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예언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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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9할의 사실에 1할의 허구를 약간 가미하는 것이다. 사실적인 바탕 위에 화자의 상상력이 더해진 약간의 허구가 이야기를 더욱더 흥미롭게 한다. 그렇기에 소위 팩션이라고 불리는 소설이 더욱 재미있게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 『꿀벌의 예언』도 그렇기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어쩌면 작가의 상상력이 1할보다 더 넘는 것 같은 소설이기도 하지만...

꿀벌, 등검은말벌, 지구 온난화, 십자군 전쟁 등 소설에 등장하는 요소들은 약간의 검색으로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모두 역사적, 사실적인 팩트이다. 이것을 주인공 르네가 행하는 퇴행 최면으로 묶어 ‘꿀벌의 예언’이라는 예언서를 등장 시키는 것은 모두 작가의 과학적 상상력이다. 그 상상력이 매력적이기에 『꿀벌의 예언』은 흥미로운 소설이 아닐 수 없다. 

앞서 언급한 대로 주인공은 르네 톨레다노이다. 작가의 전작 『기억』에서도 등장하는 주인공이라고 하는데 나는 전작을 읽지 않아서 이번에 처음 만나게 되는 인물이다. 그는 연인 오팔 에체고옌과 함께 유람선에서 참가자들에게 퇴행 최면으로 전생을 보여주면서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한 참가자의 요청대로 미래의 모습을 최면으로 보여주다 사고가 생겨 법원으로부터 감당하지 못할 벌금형을 선고받고 삶이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이에 르네도 최면으로 미래의 모습을 보고 오는데 르네가 다녀온 30년 뒤의 미래는 가히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게다가 미래에서 만난 30년 뒤의 르네 자신은 르네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준다. 

인간이 소비하는 식물의 80퍼센트가 꽃 식물이네. 그리고 이 꽃 식물의 80퍼센트가량의 수분을 담당하는 곤충이 바로 꿀벌이야. 그동안 꿀벌은 서서히 사라지는데 인구는 무서운 속도로 늘어났던 거야. 인간이 직접 손으로 하거나 로봇을 이용한 수분이 가능하다고 믿었지만 그 결과가 신통치 않았지. 조그만 원인 하나가 결국 치명적인 결과를 낳아 전 세계 농업 생산량이 급감했어. …… 식량은 부족한데 인구가 많아지면 배고픔을 참지 못한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키는 건 필연적이고 불가역적이지. 지구상 곳곳에서 벌어진 시위들은 무자비한 방식으로 진압됐네. (69쪽)

요컨대 꿀벌이 사라짐으로 해서 수분이 되지 않고 거기에 온난화가 더해져 농업 생산량은 급감하고 식량 자원을 위해 폭동 및 3차 세계대전까지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막는 방법으로 한 가지 예언서를 언급한다. 소설의 제목과도 같은 ‘꿀벌의 예언’이라는...

미래의 모습을 보고 온 르네는 퇴행 최면으로 자신의 전생도 경험한다. 이 퇴행 최면을 자신의 은사인 알렉상드르 교수에게도 소개하고 그 둘은 동시대의 인물인 살뱅 드 비엔과 가스파르 위멜이라는 인물이 자신들의 전생임을 알게 된다. 그러고는 미래의 큼직한 사건들에 대하여 넌지시 언급을 한다. 그렇다. ‘꿀벌의 예언’이라는 예언서는 주인공이 퇴행 최면으로 자신의 전생에게 알려준 일어나게 될 사건의 집합인 것이다. 

퇴행 최면과 전생 및 미래를 오가는 설정은 흥미로웠으나 주인공 자신이 미래를 바꿀 예언서를 집필(?) 하는 과정이 조금은 억지스러운 면도 없지 않았다. 지금의 많은 이들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앞으로의 일어날 일들은 정해진 대로 일어난다면, 즉 정해진 대로 시간이 흘러간다면 지금의 삶은 무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설의 도입부에 이러한 대목이 있다. 

우리가 태어나는 이유는 세 가지 때문이다. 
1 배우기 위해
2 경험하기 위해
3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17쪽)


『꿀벌의 예언』은 꿀벌이 사라진 미래를 바로잡기 위한 소설이기에 3번에 해당하는 소설이다. 비록 잦은 퇴행 최면으로 사실감이 떨어지긴 했으나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든 소설이다. 과연 미래는 정해진 대로 흘러가는 것일까? 아님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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