범죄에 대한 사회적 역치가 내려간다. 풍기가 문란해진다는 말이다. 치안이 흐트러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무조건 법을 어기는 것은 악이라고 못 박아 두는 편이 공중도덕을 위해 바람직하다. 그 때문에 피해자는 언제나 절대적인 피해자여야만 한다. (49-50쪽)

 

그리고 얼마 후 어느 식품공장에 협박문이 도착한다. 세 번째 희생자를 내기 싫으면 돈을 준비하라는 협박문으로 다음 범죄를 예고하는 것이다. 도시락을 주요 상품으로 생산하는 이 식품기업은 오랫동안 블랙컨슈머의 협박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이었다. 또한 사건관련 방송 도중 범인으로 주장하는 자가 연락을 취해 피해자에 대해 제대로 보도한다면 돈을 포기하겠다는 거래를 제안한다. 프리랜서 기자 미치코는 이에 연쇄살인과 식품기업 협박사건을 연결하여 경찰 수사와는 다른 사건의 이면을 보여준다.

 

최근 불특정 다수를 노리는 범죄가 많이 일어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사건의 가해자들이 특별한 동기도 없이 그냥 누군가를 해하고 싶었다는 말을 해 더 충격적이었다. 출생지, 개미지옥에서도 사건의 범인이 지목되고 기자인 미치코와 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범인은 미치코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한다.

 

그 여자들은 죽어서야 처음으로 권리라는 것을 손에 넣었어요.

당신은 진심으로 내가 그 여자들을 죽인 죗값을 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생명에는 숭고한 생명과 그렇지 않은 생명이 있어요. 그 여자들도, 나도 내 어머니도 숭고하지 않은 생명이에요. 부정해도 소용없어요. 살해당하고 나서야 비로소 인권을 부르짖을 수 있는 인간은 듣기 좋은 소리나 지껄이는 카나리아나 마찬가지고, 일그러진 사회의 일면을 알린다는 의미에서만 그 죽음이 문제가 될 뿐이에요 그러니 아무도 그 여자들의 진실에는 관심이 없었죠. 사람으로는 인정받지 못한 거예요. (470쪽)

 

어쩌면 권총의 방아쇠는 범인이 당겼지만 피해자들은 사회가 죽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까 피해자를 왜곡하는 사회와 죽어서야 피해자들이 권리를 얻었다고 주장하는 범인의 말이 계속 대비가 되는 것 같았다. 자신이 행한 범죄의 이유를 이야기하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더 인간적으로 보이는 것은 미스터리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범죄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어서가 아닐까? 소위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로 분류되는 이러한 소설을 읽을 때면 재미와는 상반되게 묵직한 돌을 가슴에 얹힌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한다. 그 느낌이 유독 크고 오랫동안 간 출생지, 개미지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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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2 (단풍 에디션) 불편한 편의점 2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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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사람들의 생활양상의 특징을 구분하여 시대를 나누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뗀석기를 사용하고 수렵 또는 채집 생활을 한다면 구석기 시대, 청동기를 사용하고 고대 국가를 형성하기 시작하면 청동기 시대 등으로 말이다. 이러한 구분은 넓은 지역에 공통적으로 오랫동안 나타나는 특징으로 구분 짓는다. 많게는 몇 백 만년에서 적어도 몇 천 년 정도의 시간 간격이 있다. 하지만 고작 2~3년이지만 한 시대로 구분 지을 수 있는 사건이 최근 있었다. 바로 코로나19의 시대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을 한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백신을 맞고 집에 머무르며 재택근무를 하는 특징으로 다른 시대와 구분을 지울 수 있게 되었다. 그러한 코로나19를 극복을 하고 일상으로 되돌아간 최근에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2를 읽었다. 전작을 재미있게 읽어 이어 읽은 것인데 이 불편한 편의점2의 시대적 배경이 바로 코로나19로 다른 방법으로 살아가는 것을 강요받던 때였다.

