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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뿔싸, 난 성공하고 말았다
김어준 외 지음, 김창남 엮음, 현태준 그림 / 학이시습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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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를 생각하면 신영복 교수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출옥 후 누구도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할 때 성공회대가 제일 먼저 손을 내밀고 안식처를 마련해주었다. 이와 함께 성공회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김창남 교수가 있다. 김창남 교수는 우리나라 대중문화에 대한 진지한 비평을 내놓은 몇 안되는 학자이다.

<아뿔싸, 난 성공하고 말았다>는 김창남 교수가 개설한 '매스컴 특강'의 강의록이다. 강의 내용에 앞서 우선 강의에 참여한 강사의 면모가 놀랍다. 최근 상종가를 치고 있는 김어준부터 독서평론가 표정훈까지 어찌보면 비주류라 할 수 있지만 나름의 색깔과 세계를 갖고 있는 강사들이 자신의 삶과 학생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떤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도 있고 어떤 이야기는 촌철살인의 한 마디도 있다. 가장 인상 깊은 강의는 표정훈의 강의다. 표정훈은 자기계발서의 허와 실을 정확히 지적하고 21세기 교양있는 지식인으로 살아갈 방법까지 제시해준다.

지금의 대학이라는 곳은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고 있다. 아무런 질문도 없이 그저 경쟁에 내몰릴 것이 아니라 왜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생각하며 오늘을 열심히 살아야 할 대학생들이 읽기에 적절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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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전
김규항 지음 / 돌베개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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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항이 씨네21의 '유토피아 디스토피아'에 글을 쓰기 시작한 후부터 난 줄곧 그의 팬이었다. 글 읽는 사람의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그의 글은 내가 닮고 싶은 글쓰기의 전형이었다.

간간히 신문에 기고하는 칼럼을 제외하고 [나는 왜 불온한가] 이후 오랜만에 나오는 단행본이라 기대하며 새 책 [예수전]을 들었다. 그러나 이전에 내가 읽던 그의 글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다. 짧은 호흡의 에세이 형태의 글이 아니라 '마르코복음(마가복음)'에 주석을 다는 형태로 구성된 책이었을 줄이야.

행간에서 그의 번뜩이는 글 솜씨는 여전히 빛난다. 그러나 성경을 읽어 본적도 없고 예수님의 행적에 대해 그리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던 나에게는 약간 어려운 글이었다. 특히 성경의 서술 방식은 글 읽는 내내 불편했다.

그래도 하느님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소득이다. 특히 내가 평소믿고 있던 내 안의 자기소리에 귀기울이려는 노력들이 김규항이 이야기하는 하느님과 만나는 방법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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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쓴 징비록 류성룡의 재구성 - 난세에 진정한 영웅을 다시 만나다
박준호 지음 / 동아시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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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에 대한 기억은 대게 무능한 선조와 성웅 이순신의 강렬한 대조로 구성된다. 군사 정권이 의도적으로 이순신 장군을 정권의 옹호 수단으로 홍보하기 위해 집중조명했는지 여부와 관련없이 그는 난세를 치열하게 살아간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의 개인적인 기록물인 [난중일기]는 그의 그런 모습을 가감없이 잘 보여준다.

이 [난중일기]와 함께 임진왜란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이 서애 류성룡의 [징비록]이다. [난중일기]가 현실을 살아가는 자의 치열한 자기고백이라면 [징비록]은 살아남은 자의 처절한 자기 반성의 기록이다.

[징비록]이라는 이름은 시경(詩經)의 矛其懲而毖後患(내 지난 잘못을 반성하여, 후환이 없도록 삼가네)구절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책 제목에 류성룡의 집필 의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징비록]은 류성룡 개인의 기억에 의존해 저술된 책이 아니다. 안동 류성룡의 본가에서 보관하고 있는 자료에 따르면 그는 전란 중에 후에 책을 저술할 목적으로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였다고 한다. 그 중에는 공문을 필사한 것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그의 의지가 엿보인다.

기록의 힘은 대단하다. 생존에 필요한 정보가 아니면 우리의 뇌는 의도적으로 기억을 삭제한다. 불과 10년 전에 커다란 이슈였던 사실을 우리는 쉽게 망각한다. 때문에 기록은 기억보다 위대하다. 류성룡은 이 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풀어 쓴 징비록, 류성룡의 재구성]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쉬운 역사 관련 서적의 전형이다. 많은 참고 사료와 풍부한 사진까지 독자들이 쉽게 [징비록]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 특히 [징비록]과 함께 서애 류성룡에 대해 심도있게 다루는 부분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박준호의 [풀어 쓴 징비록, 류성룡의 재구성]을 읽으며 오늘날 우리의 기록에 대해 생각해본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블로그다. 당시의 기록이 주로 지식인의 몫이었다면 현재의 기록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문제는 이러한 블로그를 통해 블로그스피어를 구성할 수 있냐는 부분이다. 한국의 상황만을 이야기한다면 상당히 부정적이다. 스마트몹의 꿈은 대형 포털의 폐쇄성에 짓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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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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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에세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내가 기대하던 지식소매상 유시민의 글과는 살짝 차이가 있다. 그의 책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너무 인상깊게 읽었던 20대의 기억 때문일 것이다.

[후불제 민주주의]를 온전한 책으로 만들려면 1부와 에필로그 만을 묶어서 한 권의 책으로 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잠깐 해본다. 1부와 2부를 읽으며 내내 '내가 지금 다른 책을 읽고 있나'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은 효과적이지만 이것을 일반화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MB가 '내가 어릴 때 가난해봐서 가난한 사람들의 상황에 대해 아주 잘 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 책의 에필로그는 어떻게든 한 번 꼭 읽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내가 근래에 읽었던 글 가운데 가장 좋은 글이었다.

사은품으로 제공된 출판 기념 강연 동영상에서 말한 그의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가타부타 이야기할 입장은 못되지만 어쨌든 지식소매상으로 돌아온 그를 나는 열렬히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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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기별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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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글은 현학적이다. 그래서 아내는 그의 글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의 글을 좋아한다. 어려운 표현 때문에 그의 글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글에는 언제나 진지한 고민이 있다. 그래서 나는 그의 글을 좋아한다.

[바다의 기별]을 읽다가 눈에 쏙 들어온 문장이 있다.

" 동어반복에 갇히면 우리는 거기서 평생 헤어나지를 못하고, 우리 인식의 영역을 넓혀나갈 길이 없는 것이죠. 이것이 말을 다루는 자가 말 앞에서 느끼는 고민입니다." 김훈 - 말과 사물 中에서

글이나 음악이나 영화나 예술과 관계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동어반복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시시껄렁한 블로그를 쓰는 나도 동어반복에 대해 고민을 했다.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해본 적이 없다. 그리 길지 않은 문장이지만 나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주었다.

동어반복은 우리 삶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뛰어넘을 고민을 하지 못한다면 거기서 평생 헤어나지 못할테지.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거 같다. 저마다의 방법이 있을테니 누구의 방법이 최고인지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할 것 같다. 정답도 없는 것 같구. 중요한 것은 인식과 삶에서의 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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