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앙투안느의 유혹 열린책들 세계문학 110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김용은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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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스타브 플로베르는 <마담 보바리>로 유명한, 19세기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이다. 그의 초창기 작품인 <성 앙투안느의 유혹>은 3세기경의 성인 안토니우스의 삶을 토대로 쓰여진 것으로, 유혹으로 점철된 은수자의 일생을 다루고 있다. 내면에 도사린 유혹의 환영을 여자, 짐승, 악마, 환상동물, 이교도 등의 모습으로 표현하여 희곡 형식으로 나타냈다. 끊임없이 나타나서 괴롭히는 음욕, 탐식, 분노, 인색, 교만, 질투, 나태, 악마, 심지어는 논리와 과학까지도 그를 괴롭힌다. 그뿐만 아니라 들어본 적도 없는 각종 이단종파, 이교도들의 등장과 장광설은 전율을 느끼게 한다. 

확실히 수도생활은 힘들다. 끊임없는 유혹과 단조로움과 싸워야 하고, 기도와 단식, 고행 역시 쉽지 않다. 앙투안느 역시 노동과 기도로 수행의 규칙을 세우고 지켜 나가는 생활에서 존재론적인 공허와 무력한 우울함을 느꼈다. 이러한 것들을 해명하기 위해 그의 자아는 '유혹하는' 앙투안느와 '유혹당하는' 앙투안느로 나뉜다. 그의 의식은 '목소리'로 시작해서 차츰 일곱가지 중대죄와 논리로 분화된다. 그는 '논리'의 요구에 따라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그 상태를 기술한다. 하느님은 말씀이 없고, 그는 어둠 속에서 잠들지 못하고 깨어 있으며, 자신을 달구고 간지럽히고 삼켜 버리는 그 어떤 것에 시달리고 있다. 영혼은 세속에 대한 생각의 그림자일 뿐이며, 몸이 부끄럽고 순수하지 않아 마음이 몹시 아프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빈 마음의 허기이다. 이러한 자신의 텅 빈 마음 깊은 곳에서 존재론적 사유가 시작된다. 

앙투안느는 너무나도 힘든 내적 투쟁 끝에 악마의 무한론에 온전하게 매혹되어 그에게로 흡수될 뻔 하지만, 앙투안느의 손이 묵주에 닿으면서 땅으로 추락한다.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그는 늘 메마름 속에 있었고, 사랑은 오지 않았으며, 습관적으로 수행해 왔음을 떠올린다. 그는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았으며 그것이 무엇인지도 그것에 대한 개념을 가져 보지도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우울증의 발작 상태에 빠지는데 '죽음'이 다가와서 유혹한다. 악마 역시 그를 논리적으로 설득하기 위해 수많은 것을 보여 준다. 하지만 앙투안느는 절대를 향한 갈망으로, 기도하기 시작한다. 그의 기도는 내일도 모레도 계속될 것이다. 이로서 희곡 <성 앙투안느의 유혹>이 끝난다.   

이 책을 읽으며, 각종 유혹에서 자기 자신을 지켜나가기 위한 결코 쉽지 않은 처절한 투쟁을 보았고 사막에서 홀로 기도하는 은수자의 삶이나 형제들과 공동 생활을 하는 수도자의 삶이 결코 수월하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세속에 있는 나같은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유혹들이 있는가. 그뿐만 아니라 기도 생활에서도 메마름은 결코 떠나지 않는다. 그저 기계적으로 기도할 뿐이다. 하지만 지지 않을 것이다, 앙투안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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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0-10-04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투안느의 유혹에 대한 그림과 작가가 플로베르라는 점에 대해서
이 책 참 읽고 싶어지네요.
특히 요즘 들어 열린책들 세계문학에 푹 빠진 것도 있구요ㅎㅎ
이 책에 대한 간략한 내용들을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ㅋ

교고쿠도 2010-10-04 21:16   좋아요 0 | URL
오옷. 열린책들 세계문학에 참 좋은 작품들이 많습니다. 다음번엔 역시 그 시리즈에 들어 있는,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가 읽고 싶어졌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