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의 고백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
미시마 유키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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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 <금각사>로 유명한 작가다. 일본 근대문학에서 꽤 비중있는 그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었는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으로 <가면의 고백>이 출간되어서 망설일 것도 없이 읽게 되었다. (그 전집에 참 좋은 작품이 많다. 시마자키 도손의 <파계>, 오에 겐자부로의 <아름다운 애나벨 리 싸늘하게 죽다> 등, 일본문학의 중요한 작품들을 꽤 접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주인공인 '나'는 다름아닌 미시마 유키오 자신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실제로 그의 연보에 등장한 여러 사건들이 소설 안에도 등장하며, 그가 어린 시절부터 어떠한 생각을 했고 어떠한 환경에서 자랐으며 나이를 먹어서는 어땠는지, 20대 초중반까지의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동성애적 성향을 성장과정 및 주변환경과 결부시켜 논리적으로 피력한 것 자체가 당시의 일본 문단에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한다. 소설 중간중간 등장하는 라틴어 단어 역시 흥미롭다. 일본어로 썼으면 추잡하게 보일수도 있는 단어들인데, 라틴어로 적으니 학술적인 느낌이 든다. 세바스티아누스의 순교 장면에의 매혹이나 연상의 동급생의 육체를 보고 느낀 것, 그리고 살해당하는 왕자나 미소년 등의 잔혹한 공상 등 꽤 용기가 필요한 이야기를 그는 담담하게 적어나가고 있다. 

'예술가로서의 생활이 적혀 있지 않은 이상 모든 것은 완전한 허구이며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완전한 고백의 픽션을 만들려 했다.'라는, 노트에서의 미시마의 말은 <가면의 고백>에서의 괴로운 묘사들을 통하여 완성된다. <금각사>와는 또 다른, 비유적인 레토릭이 인상깊었고 표현하기가 쉽지 않지만 슬픔과 아름다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또한 이 작품과는 관계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1970년 45세의 나이로 자위대의 궐기를 촉구하며 자위대 총감실에서 할복자살을 한 것이 씁쓸하고 착잡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음으로써, 미시마 유키오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무엇을 생각했는지 약간이나마 알 수 있게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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