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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 (출간 20주년 기념판) - 아동용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20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5월 책읽는 가족- 마당을 나온 암탉
5월의 책읽는가족 선정책은 마당을 나온 암탉이래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책.
책읽는가족 독후감을 쓸때엔 언제나 아이들이 보는‘아줌마’의 시점으로 쓰고는 했는데
오늘은 ‘나’의 시점으로 쓰고 싶다.
그만큼 이 책은 나에게 특별한 책이다.
잎싹을 알게되었기에.
아이들이 어릴 적, 책이 있는줄도 모르고 텔레비전에서 광고를 하던
만화영화를 아이들과 보러 갔었다.
아마도 그때가 2011년이니 큰 아이는 5살 갓 유치원 다닐 적, 작은 아이는 3살이니
집에서 엄마랑 함께 있을 때.
아이들을 위해 기대없이 본 영화는 어느새 내가 오열을 하고 있고,
아이들은 연신 어두운 상영관 안에서 나를 쳐다보기 바빴다.
잎싹.
양계장 밖으로 보이는 아카시아 잎사귀들이 계절에 따라서 바뀌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 황홀했다. 그래서 자기 이름을 잎싹 이라고 지었다.
잎싹이는
난용종 암탉으로 알을 낳는 목적으로 몸이 꽉 끼는 철창에서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닭이다.
빼꼼이 열리는 문 사이로 토실토실 암탉이 예쁜 병아리들을 이끌고
마당을 쪼으며, 수탉과 여러 동물들과의 어울림들을 늘 보게 된다.
철창에서 나가기를 얼마나 고대할까.
요새 코로나 때문에 나가지 못하는 우리들도 참 힘들어 하는데. 꽉 끼는 몸도 움직이기 힘든
철창에서 그 밖이. 살랑 들어오는 바람이. 파란 하늘이 얼마나 강렬히 열망될까.
잎싹은 또 깨어나지 않는 알을 낳고 후회 한다. 어떻게든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잎싹은
결국 잎싹의 바람대로 나간다.
이건 타의가 아닌 자의에 의해서 모두 이루어 지는 것이다.
어렵사리 도망을 다니다가 도움 받은 나그네가 품던 알을 발견한다.
얼마나 사랑스럽고 예쁜 알이던지 잎싹은 그때부터 그 알을 지켜주기로 한다.
잎싹이 소망하며 사랑으로 키운 그 알은 깨어나 잎싹을 잘 따르게 되며
그들만의 세상에서 이게 바로 행복이구나 하고 살아간다.
부족하지만 부족하지 않다.
잎싹이는 아기를 초록머리라고 불렀다. 아기는 나그네를 닮은 청둥오리이며
곧 본능을 깨우치고 날고 싶어하고 무리에 끼고 싶어한다.
잎싹은 어떤 마음일까.
품속의 아이가 떠날 준비를 하고 다른 무리에 섞여 엄마의 품을 떠나려고 할 때
잎싹의 상실감은 얼마나 컸을지 모르겠다.
초록머리가 청둥오리의 무리에 끼게 되고 결국 날아 올라 그들과 떠날 때
얼마나 슬펐던지.
올 초에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두 번 읽어준 적이 있다.
그때 이 장면에선 천천히 읽었었다. 아이들은 이제 중학생, 초등학교 고학년이지만
이 책은 꼭 읽어주고 싶어서 읽어주는데,
잎싹을 떠나는 날아오른 초록머리를 읽어주는 장면에서는
나도모르는 서운함, 괘씸함이 복잡하게 어우러진다.
추운 초겨울 먹을것이 없어 배를 곯은 마른 젖이 보이는 족제비는
새끼를 먹이려 사냥감을 찾는다.
초록머리도 보낸 잎싹은
모든걸 체념한체 사냥꾼 족제비에게
나를 먹어 너의 새끼들 배를 채워라 라고 한다.
이땐 정말 읽어주며 대성통곡을 했다.
세 번이나!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이 장면만 다가오면 긴장을하고 나를 쳐다본다.
엄마 또 우나...
어김없이 ‘그래, 나를 먹어서 너희 새끼들의 주린 배를 채워라’ 할때는
북받치는 감정을 누를 길이 없다.
잎싹을 가만히 처음부터 보면
모든걸 내가 선택하고 결정짓는다.
이름도 내가 지었고, 도망치는것도, 알을 품는것도, 초록머리의 엄마로 사는 삶도,
그리고 족제비의 새끼의 배를 채울때에도.
나는 나의 주인이였다.
존재하는 잎싹.
따뜻하게 남아있는 나의 책 ‘마당을 나온 암탉’은 아이들 책장에 그 자리에서
계속 지키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