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쿠라노소시
세이쇼나곤 지음, 정순분 옮김 / 갑인공방(갑인미디어)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무라사키 시키부의 <겐지 이야기>와 함께 헤이안 문학의 쌍벽을 이루는 세이쇼나곤의 <마쿠라노소시>를 구입하고 싶었으나 절판인데다가 출판사도 문을 닫아서 우선 급한 대로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쓴 세이쇼나곤은 중궁을 보필하는 뇨보(女房)로, 7년동안의 궁중생활을 바탕으로 자연과 인사(人事)에서 폭넓은 소재를 취해 글을 썼다. <겐지 이야기>가 왕조 시대의 귀족적인 미학을 그대로 구현하면서 마음속 깊이 애절하게 느끼는 정서인 '모노노아와레'를 표현한 데 비해, <마쿠라노소시>는 어떤 사물에 대해 밝은 마음으로 찬미하고 지적인 흥취를 느끼는 '오카시'의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 

일본 문화, 그중에서도 헤이안의 문화나 습속에 대해 알지 못하면 읽다가 굉장히 막히는 부분이 많을 듯 하지만 친절하게도 주석으로 관직명이나 지명, 와카 구절 등에 대한 설명이 달려 있으므로 그럭저럭 읽을만 하다. 그 당시에는 와카를 외우고 주고받는 것으로써 그 사람의 지식을 알 수 있었는데, 세이쇼나곤은 와카에 굉장히 박식했던 듯 하다. 또한 오늘날의 일부일처제가 아닌, 남자가 밤중에 여자 집을 찾아가는 형태의 결혼 생활 풍속도 꽤 신기하다. 전체적으로 귀족적이고 단아한 느낌이 흐르는, 아주 훌륭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꼭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 부분 : 

27단 그리움 - 지난 일이 그리워지는 것
4월 마쓰리 때부터 그대로 놔둔 접시꽃 입사귀. 인형놀이 도구들.
남보라색 천과 진보라색 천 조각이 납작해진 채 책 사이에 끼여 있는 것. 또 비 내리는 날 하는 일 없이 있다가 발견한 편지. 작년에 쓰던 여름부채.

39단 고상함 - 귀티 나는 것
연보라색 속곳 위에 흰색 겹옷 포를 입은 모습. 물오리 알. 빙수에 꿀을 넣어 새 금속 그릇에 담은 것. 수정 염주. 등꽃. 매화에 눈 내린 것. 아주 귀엽게 생긴 어린애가 딸기 먹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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