 

코로나 펜데믹이라는 특수한 때를 다룬 소설이지만 전작과 더불어 김호연 작가의 큰 특징이라면 등장인물이 동네 편의점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친숙함이 아닐까한다. 불편한 편의점과는 다르게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작가이지만 언젠가 '타우누스' 시리즈로 유명한 독일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그녀는 많은 시간동안 카페에서 사람들을 관찰한다고 했다. 그러한 관찰의 결과가 작품의 등장인물에 등장한다고 하는데 그와 비슷하게 김호연 작가는 편의점에서 사람들을 관찰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등장한다.

 

먼저 아들과의 화해하고 알바에서 점장으로 자리를 옮긴 오선숙 여사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고등학교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와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업전선에서 번번이 미끄러져 편의점에서 산 소주와 안주로 하루의 고달픔으로 달래는 소진, 코로나로 인해 매출의 직격탄을 맞은 식육식당의 최사장, 공부를 잘하는 형에게 부모님의 모든 관심이 쏠린 것 같아 가족들 사이에서도 겉도는 민규 등 전작에 이어 등장하는 인물도 있고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도 많았다. 그중에서 1편의 독고의 역할을 맡은 주인공 근배의 사연이 인상적이었다. 그의 사연을 따라가다 보면 그가 왜 편의점 야간알바를 지원했는지 알 수 있었다.

 

불편한 편의점2은 청파동 ALWAYS 편의점을 배경으로 등장인물들이 각기 개인적인 고민과 아픔이 있지만 그것 그들만의 것은 아니기에 더욱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도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원격학습과 방학으로 집에서만 있는데 그마저 부모님과 형의 눈치를 보게 되어 편의점으로 도피생활을 하는 중학생 민규는 장래희망을 편의점 알바라고 썼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근무를 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그런 민규에게 근배는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해준다.

 

그래도 내 안에 뭐가 있는지 찾으려고 애써야 한다니까. 내가 잘하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걸 알아내기만 하면, 조금은 나답게 살 수 있다고. (145쪽)

 

근배의 말처럼 나답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그것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지만 적어도 좋아하는 것이나 잘하는 것 중 하나만이라도 알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은 경도인지장애로 언니네 집으로 잠시 요양을 간 편의점이야기의 구심점인 염사장의 이야기였다. 그중에서도 그녀는 다음과 같은 혼잣말을 내뱉는다.

 

편안, 편안은 문제가 해결되어서가 아니라 문제를 문제로 바라 볼 수 있어 가능했다. 늘 잘해왔다 여기기 위해 애썼다. 호수에 유유히 떠 있는 오리가 수면 아래서 분주히 발을 놀리는 것처럼, 평안을 위해 부지런히 자신의 상처를 볼보고 마음을 다스려야 했다. (250쪽)

 

문제가 해결되어서가 아니라 문제를 문제로 바라보기 때문에 편안하다는 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학교에서부터 우리는 문제해결을 위해 모든 노력을 해왔던 것이 아닐까란 생각도 함께 들었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 풀수 있는 문제보다 풀 수 없는 문제가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때마다 문제 해결보다는 문제를 문제로 바라보았다면 더욱 편안하게 지낼 수 있지 않았을까란 아쉬움도 들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그에 따른 사연이 있다. 그곳이 편의점이라는 일상적이고 반복적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곳이라면 그 사연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되고 그러한 사연이 울고 웃을 수 있는 불편한 편의점2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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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예언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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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아는 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야.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건 오히려 무지와 호기심. 신비의 힘이지. 만약 모든 것이 이미 쓰여 있다면... 우린 행동의 동력을 잃게 될 거야.


예언서 '꿀벌의 예언'을 보려고 하는 르네의 전생에게 그것을 지키는 한 기사가 하는 말이다. 그것을 볼 수 있는 권한은 기사단의 단장만이 볼 수 있는 것으로 정해져 기사단의 단장은 자신의 운명을 미리 알고 있는 상태였다. 그의 말대로 미래를 아는 것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회귀하는 소설이 큰 인기를 끌면서 너도나도 미래를 아는 상태에서 과거로 돌아가는 세계관이 흔하긴 하지만 행동의 동력은 무지와 호기심이라는 말에 공감을 하게 된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예언서 '꿀벌의 예언'이 완성되었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벌써 끝일까? 미래의 암울한 상황을 보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뭔가 밋밋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 이 소설에 아직까지 빌런이 등장하지 않았다.


