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2 (단풍 에디션) 불편한 편의점 2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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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사람들의 생활양상의 특징을 구분하여 시대를 나누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뗀석기를 사용하고 수렵 또는 채집 생활을 한다면 구석기 시대, 청동기를 사용하고 고대 국가를 형성하기 시작하면 청동기 시대 등으로 말이다. 이러한 구분은 넓은 지역에 공통적으로 오랫동안 나타나는 특징으로 구분 짓는다. 많게는 몇 백 만년에서 적어도 몇 천 년 정도의 시간 간격이 있다. 하지만 고작 2~3년이지만 한 시대로 구분 지을 수 있는 사건이 최근 있었다. 바로 코로나19의 시대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을 한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백신을 맞고 집에 머무르며 재택근무를 하는 특징으로 다른 시대와 구분을 지울 수 있게 되었다. 그러한 코로나19를 극복을 하고 일상으로 되돌아간 최근에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2를 읽었다. 전작을 재미있게 읽어 이어 읽은 것인데 이 불편한 편의점2의 시대적 배경이 바로 코로나19로 다른 방법으로 살아가는 것을 강요받던 때였다.

 

코로나 펜데믹이라는 특수한 때를 다룬 소설이지만 전작과 더불어 김호연 작가의 큰 특징이라면 등장인물이 동네 편의점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친숙함이 아닐까한다. 불편한 편의점과는 다르게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작가이지만 언젠가 '타우누스' 시리즈로 유명한 독일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그녀는 많은 시간동안 카페에서 사람들을 관찰한다고 했다. 그러한 관찰의 결과가 작품의 등장인물에 등장한다고 하는데 그와 비슷하게 김호연 작가는 편의점에서 사람들을 관찰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등장한다.

 

먼저 아들과의 화해하고 알바에서 점장으로 자리를 옮긴 오선숙 여사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고등학교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와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업전선에서 번번이 미끄러져 편의점에서 산 소주와 안주로 하루의 고달픔으로 달래는 소진, 코로나로 인해 매출의 직격탄을 맞은 식육식당의 최사장, 공부를 잘하는 형에게 부모님의 모든 관심이 쏠린 것 같아 가족들 사이에서도 겉도는 민규 등 전작에 이어 등장하는 인물도 있고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도 많았다. 그중에서 1편의 독고의 역할을 맡은 주인공 근배의 사연이 인상적이었다. 그의 사연을 따라가다 보면 그가 왜 편의점 야간알바를 지원했는지 알 수 있었다.

 

불편한 편의점2은 청파동 ALWAYS 편의점을 배경으로 등장인물들이 각기 개인적인 고민과 아픔이 있지만 그것 그들만의 것은 아니기에 더욱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도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원격학습과 방학으로 집에서만 있는데 그마저 부모님과 형의 눈치를 보게 되어 편의점으로 도피생활을 하는 중학생 민규는 장래희망을 편의점 알바라고 썼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근무를 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그런 민규에게 근배는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해준다.

 

그래도 내 안에 뭐가 있는지 찾으려고 애써야 한다니까. 내가 잘하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걸 알아내기만 하면, 조금은 나답게 살 수 있다고. (145쪽)

 

근배의 말처럼 나답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그것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지만 적어도 좋아하는 것이나 잘하는 것 중 하나만이라도 알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은 경도인지장애로 언니네 집으로 잠시 요양을 간 편의점이야기의 구심점인 염사장의 이야기였다. 그중에서도 그녀는 다음과 같은 혼잣말을 내뱉는다.

 

편안, 편안은 문제가 해결되어서가 아니라 문제를 문제로 바라 볼 수 있어 가능했다. 늘 잘해왔다 여기기 위해 애썼다. 호수에 유유히 떠 있는 오리가 수면 아래서 분주히 발을 놀리는 것처럼, 평안을 위해 부지런히 자신의 상처를 볼보고 마음을 다스려야 했다. (250쪽)

 

문제가 해결되어서가 아니라 문제를 문제로 바라보기 때문에 편안하다는 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학교에서부터 우리는 문제해결을 위해 모든 노력을 해왔던 것이 아닐까란 생각도 함께 들었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 풀수 있는 문제보다 풀 수 없는 문제가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때마다 문제 해결보다는 문제를 문제로 바라보았다면 더욱 편안하게 지낼 수 있지 않았을까란 아쉬움도 들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그에 따른 사연이 있다. 그곳이 편의점이라는 일상적이고 반복적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곳이라면 그 사연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되고 그러한 사연이 울고 웃을 수 있는 불편한 편의점2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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