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예언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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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아는 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야.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건 오히려 무지와 호기심. 신비의 힘이지. 만약 모든 것이 이미 쓰여 있다면... 우린 행동의 동력을 잃게 될 거야.


예언서 '꿀벌의 예언'을 보려고 하는 르네의 전생에게 그것을 지키는 한 기사가 하는 말이다. 그것을 볼 수 있는 권한은 기사단의 단장만이 볼 수 있는 것으로 정해져 기사단의 단장은 자신의 운명을 미리 알고 있는 상태였다. 그의 말대로 미래를 아는 것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회귀하는 소설이 큰 인기를 끌면서 너도나도 미래를 아는 상태에서 과거로 돌아가는 세계관이 흔하긴 하지만 행동의 동력은 무지와 호기심이라는 말에 공감을 하게 된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예언서 '꿀벌의 예언'이 완성되었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벌써 끝일까? 미래의 암울한 상황을 보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뭔가 밋밋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 이 소설에 아직까지 빌런이 등장하지 않았다.


『꿀벌의 예언 1』서 잠깐 소개를 한 등검은말벌... 2004년 중국산 도자기가 들어 있는 박스를 통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등검은말벌은 감당할 수 없는 확산속도를 통해 프랑스 전역의 양봉업을 초토화시킨 바 있다. 그 등검은말벌이 르네를 중심으로 한 '꿀벌의 예언' 지키려는 팀을 와해시키기 위해 등장한다. 르네의 전생인 살뱅을 암살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등장하는 인물은 다른지만 그들의 목표는 하나같이 예언서인 '꿀벌의 예언'을 없애는 것이다.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르네와 알렉산드르가 퇴행 최면으로 위험을 경고하거나 그것을 지키는 기사단의 헌신과 희생으로 예언서는 무사지 현대까지 전해지며 그 빌런의 현대 화신을 르네가 처리하며 소설이 마무리된다.


소설의 흐름은 간단하기까지 하다. 미래의 암울한 현실을 과거로부터 고쳐나가는 것이다. 중세서부터 현대까지 그 과정이 짧지는 않지만 실제 있었던 역사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 더 실감 나는 장면이 완성된 것 같았다.


30년 뒤의 암울한 미래도 신경이 쓰이고 퇴행 최면으로 전생을 관조할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설정이긴 하지만 소설을 읽는 내내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것은 미래를 아는 것이 지금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란 생각이었다. 그래서 다른 어떤 구절보다 위의 '미래를 아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는 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퇴행 최면으로 전생의 사건을 여러 번 경험해 본 르네는 이러한 생각을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이제 알 듯한데, 어떤 사람이 될지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신의 잠재적 가능성을 깨닫는 것이다. 한데 이 가능성이라는 것은 써봐야 비로소 알 수 있느니 참으로 아이러니 아닌가.


이것이 위에서 언급한 미래를 아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란 말에 대한 대답인 것 같다. 과거를 알고 미래를 알아도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될지는 그 잠재적 가능성을 현재 써봐야 알 수 있다는 것... 어쩌면 과거는 흘러간 것이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이니 현재에 충실하라는 잠언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았다.

꿀벌을 통해 현재에 충실하라는 깨달음을 던져 준 『꿀벌의 예언 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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