『꿀벌의 예언 1』서 잠깐 소개를 한 등검은말벌... 2004년 중국산 도자기가 들어 있는 박스를 통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등검은말벌은 감당할 수 없는 확산속도를 통해 프랑스 전역의 양봉업을 초토화시킨 바 있다. 그 등검은말벌이 르네를 중심으로 한 '꿀벌의 예언' 지키려는 팀을 와해시키기 위해 등장한다. 르네의 전생인 살뱅을 암살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등장하는 인물은 다른지만 그들의 목표는 하나같이 예언서인 '꿀벌의 예언'을 없애는 것이다.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르네와 알렉산드르가 퇴행 최면으로 위험을 경고하거나 그것을 지키는 기사단의 헌신과 희생으로 예언서는 무사지 현대까지 전해지며 그 빌런의 현대 화신을 르네가 처리하며 소설이 마무리된다.


소설의 흐름은 간단하기까지 하다. 미래의 암울한 현실을 과거로부터 고쳐나가는 것이다. 중세서부터 현대까지 그 과정이 짧지는 않지만 실제 있었던 역사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 더 실감 나는 장면이 완성된 것 같았다.


30년 뒤의 암울한 미래도 신경이 쓰이고 퇴행 최면으로 전생을 관조할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설정이긴 하지만 소설을 읽는 내내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것은 미래를 아는 것이 지금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란 생각이었다. 그래서 다른 어떤 구절보다 위의 '미래를 아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는 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퇴행 최면으로 전생의 사건을 여러 번 경험해 본 르네는 이러한 생각을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이제 알 듯한데, 어떤 사람이 될지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신의 잠재적 가능성을 깨닫는 것이다. 한데 이 가능성이라는 것은 써봐야 비로소 알 수 있느니 참으로 아이러니 아닌가.


이것이 위에서 언급한 미래를 아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란 말에 대한 대답인 것 같다. 과거를 알고 미래를 알아도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될지는 그 잠재적 가능성을 현재 써봐야 알 수 있다는 것... 어쩌면 과거는 흘러간 것이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이니 현재에 충실하라는 잠언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았다.

꿀벌을 통해 현재에 충실하라는 깨달음을 던져 준 『꿀벌의 예언 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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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예언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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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9할의 사실에 1할의 허구를 약간 가미하는 것이다. 사실적인 바탕 위에 화자의 상상력이 더해진 약간의 허구가 이야기를 더욱더 흥미롭게 한다. 그렇기에 소위 팩션이라고 불리는 소설이 더욱 재미있게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 『꿀벌의 예언』도 그렇기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어쩌면 작가의 상상력이 1할보다 더 넘는 것 같은 소설이기도 하지만...

꿀벌, 등검은말벌, 지구 온난화, 십자군 전쟁 등 소설에 등장하는 요소들은 약간의 검색으로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모두 역사적, 사실적인 팩트이다. 이것을 주인공 르네가 행하는 퇴행 최면으로 묶어 ‘꿀벌의 예언’이라는 예언서를 등장 시키는 것은 모두 작가의 과학적 상상력이다. 그 상상력이 매력적이기에 『꿀벌의 예언』은 흥미로운 소설이 아닐 수 없다. 

앞서 언급한 대로 주인공은 르네 톨레다노이다. 작가의 전작 『기억』에서도 등장하는 주인공이라고 하는데 나는 전작을 읽지 않아서 이번에 처음 만나게 되는 인물이다. 그는 연인 오팔 에체고옌과 함께 유람선에서 참가자들에게 퇴행 최면으로 전생을 보여주면서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한 참가자의 요청대로 미래의 모습을 최면으로 보여주다 사고가 생겨 법원으로부터 감당하지 못할 벌금형을 선고받고 삶이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이에 르네도 최면으로 미래의 모습을 보고 오는데 르네가 다녀온 30년 뒤의 미래는 가히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게다가 미래에서 만난 30년 뒤의 르네 자신은 르네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준다. 

