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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릿 베어 ㅣ 카르페디엠 7
벤 마이켈슨 지음, 정미영 옮김 / 양철북 / 2008년 10월
평점 :
캐나다 서부 연안에 스피릿 베어라는 곰이 있다. 이 흰색의 곰은 원래 흑곰의 한 종류이다. 백색 흑곰. 이름부터가 특별하다. 이 곰은 지역 원주민에게 신성시 되는 동물이다.
벤 마이켈슨의 <스피릿 베어>에도 이 곰이 등장한다. 곰은 아주 잠깐씩 등장하지만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소설의 주인공 콜을 처음 만난 스피릿 베어는 일격에 콜을 만신창이로 만들어 버린다.
소설 속의 콜은 사회가 포기한 문제아다. 아이는 계속해서 사고를 치고 부모는 자신의 체면을 위해 계속 뒷 수습을 한다. 하지만 부모가 이혼을 한 후 더이상 뒤를 봐줄 사람이 없어지면서 꼼짝없이 소년원에 갈 처지가 된다. 소년원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선택한 원형평결심사를 통해 섬으로 유배를 온 콜이 모든 분노를 스피릿 베어에게 퍼부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다.
문제아 콜이 병원에서 다시 섬으로 돌아온 것은 의외였다. 게다가 무위자연(無爲自然)으로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는 과정은 매우 흥미롭기까지 하다. 북미 원주민의 사상은 동양의 도가 사상과 매우 닮았다.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일 거다.
책의 마무리 부분에서 이야기는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진행된다.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서처럼 개인의 회개를 통해 모든 죄를 씻을 수 있는냐는 질문을 작가가 던진다. 개인의 성찰이 필요한 것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나는 오늘 얼마나 바른 삶을 살았는가?'와 함께 '나는 오늘 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긍정의 메시지를 전했나?' 역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