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 이후 사이언스 클래식 14
스티븐 J. 굴드 지음, 홍욱희.홍동선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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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제이 굴드의 책을 처음 읽은 건 작년 이맘 때 쯤이었다. 그의 책 [인간에 대한 오해]를 누군가의 서평을 읽고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다. 책을 읽으며 난 그가 문화인류학자 일거라 생각했다. [인간에 대한 오해]는 편견없이 인간을 바라 볼 것을 내게 요구하고 있었다. - 개인적으로 교사들이 꼭 한 번 읽어 봤으면 한다. 책을 읽고 난 후에 그가 유명한 고생물학자이며 단속평형이론으로 다윈의 사상을 가장 잘 계승한 학자라는 사실을 알았다.

올 봄 스티븐 제이 굴드에게 작가로써의 영광을 안겨준 [다윈 이후]가 재출간되었다. 1977년에 출판된 책이니 이미 30년이나 지난 책이다.

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역시 어렵다. 스티븐 제이 굴드의 글은 쉽지 않다. 하지만 [자연사]라는 과학잡지에 연재된 글을 모은 책인만큼 논문처럼 어려운 글은 아니다. 책을 읽으며 그의 번뜩이는 생각들을 접할 때마다 살짝 놀란다.

과학도에게 좌우가 있을까? 나는 그의 글을 읽으며 그가 '좌파 과학자'가 아닐까 생각해 봤다. 최근에 내가 생각한 말 가운데 가장 웃긴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좌파 과학자'.

기억에 남는 한 줄:

멸종이란 거의 모든 생물종들이 맞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대체로 그 원인은 그들이 변화하는 기후 조건이나 경쟁의 조건에 재빨리 적응하지 못하는 데에 있다. 다윈의 진화론은 그 어떤 동물도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구조를 발달시키지는 않지만, 어느 한 시점에는 유용했던 구조가 이후의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는 항상 유용할 것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고 선언한다. 아일랜드 엘크 역시 앞서 이룩했던 성공의 희생자였을 것이다. 무릇 세상의 모든 영광이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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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강의 - 역사와 문학을 넘나들며 삼국지의 진실을 만난다!
이중텐 지음, 양휘웅 외 옮김 / 김영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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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에 네모난 얼음이 하나 있다. 따뜻한 햇빛이 비추고 방 안의 온도가 올라 간다. 얼음은 녹아 물이 된다. 어떤 모습일지 예상할 수 있을까? 정확히 예상할 수는 없어도 대충 그 모습을 그려 볼 수는 있을 것이다.

반대로 책상 위에 물이 고여 있다. 얼음이 녹아 이렇게 되었다고 누가 알려준다. 그렇다면 녹기 전의 얼음의 모약을 우리는 예상할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역사를 탐구하는 일은 이런 일이다. 결과를 보고 그 옛날의 모습을 예상해야 하는 일이다.

[삼국지]는 동아시아 사람들에게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학습해야 하는 고전이다. 여기에서 파생된 수많은 고사성어를 알아야 하고 소설, 게임, 영화, 만화, 드라마 등 거의 모든 매체를 통해 재생산되는 파생상품을 즐겨야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삼국지]는 나관중의 [삼국연의]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말그대로 소설이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역사서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 제갈공명이 제사지내서 바람을 일으켜 조조군을 섬멸한다고 하는데 당연하지 않은가? 하지만 진수의 [삼국지]는 역사서로 인정을 받는다. - 우리가 국사시간에 배우는 서기 200년 즈음의 한반도 상황이 바로 이 [삼국지]에 수록된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부여, 옥저, 민며느리제 등등...

삼국지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이것 때문에 논란이 많다. 소설 [삼국지]에 나오는 이야기를 역사적 진실이라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또 기록에 따라 인물에 대한 평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간웅 조조를 시대의 영웅으로 보거나 오호장군의 한사람인 조운(조자룡)이 사실은 오호장군도 아니었거니와 그리 인정받은 장수도 아니었다는 의견까지 논란거리는 다양하다.

이중톈(易中天)의 삼국지강의(品三國)은 그런 논란을 정면으로 통과하는 책이다. 국내에도 나관중의 [삼국연의]와 진수의 [삼국지]를 비교분석한 책들이 있어 왔지만 이중톈의 책만큼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한 책은 없는 것 같다. TV강의를 책으로 옮겨 놓아 반복되는 말도 많고 집중하기도 어렵지만, 1000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기도 하지만 삼국지 매니아들은 한번 읽어 볼 만 하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과거의 결과물을 갖고 그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책에도 나오지만 이중톈 역시 이것의 어려운 점에 대해 토로한다. 그의 말처럼 직접 그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는 한 진실이 무엇인지 어찌 알겠는가? 그래서 책의 방점을 찍는 그의 마지막 나오는 글이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글이다. 나오는 글에서 그는 사실 관계의 확인보다 삼국시대의 상황을 계급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 그는 사회주의 국가의 학자다. 그동안 이런저런 삼국지들을 읽어 보고 여러가지 해석을 보아왔지만 그의 이런 해석은 정말 대단히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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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와 얼굴들 - 1집 별일 없이 산다
장기하와 얼굴들 노래 / 붕가붕가 레코드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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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는 새해 초 핫 아이콘이었다. 70년대 음악을 연상시키는 노래와 나레이션인지 랩인지 구분이 안가는 어눌한 말까지 하나하나가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2008년 하반기 장기하가 그의 첫 EP [싸구려 커피]를 발매했을 당시에는 사실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확실히 마케팅의 룰을 알고 있었다. 이야기거리 만들기. 기본적인 컨텐츠의 퀄리티가 보장될 때, 이야기거리 만들기는 큰 효과를 발휘한다. 공급경로를 제한하고 미미시스터즈라는 독특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자본과 인프라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그는 혹은 붕가붕가 레코드 사장은 약자의 생존법을 알고 있다.