인간이 소비하는 식물의 80퍼센트가 꽃 식물이네. 그리고 이 꽃 식물의 80퍼센트가량의 수분을 담당하는 곤충이 바로 꿀벌이야. 그동안 꿀벌은 서서히 사라지는데 인구는 무서운 속도로 늘어났던 거야. 인간이 직접 손으로 하거나 로봇을 이용한 수분이 가능하다고 믿었지만 그 결과가 신통치 않았지. 조그만 원인 하나가 결국 치명적인 결과를 낳아 전 세계 농업 생산량이 급감했어. …… 식량은 부족한데 인구가 많아지면 배고픔을 참지 못한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키는 건 필연적이고 불가역적이지. 지구상 곳곳에서 벌어진 시위들은 무자비한 방식으로 진압됐네. (69쪽)

요컨대 꿀벌이 사라짐으로 해서 수분이 되지 않고 거기에 온난화가 더해져 농업 생산량은 급감하고 식량 자원을 위해 폭동 및 3차 세계대전까지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막는 방법으로 한 가지 예언서를 언급한다. 소설의 제목과도 같은 ‘꿀벌의 예언’이라는...

미래의 모습을 보고 온 르네는 퇴행 최면으로 자신의 전생도 경험한다. 이 퇴행 최면을 자신의 은사인 알렉상드르 교수에게도 소개하고 그 둘은 동시대의 인물인 살뱅 드 비엔과 가스파르 위멜이라는 인물이 자신들의 전생임을 알게 된다. 그러고는 미래의 큼직한 사건들에 대하여 넌지시 언급을 한다. 그렇다. ‘꿀벌의 예언’이라는 예언서는 주인공이 퇴행 최면으로 자신의 전생에게 알려준 일어나게 될 사건의 집합인 것이다. 

퇴행 최면과 전생 및 미래를 오가는 설정은 흥미로웠으나 주인공 자신이 미래를 바꿀 예언서를 집필(?) 하는 과정이 조금은 억지스러운 면도 없지 않았다. 지금의 많은 이들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앞으로의 일어날 일들은 정해진 대로 일어난다면, 즉 정해진 대로 시간이 흘러간다면 지금의 삶은 무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설의 도입부에 이러한 대목이 있다. 

우리가 태어나는 이유는 세 가지 때문이다. 
1 배우기 위해
2 경험하기 위해
3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17쪽)


『꿀벌의 예언』은 꿀벌이 사라진 미래를 바로잡기 위한 소설이기에 3번에 해당하는 소설이다. 비록 잦은 퇴행 최면으로 사실감이 떨어지긴 했으나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든 소설이다. 과연 미래는 정해진 대로 흘러가는 것일까? 아님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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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순간이다 - 삶이라는 타석에서 평생 지켜온 철학
김성근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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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스포츠 가운데 나는 야구를 가장 좋아한다.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스포츠여서 자연스럽게 어려서부터 보고 자란 영향이 큰 것 같다. 그럼에도 예전 야구를 왜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 왜 좋아할까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때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스포츠는 상대방과 승부를 내는 것이 목적이기에 기록이 빠르든 점수를 많이 획득하든 상대방보다 우위를 점해야지 경기가 끝이 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중 구기 종목은 대부분 득점을 통해 승패를 결정하는데 홈()으로 들어와야 득점이 인정되는 방식을 가진 야구가 좋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런 야구라는 세계에서 지독하게 살아남은 야구인이라면 많은 이들이 김성근 감독을 꼽는다. 김성근 감독의 인터뷰를 모은 인생은 순간이다에는 그러한 김 감독의 야구 인생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인생은 순간이다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김성근이라는 야구선수의 인생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야구감독으로서의 김성근이 그것이다. 그것을 우리의 삶에 대입해보면 야구선수일 때의 이야기는 어떻게 하루를 살아가야 하는지, 야구 감독으로서의 이야기는 리더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

 

먼저 김성근 감독의 야구 선수로서의 이야기이다. 잘 알려진 대로 김감독은 재일교포 출신이다. 꿈을 펼칠 나이에 혈혈 단신으로 홀로 국내로 들어온 그는 지금보다 더 심한 차별을 받았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이방인취급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김성근 감독의 사례까지 올라가지 않더라도 최근 격투기의 추성훈 선수가 일본으로 귀화하는 과정에서의 인터뷰를 본다면 그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이나마 짐작은 할 수 있다.

 

김감독은 혼자 건너온 고국에서 열정 하나로 살다 뜻하지 않게 부상을 당해서 선수생활이 일찍 끝이 난다. 그럼에도 야구가 얼마나 좋았던 것인지 끊임없이 야구 하나만을 보면서 살아간다. 그런 그는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아왔다고 한다.

 

인생을 살아보니, 기회란 흐름 속에 앉아 있다 보면 언젠가 오는 것이었다. 내 인생에는 그런 기회가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아니, 기회라기보다는 마치 순리처럼 내게 찾아온 일들이었다. 그러니 매일의 순간순간을 허투루 보내서는 아 되었고 그럴 수도 없었다. 내일이 있다는 것을 핑곗거리로 삼지 않았다. 내일이 있으니 오늘은 어떻게 되든 괜찮다는 마음가짐으로 사는 게 아니라, 오늘 해야 할 일을 하다보면 어느새 내일이 와 있는 삶을 살고자 했다.

 

리더는 모두가 포기할 때 마지막까지 희망을 가진 사람이다.’, ‘사람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역할을 찾아주는 것이 리더이다.’, ‘홈런을 치고 안타를 만들 수 있다면 파울을 몇 번을 쳐도 괜찮다.’ 등 많은 문장을 수집하게 만든 책이지만 내일이 있다는 것을 핑곗거리로 삼지 않았다.’와 소제목이기도 한 오늘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면 어느새 내일은 온다.’는 다른 어떤 문장보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게다가 야구뿐 아니라 흐름 속에 앉아 있다 보면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은 어느 한 분야에서 통달을 한 고수가 전하는 진한 가르침과 같은 말과 같다. 다른 유명 선수와 같이 긴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엄청난 기록을 남긴 것도 아니라 부상으로 일찍 은퇴를 하고 8개의 프로구단 감독을 맡았지만 그 만큼 숱하게 경질을 당했지만 그럼에도 야구를 놓지 못하는 야구 고수(흔히들 야신이라고들 하지만)의 말이기에 더 와 닿았던 것 같다.

 

앞서 이야기를 했듯 김성근 감독은 선수생활보다 지도자 생활을 더 오래했다. 그렇기에 한 집단을 이끄는 리더의 덕목에 대해서 적지 않은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SK와이번스 감독 시절 3번의 우승으로 소위 왕조을 만들었던 것보다 구단의 미비한 지원속에서도 결과를 만들어낸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다.

 

주머니에 10원짜리밖에 없어도 그 10원짜리로 이길 방법을 찾는 게 60여 년간 내가 야구를 해온 방식이다. 남과 비교하며 다른 팀보다 선수층이 얇아서 졌다거나 누구만큼 지원받지 못해서 졌다거나 하는 말은 책임 전가밖에 되지 않는다. 핑계 속으로 도망치는 일이다.

 

예전 어느 설문조사에서 지도자의 덕목에 관한 질문이 있었다. 한창 영화 명량이 흥행하던 때라 영화 속 이순신 장군을 보고 지도자의 덕목은 어떠한 위기 속에서도 차분하게 주위를 이끄는 이순신 장군과 김성근 감독이 가지고 있는 평정심이라고 답했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김성근 감독의 모든 경기를 보지는 못했지만 감독이 웃는 것은 우승이 확정되는 그 순간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소위 한 우물을 파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오랫동안 우물을 파도 물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그렇기에 한 평생 한 우물을 파오면서 성공한 이의 이야기는 앞으로 살아가는데 적지 않게 기운을 주기도 한다. 하루하루가 버겁거나 지쳐 갈 때 쯤 한 번씩 꺼내 보면 좋을 것 같은 책인 것 같다. 야구를 좋아한다면 더욱 좋고.

 

이제는 한계라는 생각이 든다면 스스로에게 다시 물어보라. 몸에 저절로 새겨질 때까지 정신없이 열중해 본 적 있느냐고, 그만큼 절실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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