그래서 장기하와 얼굴들의 첫 정규앨범 [별일 없이 산다]는 2009년 가장 기대되는 앨범 가운데 하나였다. 또 어떤 이야기거리들을 만들어 낼까? 또 음악외적으로도 붕가붕가 레코드가 내세우는 '소규모 가내수공업' 형태의 음반제작이 시장에 통할지도 궁금했다.

[별일 없이 산다]의 수록곡은 여전히 70년대 음악과 루저의 감성을 보여준다. '아무것도 없잖어', '멱살 한 번만 잡히십시다', '오늘도 무사히' 같은 노래들은 귀에 쏙쏙 들어온다. 하지만 새로운 노래 가운데 어떤 곡도 '싸구려 커피'같은 훅(hook)은 없다.

하지만 뭐 어떤가? 장기하는 오늘도 별일 없이 살고 있고 언젠가 '싸구려 커피'같은 도발적인 노래들을 또 만들어 내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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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경영 - 지속성장을 위한 강력한 경쟁력
박희준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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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잭 웰치가 '주주가치를 위한 기업경영'을 가장 멍청한 생각이라고 고백했다. 자신의 주장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기의 이론을 그 스스로 부정할 수 있다니 그는 정말 대인배인가 보다. 다양한 경영이론들은 시대 흐름의 산물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론도 시간이 지나면 가장 멍청한 생각이 되는 것처럼.

독서 경영은 어떤가? [독서경영]이라는 책에서 내가 생각하는 핵심은 지식을 어떻게 획득하고 관리하고 활용할 것인지의 문제(system or process의 관점)와 얼마나 학습하는 조직을 운영할 것인가의 문제(culture의 관점)이다. 때문에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독서와는 사실 거리가 있다.

정부에서 우편원격통신교육이라는 제도를 시행한다. 중소기업 재직자의 경우 한 달의 한 권 정도의 책을 무료로 제공받아 공부할 수 있다. 전국 수백만의 중소기업 재직자들에게 매우 도움이 될 내용이지만 실제로 이 제도를 활용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일단 근로자들이 부담스러워하고 - 대부분 짐으로 생각한다 - 실제로 업무에 도움이 되는 것이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독서경영]은 이러한 고민을 안고 있는 기업들에게 일종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보여준다. 동양기전같은 업체가 대표적인 업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조건이나 방법론으로 들어가면 사실 약간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이건 이론서가 아니라 선배들의 조언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지속성장을 하는 경영,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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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오류 -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만드는
토머스 키다 지음, 박윤정 옮김 / 열음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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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오류]에서 지적하는 6가지 주요 오류

1. 통계자료보다 입에서 나온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
2. 자신의 생각에 의문을 품기보다는 확신을 가지려고 한다.
3. 운과 우연으로 이뤄지는 일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4.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오인하곤 한다.
5. 사고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6. 인간의 기억은 이따금 부정확하다.

토머스 키다는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흔히 저지르는 오류를 크게 6가지로 분류했다. 그의 책 [생각의 오류]에서는 더 많은 다양한 사례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일단은 크게 6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토머스 키다 교수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아마도 올바른 의사결정을 돕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 그는 경영학과 교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정리한 핵심 키워드는 '이야기', '확률', '단순화', '기억'이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했던 오류의 핵심 키워드다. 이야기의 오류는 [블랙스완]에서도 이미 공감한 바 있고, 확률과 운을 구분 못하는 것도 우리의 본성인 것 같다. - 흔히들 말하는 도박판의 '초심자의 행운'도 사실은 확률상의 극단값에 위치하는 경우다. '초심자의 행운'이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 이유는 도박판에서 처음에 손해를 본 사람들은 대거 도박을 포기하게 되고 재미를 본 사람만이 마지막까지 남아서 결국 평균으로 회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에 이야기 한 것들은 대부분 인류가 진화하면서 생존하기 위해 유전자 깊숙히 각인된 것이다.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문제는 올바른 의사결정을 위해 어떻게 그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이다.

카트린 파지크의 [무지의 사전]을 보면 인류의 지식을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 실제 아는 것과 실제로 모르는 것으로 매트릭스로 만들고 있다. 우리에게 정말 위험한 것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실제로 모르는 것이다.

감성의 시대라고 한다. 그렇지만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에는 혹시 내가 그럴듯한 이야기에 혹했거나 확률과 운을 착각하거나 사실을 너무 단순화하거나, 부정확한 기억에 의존하고 있는지 한번 쯤 의심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성을 수반하지 않는 감성은 너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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